무례함의 비용 - 막말 사회에 더 빛나는 정중함의 힘
크리스틴 포래스 지음, 정태영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사의 무례함, 직장 내 괴롭힘 등 차별적인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조직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특히 기업은 생존을 위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무례함은 비즈니스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 '머리말' 중에서

 

 

무례함을 멀리하고 정중함을 익혀라

 

저자 크리스틴 포래스는 스포츠 경영 및 마케팅 회사인 IMG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하버드대학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스페인 에사데대학교에서 경영자 과정을 가르쳤다. 현재는 조지타운대학교 MBA 과정을 맡고 있으며 구글, 픽사, UN, 세계은행 등 다양한 기업과 조직에게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녀는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자 자신이 꿈꾸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입사하지만 곧 회사의 민낯을 보게 된다. 그녀가 그토록 가고자 했던 회사는 생산성 향상과 긴장감 형성이라는 이름 아래 막말과 무례한 행동이 판치는 곳이었다. 결국 지쳐버린 그녀는 1년 만에 직장을 그만둔다. 사회생활에서 쓴 맛을 본 후 '무례함이 인간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후,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무례함의 비용과 정중함의 효용을 조직 관리 및 리더십 차원에서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미국인의 무례함을 얘기할 때 우리들이 맨 먼저 떠올리는 인물은 아마도 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아닐까 싶다. 기업인 출신인 그는 "You're fired 당신은 해고야"란 유행어를 만들어낼 만큼 당대의 독설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막말 행진은 대통령이 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미국만 이런 현상이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소위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상대적 약자인 '을乙'에게 막발을 내뱉거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명령이나 지시를 서슴치 않고 있다. 이미 세인들에게 널리 회자된 '땅콩 회항' 사건도, 최근에 불거진 '물벼락' 사건도 모두 이와 같은 형태의 무례함이 빚은 극치이다.

 

 

 

 

 

자기 자신의 무례한 언행을 모르고 산다

 

무례함은 대개 악의惡意가 아닌 '무지의 산물'이다. 저자는 직장 분위기가 엉망진창인 까닭이 도처에서 날뛰는 얼간이들 탓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면서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객관적인 자기 인식이 결여된 사람들이 가장 지독한 언행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남을 해칠 생각이 추호도 없으면서, 무슨 이유에선지 무례한 언행을 일삼으면서 살아간다.

 

왜 세상에는 이렇게 막말이 넘쳐날까? 이는 바로 무지無知의 소산인 것이다. 막말을 일삼던 어느 외과 의사는 정식으로 항의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레지던트들과 간호사들, 직원들이 자신의 거칠고 직설적인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우리들은 자신의 무례한 언행을 잘 모르고 산다. 그레서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타인을 끔찍하게 여기면서도 스스로 남을 함부로 대한다.

 

 

무례함은 강인한 사람을 무너뜨린다

5월 8일,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미국은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6월 셋째 일요일을 아버지의 날로 정하고 있다. 21년 전, 저자는 아버지의 날이 있던 주간에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외곽에 위치한 어느 병원을 찾아, 후텁지근한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녀의 강인하고 쾌활하던 아버지가 맨 가슴에 전선 따위를 치렁치렁 붙인 채 힘없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심장마비가 언제 닥칠지 몰라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왔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는 지독하게 무례한 상사를, 그것도 두 사람이나 모시면서 10년 넘게 버텨왔던 직장 생활 때문이었다. 못되먹은 그 상사는 사람들 면전에다 핏대를 세우며 막말을 일삼는 버릇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직원들을 모욕하고, 부당하게 해고했으며, 성과를 깎아내렸고, 어쩔 수 없이 벌어진 문제까지도 책임을 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슈퍼갑' 질을 한 셈이었다. 

 

오랜 세월 인내했던 대가는 엄청났다. 결국 그녀의 아버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상사가 조직에 미칠 해악害惡을 걱정한 나머지, 용기를 내어 사장에게 직언했다. 내부고발이 위험한 행동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기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어머니한테 "회사에서 그자를 해고하지 않으면, 나는 끝이야"라고 말했다. 몇 주 뒤, 그 상사는 올해의 지역 담당자로 뽑혔다. 며칠 뒤, 그녀의 아버지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딱 3분의 차이가 정중함을 만든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질이 나쁜 치료는 물론이고 의사의 언행에서 받은 불만 때문에 의료 과실 소송을 제기한다. 수시로 소송을 당하는 의사와 한 번도 소송을 당하지 않은 의사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소송을 당한 적이 없는 의사들은 환자들과 공감대를 쌓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의사들이 환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일반적인 의사들에 비해 평균 3분 더 길었다. 두 경우 모두 의사가 전달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환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려고 노력했고, 농담을 섞어가며 이야기해 친근하게 다가갔고, 더 많이 질문했으며, 의견을 달라고 겸손하게 부탁했다. 그렇다. 바로 정중한 태도인 것이다. 

 

 

뇌도 화상을 입는다

뇌과학자이자 하버드 의대 교수인 에드워드 할로웰 박사가 지적했듯, 나쁜 기억은 몇 년 동안 기억의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박사는 이런 현상을 뇌 화상(brain burn)이라고 불렀다. 무례한 언행으로 난처하거나 불쾌한 상황을 경험하면, 심리적 격변이 일어나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오는 등 생리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격렬한 감정의 홍수가 야기된다.

 

이렇게 분노와 두려움과 슬픔이 무례함의 피해자 또는 목격자에게 한꺼번에 밀려들면 몸과 마음 모두에 상처를 남기게 된다. 아드레날린이 온몸에 솟구치면서 뇌를 태워 구멍을 내기 때문이다. 지워지지 않는 '문신紋身'을 뇌에 새기는 셈이다. 이런 압도적인 감정들은 문신으로 남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정말 끔찍한 상처인 것이다. 심지어 가해자 또는 그 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슬쩍 보기만 해도 그 감정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고 한다.

 

 

웃음은 뇌를 자극한다

상대방에게 정중한 인상을 한층 강화시키는 행동은 바로 '웃음'이다. 미소를 짓는 행동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증가하며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혈압이 낮아진다. 또한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적어진다. 1번 웃으면 초콜릿 바 2,000개를 섭취하는 것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뇌를 자극할 수 있다. 또 웃는 얼굴은 수명과도 관련 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1952년 시즌에 활약했던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얼굴이 담긴 야구 카드를 연구한 결과, 웃는 얼굴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선수들의 수명이 달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활짝 웃는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79세였지만, 별로 웃지 않는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72세였다. 즉 웃는 얼굴 덕분에 7년을 더 살았던 셈이다.

 

 

솔직한 피드백이 낫다

여성이라면 선의의 거짓말을 통해서라도 불쾌하거나 창피한 상황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녀 공히 많다.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여성을 상처 받기 쉬운 존재로 또는 보호와 특별대우가 필요한 존재로 여기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수치스런 대접을 적당한 거짓말로 위무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선의에서 비롯된 거짓말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솔직한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짧은 시간 내 자신을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고, 그 결과 경력 개발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여성들은 하나같이 솔직한 피드백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성과에 대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으면 분노를 느낀다. 이와 같은 선의의 거짓말은 여성이 상처 받기 쉬운 존재라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도리어 여성에게 실제로 더욱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발전감을 높여라

가해자에게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과 별도로 무례함의 악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이는 바로 발전감(sense of thriving)을 고양高揚하는 것이다. 즉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활력과 생기와 자부심을 품은 채 성장을 거듭해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수차례의 연구를 통해 발전감으로 충만한 사람이 더욱 건강하고 회복력도 강하며 자신의 업무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이다.

 

발전감이 강한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동료에 비해 번아웃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20%나 낮았고, 발전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상황을 통제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53%나 높았다. 무례함으로 인해 부정적 성향과 몰입도 저하, 자기 불신이라는 급류에 휩쓸릴 가능성도 훨씬 낮았다.  

 

우리 행복의 50%는 뇌의 신경망에, 40%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10%는 우리가 권력이 약하다거나 일자리 또는 가해자에게 의존적인 경우 등 현실에 달려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무례함을 해석하는 방식과 그것에 부여하는 의미,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무례함 때문에 기분이 상할지 말지 통제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발전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게 가해진 무례한 언행을 부정적으로 수용항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자신을 인정하고 드높이는 쪽으로 상황을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무례한 상황을 경험한 뒤에 발전감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성과가 34% 덜 줄엇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정도라면 엄청난 차이인 게 분명하다.

 

 

정중한 조직 문화를 만들라

 

무례함이 나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중함도 전염된다. 자기 자신을 지키며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좁게는 자신의 주변부터 넓게는 스스로 속한 조직에 정중함이라는 바이러스를 널리 퍼트려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책은 조직관리 4단계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4단계 전략

 

채용~ 떡잎부터 살펴라

미션~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라

평가~ 슈퍼 협력자를 찾아라

실행~ 무례함에 타협이란 없다

 

 

정중함을 추구하는 사회를 만들자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관계다. 이런 인간관계의 주춧돌은 바로 정중함이다. 우리 모두는 타인을 존중하는 언행과 마음가짐을 통해 스스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나아가 사회생활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타인들과 친밀해지는 데 도움이 되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타인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동시에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지위고하와 노소 불문하고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중한 사람으로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