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감옥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결과적으로 엄청난 고구마를 선사하는 소설이다.

80~90년대 성행하던 헐리우드식 치정스릴러와 닮아있지만

캐릭터를 제시하고 쓰이는 방식이 과거 치정스릴러의 전형이었던

헐리우드 영화처럼 명확히 맺고끊는 맛은 없다.


무엇보다 이런 역대급 쓰레기 악녀를 창조해낸 작가가 경외스럽다.


헤이즐은 남편인 카터의 돈으로 호의호식을 누리며 

카터에게서 남편의 자리를 빼앗고 아버지의 자리를 빼앗는다. 

동시에 혼자 아이를 키운 아내이자 워킹맘이자 학위까지 취득한 사회적으로 

우러러볼만한 여성을 코스프레하며 실상은 설리번과 지속적으로 불륜관계를 유지한다.

그녀는 한마디로 양쪽에 있는 최고의 이득만 누리려는 심보로

결국 카터는 아내에게도 아들에게도 이방인일 뿐이며 가정에서 그가 설자리는 없다. 


그녀가 소름돋는 점은 애들이 아닌 이상 누가봐도 불륜인 설리번과의 만남과 관계를 

남편이 감옥에 있을때부터 출소후까지 드러내놓고 남편에게 말한다는것이다. 

그리곤 불안해하고 의심하는 남편에게 "우린 아무사이도 아니야 우린 친구야~" 라고 

뻔한 말을하며 완벽한 아내를 연기하고 가스라이팅을 시전한다. 

하지만 헤이즐과 설리번은 이미 부부였다...


멍청한 남편은 의혹을 애써부정하며 그녀가 설리번과 불륜관계라면 이렇게 대놓고 

그에 대해 얘기할리가 없다며 합리화할뿐이다.


만일 출소 후 불륜이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남편이 감옥에 있을때

완벽한 아내를 연기한것과 출소 후에도 잠시나마 완벽한 아내를 연기한것과 같이

주도면밀한 기만을 계속 이어나갔을 것이다.


이후 외도가 드러난 상태에서도 잠깐의 몇주간 실수였다며 거짓말을 하고 

"이젠 안만나는거 알잖아?"라며 그의 사랑을 이용해 가스라이팅을 시전한다.

그 이후 다시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남편을 대하는 뻔뻔함과  

남편보다 중요한 허영심의 발현인 부부동반 커뮤니티를 강요하며

설리반과의 불륜을 계속 이어나간다.


극중 뽕쟁이인 남편 카터가 약을 못끊는 것처럼 남자를 못끊는 아내 헤이즐은

상식밖의 행동으로 외도를 이어나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평안하며

이들이 부부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모습이 꽤나 비현실적이라 생경하다.


과거 남편이 감옥에 갔을때부터 지금까지 수시로 관계를 했다는

모든 불륜 정황이 드러난 와중에도 그녀는, 

"외로워서 어쩔수 없었다 설리번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가 나의 삶의 활력소다" 라고 말하며 

오히려 모든것을 남편의 책임으로 돌리고 옥살이를 한 남편을 게이로 몰아가는 등 

역대급 막장을 보여주는데 남편에게 걸리고도 대놓고 불륜을 이어가는 아내앞에서 

이 멍청한 호구 남편은 그녀를 잃을까 두려워 이혼조차 망설이고 있다.


헤이즐은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이용하며

설리번과 자신중 선택하라는 남편의 말에도

남편의 돈과 자신의 사회적 인식을 위해 대놓고 선택하지 않으며

대놓고 불나방처럼 설리번과 외도에 열중한다. 

이렇게 남편인 카터를 이용하면서 정작 남편을 가정에서 완전히 지우고 있는것이다.

물론 그녀를 사랑하는 설리번에게도 남편과의 이혼은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을것이다.


이후 사건은 돌이킬 수 없이 흘러가지만 카터의 고구마와 헤이즐의 막장짓은 여전하다.

작가는 대체 왜 이 지리멸렬한 막장관계의 부부를 계속 보여주는가...

60년대 미국의 감성과 현대 감성의 괴리가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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