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3)

물론 일본이 가진 내부적 역량이 근대화를 성공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요인을 찾자면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를 시도한 동아시아 삼국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게 성공한 까닭은 결국 이 좋았기 때문이다.


(37)

비스마르크는 이 포위된 지정학적 위치를 외교로 극복해낸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비스마르크를 존경했고, 그를 늘 모범으로 삼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외교와 협상을 통해서 자국의 이익을 늘려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형식과 절차를 갖춰서 차근차근 접근해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토 히로부미가 전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류큐국(지금의 오키나와)을 복속시킨 것도, 대만을 식민지로 만든 것도, 한국을 식민지 직전까지 몰고 간 것도 모두 전쟁을 기반으로 해서 얻은 결과다. 이토 히로부미는 전쟁의 결과 얻어낸 권한을 가지고 큰 잡음 없이 식민지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지 식민지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40)

외교관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는 피를 흘리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목적을 얻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일전쟁 직전 러시아와 비밀 회담을 가지고 전쟁을 막아섰던 것은 그가 평화주의자거나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져서가 아니라 냉정하게 이해타산을 따지는 현실주의자였기 때문이다.


(51)

또한 이순신 장군이 입고 있는 갑옷은 조선식 갑옷이 아니라 중국식 갑옷이다. 그리고 제작자 측에서는 현충사에 있는 칼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순신 장국의 손에 들려 있는 칼은 실제 이순신이 사용한 조선식 쌍룡검이 아니라 일본도다. 그런데 이 칼이 일본도인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칼을 쥐고 있는 손이 오른손이라는 사실이다. 오른손에 칼을 든 것은 명백한 패장(敗將)의 항복을 의미한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우리 민족의 기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패배의 역사를 보여주는 절망적인 조형물일 수도 있다.


(97)

그런 일본이 안중근 장군의 M1900 권총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M1900은 증거품으로 분류돼 일본 검찰에 넘어갔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일본 본토로 옮겨졌다. 이후에도 계속 일본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 총이 사라진다. 일본은 관동 대지진 당시 분실했다고 주장한다. 1923 9 1일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뒤이은 사회적 혼란과 수습의 과정에서 M1900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과연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169)

2차 세계대전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한국전쟁에도 사용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제식화기로 쓰인 BAR나 현재까지도 쓰이는 MG50 같은 총들은 예비군으로 복무해본 이라면 익숙한 무기일 것이다. 한국은 MG50을 기반으로 하여 K-6 중기관총을 만들었는데, 거의 MG50을 베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 최고의 총기 회사라 할 수 있는 윈체스터, 레밍턴, 콜트, 그리고 벨기에 FN사와 함께하며 시대를 뛰어넘는 역작들을 만들어낸 사람이 존 브라우닝이었다. 분명 브라우닝이 없었다면 현대 자동화기의 역사는 다른 식으로 쓰였을 것이다.


(188)

우리는 안중근 장군의 하얼빈 의거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당시 조건들을 현실에 그대로 대입해 보면, 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표적의 노출 면적은 상당히 적었고, 러시아군 덕분에 시야도 제한됐다. 결정적으로 표적이 이동했다. 이동하는 이토 히로부미의 측면(오른쪽 상박)을 노리는 것, 그것도 시야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일곱발을 발사해 표적 넷에 여섯 발을 맞혔다는 것은 당시로서도, 지금으로서도 신기(神技)에 가까운 능력이다.


(219)

인생은 어쩌면 간단한 것이다. 인생을 걸어볼 만한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 무엇인가가 가리키는 대로 나아갈지, 아니면 저어할지 선택하는 것.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안중근 장군은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 그의 짧은 인생을 안타까워하지만, 어쩌면 그는 여든, 아흔을 사는 현대의 우리보다 훨씬 더 깊고 진한 인생을 산 것인지도 모른다.


(238)

1939 10 16일 박문사에서 있었던 이 이벤트는 조선총독부의 작품이다. 격화되는 전쟁 앞에서 내선일체를 외치던 일제로서는 안준생과 이토 분기치의 만남과 화해가 더없이 훌륭한 이벤트가 될 수 있었다. “조선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안중근의 아들이 30년이 흘러 아버지의 죄를 사죄하는 모습이것은 그 자체로 한일 병합의 정당성과 내선일체의 당위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은 철저히 기획했던 이벤트다. 안준생과 이토 분기치가 박문사 단상에서 처음 만났을까? 아니었다. 이들은 이미 조선호텔에서 만나 박문사에서 어떤 동선으로 움직일지 이미 을 맞춰 놓고 박문사로 향했던 것이다.

그리고 조선총독부가 기획한 이벤트는 기대했던 효과를 냈다.


(239)

포기했을 때 패배가 시작된다. 독립에 대한 갈망이 있을 때는 아무리 희망이 없더라도 싸울 수 있다. 그러나 하나둘 무너지며 희망이 체념으로 변하면, 달아올랐던 독립에 대한 열망도 사라질 것이다. 내선일체의 진정한 목표는 우리 민족의 체념이었다.


(301)

어떤 역사학자가 내게 건넨 말이다.

한국사에서 꼭 찾아야 할 무기가 세 점 있다. 첫째는 신궁이라 평가 받는 태조 이성계의 어궁(御弓)’이다. 태조 이성계가 고려 장수 시절부터 수많은 전투에 사용하던 실전용 활로서 일제시대까지 함흥본궁에 남아 있다가 사라졌다. 둘째는 충무공 이순신의 실전검인 쌍룡검(雙龍劍)’이다. 마찬가지로 일제시대까지 종가에 전해지다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안중근 장군의 ‘M1900’이다. 이 세 점의 무기는 한국사에서 꼭 찾아야 할 유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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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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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김민형 교수님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학창 시절에 수학을 좀 좋아했던 편이라서, 수학 관련된 책이라서 읽었는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그냥 그렇게 읽었단다. 그래서 후속편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 나와도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단다. 그런데 엄마가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우리 집에 있냐고 물어보더라. <수학이 필요한 순간>만 없고,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는 없다고 이야기를 했지. 엄마도 읽어보시겠다는데 사 드려야지.

그리고 책이 집에 도착을 하고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이런 책은 조용한 공간에서 좀 집중을 해서 읽어야 좀 이해가 가는데, 번잡한 출퇴근 시간에 주로 읽어서 그런지 집중도 잘 안되고 그랬단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수학을 배우기 시작하고, 대학에 들어갈 때도 상당히 중요한 과목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과목이고, 어떤 학과에서는 대학에서도 계속 공부해야 하는 과목. 직접 활용하기도 하지만, 많은 학문의 기초가 되는 수학. 그런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이 있단다. 수학은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수학을 쉽다는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적을 거야. 그런 수학을 일반 사람들에게도 쉽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한 책이 이번에 읽은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이란다. 세미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제로 김민형 교수님이 여러 분야, 여러 세대를 포함한 분들과 함께 세미나 형식의 모임을 갖기도 했다는구나. 그래서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기는 좋았단다.


1.

이 책을 읽다 보니 아빠도 학창 시절에 배웠던 수학들이 생각이 나더구나. 원의 면적이나 구의 면적을 증명하는 것을 예전에 봤었을 텐데, 다시 보니 새롭고 재미있더구나. 원의 면적을 구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생각해 낸 사람은 아르키메데스라는 유명한 고대 철학자이자 수학자란다. 원의 면적이라는 것이 결국은 원둘레를 밑변으로 하고 반지름을 높이로 하는 삼각형의 면적과 같다라는 것을 증명했단다. 이것을 증명하는 것이 책에 나오는데, 그런 생각을 해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구면적도 원기둥에서 아랫면과 윗면을 뺀 옆면의 면적과 같다는 것도 증명했단다.

고대의 수학은 대부분 기하학을 이용해서 설명하려고 했다는구나. 타원형 같은 경우도 원뿔을 자른 모양이라고 설명을 했대. 너희들이 고등학교에 가면 타원형을 x y의 식으로 나타나는 것을 배울텐데 현대의 수학에서는 기하학보다 수와 함수를 많이 이용한다고 하는구나. 이 책에서는 참과 거짓에 대한 논리학을 이야기해주기도 했는데, 이것은 컴퓨터의 기초가 되기도 한단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대학교 때 들었던 논리학 수업이 생각나더구나. 함수 이야기를 할 때는 삼각함수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 삼각함수의 덧셈공식도 설명해 주었었어. 고등학교 시절에 참 많이 헛갈렸던 삼각함수의 덧셈공식, 뺄셈공식들…. 수학 문제가 어렵게 나온다면 삼각함수가 포함되어 있는 문제들이 있었지. 틀리기 일쑤지만 그런 어려운 문제를 풀어 답을 찾았을 때의 쾌감마저 떠오르더구나.

그리고 고등학교 수학 때 어려운 분야 중에 하나가 벡터 분야가 있었단다. 방향과 힘을 동시에 포함하기 위해 도입된 벡터. 물리에서도 등장하는데, 수학에서 문제를 어렵게 내면 정말 어려웠던 기억이 있단다. 고등학교 때 어려운 수학문제만 모아놓은 문제집이 있었는데, 그 문제집에서 아빠가 가장 어렵게 생각했던 분야가 벡터였던 걸로 기억해. 참 좌절감 많이 느끼게 하는 문제점이었지. 오늘은 책 이야기를 하는데, 자꾸 아빠의 학창시절을 자꾸 이야기하게 되는구나.^^

책의 내용은 뒤로 갈수록 점점 어려워졌단다. 확률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3차원이 아닌 4차원 그리고 그 이상의 다차원을 숫자로 표시한 방법도 이야기해주고, 소리와 파동을 수식으로 나타날 때 많이 쓰는 푸리에급수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 이 부분은 아빠가 오래 전에 읽은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이라는 책이 생각나더구나. 그 책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는 내용을 적은 책이었는데, 그 책도 나쁘지 않았지. 역시 수학은 범위도 넓고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구나.


2.

요즘 shawn이 로봇에 관심이 많고 코딩도 배우고 있잖니, 코딩을 배우다 보면, 알고리즘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알고리즘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

(124-125)

규칙의 기계적인 적용만 이용해서 하는 작업을 보통 알고리즘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을 거의 동일시하죠. 알고리즘은 아주 단순한 단계의 축적으로 이루어진 명령의 조합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가 알고리즘이라고 보는 것들이 아주 오래전 기록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기원전 2500년경 바빌로니아에 원시적인 나눗셈 알고리즘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곱셈 알고리즘, 최대공약수 알고리즘, 소인수분해 알고리즘 등을 생각할 수 있죠. 알고리즘이라는 말 자체는 중세 이후 16시기경까지 유럽 대학에서 수학 교재로 널리 사용되던 책 <복원과 대비의 계산>을 쓴 알 콰리즈미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

….

이 책에는 원주율을 구하는 방법도 설명해주고 있는데, 갑자기 너희들이 심심풀이로 원주율(π)을 외운 일이 생각나더구나. 아빠는 여전히 3.14까지밖에 모르는데 너희들은 3.14 그 아래 몇 자리까지 더 외웠잖니. 아직 까먹지 않고 있니?^^ 책에는 더 많은 내용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런 전문적인 내용을 다시 전달해줄 능력이 없어서 오늘은 이상으로 짧게 마치련다. 아빠가 나중에 다시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을 발췌해서 따로 정리해 두었는데, 너희들도 이 책을 다 읽지는 않더라도 그 부분만 같이 읽어도 좋겠더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 출간된 많은 독자가 보내온 고마운 피드백 덕분에, 비전문가에게 수학적 사고를 설명하는 과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숙고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또 방금 보았듯이 어떤 정의가 모호해질 때마다 가능한 모든 정의를 모아놓은 집합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고등한 개념적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세이온은 일종의 연구소 같은 곳으로, 지중해 방방곡곡과 중동 등지에서 모인 다양한 학자, 물리학자나 수학자 들이 각종 시인, 문인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학술 활동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지금의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일생의 대부분을 거기서 살았지만, 공부는 알렉산드리아에서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아르키메데스가 알렉산드리아에서 수학하던 때에 유클리드에게서 배웠다고도 합니다. 이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알렉산드리아에서 굉장히 많은 과학적 지식을 습득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유클리드라는 인물이 실제 존재했는지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확인하기는 어렵겠지요. 당대 수많은 학자가 교류했던 무세이온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하는 현대 도서관이 2002년 이집트 정부와 유네스코의 후원으로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 P53

이런 원리는 학교 교육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수학의 기본 개념을 조심해서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깊은 생각 없이 효율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보여줄 필요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해진 형식을 따라 저절로 푸는 것도 중요한 훈련이니까요. 수학의 학습은 피아노 연주 같은 면이 있습니다. 기초 기술을 습득하면 반복 훈련을 해야 하고, 그게 익숙해지고 나면 그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말입니다. 흔히 수학 공부에서 암기가 중요한가 원리 파악이 중요한가 하는 질문에 제가 늘 둘 다 중요하다고 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명료한 사고가 반드시 원리를 아는 사고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 P98

세상에 대한 이론을 만드는 일에는 명제를 분석하는 것과 생성하는 것 모두 필요합니다. 여기서의 생성은 앞서 이야기한 명제의 합성과 논법의 적용을 둘 다 포함합니다. 이론가들이 원하는 완벽한 이론이란 분해와 생성 과정이 어디선가 만나는 경우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이론은 없고, 궁극적으로 가능한지도 불분명합니다. - P185

크세나키스는 작곡할 때 확률론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피아노 곡을 쓸 때 먼저 88개의 음 가운데 ‘이 곡에서 이 88개의 음을 다음과 같은 분포로 사용하겠다’ 정한 뒤 작곡을 하는 겁니다. 가령 ‘도’는 전체 음의 12%가 나오고, ‘레’는 14%, ‘미’는 37% 나오게 하는 식으로 분포를 정한 다음 작곡을 하는 거죠. 음뿐 아니라 박자, 화음, 시간 등의 음악적 요소들을 물리적인 입자와 유사하게 여기는 작곡철학과 관계 있습니다. <확률의 작용>이라는 곡에서는 맥스웰 볼츠만 분포를 많이 사용했는데요, 이는 이상 기체 안에 있는 입자들의 속도 분포를 말합니다. 이를 작품에서 선율의 속도 분포에 사용한 것이죠. - P353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것 같지만 핵과 전자 사이, 원자와 원자 사이가 비어 있는 것이 아니고 광자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광자의 압력 때문에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적당한 설명인 듯합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손으로 만지는 것이 귀로 듣는 것보다는 눈으로 보는 것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물체가 손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빛 때문이라는 의미에서입니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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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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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의 관심분야 중에 하나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이 두 가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보면 볼수록 신기함 가득한 이론들이라서 관심을 끊을 수가 없단다. 그것들에 관한 책들도 여럿 읽었는데, 새로운 책이 있다면 또 관심을 갖게 된단다. 이번이 읽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라는 책도 우연히 책 소개를 읽어 보고 리스트에 포함한 책이란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관한 내용을 소설로 썼다고 하는구나. 문득 예전에 읽은 <클링조르를 찾아서>라는 소설도 생각이 나는구나. <클링조르를 찾아서>는 양자역학에 과한 소설이었는데, 참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거든.

아무튼 그런 연유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라는 책을 읽었단다.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 대충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이해가 좀 갔어. 이 세상 사람 중에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리차드 파인만의 말에서 따온 것 같았어. 우리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작은 미립자들 세상의 기본 원칙인 양자역학을 이해하려 하지 말라는 의미로 보였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벵하민 라바투트라는 사람으로 요즘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이름 외우기는 포기해야겠구나. 네덜란드에서 태어나서 헤이그, 부에노스아이레스, 리마 등에서 자랐고, 지금은 칠레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구나.


1.

이 책은 하나의 장편인줄 알았는데, 실존했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그런데 그 에피소드들이 완전 독립적이라기 보다는 가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어.

첫 번째 이야기는 독극물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프리츠 하버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야기를 읽고 나면 이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프리츠 하버는 1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되어 많은 사람들을 죽인 염소 가스를 개발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이 사람은 한편으로 공기 중 질소를 추출해 내는 방법을 알아내어 식량 증식에 엄청난 기여를 하여 굶어 죽는 사람들 대거 줄이는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는구나. 위대한 과학자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데 이 사람이 딱 그런 사람이로구나. 그런데 그가 죽기 전에 공기 중에서 질소를 추출한 것을 두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하는구나. 독가스로 사람 죽인 것 때문이 아니고 말이야이유는 자연의 평형을 깨뜨렸다는 이유로큰 그림을 본다고 해야 할까? 참 몰인정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

(42)

프리츠 하버가 죽을 때 지니고 있던 몇 안되는 소지품 중에는 아내에게 쓴 편지가 있었다. 편지에서 그는 견딜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질소를 뽑아내는 자신의 방법이 지구의 자연적 평형을 무지막지하게 교란하는 바람에 인류가 아니라 식물이 세계를 차지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단 몇십 년 동안이라도 인구가 산업시대 이전으로 감소한다면 인류가 공급한 잉여 영양소 덕에 식물이 무한히 증식하여 지구에 두루 퍼지고 땅을 완전히 뒤덮어 모든 생명을 끔찍한 초록 아래 질식시킬 테니까.

====================

….

슈바르츠실트라는 과학자가 있었어. 그는 과학자이지만, 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자원하여 군입대를 하게 된단다. 전쟁 와중에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보게 돼. 그리고 이 놀라운 방정식에 감탄을 하고, 즉시 그것에 대한 정확한 해를 구하게 된단다. 그리고 자신이 푼 일반상대성 방정식의 해를 아인슈타인에게 편지로 보낸단다. 아인슈타인도 그 편지를 보고 깜짝 놀랬어. 자신이 발표한 지 한 달 밖에 안되었는데, 전쟁 중에 그 해를 풀어내다니슈바르츠실트의 해는 오류가 없어 보였어. 하지만 그의 해에 따르면 시공간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형성되는 것이 있었어. 그때는 몰랐지만 그것은 블랙홀의 가능성을 주장했던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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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일반적인 항성의 경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공간은 아인슈타인의 예측대로 완만하게 휘어졌으며 항성 본체는 마치 해먹에 누운 두 아이처럼 함몰부 중앙에 떠 있었다. 문제는 거성이 연료를 다 써버려 붕괴하기 시작할 때처럼 너무 큰 질량이 매우 작은 면적에 집중될 때 일어났다. 슈바르츠실트의 계산에 따르면 그런 경우에는 시공간이 단지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찢어진다. 항성이 짜부라들어 밀도가 계속 커지다보면 중력이 너무 세지는 바람에 공간이 무한히 휘어져 스스로를 감싸고 만다. 그 결과는 우주의 나머지 부분과 영영 단절되어 빠져나갈 수 없는 심연이다.

사람들은 이를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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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슈바르츠실트는 온몸에 수포가 생기는 천포창으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

수학이란 참 이상한 점도 있어. 두 수의 합의 일반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a+b=c 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를 해도, 이것을 증명한다니… a+b=c가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빠는 처음 알았단다. 아무튼 이것을 일본의 모치즈키 신이치라는 사람이 2012년 증명을 했다면서 블로그에 논문을 첨부 파일로 올렸다고 하는구나. 보통 이런 증명은 유명한 학술지에 발표를 할 텐데,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는 것부터 모치즈키라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구나. 아무튼 그가 올린 a+b=c를 증명하는 논문 때문에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고 하는구나. 그 논문이 맞냐 안 맞냐는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대. 그런데 모치즈키가 그 증명에 대한 강연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강연을 취소하고 블로그에 오렸던 논문도 모두 삭제를 했대. 그가 이렇게 괴짜 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는 모치즈키가 정신적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그로텐디크 때문일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로텐키트는 엄청난 수학 천체였는데, 평생 은둔하면서 수학만 연구했던 괴짜 수학자로 불렸거든아참, 그런데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모치즈키의 대학 시절을 이야기했는데, 그때 룸메이트로 김민형이 나오는데, 그 김민형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학자로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를 역임했던 그 김민형 교수님 같았단다. 모치즈키도 수학자이고 김민형 교수님도 수학자이고 연배도 비슷해 보였거든. 그래서 김민형 교수님의 약력을 찾아봤더니 프린스턴 대학교를 나오시지는 않았네소설 속 허구인물인가?


2.

네 번째 이야기는 책의 제목과 같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란다. 이 부분이 아빠가 기대했던 양자역학에 얽힌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들이 담겨져 있었단다. 아빠가 그 전에 읽은 양자역학에 관련된 책들에서 대부분 나왔던 내용들이었단다. 특히, <퀀텀 스토리>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많이 나왔어. 마치 그 책의 일부분을 소설로 각색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하이젠베르크가 꽃가루 알레르기로 헬골란트 섬으로 요양 갔다가 그곳에서 행렬역학을 통해 양자역학을 증명한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빛의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주장한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프랑스 드 브로이 공작이 원자도 빛처럼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졌다고 하는 주장한 이야기, 드 브로이가 던진 이 아이디어에 번뜩 깨달음을 깨달아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을 파동함수로 정리한 이야기도 소개해준단다.

하이젠베르크는 같은 물리학자들도 어렵게 생각하는 행렬역학을 이용하여 양자역학을 설명하는데, 슈뢰딩거는 비교적 쉬운 파동함수로 설명을 하니, 하이젠베르크가 반발하기도 했지. 한동한 패배감에 빠져 안 먹던 술도 먹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양자역학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제5회 솔베이 회의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단다. 5회 솔베이 회의에서 하이라이트는,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보어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학파와 아인슈타인의 논쟁이었단다. 그 이야기도 소설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어.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되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이 이 논쟁에서 졌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이 책에 나온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알고 있던 내용이었으나, 이렇게 소설로 읽으니 생생함이 더 느껴지기도 하는구나. 이 소설에서도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이야기하며, 양자역학은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떨어진 이론이라고까지 이야기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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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전 세계를 장악한 스마트폰 뒤에는, 인터넷 뒤에는, 신과 같은 연산 능력이라는 가슴 벅찬 약속 뒤에는 양자역학이 있다. 양자역학은 우리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우리는 양자역학을 이용할 줄 알며 양자역학은 마치 신기한 기적처럼 작동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막론하고 단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정신은 양자역학의 역설과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양자역학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떨어진 이론 같아서 우리는 유인원처럼 그 주위를 뛰어다니고 만지작거리고 노리개로 쓸 뿐 결코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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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는 앞서 모치즈키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왔던 그로텐디크를 연구했다가 그의 연구가 너무나 뛰어남을 알고 자신을 연구를 접은 한 정원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마치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구나.

과학과 소설이 만난 듯한 이런 소설을 아빠가 좋아하는 모양이다. 예전에 읽은 <클링조르를 찾아서>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책도 좋았단다. 이런 장르의 책들이 또 있는지 함 검색해봐야겠구나. 아빠가 가끔 유튜브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동영상을 보면, 너희들도 같이 보곤 해서 아빠가 설명을 좀 해주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구나. 앞으로는 그냥 같이 영상을 보자꾸나. ㅎㅎ


PS:

책의 첫 문장: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전날 밤 건강진단에서 의사들은 나치 지도차 헤르만 괴링의 손톱과 발톱이 새빨갛게 물든 것을 발견했다.

책의 끝 문장: 하지만, 정말이지, 누가 그러고 싶겠는가?


나치가 강제 수용소에서 사용한 독가스의 전신인 치클론A는 수십 년 전 캘리포니아 오렌지 살충제로 뿌려졌으며 멕시코인 수만 명이 미국에 밀입국하려고 몰래 탑승한 기차의 이를 구제하는 데 쓰였다. 객차의 나무판은 고운 파란색으로 물들었는데, 오늘날까지도 아우슈비츠의 벽돌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색깔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시안화물의 진짜 기원은 1782년에 최초의 현대적 합성 안료 프러시안블루에서 분리된 부산물이다. - P16

이 새로운 파동역학의 중요성을 감히 부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은 빌라 헤어비히 요양원에서 슈뢰딩거의 골머리를 썩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파동 함수가 실재에 대해 실제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처음으로 질문을 던진 사람 중 하나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썼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론이다. 인류가 발견한 것 중에서 가장 완벽하고 정확하고 우아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뭔가 기이한 구석이 있다.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하는 듯하다. 자신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내가 보여주는 세상은 당신이 나를 적용하명서 생각하는 세상과 같지 않다고." 슈뢰딩거는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개념을 설명하는 일에 열중했으며 어딜 가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 P200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의 새 개념을 뒷받침하는 수학적 근거를 적어둔 종이를 꺼내 건네자 보어는 눈밭에 앉아 읽었다. 하이젠베르크에게 영원처럼 느껴진 시간 동안 보어는 말없이 계산을 검토했으며, 다 끝나자 일어나는 것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추위를 떨치려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보어는 이것이 실험적 한계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냐고, 기술이 발전한 미래 세대는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것은 물질 자체에 관계된 것이고, 만물이 창조되는 방식을 지배하는 원리이며, 어떤 현상이 완벽하게 정의된 특징들을 한꺼번에 가질 가능성을 배제하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애초 직관은 옳았다. 양자의 실체를 ‘보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양자가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양자의 성질들 중 하나를 규명하면 다른 것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양자계를 기술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림도 은유도 아니라 숫자의 집합이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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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16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이 책 읽다가 포기했거든요. 진짜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북홀릭님 리뷰를 보니까 다시 읽으면 왠지 알아들을거 같은 느낌이 막 드네요. 이 책을 읽기에 좋은 길잡이 리뷰입니다. ^^

bookholic 2023-02-18 00:38   좋아요 1 | URL
최근 들은 칭찬 중에 가장 기분 좋은 칭찬입니다...^^
책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11)

이 책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인쇄하였습니다. 표지와 본문에 FSC© 인증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FSC 인증은 산림자원 보존과 환경 보호를 위해 국제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에서 만든 산림 관련 친환경 국제 인증입니다. 환경, 사회,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보증하여 책임 있는 관리를 촉구하고 난개발을 방지합니다. 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해 숲과 야생 동물을 모두 보존할 수 있습니다.


(35)

가장 큰 탄소흡수원(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는 곳. 산림과 해양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생태계적 장치는 물, 바다이다. 수면이 넓으면 넓을수록 이산화탄소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데, 바다는 지구 수면의 75%가량 차지하고 있어 가장 규모가 크고 흡수력이 대단하다. 그러니 기후변화가 속도를 더할수록 바다는 빠르게 산성화되는 것이다.


(42)

이것이 환경 문제의 핵심이다. 경제 활동의 외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어떤 일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그것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말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화석 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음에도 원자력 에너지가 값싸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을 들 수 있다. 훗날 원자력 발전소를 닫는 데 들어가는 최소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 방사능 유출과 그로 인한 땅과 바다의 오면, 오염 때문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병과 막대한 치료비는 우리가 말하는 경제안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106)

해결책은 분노에 있다. 우리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이미 1950년대부터 알고 있었다. 또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 그것도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1970년대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어떤 일을 했을까? 석유 기업과 석유를 이용한 다른 대기업들은 로비를 통해 업체를 띄우고 환경 이슈를 파묻는 일을 계속해나갔다. 기후위기가 거짓이라는 식의 날조된 연구를 발표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심각한 환경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142)

지구를 위해 실천해야 할 10가지

1.여름 냉방은 1도 높게, 겨울 난방은 1도 낮게 설정하기

2. 과대포장한 제품, 선물세트 등 피하기

3.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페트병 대신 투명페트병을 사용하고 분리배출하기

4. 플라스틱 통은 여러 번 재사용하기

5. 음료 마실 때 빨대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하지 않기

6. 수도꼭지를 잘 잠그고 샤워 시간 줄이기

7. 화장지, 종이, 가구 등 모든 목재 및 임산물에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라벨 확인하기(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숲과 야생동물을 모두 보전할 수 있다)

8. 종이를 절약하여 사용하고 재활용하기

9. 가능한 걷거나 자전거 및 대중교통 이용하기

10. 어린 생선(풀치, 노가리, 총알오징어 등) 구매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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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케이마트, 시어즈 등 대형마트를 보통 빅박스스토어(big box store)라고 한다. 어디서든 똑같은 사업 모델을 적용하고,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건물을 네모난 모양으로 지어 꼭 커다란 박스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맘앤팝스토어(mom-and-pop store)라고 하는데 엄마, 아빠가 운영하는 가게라는 의미이다. 대기업의 빅박스스토어가 들어오면 소규모 가게들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버몬트의 많은 지역의 형태와 면적, 시스템을 규제해 대형마트의 진출을 통제한다.


(175)

겨울이나, , 우유를 짜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밖에서 생활하는데도 아침이면 밖에 나가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 축사에서만 길러지는 소들이 얼마나 괴로울까 싶다. 고등학교 때 경험한 농장은 소를 자유 방목하는 방식이었지만, 실제 축산업의 상당수는 대규모 공장식으로 운영된다. 동물들은 분뇨로 범벅이 된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된다. 자연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해져 많은 항생제를 먹고 마시고 맞아야 한다. 우리가 먹는 많은 고기는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른다. 과연 인간이 다른 종에게 이런 병적인 삶을 강요할 수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참담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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