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ar82] 501 위대한 작가들에 대한 리뷰

블로그를 하면서 나의 독서력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모래알 한 움큼 가지고 해변에서 가장 빛나는 걸 가지고 있다고 자만했었다. 진짜 빛나는 모래는 내가 가지 않은 길에 있었는데 말이다.

 

그때부터 도서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이 되어 만난 중학교 동창은 나를 기억하기를, [시몬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이라고 했다.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여러 종류의 잡지를 보는 걸 좋아했는데 그 중 이 책에 대한 기사를 보고 친구 생일에 선물을 해 주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친구가 성장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나에 대한 기억이 한 권의 책이란 사실이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나는 그때부터 도서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모든 작가를 훑어보기란 쉽지 않는 일이다. 왜냐하면 알지 못해 매력을 느끼지 못한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어가는 일이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 있는 작가의 작품을 한 작품이라도 읽는다면 총 몇 년이 걸릴까? 나는 문뜩 새로운 도전에 대한 흥미를 가득 가지게 되었다.

 

몽테뉴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다. 그의 작품 중 <수상록>은 내가 마르고 닳도록 읽은 책이니 말이다. 사람보다는 사색을 즐기고 자연을 벗 삼아 사고하는 그의 세세한 삶에 대한 성찰이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헌데 그는 무를 먹으면 소화불량에 걸리는 것까지 글로 쓸 정도로 자아도취적인 면이 있다고 한다. 사실 책을 통해 진작 알아챘던 것이다. 그럼에도 충분히 우정에 대해서, 거짓말에 대하여, 후회에 대하여, 자만심에 대하여, 분노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말하는 그의 말에 내 생각을 비추는 거울임에는 분명하다. 


 
“굽이치는 소용돌이와 물기둥처럼 씩씩거리며 끓어오르다 급기야 우리를 빨아들인다.”라고 토스토엽스키의 소설들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소감이나 행복한 왕자라는 단편으로 기억하는 오스카 와일드가 ‘풍기문란’으로 투옥될 정도로 자유를 넘어 퇴폐적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크레타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무덤 묘비명은 그의 작품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의 사상처럼 “나는 바라는 것이 없다. 나는 두려운 것이 없다. 나는 자유롭다.”이라고 한다. 그리고 환상과 우화적 성격이 짙은 마술적 리얼리즘 계열의 남미 작가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제 사라마구의 마지막 줄은 <80대의 나이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였지만 이미 그는 고인이 되어 버린 아쉬움이 짙었다.
 

연대별로 분류한 작가와 출생과 스타일 및 장르 그리고 대표작과 덧붙이는 멋진 일러스트 사진들 모두 간단하지만 핵심은 분명했다. 익숙하게 보지 못하는 작가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501명이나 되는 작가들을 선정함에 있어서 공정함과 신중함이 곁들어 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1960년 이후 작가의 경우 J.K.롤링 경우는 의아했다. 헌데 다시 생각해보면 1960년 이후 소개된 작가는 모두 7명. 그건 501명 이후에 계속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그의 선정이 이상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나는 1920년에서 39년 사이의 작품을 가장 많이 읽어왔고 좋아해왔다는 것이다. 한 번도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었는데, 나의 독서력을 파악할 수 있는 점이 더욱 매력이었다.


 

세계문학은 읽기도 즐겁지만 소장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는 품 안에 있는 책들이라는 건, 개인에게 굉장한 위안과 힘이 될 테니 말이다. 이 모든 작가들의 책을 가질 수는 없지만 단 한 권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리라. 무거운 만큼 보는 방법도 다양할 수 있고 읽는 즐거움 외에도 다른 것들을 찾을 수 있어서 앞으로 독서를 하는데 있어 좋은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된다.

 



보르헤스는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이라 했다. 위대한 작가는 이처럼 매번 늘어나고 있다. 갈라지고 갈라져서 이제는 이미 방대한 정보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무언가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것을 찾아야 할지는 다들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다. 혼란스럽고 무질서할수록 우리에게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이 책은 전 세계의 비평가, 작가, 교사, 기자 등으로 구성된 필진이 쓰고 캐나다 토론토대학 비교문학교수인 줄리언 패트릭이 책임 편집한 것이다. 어떤 작품을 읽으라고 알려주지는 않지만 각 작가가 왜 위대한 작가로 인정을 받았고 그들의 책이 왜 읽을 가치가 있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즉,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에 세워진 표지판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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