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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평점 :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와 줄 수 있어요?
섹스는 아니고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거 말이에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내가 당신과 똑같을 수 있는지 확신이 안 서네요.
모험에 뛰어드는 의지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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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표현하는 사랑, 우정, 연애, 가족, 모성 등의 개념어들은 그들이 지시하는 대상을 일반화시킴으로써 단순 명료하게 전달하는 반면 그 대상의 진실을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다. 어쩌면 소설은 설명할 수 없는 것, 말로 할 수 없는 것과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켄트 하루프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단순 명확함, 주인공 남녀의 직설적인 대화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말하고 있는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고, 무엇이 움직이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첫 장면부터 사건으로 뛰어드는 단도직입적인 서술, 간결한 단문과 필요한 말만하는 남녀 주인공의 대화 안에 관계와 감정의 모세혈관을 지닌 이 소설은 빠르게 읽히지만 잔상은 아주 오래 남는다.
70대의 두 남녀는 밤마다 한 침대에 누워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캠핑을 하고 낚시를 하거나 차가운 강물에 발을 담구는 하릴없는 시간을 보낸다. 미국의 거대한 자연과 시골 풍경은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기 보다는 두 사람의 배경 막으로 건조하게 묘사되고 이 커플 관계의 내면에 자리한 너그러움과 쓸쓸함으로 채색된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옆집 할머니의 죽음도 일상의 순환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이 두 남녀가 뛰어든 모험은 사랑, 우정, 연민, 매혹, 불안, 상실 등의 언어들을 뛰어넘어, 인간들 사이에 나눌 수 있는 그 무엇이거나 혹은 그 낯익은 단어들 모두를 아우른다.
켄트 하루프 유작 <밤에 우리 영혼은>은 눈에 보이는 세계의 명백함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소설의 의지를 유감없이 발휘함으로써 '승리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