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인물들-부모나 아이들, 연인들, 친구들, 적들, 형제들, 삼촌들, 이따금 지나치는 사람들-에 대해서 글을 쓰려면 그들을 허구로 만들어야 한다. 그들에게 숨결을 불어넣는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기억하는 것은 다시 또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매번 똑같이 경탄하는 행위다.

 

      영화 '외침과 속삭임(1972) 촬영장에서, 리브 울만() 린 울만(중앙) 잉마르 베리만()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과 노르웨이 배우 리브 울만.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이 대단한 예술가들을 부모로 둔 탓에 넘치는 영감과 황폐한 시간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딸, 린 울만위대한 예술가들을 부모로 둔 아이의 불안한 꿈같은 성장기이자 매혹의 연대기. 소설 [불안]

 

 

베리만 감독의 아홉 자녀 중 막내인 린 울만은 어린 시절부터 매년 여름이면 아버지를 만나러 숲과 양귀비꽃밭, 발트 해에 둘러싸인 아버지의 집을 찾아갔다. 여자아이와 아버지는 48년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매일 오후 3시에 헛간을 개조한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감상했다. 세월이 흘러 딸이 엄마가 되고 아버지는 팔십대 후반이 되자, 두 사람은 늙어가는 일에 대해 책을 쓰기로 계획을 세웠다.

 

딸이 마침내 녹음기를 들고 그 섬에 도착하지만 노령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아버지를 사로잡은 후였다. 아버지의 타계 후, 밀려오는 기억 속에서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다시 상상한다.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아이와 자식보다 더 아이 같았던 부모의 이야기를.


네가 쉼 없이 갈망하고 희망하기를 기원한다.

갈망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사랑과 공간이 만들어 낸

고통스러우면서도 서정적인 기억의 태피스트리.


복잡한 자신의 가족사를 그린 이 내밀한 소설에서 저자는 놀라울 만큼 객관적인 시선으로 기억과 사실을 넘나든다. 죽음을 향해 늙어가는 아버지에 대한 묘사와 특히 노년의 잉마르 베리만에 대한 서술은 흥미롭고도 강렬하다.


잉마르 베리만과 그의 딸 린 울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족사를 회고하고 허구를 능숙하게 섞어 가슴 뭉클하고 블랙유머 넘치게 그린 이 소설은 기억과 상실, 정체성과 예술, 성장과 노화를 그린 한 편의 비가悲歌.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기억과 소속감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가, 부모됨이란 어때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까다롭고, 예민하고, 견딜 수 없는 일들, 그 복잡한 감정과 고통스러운 경험들, 그 어느 것도 미화되지 않은 채 대담하면서 담담하다. 부모의 면모를 샅샅이 드러내는 대목에서조차 꾸준하게 자신의 거리를 유지하며 감정에 시선이 흐려지지 않는다. 영화감독이었던 아버지가 테이프를 자르고 붙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던 것처럼, 저자는 자신의 언어로 전체 이야기를 주조하고 자르고 붙여나간다



나는 아버지의 자식이자 어머니의 자식이었지만 두 분의 자식이 아니었다. 우리는 결코 셋이었던 적이 없다. 그래서 내 책상에 늘어놓은 사진들을 죽 살펴보면 우리 세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 어머니가 있고, 아버지가 있고, 내가 있을 뿐이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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