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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르를 찾아서 1
호르헤 볼피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6년 3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양자역학에 관해 관심이 많다고 했잖아. 그런데
작년인가 알라딘 북플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재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어. 말이 되냐 말이야, 양자역학에 관한 소설이라니… 그냥 무조건 읽어! 그 소설은
<클링조르를 찾아서>라는 두 권짜리 소설이었단다. 지은이는 호르헤 볼피라는 멕시코 사람이야. 아빠가 멕시코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 제 3 세계의 소설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 일석이조.
그 책을 검색을 해니 출간한지 10년도 넘은 책이더구나. 아빠가 약속이 있어서 강남에 갈 일이 있었는데, 하필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에 이 소설이 있었단다. 읽어야 할 운명이구나. 고민할
이유가 있겠니. 바로 구입했어. 그리고 <김상욱의 양자공부>라는 책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김상욱의 양자공부>를 덮고 연이어서 이 책을 읽었단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원자탄 프로젝트를 뒤에서
조정했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 클링조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던 사람.. 전쟁이 끝나고 나서 그 클링조르가 누구인지 추적해가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란다. 그러면서 당대 유명했던 양자물리학의 대가들이 등장한단다. 그들이
주장했던 이론들도 함께 말이야. 오늘 독서편지는 이야기 중심으로 이야기해줄게. 이 책에 나온 물리학자들의 이론에 대해서는 아빠가 따로 발췌해 놓았으니 그것을 읽어보길 바란다. 흥미로웠어. 이런 소설이 있었다니…
1.
이 소설을 구스타프 링스라는 수학자의 회고록 형식이란다. 1944년 7월 히틀러 암살 작전에 참여했던 이들이 작전 실패 후 대부분 처형을 당했단다.
구스타프 역시 그 작전에 참여해서 처형을 당했어야 했으나 극적으로 살아났어.
….
전쟁이 끝난 1946년, 미국전략정보국 OSS의 전 요원이자 독일 미점령군 과학 고문인 프랜시스
프랭크 베이컨 중위가 전범재판이 한창인 뉘른베르크에 도착을 했어.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의 줄거리와는 관계없지만…) 이 전범재판에서는 독일의 이인자였던
괴링도 교수형이 처해지기로 했었대. 그런데 괴링이 심판 하루 전날 자살을 했다고 하는구나.
…
아무튼, 프랜시스가 뉘른베르크에 온 이유는 제3국 과학연구나 관련 있는 혐의점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어. 그리고 전쟁
당시 클링조르라고 불렀던 총통의 학술고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야. 잠깐 프랜시스 플랭크 베이컨에 대해
이야기 좀 할게. 주인공이니까. 1919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에딩턴 경에 의해 증명이 된 해에 태어났어. 어렸을 때 엄마한테 수학을 배우고 수학에 흠뻑 빠졌고 수학에
재능도 있었어. 프린스턴 대학에서 양자이론을 공부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나서 아인슈타인이 일하는 고등연구소로 가게 되었어. 그곳에서 헝가리 출신으로 독일에서
공부하다가 온 괴짜 교수 폰 노이만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어. 그는 착실히 학문적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 여자 문제로 스캔들이 발생해서 연구소에서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어. 그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약혼녀가 연구소 강의실에 와서 난동을
부렸거든. 그것도 당대 아주 유명한 과학자인 괴델의 강의에서 말이야.
그 일이 있고 며칠 뒤에 학장이 찾아와 다른 일을 추천했단다.
나라에서 유능하고 젊은 물리학도를 추천해달라고 했다면서 그 일을 맡는 것이 어떠냐고 했어. 프랜시스는
그 일을 하기로 했고, 그렇게 그는 장교가 된 것이었단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독일 제국에 베일에 숨어 있는 클링조르라는 인물을 찾는 것이었어.
2.
프랜시스는 OSS 산하의 알소스 특명의 임무를 맡게
되었어. 그것은 독일 원자탄 프로젝트와 관련있었던 독일 과학자 10명을
체포하는 일이었어. 그 10명 중에는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하이젠베르크도 있었어. 프랜시스는 하이젠베르크를 체포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휩싸였었지.
…
자, 이제 본격적으로 클링조르를 찾아야 했어.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는 미국에 있는 자신의 스승 폰 노이만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어. 그러자 폰 노이만 교수는 구스타프 링스 교수를 소개해 주었어. 이번
독서편지를 시작하면서 이 글이 구스타프 링스 교수의 회고록 형식이라고 했지? 바로 그 교수란다.
….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인 구스타프 링스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하인리히라는 사람과 깊은 우정을 쌓았어. 결혼도
하인리히가 소개해준 마리안네와 했어. 마리안네는 하인리히의 아내 나탈리아와도 친구였어. 이런 관계이니 이 두 쌍은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였지. 그런데 그
관계는 1930년 히틀러가 집권하고 난 후, 하인리히가 군대를 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어. 구스타프는 히틀러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인리히가 그런
히틀러를 위해서 군대를 간다고 하니, 배신감이 들었거든. 구스타프는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고 교수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단다.
…
3.
프랜시스는 링스 교수를 만났어. 그리고 클링조르를
찾는데 도와달라고 했어. 링스 교수도 클링조르란 이름을 들어봤고 영향력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사람의 정체를 모르고, 클링조르를 찾는데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당시 유명한 노물리학자인 플랑크를 소개해주어 같이 만나러 갔단다.
이후 이야기는 실존했던 당대 물리학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취재하는 식으로 이어진단다. 클링조르를 찾는다는 명분이었지만, 그 물리학자들을 취재하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학문적 업적 등을 독자에서 알려주려는 것이 지은이의 의도 같았단다. 가장 먼저 만난
플랑크. 흑체를 발견하고 플랑크 상수로 유명한 바로 그 막스 플랑크였단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핵분열에 정통한 물리학자였단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어 그가 클링조르일 가능성은 없었어. 플랑크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858년생이더구나. 그럼 이때 나이는 여든이 훌쩍 넘어 아흔을 바라보던
시기였어. 주인공이 놀랄만한 나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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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그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현대 독일 과학의 역사에 정통하지. 그 대표적인 인물들에서부터 발전과정의 부침과 비극까지 모두 알고
있어. 왜냐하면 그가 바로 현대 독일 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니까.
그는 단순히 선악으로 구분 짓기 힘든 인물로 친구와 적들이 모두 존경할 뿐만 아니라 의심할 바 없는 고귀한 도덕성까지 갖추고 있지. 내 생각에 그는 우리에게 매우 도움이 될 거야. 우리의 판단기분
자체를 바꾸어 놓을걸. 그도 이젠 늙고 허약한 남자에 불과하지만, 난
그가 우리 일에 틀림없이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해.”
“아인슈타인을 제외하면
교수님의 설명에 부합되는 인물은 단 한 사람밖에 없어요. 막스 플랑크!
그런데 지금 몇 살이나 됐죠? 한 백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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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그 플랑크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했어. 좀더 강력한 후보로는 친나치 성향의 요하네스 슈타르크가 있었어. 양자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으로 받고, 나치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유력하다고 생각을 했어. 하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그는 클링조르가 아니라는데 결론을 내렸어. 그럼 후보군은 점점 좁혀지고,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에 정통한 사람은
몇 안 남았어.
그 다음 강력한 후보가 하이젠베르크였어. 프랜시스의
우상인 하이젠베르크. 행렬 역학을 이용해서 양자 역학을 설명해낸 바로 그 사람..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도 닐스 보어만큼 많이 이야기되었던
그 사람.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를 그를 찾아갔어. 하이젠베르크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했어. 하지만 자신은 아니라고 했고 클링조르가 누군인지 모른다고
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프랜시스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
아참, 프랜시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독일에서 클링조르를 추적하면서, 그는 이레네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레네는 프랜시스가 하는 일을 꼬치꼬치 물어보았어. 처음에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레네의 계속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단다. 음…. 이레네의
정체가 무엇이지? 왜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보지? 혹시 클링조르의
정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일까? 그건 2권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
PS:
책의 첫 문장 : “불 꺼!” 갈라진 목소리로 내뱉은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은 순식간에 차가운 암흑시대로 돌아갔다.
책의 끝 문장 : 그러나 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삶이 결코 예전과 같아질 수 없으리란 것을
예감했다.
과학은 게임이다.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는 현실의 게임. 하나의 그림을 조심스럽게 수천 개의 조각으로 잘라낸 뒤, 잘라진 조각들을 모두 모아서 하나의 그림을 다시 완성할 때 이 퍼즐게임은 끝난다. 이 게임에서 당신의 상대는 신이다. 신은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의 규칙들도 만들어냈다. 이 규칙들이 무엇인지는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규칙의 절반은 당신 스스로 발견하거나 유추해내야 한다. 실험은 날을 세운 검이다. 이 검을 휘둘러 어둠의 악령들을 몰아내거나 아니면 치욕스럽게 몰락해야 한다. 신이 얼마나 많은 규칙들을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규칙들이 인간의 게으름 때문에 생겨났는지는 분명치 않다. 해법은 당신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만 가능하다. 이것이 이 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당신은 당신과 신 사이에 놓여 있는 상상의 한계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어쩌면 상상의 한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 슈뢰딩거 - P7
한 번은 리포터가 아인슈타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한 공식이 존재할까요?"
"있고말고요."
"어떤 겁니까?" 리포터는 다시 물었다.
"성공을 A라고 한다면 공식은 A=X+Y+Z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X는 일이고, Y는 유희입니다."
"그럼 Z는 뭐죠?"
아인슈타인은 웃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 P76
지난 수천 년 동안 수학은 가지가 아무렇게나 뻗어나와 마구 뒤엉켜버린 나무처럼 무질서하게 성장했다. 바빌로니아, 이집트, 그리스, 아랍, 인도 등지에서의 발견과 그 뒤를 이은 근대 서양에서의 진보 등으로 수학은 수천 개의 머리를 지닌 괴물로 바뀌었다. 본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수학은 인류가 가진 가장 객관적이며 가장 광범위하게 발전된 학문적 도구인데도(실제로 매일같이 수백만의 사람들이 수학을 사용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 무한한 다양성 내부에 혹시 썩은 씨앗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곰팡이가 피어 그 계산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 P111
괴델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학문, 언어, 정신 등 모든 시스템 안에 참인 진술이 존재하지만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항상 증명 불가능한 허점이 발견되고 흰개미처럼 우리의 확신을 모조리 갉아먹는 모순된 논리가 등장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보어 계열의 양자이론을 통해서 물리학이 완벽하게 결정론적인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면, 괴델은 수학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았다.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괴델 덕택에 진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하고 가변적인 것이 되었다. - P116
"그럼 교수님께서는 과학을 종교의 대체물로 보시는 겁니까?"
"신앙심은 회의론자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해. 과학적 연구에 진지하게 몰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과학의 사원 입구에 ‘너는 믿어야만 하느니라’라고 써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소. 우리 과학자들은 결코 믿음을 포기할 수 없지. 거듭된 실험의 결과를 놓고 우리는 마음속으로 우리가 찾는 법칙을 떠올려야 하는 거요. 그리고 가설을 세워 그것이 일정한 형체를 갖도록 만들어야 해." - P258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과학이 연구해야 할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것은 또한 과학이 풀어야 할 비밀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씀인가요?"
"과학의 법칙에만 충실하다면 맞는 말이오. 당신이 이 세계의 어떤 영역을 연구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그런 믿음을 통해 그리로 나아갈 수 있지. 물론 그것이 잘못된 걸음이라 거기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과학자들에게 흔하디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야. 무언가 어둠을 밝히는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계속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소. 위대한 발견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졌지."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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