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링조르를 찾아서 2
호르헤 볼피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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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그럼 <클링조르를 찾아서>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이야기의 큰 줄기는 1권의 독서편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히틀러의 최측근 과학자이면서 독일의 원자탄 프로젝트를 배후에 이끌었던 클링조르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었어. 중후반으로 가면서 클링조르가 누구인지는 눈치챌 수 있었단다. 가장 아닐 것 같은 사람.. 바로 그 사람이지

이 소설은 소설을 이용하여 20세기 초반 빠르게 발전했던 핵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이 독특하고 좋았단다. 1권 이야기하면서 지은이가 그냥 멕시코 사람 호르헤 볼피라고만 했는데, 어떤 사람인가 다시 지은이 소개를 자세히 읽어보았단다. 당연히 자연계열 전공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법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는구나. , 그럼 지은이는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이었던 것인가놀랍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바로 직전에 읽었던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많이 나왔단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미리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단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책들을 몰아서 읽는 것은 이런 장점이 있는 것 같구나. 이왕 이렇게 된 것, 올해는 현대물리학에 관련된 책들을 자주 읽는 계획을 세워볼까?

1.

그럼 2권 이야기를 해줄게. 주인공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는 하이젠베르크를 찾아갔잖아. 그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누구인지는 안다고 했어. 양자역학 분야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란다. 하이젠베르크가 행렬역학을 통해서 최초로 양자역학을 설명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양자역학의 역사에 있어 하이젠베르크와 함께 이야기되고 또는 비교되는 한 사람이 있어. 바로 슈뢰딩거라는 사람이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사람인데, 앞서 읽은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도 슈뢰딩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잖아. 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보다는 시기가 아주 조금 늦었지만,  양자역학을 비교적 쉬운 수식으로 이루어진 파동역학으로 설명을 해냈단다.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양자역학을 설명했지만, 살아온 길과 사는 방식에서 많이 차이가 나서 둘은 많이 비교가 되었대. 이 소설에서도 그 둘을 비교를 하는 부분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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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비엔나 토박이인 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와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1888년생으로 그보다 열세살이 많은 이 물리학자는 매우 사교적이고 여자를 좋아했다. 슈트라우스의 왈츠 같은 생활 철학을 지닌 신사이자 도락가였다. 술과 여자 그리고 음악. 하이젠베르트가 물리학의 금욕주의자였다면 슈뢰딩거는 대표적인 쾌락주의자였다. 두 사람의 인생행로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젊은 시절 슈뢰딩거가 새로운 양자이론에 눈길도 주지 않은 반면,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이론과 함께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위대한 첫 발견을 세상에 발표했을 때 슈뢰딩거는 취리히 대학의 평범한 교수에 불과했던 데 반해 일찌감치 신동이란 평을 들었던 하이젠베르크는 이미 물리학의 대가들로부터 사랑과 비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스물다섯 살에 벌써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지만 슈뢰딩거는 서른일곱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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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들은 대척점에 있었고,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양자역학의 한가지 특징인 양자도약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해서  하이젠베르크와 그의 스승이자 동료인 보어는 슈뢰딩거를 비판했다고 하는구나.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슈뢰딩거도 찾아갔어. 이 여행길에는 프랜시스의 애인 이레네도 동행을 했는데 링스 교수는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슈뢰딩거와 인터뷰를 했는데 슈뢰딩거는 자신의 수식이 훨씬 간단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지지지를 했다고 했어. 변방에 있던 자신이 그런 업적을 내서 하이젠베르크와 보어가 시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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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그런 건 아무 상관없어. 정말 중요한 건 결국 물리학자들이 원자를 연구하는 데 더 적합한 방법을 택할 거란 사실이지.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건 수학적으로 훨씬 간단명료한 내 방법이야. 나의 방법이 하이젠베르크의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는 걸 깨달은 물리학자들이 너도나도 내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하이젠베르크의 친구인 파울리조차도 내 공식의 단순성에 감탄했지. 모든 물리학자들이 그렇게 이성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정말 유감이야. 그들은 그렇게 간단할 수도 없다고 믿었던 것 같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에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비엔나 출신의 아웃사이더가 그들을 능가한다는 걸 차마 눈뜨고 인정할 수가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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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와 만남에서도 중요한 단서를 찾지는 못하고 다시 돌아왔단다.

2.

, 이번에는 닐스 보어를 만날 차례야. 전쟁 중에 미국에 갔다가 지금은 덴마크 코펜하겐 연구소에 있었어. 1920년대 코펜하겐 연구소에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을 비롯하여 핵물리학에 지대한 성과를 냈었지.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전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것인데,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에 전자는 물리학자들을 무척 괴롭혔단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었거든. 이 소설에서도 전자를 악당이라고 표현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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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전자란 뭘까? 물리학자들은 그것을 무슨 악당인 것처럼 여긴다. 수없이 많은 범행을 저지르고 도망쳐버리는 사악하고 간교한 존재. 전자는 대단히 영리하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놈을 추적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그의 교묘한 도피 행각에 부딪혀 좌절했다. 곡예사처럼 훈련된 전자는 우리의 눈에 띄지 않게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다. 또 적들이 접근하면 지체 없이 쏴 죽이지만 추적자들에게 언제나 명확한 알리바이를 제시하기 때문에 번번이 혐의해서 벗어나곤 한다. 심지어 단독범행이 아니라 거대한 집단을 이루어 범행을 저지른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전자가 자아 분열을 일으킨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전자가 개별자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집단적 개체로서 행동한다면서. 주어진 공간을 휘젓고 다니며 충동적으로 약탈을 일삼는 폭력적인 집단, 욕망과 쾌락의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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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가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에 의해 전자라는 것이 이론적으로 동시에 여러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어. 그것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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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양자역학이다. 이것은 이 악당의 체포전략을 결정적으로 개선시키려는 추적자의 안타까운 노력의 결실이었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추적자 한 사람(어쩌면 두 사람)의 노고로 만들어진 이 새로운 전략은 무엇보다도 전자가 숨어 있는 위치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예전의 방법은 이 악당이 범행을 저지른 지점에서부터 추적해 들어가려고 했던 반면, 양자역학은 통계적 방법을 사용해 범인의 은신처로 가장 확률이 높은 장소를 미리 찾아내는 것이었다. 전자는 거의 마법적인 능력을 소유한 존재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론적으로 전자는 동시에 여러 장소에 있을 수 있다. 어두운 거리에서 극히 짧은 순간 형체를 포착한 것이 우리가 그의 정체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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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그렇게 서로 도움을 주었는데,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하고 코펜하겐 연구소를 떠나 라이프치히 대학 교수로 가면서 소원해졌다고 했어. 그리고 하이젠베르크는 전쟁 후에 원자탄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 한 번만 만났다고 했어. 1941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고 했어. 그때 이미 보어는 연합군측 과학자였고,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측 과학자였어. 양진영에서 진행되고 있는 원자폭탄 프로젝트를 막으려고 했던 것인지 진행사항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고 했었는지는 모른다고 했어.

어찌되었건 원자탄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하이젠베르크…. 지금까지 나온 과학자들 중에 클링조르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었단다. 소설도 그렇게 유도해 가고 있었어.

3.

링스 교수가 이레네를 의심했어. 아무리 프랜시스의 애인이지만, 지나치게 클링조르에 관심이 많았거든. 링스 교수가 이레네를 미행하고, 이레네가 러시아의 스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프랜시스에게 알려주었어. 프랜시스는 배신감에 빠져 화를 냈는데, 이레네는 놀라운 이야기를 했단다. 도대체 클링조르가 누구인지 정말 눈치채지 못했냐고 반문했어. 도대체 누군데? 누구긴 링스 교수지

….

링스 교수가 교수가 되기 이전의 이야기는 1권에서 잠시 이야기해주었잖아. 절친 하인리히가 군대를 가고 나서 절교 수준으로 연락을 끊었다고…. 하지만 하인리히의 아내 나탈리아와 계속 교류를 했어. 링스의 아내 마리안네와 나탈리아가 절친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나중에 관계가 이상해지기까지 했어. 링스가 나탈리아와 사랑하게 되는 거지.

그런데 어느날 아인리히가 갑자기 찾아왔어. 링스는 나탈리아와 관계가 들통이 난 것인가 걱정했는데, 아인리히가 온 이유는 다른 이유였어. 아인리히는 히틀러 암살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데, 같이 동참해달라고 했어. 링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히틀러 암살 작전명은 발퀴레 작전으로 유명하단다. (<발키리>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어.) 이 작전은 성공을 할 수도 있었는데, 몇 개의 계속된 우연으로 계획이 조금씩 틀어지고 일정도 한 번 연기되고….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실패하고 말았단다. 이 모반에 참여했던 대부분이 처형을 당했는데, 링스는 살아남았어. 그 이유를 링스는 재판을 받을 때 재판소가 폭격을 당해서라고 했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던 거야.

프랜시스는 이레네의 설명을 듣고 수긍을 했고, 링스 교수를 러시아에 넘기기로 했어. 러시아에서는 링스 교수를 정신병원에 감금을 하고 역사 속에서 클링조르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르고 링스 교수는 여전히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고, 그는 회고록을 남기게 된 거야.

….

아빠가 문득 줄거리를 이야기하다 보니벌써 기억 속에서 지어진 부분들이 많아서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아빠가 쓴 줄거리를 다시 읽어보지 개연성이 없는 부분도 있고 그러네혹시 너희들이 나중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빠가 잘못 이야기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 해주렴.

….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났어. 2차 세계대전 때 양 진영에서 벌어졌던 원자탄프로젝트의 대결을 잠깐 이야기하고 오늘 독서편지를 마무리할게. 1939년 오토 한이라는 과학자에 의해서 우라늄 핵분열을 발견했고, 이것을 이용하면 원자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거의 동시에 연합국과 독일에서 모두 원자탄 개발을 시작했대. 덴마크가 독일에 점령당한 후 닐스 보어는 스웨덴을 거쳐 영국을 통해 미국으로 갔어. 그곳에서 오펜하이머가 주도하는 원자탄 개발에 참여했다고 하는구나.

독일은 하이젠베르크도 참여한 원자탄 개발을 진행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원자탄을 개발에 참여했지만, 독일은 전쟁이 끝나기 전에 그것을 만들지 못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원자탄 개발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그것이 만들어져 실전에 쓰이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있을 텐데,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또는 독일 정부는 원자탄 개발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서 개발에 실패했다는 설도 있구나.

그에 반에 원자탄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미국은 원자탄을 만들어 실전에까지 투입하여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고 그 무시무시함을 증명해냈어. 원자탄 보유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도 보여주고 말이야. 그렇게 무서운 원자탄, 즉 핵폭탄이 세상에 출현했단다. 전쟁이 끝나고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핵폭탄이 만들어졌단다. 언제쯤 사라질까? 핵폭탄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도 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채 2년도 안 되었지만, 베이컨에겐 벌써 백 년도 더 지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끝 문장 : 신에게 버림받은 우리의 상처에서는 영원히 고통스런 피가 흘러내릴 것이다.


"슈뢰딩거 말이로군. 그는 오래전부터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최대 적수였어. 그들은 누구의 이론이 옳은지를 놓고 오랫동안 경쟁을 벌였지. 하이젠베르크는 헬골란트에서 행렬역학을 발견했고, 그보다 불과 일주일 뒤에 슈뢰딩거는 아로사에서 파동역학을 발견했거든. 두 사람 사이에 심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싸움은 아주 희한하게 끝났지.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슈뢰딩거가 마치 솔로몬처럼 극적인 해결책을 발견했어. 그게 뭔지 알아? 사실은 두 사람은 똑 같은 얘기를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다는 거지. 싸움은 하루아침에 싱겁게 끝나버렸어. 그후 슈뢰딩거는 유대인이 아니었는데도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에 나치와 문제가 생겨 결국 더블린으로 도망친 거야. 그곳에서 그는 프린스턴에 있는 것과 같은 연구소를 설립했어." - P23

파동역학의 발견은 양자물리학이 뉴턴의 법칙들을 뒤엎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뢰딩거의 정신은 오히려 플랑크나 아인슈타인에 더 가까웠다. 기본적으로 그는 여전히 부르주아 출신의 전통적인 비엔나 보수주의자였다. 자신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물리학의 혁명이 끝나자 그는 다시 고전물리학의 확고한 영역으로 복귀했다. 슈뢰딩거는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이후 줄곧 더블린 ‘고등연구소’의 자기 연구실에 틀어박혀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동맹자로서 우연의 추종자들에 맞선 싸움을 전개했다.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그의 목표 역시 단 하나였다. 전자기력, 중력, 원자론 등 자연에 작용하는 모든 힘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통일된 장이론을 찾아내어 우주의 대한 일관된 설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 P45

나는 그녀의 비아냥거림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다른 수많은 가능성을 잃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상자 안에서 죽은 고양이를 보는 순간에 시간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돼요. 그것을 관찰하는 우리의 행위가 우리를 ‘그’ 세계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사랑도 똑같아요. 이럴 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묻는 것은 정말 정말적인 일이에요." - P66

"그와의 만남은 내게 매우 큰 자극을 주었소. 그의 불확정성원리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때 그와 나눈 토론이 없었더라면 나의 상보성원리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요. 당시에 내가 가장 바라던 것은 양자물리학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내놓는 거였지. 그때까지 우리가 거둔 개별적인 성과들을 완벽하게 능가하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비전 말이야." - P108

괴델의 정리에 따라 모든 공리체계가 결정 불가능한 진술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절대적 시간도 절대적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양자물리학에 따라 과학이 세계에 대해서 단지 애매모호하고 우연적인 접근만을 제공할 뿐이라면,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인과성이 미래의 확실성을 예측하는 데 더 이상 쓸모가 없다면, 그래서 개인이 오직 부분적인 진리만을 소유할 수 있을 뿐이라면, 그렇다면 다 똑같이 원자들로 구성된 우리 모두는 불확정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역설과 불가능성의 결과다. 우리의 모든 확신은 필연적으로 반쪽짜리 진리에 불과하다. 우리의 모든 자장은 기만이고, 힘자랑이고, 거짓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조차 믿어서는 안 된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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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어밀리아의 어머니는, 소설 따위를 읽으니까 현실의 남자가 눈에 안 차는 거라고 곧잘 얘기했다. 그런 논평은 어밀리아에 대한 모욕인데, 왜냐면 전형적인 로맨틱한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책만 읽는다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로맨틱한 남주가 나오는 소설도 나쁘진 않지만, 어밀리아의 독서 취향은 그보다는 훨씬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103)

나는 인생에서 단편에 더 끌리는 시기를 여러 번 거쳐왔다. 그 중 한 시기는 네가 걸음마하던 시절과 일치한다. 내가 장편을 읽을 시간이 어디 있었겠니, 안 그래, 우리 딸?

(301)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내 인생은 이 책들 안에 있어. 그는 마야에서 말하고 싶다. 이 책들을 읽으면 내 마음을 알 거야.

우리는 딱 장편소설은 아니야.

그가 찾고 있는 비유에 거의 다가간 것 같다.

우리는 딱 단편소설은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의 인생이 그 말과 가장 가까운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310)

램비에이스는 잠시 말을 끊었다. “난 평생을 앨리스에서 살았어. 내가 나는 유일한 곳이지. 좋은 동네고, 이곳을 쭉 그렇게 살리고 싶어. 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잖아. 이즈메이.”

(311)

나는 진심으로 아일랜드 서점을 사랑한다. 나는 신을 믿지 않고, 종교도 없다. 하지만 내게 이 서점은 이승에서 교회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곳은 신성한 곳이다. 이런 서점들이 있는 한, 출판업은 오래도록 이어져갈 거라고 확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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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르를 찾아서 1
호르헤 볼피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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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양자역학에 관해 관심이 많다고 했잖아. 그런데 작년인가 알라딘 북플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재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어. 말이 되냐 말이야, 양자역학에 관한 소설이라니그냥 무조건 읽어! 그 소설은 <클링조르를 찾아서>라는 두 권짜리 소설이었단다. 지은이는 호르헤 볼피라는 멕시코 사람이야. 아빠가 멕시코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 3 세계의 소설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 일석이조.

그 책을 검색을 해니 출간한지 10년도 넘은 책이더구나. 아빠가 약속이 있어서 강남에 갈 일이 있었는데, 하필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에 이 소설이 있었단다. 읽어야 할 운명이구나. 고민할 이유가 있겠니. 바로 구입했어. 그리고 <김상욱의 양자공부>라는 책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김상욱의 양자공부>를 덮고 연이어서 이 책을 읽었단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원자탄 프로젝트를 뒤에서 조정했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 클링조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던 사람.. 전쟁이 끝나고 나서 그 클링조르가 누구인지 추적해가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란다. 그러면서 당대 유명했던 양자물리학의 대가들이 등장한단다. 그들이 주장했던 이론들도 함께 말이야. 오늘 독서편지는 이야기 중심으로 이야기해줄게. 이 책에 나온 물리학자들의 이론에 대해서는 아빠가 따로 발췌해 놓았으니 그것을 읽어보길 바란다. 흥미로웠어. 이런 소설이 있었다니

1.

이 소설을 구스타프 링스라는 수학자의 회고록 형식이란다. 1944 7월 히틀러 암살 작전에 참여했던 이들이 작전 실패 후 대부분 처형을 당했단다. 구스타프 역시 그 작전에 참여해서 처형을 당했어야 했으나 극적으로 살아났어.

….

전쟁이 끝난 1946, 미국전략정보국 OSS의 전 요원이자 독일 미점령군 과학 고문인 프랜시스 프랭크 베이컨 중위가 전범재판이 한창인 뉘른베르크에 도착을 했어.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의 줄거리와는 관계없지만…) 이 전범재판에서는 독일의 이인자였던 괴링도 교수형이 처해지기로 했었대. 그런데 괴링이 심판 하루 전날 자살을 했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프랜시스가 뉘른베르크에 온 이유는 제3국 과학연구나 관련 있는 혐의점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어. 그리고 전쟁 당시 클링조르라고 불렀던 총통의 학술고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야. 잠깐 프랜시스 플랭크 베이컨에 대해 이야기 좀 할게. 주인공이니까. 1919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에딩턴 경에 의해 증명이 된 해에 태어났어. 어렸을 때 엄마한테 수학을 배우고 수학에 흠뻑 빠졌고 수학에 재능도 있었어. 프린스턴 대학에서 양자이론을 공부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나서 아인슈타인이 일하는 고등연구소로 가게 되었어. 그곳에서 헝가리 출신으로 독일에서 공부하다가 온 괴짜 교수 폰 노이만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어. 그는 착실히 학문적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 여자 문제로 스캔들이 발생해서 연구소에서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어. 그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약혼녀가 연구소 강의실에 와서 난동을 부렸거든. 그것도 당대 아주 유명한 과학자인 괴델의 강의에서 말이야.

그 일이 있고 며칠 뒤에 학장이 찾아와 다른 일을 추천했단다. 나라에서 유능하고 젊은 물리학도를 추천해달라고 했다면서 그 일을 맡는 것이 어떠냐고 했어. 프랜시스는 그 일을 하기로 했고, 그렇게 그는 장교가 된 것이었단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독일 제국에 베일에 숨어 있는 클링조르라는 인물을 찾는 것이었어.

2.

프랜시스는 OSS 산하의 알소스 특명의 임무를 맡게 되었어. 그것은 독일 원자탄 프로젝트와 관련있었던 독일 과학자 10명을 체포하는 일이었어. 10명 중에는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하이젠베르크도 있었어. 프랜시스는 하이젠베르크를 체포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휩싸였었지.

, 이제 본격적으로 클링조르를 찾아야 했어.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는 미국에 있는 자신의 스승 폰 노이만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어. 그러자 폰 노이만 교수는 구스타프 링스 교수를 소개해 주었어. 이번 독서편지를 시작하면서 이 글이 구스타프 링스 교수의 회고록 형식이라고 했지? 바로 그 교수란다.

….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인 구스타프 링스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하인리히라는 사람과 깊은 우정을 쌓았어. 결혼도 하인리히가 소개해준 마리안네와 했어. 마리안네는 하인리히의 아내 나탈리아와도 친구였어. 이런 관계이니 이 두 쌍은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였지. 그런데 그 관계는 1930년 히틀러가 집권하고 난 후,  하인리히가 군대를 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어. 구스타프는 히틀러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인리히가 그런 히틀러를 위해서 군대를 간다고 하니, 배신감이 들었거든. 구스타프는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고 교수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단다.

3.

프랜시스는 링스 교수를 만났어. 그리고 클링조르를 찾는데 도와달라고 했어. 링스 교수도 클링조르란 이름을 들어봤고 영향력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사람의 정체를 모르고, 클링조르를 찾는데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당시 유명한 노물리학자인 플랑크를 소개해주어 같이 만나러 갔단다.

이후 이야기는 실존했던 당대 물리학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취재하는 식으로 이어진단다. 클링조르를 찾는다는 명분이었지만, 그 물리학자들을 취재하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학문적 업적 등을 독자에서 알려주려는 것이 지은이의 의도 같았단다. 가장 먼저 만난 플랑크. 흑체를 발견하고 플랑크 상수로 유명한 바로 그 막스 플랑크였단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핵분열에 정통한 물리학자였단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어 그가 클링조르일 가능성은 없었어. 플랑크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858년생이더구나. 그럼 이때 나이는 여든이 훌쩍 넘어 아흔을 바라보던 시기였어. 주인공이 놀랄만한 나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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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그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현대 독일 과학의 역사에 정통하지. 그 대표적인 인물들에서부터 발전과정의 부침과 비극까지 모두 알고 있어. 왜냐하면 그가 바로 현대 독일 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니까. 그는 단순히 선악으로 구분 짓기 힘든 인물로 친구와 적들이 모두 존경할 뿐만 아니라 의심할 바 없는 고귀한 도덕성까지 갖추고 있지. 내 생각에 그는 우리에게 매우 도움이 될 거야. 우리의 판단기분 자체를 바꾸어 놓을걸. 그도 이젠 늙고 허약한 남자에 불과하지만, 난 그가 우리 일에 틀림없이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해.”

“아인슈타인을 제외하면 교수님의 설명에 부합되는 인물은 단 한 사람밖에 없어요. 막스 플랑크! 그런데 지금 몇 살이나 됐죠? 한 백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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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플랑크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했어. 좀더 강력한 후보로는 친나치 성향의 요하네스 슈타르크가 있었어. 양자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으로 받고, 나치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유력하다고 생각을 했어. 하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그는 클링조르가 아니라는데 결론을 내렸어. 그럼 후보군은 점점 좁혀지고,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에 정통한 사람은 몇 안 남았어.

그 다음 강력한 후보가 하이젠베르크였어. 프랜시스의 우상인 하이젠베르크. 행렬 역학을 이용해서 양자 역학을 설명해낸 바로 그 사람..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도 닐스 보어만큼 많이 이야기되었던 그 사람.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를 그를 찾아갔어. 하이젠베르크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했어. 하지만 자신은 아니라고 했고 클링조르가 누군인지 모른다고 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프랜시스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

아참, 프랜시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독일에서 클링조르를 추적하면서, 그는 이레네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레네는 프랜시스가 하는 일을 꼬치꼬치 물어보았어. 처음에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레네의 계속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단다. …. 이레네의 정체가 무엇이지? 왜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보지? 혹시 클링조르의 정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일까? 그건 2권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

PS:

책의 첫 문장 : “불 꺼!” 갈라진 목소리로 내뱉은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은 순식간에 차가운 암흑시대로 돌아갔다.

책의 끝 문장 : 그러나 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삶이 결코 예전과 같아질 수 없으리란 것을 예감했다.


과학은 게임이다.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는 현실의 게임. 하나의 그림을 조심스럽게 수천 개의 조각으로 잘라낸 뒤, 잘라진 조각들을 모두 모아서 하나의 그림을 다시 완성할 때 이 퍼즐게임은 끝난다. 이 게임에서 당신의 상대는 신이다. 신은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의 규칙들도 만들어냈다. 이 규칙들이 무엇인지는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규칙의 절반은 당신 스스로 발견하거나 유추해내야 한다. 실험은 날을 세운 검이다. 이 검을 휘둘러 어둠의 악령들을 몰아내거나 아니면 치욕스럽게 몰락해야 한다. 신이 얼마나 많은 규칙들을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규칙들이 인간의 게으름 때문에 생겨났는지는 분명치 않다. 해법은 당신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만 가능하다. 이것이 이 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당신은 당신과 신 사이에 놓여 있는 상상의 한계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어쩌면 상상의 한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 슈뢰딩거 - P7

한 번은 리포터가 아인슈타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한 공식이 존재할까요?"

"있고말고요."

"어떤 겁니까?" 리포터는 다시 물었다.

"성공을 A라고 한다면 공식은 A=X+Y+Z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X는 일이고, Y는 유희입니다."

"그럼 Z는 뭐죠?"

아인슈타인은 웃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 P76

지난 수천 년 동안 수학은 가지가 아무렇게나 뻗어나와 마구 뒤엉켜버린 나무처럼 무질서하게 성장했다. 바빌로니아, 이집트, 그리스, 아랍, 인도 등지에서의 발견과 그 뒤를 이은 근대 서양에서의 진보 등으로 수학은 수천 개의 머리를 지닌 괴물로 바뀌었다. 본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수학은 인류가 가진 가장 객관적이며 가장 광범위하게 발전된 학문적 도구인데도(실제로 매일같이 수백만의 사람들이 수학을 사용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 무한한 다양성 내부에 혹시 썩은 씨앗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곰팡이가 피어 그 계산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 P111

괴델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학문, 언어, 정신 등 모든 시스템 안에 참인 진술이 존재하지만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항상 증명 불가능한 허점이 발견되고 흰개미처럼 우리의 확신을 모조리 갉아먹는 모순된 논리가 등장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보어 계열의 양자이론을 통해서 물리학이 완벽하게 결정론적인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면, 괴델은 수학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았다.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괴델 덕택에 진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하고 가변적인 것이 되었다. - P116

"그럼 교수님께서는 과학을 종교의 대체물로 보시는 겁니까?"

"신앙심은 회의론자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해. 과학적 연구에 진지하게 몰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과학의 사원 입구에 ‘너는 믿어야만 하느니라’라고 써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소. 우리 과학자들은 결코 믿음을 포기할 수 없지. 거듭된 실험의 결과를 놓고 우리는 마음속으로 우리가 찾는 법칙을 떠올려야 하는 거요. 그리고 가설을 세워 그것이 일정한 형체를 갖도록 만들어야 해." - P258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과학이 연구해야 할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것은 또한 과학이 풀어야 할 비밀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씀인가요?"

"과학의 법칙에만 충실하다면 맞는 말이오. 당신이 이 세계의 어떤 영역을 연구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그런 믿음을 통해 그리로 나아갈 수 있지. 물론 그것이 잘못된 걸음이라 거기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과학자들에게 흔하디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야. 무언가 어둠을 밝히는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계속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소. 위대한 발견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졌지."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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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3-02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중에서 이런 보석 같은 작가의 책
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bookholic 2019-03-02 14:48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을 비롯하여 여러 북플 이웃님들로부터 좋은 책들을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세먼지가 가득이지만,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20)

그렇게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 형태를 바꿔 가며 상태를 바꿔 가며 이런저런 화합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올 뿐이다. 누군가의 몸속에 있었던 원자든지 인간이 나고 자라고 죽고 문명이 성하고 쇠하고 꽃이 피고 지고 숲이 우거지고 새가 울다가 날아가 버리는 동안 언제나 같은 원자인 채로 남아서 세상을 떠돈다. 원자는 불멸의 존재다.

불멸의 원자라는 개념은 놀라울 만큼 일찍 인간의 문명 속에 나타났다. 2,400년 전 아브데라 출신의 데모크리토스는 우리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근본적인 물질인 원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세계관을 펼쳤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는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으며 사라지지도 않는 불멸의 존재였고 데모크리토스에게 이 세상은 빈 공간과 원자로 이루어진 물리적 대상이었다.

(23)

지구에 가장 많은 원자는 지구 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이고 그 다음은 산소, 그리고 규소다. 그러나 우주 전체에 가장 많은 원자는 소소다. 수소는 우주 전체에 있는 원자 개수의 약 90퍼센트에 달한다. 그리고 나머지 10퍼센트는 거의 헬륨이다. 세 번째로 많은 원자인 산도도 0.06퍼센트에 불과하다. 태양을 비롯해서 우리가 보는 별은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으로 되어 있다. 수소는 별들이 타오르는 연료다. 중력에 의해서 성간 물질이 뭉쳐져서 별을 만들고, 내부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서 약 1000만 도에 이르면 별이 점화된다.

(26)

오늘날 우리는 우주에서 원자핵을 합성하는 모든 과정을 알고 있다. 밤하늘의 많은 별들 속에서는 지금도 계속 수소가 헬륨이 되는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고, 헬륨은 다시 탄소와 산소를 만든다. 더 무거운 별들 속에서는 네온과 마그네슘, 규소 등 점점 무거운 원자가 생겨나서 마침내 철과 니켈까지 만들어진다. 그보다 더 무거운 원자들은 중성자를 천천히 흡수해서 만들어지거나, 초신성이 폭발할 때와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 중성자나 양성자를 급격히 흡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28)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수십억 년 전 어느 별 안에서 만들어져서 초신성의 폭발과 함께 우주 공간에 흩어지거나 적색 거성의 표면에서 흩날려서 떠다니다가 서로 만났다. 우리는 언젠가 우주 어디선가 일어났던 초신성의 흔적이며 수많은 별들의 죽음 속에서 태어난 존재다. 우리가 언젠가 죽겠지만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언제까지나 남아서 지구 어느 곳인가, 혹은 우주 어느 곳인가에서 또 무엇인가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48)

맥스웰의 고전 전기 역학에 양자 역학의 원리를 적용한 이론을 양자 전기 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라고 부른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전자기적인 상호 작용이므로, 양자 전기 역학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습을 대부분 설명해 주는 근본적인 이론이다. 그래서 양자 전기 역학 이론을 확립하고 전기장의 양자 역학적 효과를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1920년대 후반부터 이론 물리학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55)

다시 전자를 바라보자. 우리가 전자를 볼 때, 우리는 전자와 전가기장을 따로따로 보는 것이다. 애초에 전자기장 없는 전자 그 자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런 전자만을 보려고 생각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옳지 않다. 우리가 보는 진짜 맨물리량과 양자 역학적 효과를 모두 합친, 그러니까 재규격화된전자이며,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전자다. 이것이 양자 전기 역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일이다. 그렇게 우리가 전자 하나를 보는 일조차 근본적으로 이론과 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62)

숨은 쿼크는 양자 역학의 효과로 양성자 속에서 생성되었다가 소멸하는 쿼크-반쿼크 쌍이다. 전자가 양성자 안에 들어왔을 때, 드러난 쿼크를 만날 수도 있지만 마침 생성된 쿼크나 반쿼크를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양성자가 너무나 작아서, 그 속은 양자 역학이 완전히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더구나 양성자 안에서는 대부분의 일이 강한 상호 작용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에, 그러한 생성과 소멸이 엄청나게 많이 일어난다. 숨은 쿼크들은 항상 입자-반입자의 쌍으로 만들어졌다가 소멸하기 때문에 양성자 전체로 보아서는 이들의 성질은 서로 상쇄되어서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쿼크뿐 아니라 글루온도 강한 상호 작용 자체의 양자 효과로 계속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하고 있으므로, 전자는 쿼크뿐 아니라 글루온을 만날 수도 있다.

(86~87)

반입자는 입자와 질량은 똑같고, 전하뿐 아니라 모든 물리적 성질이 정반대인 상태다. 그래서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모든 물리적 성질이 서로 상쇄되어 0이 되고 두 입자는 소멸한다. 다만 입자와 반입자의 질량만은 상쇄되지 않고 남아서, 그 질량만큼의 복사 에너지가 된다. 한마디로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빛을 남기고 살져 버리는 것이다. 우리 세상은 그냥 물질로 되어 있으므로, 반물질이 나타나면 물질과 만나서 금방 소멸해 버린다. 그러니까 반물질을 보관하려면 보통 물질로 만들어진 용기에 그냥 담을 수 없고 항상 진공 속에 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언가로 반물질을 붙잡아서 공중에 떠 있게 만들어야 한다. 양전자나 반양성자라면 전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자기장으로 조종해서 일정한 위치에 잡아놓을 수 있다. 이는 베트라 부녀가 아니더라도 물리학자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지, CERN의 소장쯤 되는 사람이 놀랄 일은 아니다. (물론 실제로 구현하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119)

페르미가 즐겨 그렇게 했듯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적절한 가정을 통해 단순화시켜서 자세한 계산 없이 정량적인 값을 어림해 내는 것을 페르미 해답(Fermi Solution)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페르미 해답을 구하도록 문제를 페르미 문제(Fermi Question)라고 한다.

(133)

1947 12 23, 바딘과 브래튼은 저마늄 표면에 0.05밀리미터 간격으로 놓인 텅스텐 침을 통해 진공관처럼 전류를 증폭시킬 수 있는 소자를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했다. 이 소자의 이름은 트랜지스터로 명명되었고, 특히 이들의 발명품은 점-접촉 트랜지스터라고 부른다. 특허권자의 이름에 쇼클리는 없었다. 쇼클리는 이 발명은 자신의 이론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시금 충격을 받은 쇼클리는 호텔 방과 집에 틀어박혀서 몰래 새로운 방식의 소자를 연구했다. 두 종류의 반도체를 접합한 쇼클리의 트랜지스터는 1948년에 발표되었다.

(252)

오늘날 입자 물리학의 실험적 연구는 가속기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입자는 시간이 지나면 보다 안정된 상태로 붕괴해 버린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물질은 모두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전자가 안정된 상태로 결합된 원자로 만들어져 있다. 다른 입자를 보고 싶으면 특별히 높은 에너지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지구에서 그런 높은 에너지 상태는 초신성 폭발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 입자인 우주선이 우주를 날아오다 지구에 부딪힐 때만 생긴다. 그래서 1940년대까지 입자 물리학 실험은 하늘 높이 띄운 기구에 설치된 검출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1933년 미국의 어니스트 로런스가 원형 입자 가속기 사이클로트론을 발명하면서, 가속기로 입자를 직접 만들어서 연구할 수 있게 되었고, 입자 물리학 연구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304~305)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속도와 4차원 같은 새로운 발명으로

걱정거리를 만들죠.

미스터 아인슈타인의 이론에는

이제 조금 지쳤어요.

그래서 가끔은 땅에 내려와서

긴장을 풀고 쉬어야 해요.

무슨 전본가 있건

무엇이 더 증명되든

인생의 단순한 사실은

사라질 수 없다는 것.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한 1942년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곡 <시간이 흐르면서( As time goes by)>는 원래 1931년에 허먼 후펠드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해 만든 곡이다. 영화에 나오면서 이 곡은 대히트를 거둬, 1931년에 취입한 루디 발레의 곡이 10년도 더 지나서 뒤늦게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곡의 앞부분 가사는 사실 앞에 보인 내용이다. 이 가사를 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당대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충격을 미쳤는지를 느낄 수 있다.

(338~339)

이 모임의 이름은 홀브루 컴퓨터 클럽으로 결정되었다. 이 모임과 그 주변에서 앞으로의 컴퓨터 기술의 , 아니 컴퓨터 산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인물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것을 당시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아마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중 한 사람은 홀브루 클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알테어용 컴퓨터 언어 베이직을 개발한 시애틀 출신의 깡마른 십대였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팔리기 시작하자 다니던 하버드 대학교를 때려치우고 컴퓨터 사업에 뛰어든 이 젊은 천재는 약 20년 뒤에 컴퓨터 산업의 황제가 되어, 말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다. 그의 시름은 윌리엄 헨리 게이츠 3, 흔히 빌 게이츠라고 부른다.

또 다른 인물들은 홈브루 클럽에 나오던 두 사람의 스티브였다. 다섯 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 중에 나이가 많은 쪽은 전자 공학과 컴퓨터에 대한 전설적인 능력으로 유명해서, 그가 홈브루 클럽의 회합이 열리던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 연구소 강당의 뒷자리에 앉아 있으며 주변에는 그의 뛰어난 컴퓨터 능력을 숭배하는 추종자들이 몰려 앉아 있곤 했다. 어린 시절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던 어린 쪽의 스티브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자 공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친구의 소개로 나이 많은 스티브를 알게 되어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얼마 후 나이 많은 스티브가 새로 나온 6502 칩을 사용해서 만든 개인용 컴퓨터를 홈브루 클럽에서 발표했다. 그는 그저 자신이 만든 컴퓨터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를 지켜본 어린 스티브는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사업을 시작할 것을 권했다. 직접 만든 컴퓨터를 파는 그들의 사업은 곧 성공해서, 얼마 뒤에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석권하기에 이른다. 무수한 우여곡절과 부침을 거친 후, 이 회사는 2011년 석유 회사인 액슨 모빌을 제치고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회사가 된다. 이 회사가 그들이 처음 만든 개인용 컴퓨터의 이름은 애플이고, 나이 많은 스티브의 이름은 스티븐 워즈니악, 어린 쪽은 스티브 잡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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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64호 - 2019년 1월~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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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한참 전에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을 모아 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을 통해서 격월간 발행하는 <녹색평론>이라는 잡지책을 알게 되었고, 2010년부터 줄곧 읽었단다. 작년 7~8월호까지 한번도 빼먹지 않고 읽었는데, 작년 9~10월호, 11~12월호는 빼먹었단다. 최근에 실리는 이야기들이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매번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몇몇 관심 있는 연재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지만, 나중에 단행본으로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

그렇게 작년에 두 번을 빼먹었더니, 자꾸 무엇인가 빼먹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 늘 하던 것을 안 했을 느낌 같은 것 있잖니.. 이를 닦지 않았다거나, 모닝 커피를 빼먹었다든지그래서 새해에 들어서는 다시 읽기로 했어. 아빠가 녹색평론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책도 많이 추천을 받았잖아. 그리고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녹색평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것이기도 하고그래서 다시 읽기로 했어. 그럼 이빨 빠진 듯한 지난 두 개의 과월호는 어떻게 할까?^^

1.

올 겨울은 제대로 추운 날도 별로 없이 지나가려고 하는구나. 너희들이 좋아하는 눈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지나가려고 하는구나.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위협은 현실이 된 것 같구나. 거기에 미세먼지와 싸우는 날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런 환경을 만들어낸 것을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산업 위주의 성장주의가 환경을 황폐화 시킨 것이란다. 그러면서 흙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2차 세계 대전 이후 지금까지 지구 표토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빠도 하루 종일 흙을 밟지 않고 지내는 날이 훨씬 많은 것 같아. 흙은 기후 변화의 자정작용을 많이 했는데, 표면의 흙 자체가 없으니 기후 변화에 더욱 대응을 못하게 되는 거야

========================

(5)

하지만 기후변화라는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불과 몇 인치이지만 그것 없이는 지상의 모든 생명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흙(토양)이 지금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2차대전 후 지금까지 전세계 표토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는 흙의 대량 소실이라는 이 현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깊게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흙이 잘 보존되고 가꾸어진다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도의 대응은 가능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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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농업을 장려하는 것이란다. 그것이 지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희망일지도 몰라. 하지만, 무조건 농업을 하는 것이 아니야. 농업을 장려해야겠지만, 지금의 산업과 같은 농업의 모양도 변화를 해야 한다고 했어. 옛날 시골의 모습을 되찾아야 하는 거야. 세계 전체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하나가 되었으니, 농업도 그런 시스템 속에서 모양을 변해 있었고, 시골도 도시의의 생활도 크게 차이가 없었어. 농업도, 시골도 석유가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지. 녹색 혁명을 위한 시골과 농업은 이런 모습이 아닐 텐데 말이야.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시골조차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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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골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도시인들 탓으로 돌리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골과 도시의 대립이라는 오래된 도식은물론 여전히 진실이며, 시골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도시의 식민지가 되어 있는 오늘날에는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더욱 진실이기는 하지만우리의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단순하다. 실제로 시골사람들도 갈수록 도시인들처럼 살고 있고, 따라서 도시인들과 공범이 되어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시골사람들은 도시인들처럼 텔레비전과 세일즈맨, 외부 전문가들이 설정한 경제적, 사회적 기준을 자기들의 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의 쓰레기는 시골 매립장에서 뉴저지의 쓰레기들과 뒤섞여 있고,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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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저 옛사람들의 후손들은 지금 대부분 멀리로 떠나버렸다. 그 원인은 부분적으로 내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문화적 경제적 실패에 있다. 어쨌든 그들은 더 이상 저녁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잠잘 때까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매 수간을 광고를 듣는 데 쓰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광고의 메시지는, 시청자가 다른 사람들처럼 되어야 하고 그러자면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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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에는 그 동안 농업을 살리고, 시골을 살리는 방안들을 제시했어. 아빠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농민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 인구를 늘리는 방안은 그들에게 안정적인 재정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미 우리나라에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을 실천하고 있는 자치제도 있잖아. 그러니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준비는 되어 있을 거야.

그렇게 농민들이 늘어나게 되면 수도권 과밀 현상이나 지역 균형 발전 문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구나. 강제로 정부 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거나, 지방에 높은 건물을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야. 그렇게 해결을 했다고 해도 흙이 황폐화되고 환경이 안 좋아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어. 오히려 지역 균형 황폐화가 될 수도 있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농업에 대한 무시하는 시각이 나타난 듯한데, 농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 문재인 정부도 더 늦지 않게 농업과 시골을 살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좋겠구나.

2.

유전자 관련된 기술의 발전은 늘 양면을 띠면서 발전하는 것 같구나. 유전자 복제 기술이 시작된 이후부터 늘 있었던 문제인 것 같아. 이번 녹색평론 164호에서는 그런 유전자 기술에 대해 여러 꼭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예전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어. 이 기술은 제한적이고 무작위라서 큰 효용가치가 없었다고 해.

그런데 2012유전자 가위 기술이 가능해지면서, 원하는 유전자의 변형이 가능하게 되었어. 이로 인해 유전자 치료 확률이 높아지고,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대. 그러니 더욱 윤리적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었지. 심지어 2018 11월 중국에서는 유전자 변형 인간이 출생하기도 했대. 인간이 신의 영역에까지 들어온 것인가?

유전자 기술은 이미 다른 생명체들의 존속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대. GM 모기를 이용하여 모기 개체수를 줄여서 멸종에 이르게 하는 계획도 있대. 이런 유전자의 기술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방향도 도덕성과 안전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 같구나.

3.

<내 인생의 책>이라는 연재 코너에서는 아빠가 좋아하는 역사학자 중에 한 분인 이이화님의 글이 실려 있었어. 대학 입학할 때는 문예창작과에 입학을 했다가 고전번역을 하다가 역사학자의 길을 들어섰다고 했어. 그리고 아차산방을 짓고 다른 문인들과 교류를 했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좋았단다.

녹색평론의 여러 코너 중에 아빠가 좋아하는 코너는 <서평> 코너란다. 좋은 책을 추천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거든. 이번에 소개된 3권의 책 중에 <중독의 시대> 내용이 좋았어. 우리는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고, 그것은 자본주의시스템이 중독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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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따라서 자본주의시스템에서 모든 개인은 중독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본세포이다. 이 세포의 성장은 중독시스템으로서의 자본주의를 확대재생산한다. 아니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이 세포는 계속 성장해야만 한다. 결국 세포, 그들이 속한 다양한 조직인 학교, 가족, 노조, 기업, 정부 그리고 이것들을 품에 안고 작동하는 사회 전체가 하나의 중독시스템으로 완성된다. 잘 짜인 연결망으로 서로를 얽매어 중독이라는 단일한 작동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괴물체,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중독 과정을 영속화하는 병든 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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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빠도, 너희들도 모두 자본주의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아빠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 어떤 약물에 중독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약물 중독을 치료하려고 노력하려고 하잖아. 그런 것처럼 이 자본주의시스템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스스로 중독자라는 사실을 시인해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내면의 삶을 지향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쉽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방향을 전환을 해서 함께 한다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만 혼자 방향을 튼다면 그 길이 옳다고 해도 자꾸 뒤돌아볼 것 같구나. 그런 두려움이 있는 거야. 결국 이 중독시스템에서 안주하여 지구가 망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이 책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구나.

,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 ‘촛불혁명으로 10년 만에 다시 들어선 민주정부가 임기 중반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위기를 맞았음을 알리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책의 끝 문장 : 이 책을 만들고 이어온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6)
농사를 살리는 것은 당면 위기에 대한 지혜로운 대응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난제 중의 난제, 즉 수도권 과밀현상과 지역균형발전 문제의 해결에도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중앙의 주요 기관 지방 이전이라는 방식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경제가 우선 살아나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의 핵심이 농사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농사를 살리면 지역의 토착 소상공업이 살아나고, 지역사회와 마을문화가 활기를 찾고, 거기에 뿌리를 박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연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53~54)
분단체제는 다른 체제로 체제전환(system transformation)됨으로써 사라진다. 분단체제 안에서 성장해온 힘이 이 체제의 작동을 정지시키면서 새로운 체제로 전환해가는 것이다. ‘촛불혁명’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체제전환의 계기,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분단체제가 체제전환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면, 그 환골탈태한 새 체제란 과연 무엇일까? 남북의 적대가 해소되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체제 아니겠는가? 그래야 ‘독재가 민주를 회수하는 마의 순환고리’가 이윽고 끊기지 않겠는가? 그것이 한국과 조선이 서로를 인정하여 수교하는 양국체제, 즉 양국 평화체제, 양국 공존체제 아닌가? 그것이 ‘분단체제에서 양국체제로의 체제전환’인 것이고, 이것이 ‘촛불’을 진정 ‘혁명’으로 만드는 징표가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과연 분단체제론은 어떻게 생각할까?


(81)
1999년 8월 ‘현대의료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아홉 명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바르바샤의 게토 유적, 그리고 독일 베를린으로 답사여행을 떠났다. 일본과 자주 비교가 되기도 하지만, 독일 또한 전쟁 당시 나치에 의해 의학범죄가 행해졌던 나라이다. 그러나 일본은 전쟁 중의 의학적 범죄에 대해서 조금도 반성하거나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 데 비해서, 독일의 경우에는 나치 의학이 저지른 범죄들에 대해 반성하고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가치 - 1918년부터 1945년까지의 독일 의학>은 나치 당시의 독일 의학을 반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독일의사회가 발행한 보고서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나치 독일 치하에서의 의학범죄 사실들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의사회를 비롯해서 아무 데서도 이러한 노력이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28)
대학은 과학에 대해서 무엇을 해왔는가? 대학은 대학의 경비 염출을 위해서 과학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희생시켰다. 대학은 과학을 싸구려로 만들고,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통속적으로 만들었다. 대학에 의해서 과학은 홍보용 속임수 수단이 되었다. 이런 종류의 교육에 의해서 나온 산물이 그래도 좋은 물건이 되어 있다면, 그것은 젊은이들의 정신이 아직 건강한 탄력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회복 불가능할 만큼 손상을 입고 있다.


(129)
오늘의 과학은 공적 지원에 너무나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보조금을 받지 않고는 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과학자들의 연구비 신청이 거부된다면, 가장 젊고 원기 넘치는 조교수들조차도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한다. 이와 같이 연구비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다 보면, 그것은 일종의 파블로프형 조건반사 작용을 낳고, 과학을 돌이킬 수 없이 손상시키는 일반 신경쇠약 증상을 초래한다. 그러고 보면 너무 가난해지기 전에 너무 부유해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법하다. 왜냐하면 그사이에 실현될 가능성도 별로 없는 길로 많은 젊은이들이 유혹을 받고 끌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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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26 0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빠진 두 개의 과월호 결국은 읽는다에 한표 던집니다. ㅎㅎ
갈수록 중독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만 가는 시대에 스스로를 해독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19-02-27 01:24   좋아요 1 | URL
ㅎㅎ 네 빠진 이 채워놓겠습니다.^^
설해목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