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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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박소연 님의 <재능의 불시착>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 둘러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이란다. 평도 좋고, 직장인에 대한 소설이라고 해서 공감이 갈 것 같아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했어. 지은이 박소연 님의 이력도 독특하시더구나. 일단 엄청난 능력자로써 엄청난 일들을 해서 국무총리상까지 받은 이력이 있다고 하는구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국무총리상까지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싶어. 그런데 그런 그가 적게 일하고 돈도 잘 버는 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하는구나. 그 이후 강연과 글을 쓰는 일을 한다고 하는데, 그의 이력을 보면 뭘 해도 잘 하실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 동안은 주로 아빠가 싫어하는 자기계발, 처세술에 관한 책을 쓰셨는데 이번에는 소설까지 쓰셨어. 이 책은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어. 지은이의 약력을 보고 놀랬는데, 이 소설들을 보고 한번 더 크게 놀랬단다. 글 솜씨가 여간 좋은 게 아니구나. 여덟 편이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고 읽기도 너무 편하게 되어 있었어. 순식간에 다 읽고 말았단다. 아빠가 약속장소에 가는 버스 안에서 읽었는데, 잘못하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칠 뻔 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설의 배경들이 모두 회사라서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아빠로서 많이 공감 가는 소재들이었단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이야기를 읽다 보니 장류진 님의 <일과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도 생각이 났지만, 약간 다른 류의 소설이었어. 뭐랄까, 장류진 님의 <일과 기쁨과 슬픔>은 풋풋한 젊음이라면, 박소연 님의 <재능의 불시착>은 좀더 잘 익은 젊음이랄까. 둘 다 재미가 확실한 소설들인 것은 확실해.

한창 이야기하다 보니 아빠가 너무 좋게만 이야기를 했는데, 아빠가 기대를 안 하고 책을 읽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네. 아무튼 아빠한테는 아주 좋았단다. ㅎㅎ


1.

그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막내가 사라졌다> 부서의 막내 사원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하고 문자만 남긴 채, 모든 연락을 끊고 사라졌단다. 문자에는 다음 날 대리인이 와서 퇴직 처리를 하겠다는 했어. 일반적인 퇴사 방법이 아니라서 부서원들은 다들 당황스러워했어. 요즘 젊은 사람들은 퇴사도 대리인을 통해 퇴사를 하나 싶기도 하고, 연락마저 다 끊은 것이 혹시 퇴사 하면서 이상한 이야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어. 막내 사원에게 했던 시킨 일들은 정당한 것들인가, 정도에 지나쳤던 말들은 없나, 여러 사람들이 이것들을 걱정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막내 사원의 대리인이 올 때까지 초긴장을 하고 있었단다. 대리인이 왔을 때도 예의주시면서 긴장을 했는데, 다행히 원만하게 처리되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단다. 사표 수리를 안 해주고 사표를 찢어버릴까 봐 사표를 코팅을 했다는데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모든 직장들의 이상이 아닐까 싶구나.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를 수 밖에 없는 법. 지은이 혜진씨는 가슴 뛰는 일을 선택하겠다고 하고 NGO 회사에 취업을 해서 일하고 있었단다. 부모님은 모두 의사였고, 혜진씨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해외 봉사를 했고, 혜진씨도 따라 다니곤 했어. 혜진씨가 고등학교 때 사정상 혜진씨 엄마 혼자서 아프리카에 봉사를 갔었는데 그만 큰 지진이 일어나서 돌아가시고 말았지. 그래도 혜진씨는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려고, NGO 회사에서 취업해서 봉사도 하면서 돈도 버는 일을 한 거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지. 회사는 회사일 뿐. 하는 일만 어려운 사람들은 도울 뿐이지 업무는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단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많이 실감했겠지. 그리고 남자친구의 어머니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웠어. 엄마가 없다고 대신 엄마를 해주겠다는 식의 과도한 관심. 그런 것을 불편해 하는 혜진씨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친구. 남자 친구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만 알려주고가슴 뛰는 일을 선택할 정도로 자유의지가 강했던 혜진씨는 결국 회사도 그만두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단다. 혜진씨에게 박수를 보내 주고 싶구나.

<전설의 앤드류 선배> 전설이라는 말까지 붙을 만큼 무능한 회사 선배가 있다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소설로 쓴 것이 바로 이 소설이란다. , 상상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런 사람들이 없지 않을 것 같아. 자신은 다름 열심히 일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일을 망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그걸 수습하는데 정신 없고, 생각만 해도 피곤하구나성격 더러운 선배만큼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선배가 무능한 선배가 아닐까 싶구나. 소설 속 무능한 선배는 결국 고문직으로 지방 발령을 받는데, 그 선배가 심성은 못 돼먹지 않아서 사람들은 기분이 언짢았단다.

<재능의 불시착> 얼마 전에 아빠 회사 사람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 다른 사람들보다 잘 하는 무엇인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걸 찾지 못하고 결국 평범한 회사원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이야기.. 그러면서 혹시 갖고 있는 재능이 오늘날에는 발휘할 수 없는 재능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어. 예를 들어 마차를 기가 막히게 끈다거나, 주판을 기막히게 튕긴다거나그런데 그런 생각을 아빠만 한 것은 아닌가 보구나. 이 책의 지은이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재능의 불시착>이란 소설을 쓰신 것 같아. 주인공 준은 어렸을 때부터 방향을 정확히 알고, 무게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을 가졌단다. 하지만 그런 재능들은 이 시대 어디에도 써 먹을 때가 없었단다. 장기 자랑에나 써 먹을까? 회사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냥 다니고 말이야. 결국 구조 정리로 회사에서도 쫓겨났어. 잠시 쉬는 동안 봉사 활동을 했는데, 포도 따기 봉사 활동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무게 측정을 정확히 하는 그의 모습에 다른 사람들에게 환호성을 받으며 가장 인기가 좋은 사람이 되었단다. 그로 인해 자신감을 갖은 준은 자신의 재능이 어쩌면 불시착한 것이 아니고 행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 이 소설은 남자 직원의 육아 휴직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빠 회사에서도 처음으로 남자 직원이 육아 휴직을 쓴다고 했을 때 좀 낯설어했던 기억이 있구나. 이 소설의 주인공도 그가 일하는 부서에서 1호 남자 육아 휴직자였단다. 아내가 임신 때부터 임신중독으로 고생하고 아이를 낳아서도 몸도 좋지 않은 상태고 육아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어. 아내가 계속해서 육아휴직을 쓰라고 처음에는 부탁을 했고, 그것이 경고로 바뀌고 협박으로 바뀌어서 결국 주인공은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자신도 좋게 생각했어.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내를 도와 육아도 하고 자기계발도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이야. 그런데 육아휴직을 한 지 얼마 안되어, 아내의 복직 선언. 어라, 이게 아닌데, 주인공은 생각했지. 아내를 도와준다는 생각의 육아 휴직이었는데, 이젠 독박 육아가 되어버린 거야. 아내의 이야기에 반박하지 못하고 아내는 복직하고 주인공은 집안일과 육아를 하게 되었어. 물론 무척 힘들었지. 하지만 그동안 감으로 알았던 아내의 고충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해피 엔딩.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주인공인데, 진상 학부모와 벌이는 에피소드를 그린 소설인데, 학보무가 갑이고, 어린이집 선생님이 을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착하기까지 해서 거절도 잘 못하고그런데 이 진상 학부모가 하는 행동은 점점 가관나중에 시원하고 복수를 해주는데 아빠 속이 다 시원하더구나.

<노령 반려견 코코> 가족 돌봄 휴가란 것이 있는 회사가 있단다. 가족들의 건강이 안 좋거나 하면 돌봐주기 위해서 쓰는 무급 휴가가 보통이란다. 그런데 주인공은 반려견이 늙고 많이 아파서 가족 돌봄 휴가를 신청했단다. 부장님과 인사팀은 전무후무한 이야기라서 당황했지. 반려견 때문에 가족 돌봄 휴가를 쓴다? 그런데 그 사정을 잘 들어보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어. 그리고 잘 생각해보니 이걸 잘 이용하면 회사 이미지도 좋아질 것 같았어. 그래서 주인공은 가족 돌봄 휴가를 받게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

마지막 <언성 히어로즈>는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모아 놓은 글이란다. 언성 히어로즈. Unsung heroes. 보이지 않는 영웅들. 그들이 회사를 더 빛내고, 우리 사회를 더 빛내지 않을까 싶다.

자 이렇게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를 짧게 해 보았단다. 이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나서, 자기계발서와 처세술을 읽지 않는 아빠가 이 책의 지은이가 쓴 것은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서, 지은이의 다른 책도 구입을 했단다. 그 책은 이 책만큼 좋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너희들도 나중에 커서 회사에 다니게 될 텐데, 그때의 회사 생활은 또 어떨까? 그 때도 이 책의 이야기들에게 공감을 갖게 될까?

이 책의 한 이야기처럼 가슴 뛰는 일을 하면 좋겠구나. 그리고 이 책의 지은이처럼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막내가 사라졌다.

책의 끝 문장: 다들 감사해요, 정말.


"그렇죠. 결국 세상에서 비싼 값을 쳐주는 재능을 타고나는 건 운의 영향이 큽니다. 시대도 마찬가지죠. 아마 저 같은 사람은 80년대에 태어났으면 틀림없이 실패자가 됐을 거예요. 몸이 허약하고, 술은 못 먹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사람이니까요. 웬만한 회사는 일 년도 못 버티고 나왔을 겁니다. 그러니 제 성공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게임 산업이 막 성장하고 있을 때에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한국에서 살았다는 거라고 할 수 있겠죠."
남자는 잠시 멈추고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저는 미친 듯이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운이었던 겁니다."
- P147

어쩌면 준이 그동안 뽑기에서 실패했다고 투덜거린 재능들이 언젠가 행운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태수처럼 말이다. 준은 이제 고작 서른두 살이었다.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기준을 성인 평균 수명의 3분의 1로 잡았다고 했으니, 백 세 시대에서는 어린이가 서른세 살까지인 셈이다. 무엇을 새로 발견해도, 새로 시작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였다.
준은 아직 불시착한 게 아니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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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30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어쩌면,,,제 이야기![첫 문장: 막내가 사라졌다.] 저!🖐🖐🖐 막둥이 ^^인데 ㅎㅎㅎㅎ

bookholic 2022-10-01 21:43   좋아요 1 | URL
ㅎㅎ scott 님은 사라지지 마세요~~~
 
















(41)

초기 소지가 불법이고 인구밀도가 높으며 경찰서가 비교적 가까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의 범위를 좁게 가져가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정당방위가 허용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주어 보복성 폭력 행위로 이어지게 하는 것보다, 팔을 잡는 등의 현상 유지만 하게 하고 공권력을 빌어 사건을 처리하는 편이 폭력의 총량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물론 몇몇 아쉬운 사건이 있긴 하지만 더 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현행법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44)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같은 주장을 하곤 한다. A라는 사람 때문에 B가 죽었다 치자. 이때 A에게 적용되는 죄명은 살인죄만 있는 게 아니다. A가 무슨 마음을 먹고 행위를 했느냐에 따라 죄명은 네 가지로 갈린다.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치사죄, 그냥 좀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치사죄,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실수로 죽게 했다면 과실치사죄. 똑같이 피해자가 사망했더라도 가해자의 마음속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에 따라 죄명을 갈린다. 이러다 보니 살인(미수)혐의를 받는 피고인들 십중팔구는 형을 줄여보려 죽일 의도는 없었고 그냥 좀 혼내주려고만 했다고 주장들을 한다.


(68-69)

현행법상 집행유예 이상 전과자는 공무원이 될 수 없다. 벌금형이 가능한 젊은 피고인들의 집행유예형 요청을 만류하는 이유다.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뒤늦게 공무원 시험 응시를 마음먹었다가 집행유예 전과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나이 많은 피고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취업할 때 전과 기록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형 실효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집행유예 전과는 5년이 지나야 전과 조회 결과에서 사라지지만, 벌금 전과는 2년만 지나면 사라진다. 물론 둘 다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고 취업이나 기타 목적으로 조회할 때에만 보이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 그 차이는 분명 크다. 나도 변호사지만 우리나라 법 전체를 다 알지는 못한다. 집행유예 전과가 어디서 어떤 불이익을 가져올 지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다.


(120)

도대체 왜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만 하는 걸까? 바로 인권 때문이다. 형사재판이라는 게 국가 대 개인의 싸움이라 체급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이 과정에서 사수하려 애를 써도 보장하기 힘든 것이 개인의 인권이다. 하지만 요즘 인권을 얘기하는 것만큼 허무한 일은 없는 듯하다. ‘흉악범은 인간이기를 포기했는데 무슨 놈의 인권이냐. 도리어 피해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반론이 대번에 돌아온다. 사실 그 간의 형법이 피해자에게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피고인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면 반대급부로 피해자의 인권이 지켜지는 걸까?


(170)

사실상 주변 정황으로 성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지금의 방식은 무죄추정의 원칙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과연 피고인만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지적장애인 역시 상대를 선택하고 성관계를 즐길 권리가 있다. 그 관계에 대해 국가가 광범위하게 개입한다면 결국 사람들은 지적장애인과의 성적 접촉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같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니 이는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매한가지다. 눈앞의 불행을 막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 앞에서, 멀리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행복을 얘기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상 궁금한 건 지적장애인 본인들의 얘기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그동안 만났던 연인들이 모두 수사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여전히 심연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207-208)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두 가지 책임이 발생한다. 하나는 국가에 대한 형사책임이다. 국가가 금지하는 범죄를 저질렀으니 벌을 받을 책임을 지는 것이다. 나머지는 피해자 개인에 대한 민사책임이다. 피해자에 대해 신체적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입혔으니 이를 경제적으로 배상할 책임이다. 두 책임은 완전 별개다. 국가에 대해 벌금을 냈다고 해도 피해자에 대한 민사책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합의를 해주지 않아도 별로 아쉬울 게 없다. 민사책임을 묻는 별도 소송을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하면 되는데, 형사재판 결과가 나오면 이 소송이 무척 간단해진다. 자신의 피해액을 증명해 형사재판 판결만만 첨부하면 입증이 끝나는 것이다. 어차피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면 형사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하고 형을 적게 받는 게 피고인 입장에선 여러 모로 이익이다.


(226)

공직선거법을 악법이라고 칭한 이유는 선거의 자유, 공정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문제는 공직선거법에는 평범한 시민의 직관에 반하는 내용이 많지만 너무 자주 바뀌고, 그 내용도 제대로 홍보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술김에 선거 벽보에 불을 지른다든지, 선거 여론조사를 조작한다든지, 공천 대가로 돈을 받는다면, 그건 누가 봐도 법에 위반되는 일이다. 하지만 과연 그 누가 선거에 대해 조금만 입을 잘못 놀려도 전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앞서 언급한 명함 돌리기, 조명판 설치는 보통 사람과는 그닥 인연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범의 처벌 범위는 이것보다 훨씬 넓은. 선거운동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넓은 처벌 범위 때문에 악용 가능성 역시 높다.


(263-264)

강도상해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볼까 생각도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강도상해죄에 대해 위험 결정을 한다면 피고인은 무죄를 받을 수 있었다. 강도상해죄에 법정형은 너무 높다. 살인죄가 최고 5년인데 강도상해죄가 최소 7년이라는 건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일단 강도가 성립되면 강도상해로 넘어가는 건 아주 쉽다. 병원에서 진단서를 쉽게 발급해주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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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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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최근에 책을 고를 때, 너희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도 알아보곤 한단다. 이번에 읽은 TJ 클룬의 <벼랑 위의 집>도 그런 이유로 고른 책이란다. 책 표지도 예쁘고, 판타지 소설이라서 너희들이 읽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샀단다. 아빠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jiny가 아는 책이라고 하면서, 재미 있을 것 같다면서 아빠가 읽고 나면 바로 달라고 했잖아. Jiny도 알고 있던 책이구나. 그래서 아빠도 후다닥 읽었단다.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개성 있고, 귀엽고 해서 너희들도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읽었단다. 책의 줄거리는 약간은 예상 가능한 전개로 이어져서 아빠는 살짝 지루함마저 느끼며 끝을 달리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약간은 색다른 반전이 있더구나. 너희들에게는 아직 낯설 수 있는 결말인데, 이 세상의 다양성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더구나.


1.

주인공은 라이너스 베이커라는 총각이고, 칼리오페라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혼자 살고 있단다. 마법 아동 관리 부서, 줄여서 DICOMY라는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그는 고아원들의 관리 및 운영이 잘 되고 있는데 현장 조사를 하는 사례 연구원이었어. 그 일을 17년 동안 모범적으로 하고 있었어. 어느 날 최고 경영진의 호출을 받고 찾아가니, 특별 비밀 임무를 맡게 되었단다. 어떤 섬에 있는 마르시아스 고아원이라는 것을 조사하라는 것이었어. 아서 파르나서스라는 사람이 원장으로 있는데, 최근 정부 방침을 준수하지 않는 것 같으니 조사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라이너스는 그 섬으로 4주간의 출장을 가게 되었단다.

그 섬은 들어갈 때부터 다른 곳과는 달랐어. 그 섬은 채플 화이트라고 하는 정령이 보호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아서가 고아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어. 이곳이 마법을 쓰는 나라이긴 하지만, 이 여섯 명은 아주 독특한 특징을 가진, 평범한 마법사와는 다른 아이들이었어. 다른 고아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쫓겨난 후에 이 곳에 오게 된 것이란다. 그 여섯 명의 아이들을 잠깐 소개를 해 보면, 먼저 탈리아는 정원을 사랑하는 노움 종족이고, 피는 숲의 정령으로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샐은 내성적이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겁에 질리게 되면 개로 변하기도 했어. 시어도어는 와이번 종족으로 새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 못 찾는 것이 없었고 천시는 호텔리어를 꿈꾸지만 외무는 문어 비슷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시는 적그리스도이자 악마의 아들이었단다. 장난기도 조금씩 있지만 다들 심성은 무척 착한 아이들이었단다.

그 마르시아스 고아원은 섬 밖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고, 이런 저런 문제로 대립도 생겼단다. 그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평범하지 않아서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어.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평범한 아이들은 아니니까 말이야. 섬 밖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나오다 보니, 아서와 아이들은 섬 안에서만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단다. 아서는 마법 정부에서 정해준 규칙이 아닌, 아이들의 행복과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 해주었단다. 라이너스는 그곳에 생활하면서 아서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들이 일부 있지만, 그보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라이너스 또한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단다.


2.

아서가 이 고아원의 원장이 된 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어. 그 또한 이 아이들처럼 평범하지 않은 존재였단다. 아서의 정체는 불사조였고,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지하실에 감금당하기도 하고 학대를 받았었다고 했어. 그런 경험이 오늘날 고아원 원장이 되어, 자신처럼 평범한 마법사와 다른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보살피기로 마음 먹은 거야. 그런 진정성을 알게 된 라이너스도 아서를 돕게 된단다. 아이들을 데리고 섬 밖에 나서 체험을 할 수 있게 돕기도 했어. 섬 밖의 사람들도 모두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갖는 것은 아니야. 그 아이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정겹게 대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어. 앞으로는 좀더 자주 섬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희망도 생겼단다. 시간은 금방 지나서 4주의 조사 기간이 끝이 나고, 아쉽지만 라이너스는 다시 도시로 돌아와야 했단다.

그리고 마르시아스 고아원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어. 이 고아원은 유지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보고서를최고 경영진은 라이너스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논의를 했어. 그리고 그들은 마르시아스 고아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단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라이너스는 사표를 썼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하면 자신이 행복하지 깨닫게 된 거야. 그것은 바로 자신도 다시 마르시아스 고아원으로 가서 아서와 여섯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란다. 그리고 다시 도착한 섬라이너스와 아서는 서로 사랑했음을 확인을 하게 된단다. , 라이너스와 아서 모두 남자였으니까, 좀 색다른 사랑이었던 것이지둘은 결혼을 하고 함께 마르시아스 고아원을 관리하고 아이들을 보살피기로 했단다. 아이들도 라이너스를 모두 반갑게 반겼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마법사들의 판타지 소설이 뒷부분에 퀴어 소설로 바뀌어 아빠가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앞서 이야기했지만 다양성으로 이해하게 되었단다. 아빠가 읽고 나서, Jiny도 곧바로 이 책을 읽었는데, 아이들이 정말 귀엽다는 평을 하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우와, 정말 특별한 능력이구나.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운이 좋다면, 삶 역시 그 답으로 우리를 선택해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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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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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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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는 특별한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책으로 선물한 이를 생각하면서 정성스럽게 읽었단다. 세월은 무서운 속도로 빨리 지나가서 아빠도 언제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지, 내일모레면 오십이 되는구나. 소위 말해 앞만 보며 달려온 시간들, 나이 오십, 가끔은 뒤로 돌아보면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왔는지도 좀 보고잘못된 방향이었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방향전환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나이가 오십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나.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이상한 느낌이 든단다. 지금까지는 5라는 숫자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갑자기 드는 생각은 기대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구나. 아무래도 나이 먹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정신적 성숙이 덜 된 모양이구나.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도 하는데, 아빠는 아직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는 것 같고오십견이 생기고, 노안이 와서 안경을 맞추고, 몸만 오십이 되어가는구나.

지은이 박균호 님은 예전에 그분의 다른 책에서 나이가 들어서는 새로운 책을 사는 것보다 지금까지 샀던 책들 중에서 좋았던 책들을 골라 읽는 것을 추천했던 기억이 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좀 슬프면서도 무척 공감이 되었단다. 살 날은 얼마 남지 않고 읽고 싶은 책들은 많고, 이미 읽은 책들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들도 많을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지금 생각해봐도 쉽지 않은 질문이구나. , 그냥 그때그때 마음에 가는 책들을 꼽아 읽어야겠구나.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책 사는 것을 줄여야 한다면 지금은 많이 사도 되겠다면서, 책 많이 사는 것을 합리화시켰던 것도 생각이 나는구나. ㅎㅎ 그래서 안 읽은 책들은 더 쌓여만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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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은이 박균호 님은 오십에 되어서 어떤 책 읽기를 추천했을까?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함께 읽기라고 할 수 있겠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읽기가 아니고, 두어 권을 함께 읽기.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을 함께 읽긴 읽는데, 한 권은 소설, 한 권은 인문학 책을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해 주셨어. 그러면서 그렇게 짝을 지어준 책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1부에서는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소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까라마조프 형제들>과 인문서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 <죽음의 집의 기록>이라는 책들을 시작으로 8쌍의 소설과 인문서의 짝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2부에서는 인간 내면에 관한 이야기로, 아빠도 재미있게 읽은 소설 <레베카>와 인문서 <질투>를 비롯하여 다섯 쌍의 책들을 소개해 주었고, 3부에서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소설 <모르그 가의 살인>과 인문서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를 비롯하여 7쌍의 책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박균호 님의 책들을 보면 자신의 일상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이야기해주는데 이번 책에서도 책 소개 중간중간에 책과 어울리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유머와 감동을 더해서 이야기해주어 좋았단다. 선생님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지은이인데, 제자를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가족을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아빠를 반성하게 했단다.

이 책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부분 소설과 인문서 한 권씩(두 권도 가끔 있음) 짝을 지어 소개해 주었어. 다 읽고 나서 다시 책 차례를 한번 봤단다. 소설로 소개한 책들 중에는 아빠가 읽은 책들도 여럿 있었단다. 그런데 인문서로 소개된 책들은 읽은 책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책 제목도 다 처음 보는 책들이구나. 아빠의 독서가 얼마나 편향적이었나 깨닫게 해주고, 그리고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참 많다는 것도 깨닫게 해주었단다. 이 책에 소개된 소설들 중에 아빠가 읽은 책들이 어떤 책들인지 너희들이 궁금할 것 같아서, 리스트 업을 해 보았단다.

죄와 벌, 까마라조프 씨네 형제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레베카, 마담 보바리, 장미의 이름,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이렇게 리스트 업을 해 보았더니 소설도 별로 없구나. 이 책에서 추천한 책들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지은이 박균호 님은 짝을 지어서 읽어볼 것을 추천하셨지만, 어려운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아빠는, 일단 소설들 중에서 골라봐야겠구나. ㅎㅎ

이 책에서 추천한 소설들에는 고전들이 대부분인데, 유별나게 튀는 책이 하나 있었단다. 권여름 님의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책이란다. 책 조회를 해보니 작년에 출간한 책이더구나. 평도 좋은 것 같고, 박균호 님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한 글들을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주문해서 읽었단다. 이 책도 조만간 이야기를 해줄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은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또 다 까먹겠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두어 개만 이야기해주면서 그 기억력의 반감기를 좀 늘려보련다. 먼저 알렉산드로스의 에피소드치사하게 병사들의 편지를 몰래 읽어보았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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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07)

역사가들은 왕의 치세와 업적을 기록으로 남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오직 왕이 돋보이고 빛나야 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대제국을 건설한 왕들이 대개 사자나 신하를 지방에 보내 세금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국경 지대의 상황과 민심 그리고 이웃 나라의 동태와 같은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런 정보는 제국을 유지하고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첩보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심도 많았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심심찮게 병사들의 편지를 몰래 읽었다. 또 겉으로 보이는 병사들의 충성심을 믿지 못하고 병사들이 나누는 사적인 대화를 엿들으며 속마음과 사기를 파악하려 했다. 요즘으로 치면 개인의 이메일을 들여다보고 통화 내용도 도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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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국에서는 책에 대한 검열을 세관과 우체국에서 한다는 놀라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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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미합중국의 법은 인쇄물 검열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두 개의 기관에 부여한다. 이 무서운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은 법원이나 경찰이 아니라 세관과 우체국이다. 세관은 불온하다고 판단한 책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지정할 수 있고, 우체국은 운송 자체를 막음으로써 불온한 책의 유통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미국 우체국 직원은 본인의 판단을 근거로 특정 책을 불온서적으로 낙인찍고 운송을 금지할 수 있는 기이한 특권을 가진 셈이다. 우체국의 판단으로 수천 명의 독자를 잃고 파산한 언론사도 있었다. 우체국이 불온한 책이라고 판단하여 발송에서 제외해버리면 신문사는 방법이 없다. 놀랍게도 미국의 우체국은 오늘날에도 이 권한을 행사한다. 여전히 우체국이 불온 문서를 통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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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찰스 디킨스가 외도가 잦았고, 그걸 후세가 알지 못하게 편지를 다 불태웠다는 이야기.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자가 자신의 글을 없애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보다 자신의 명성을 더 중요시했나 보네. 그럼에도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의 외도 이력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네ㅎㅎ 편지를 다 불태워서 더 심하게 오해 받을 수도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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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150)

자신의 원고와 편지를 소멸하고자 했던 카프카는 문단의 대선배인 찰스 디킨스에게 한 수 배웠어야 했다. 디킨스는 미래를 내다보고서 자신의 원고와 편지를 꾸준히 부지런하게 불태웠다. 그는 1860년부터 1870년 죽을 때까지 사적이고 공적인 편지를 모두 태웠다. 평소 외도가 잦았던 디킨스는 사후에 편지가 공개되어 자신의 명성이 훼손될 위험과 자식들이 편지를 출판사에 팔아치울 위험을 모두 염두에 두었다. 디킨스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원고를 태워서 폐기해 카프카와 달리 자신의 의도와 반해 유고가 출판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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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딸아이는 어렸을 때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다.

책의 끝 문장: 호텔은 고객이 모르는 사이에도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하다는 하인 같은 존재다.


러시아 정부 입장에서 시베리아 유배형은 여러 가지로 유익했다. 우선 죄수를 이용해서 시베리아라는 광활하고 척박한 땅을 사람이 살 만한 땅으로 개척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시베리아가 러시아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지역이라고 공포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권력 체제를 비판하는 도스토옙스키 같은 위험인물을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정부는 17세기 중반부터 사형보다 시베리아 유배형을 더 애용했다. 이때부터 시베리아는 20세기 러시아 혁명 때까지 유배의 땅으로 각인되었다. - P20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침략해 자유민이던 흑인들을 강제로 끌고갔다는 생각은 노예 무역에 관한 가장 큰 오해다. 유럽의 노예 상인들은 대부분 서아프리카 노예 시장에서 이미 노예 신분으로 팔려 온 흑인을 구매했다. 노예로 농산물이나 공산품처럼 무역으로 거래되었으며, 아프리카에는 노예를 유럽 상인에게 판매하는 상인이 존재해 이들을 주축으로 노예가 유럽으로 수출되었다. 대략 7세기부터 <맨스필드 파크>의 배경인 19세기에 이르기까지 900만 명 이상의 아프리카 노예가 고도로 발달한 노예 시장에서 매매되었다. 유럽 상인들은 개인 상인에게 노예를 구매하기보다는 노예를 체계적으로 거래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아프리카의 권력자와 거래하기를 원했다. - P67

사람들은 본인이 질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롤랑 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을 읽으면 왜 우리가 질투를 부끄러워하는지 알게 된다. "질투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의 대해 괴로워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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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2-09-25 0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북홀릭님 정성 스러운 서평 정말 감사합니다. 소설과 인문학의 콜라보 ...정작 제가 정하고 싶었던 이 책의 제목이네요 ^^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평온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22-09-25 09:32   좋아요 2 | URL
늘 좋은 책 출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식구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29)

그래서 모든 사람은 자기의 몸을 탐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 몸의 토대인 생명과 자연에 대한 앎의 비전을 가져야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내 안의 자연성이 회복되면서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삶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거죠. 그러면 예기치 않은 재난이나 고난에 처하더라도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36)

하루의 리듬, 일상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항목은 쏙 빠져 있어요. 밤에 잠을 못 자는데 로열젤리나 홍삼을 아무리 많이 먹으면 뭐합니까. 또 하나, 물질이 아닌 정신의 면역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마음이 불안지옥인데, 각종 비타민을 먹는다고 그게 재대로 효능을 발휘할까요? 약간만 스트레스 받아도 소화가 안 되는 게 우리의 몸인데, 감정, 정신, 마음, 이런 영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홀한 거죠. 달라이라마께서 유튜브로 하는 설법에서 누누이 강조하듯이 이제 생리적 위생뿐 아니라 정신적 위생에 대해서도 깊이 탐구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50)

일단 불교는 이전의 모든 사상을 전복하면서 등장했고, 이후에도 기존의 지배적인 사유구조를 해체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점만 보더라도 그야말로 청년의 사상이죠. 그에 비하면, 중화 문명의 도교나 유교, 즉 공자나 노자의 사상은 노년의 사상이에요. 청년의 역동성이나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화사상이 노년의 로고소라면, 불교는 청년의 파토스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교는 마음을 탐구하는데, 그 마음의 격정이 가장 심한 때도 청년기잖아요. ‘질풍노도의 시절이라고 하죠. 불교는 바로 그 역동성이 산물입니다.

(90-91)

불교는 또 굉장히 실용적인 사상입니다. 왜 인생은 이토록 괴로운가를 탐구하고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우리가 보통 느끼는 세속적인 괴로움이라고 하면 보통 인간관계의 애착에서 오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 애착의 대상을 상실했을 때 괴로움이 생기죠. 실연을 당하거나 가족을 잃거나 할 때 극심한 괴로움을 느낍니다. 또 하나는 물질적으로 내가 뭘 얻고 싶은데 못 얻는 걸 괴로움이라고 생각하죠. 불교는 바로 이런 괴로움을 타파하기 위한 것입니다. 괴로움을 없앤다고 하면 보통 기복종교를 바로 떠올립니다. ‘절에 가서 열심히 절하고 기도하면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해결될 거야.’ 혹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거야등등. 하지만 이것은 불교 이전에, 종교가 아니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종교는 신의 뜻을 이루는 일인데 그렇게 사리사욕에 물들어 있으면 과연 신이 들어주실까요?^^ 입장 바꿔 한번 생각해 보세요. 더구나 불교는 붓다라는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붓다는 신이 아닙니다. 우리와 똑 같은 인간이고, 우리들의 스승입니다.

(112)

사후의 지복을 원한다면, 누구든 애착을 갖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열정과 집착을 부추기는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살아서도 늘 무겁고, 사후에도 혼이 탁해서 구천을 맴돌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점에서 <동의보감>의 비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절에서 장수로, 장수에서 신선으로 가는 이 경로의 핵심은 장수나 신선 자체가 아니라 존재가 점점 더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는 겁니다.

(122)

그래서 자신을 돌아볼 때 이타심을 기준으로 삼으면 상황이 명료해집니다. 내가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건 내가 지금 굉장히 불만족스럽다는 뜻이에요. 나 자신이 만족스러우면 절대로 그렇게 이기심에 사로잡히지 않아요. 불성, 깨달음, 열반, 이런 언어를 들으면 무척 고원하고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거 같은 생각이 드는데, ‘내 마음의 행로가 어디를 향하는가?’ 이런 걸 기준으로 하면 그렇게 먼 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충만함, 그 충만함에서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이타심, 이것이 붓다의 마음이라는 거 잊지 마시고요.

(137)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존재는 삼독, 즉 세 가지 독에 물들어 있다는 거였습니다. 앞에 말씀드렸던 탐진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삼독이고요. 그래서 삼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설법을 많이 하십니다. 계속해서 <숫타니파타>의 구절들을 보죠. “치닫지도 뒤처지도 않아, 모든 것이 허망한 것임을 알고 어리석음을 버린 수행자는,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뱀의 경> 여기서 치닫지도 않고 뒤처지지도 않는다라는 말은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태과불급을 넘어선다는 것과 상통하는 말이에요. 정기신을 바탕으로 오장육부가 구성되지만 그 기운 역시 항상 넘치거나 모자라게 됩니다. 목기가 넘치면 간 기운이 넘쳐서 술에 빠지게 되고, 토기가 넘치면 비위 기능이 너무 활발해서 식탐을 주체하지 못하고, 수 기운이 범람하면 성욕이 함부로 날뛰게 되고이렇게 넘치는 것이 있으면 모자라는 것도 있겠죠. 그것을 불급이라고 합니다. 그건 또 그것대로 온갖 병증들이 만들어냅니다.

(175)

그리고 이건 제 소견인데, ‘우리는 동등해라는 견해를 고집하다 보면 그 또한 폭력적인 동일성에 빠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주의가 주장한 과격한 평등주의가 실패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물론 이건 앞으로 더 깊이 탐구해 볼만한 과제입니다. 아무튼 비교라는 척도가 작동하는 한 모든 견해는 다 망상이라고 보는 겁니다. 우월하다, 열등하다, 동등하다, 이 셋은 다 같은 범주의 산물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식의 척도에서 벗어나는 거겠죠.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되 어떤 방식으로든 비교하지 않는 것. 그것이 붓다의 평등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91-192)

저는 속박에서 평온으로 이끄는 정진이라는 이 구절을 참 좋아합니다. ‘정진이라는 말에는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이미지가 있죠. 짐을 걷고 걸어가는 황소, 그 황소의 끈기와 우직함을 떠올려 보세요.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야 속박에서 벗어납니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진정한 평온을 누릴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사유를 누가 허무와 적멸의 사상이라고 하겠습니까? “슬픔이 없는 곳으로 도달해 가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구절도 참 좋아하는데, <숫타니파타>의 단골멘트 중 하나예요. 우리 삶이 지닌 원초적 슬픔과 거기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붓다의 자비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238)

내가 지금 보고 경험하는 세계는 어떤 종류의 마주침 속에서 잠시 구성된 것일 뿐입니다. 연기조건이 만들어 낸 환영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설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내 눈앞에 리얼한 세계가 있는데 왜 없다고 하지?’ ‘이게 가짜라고? 미친 거 아냐?’ 등등. 서양철학사, 과학사가 그렇게 세상을 파악해 왔고 우리도 20세기 내내 주객 이원론’, ‘물질의 합법칙성’, ‘변증법적 발전등을 수도 없이 들어 왔기 때문에 그런 식의 사유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269-270)

그다음 여름의 기운인 화는, 우리 몸에서는 심장과 소장입니다. 간과 담을 가까이 있으니까 금방 이해되는데, , 소장은 좀 생소할 수도 있어요. 현대의학에서 보자면, 심장은 순환계고, 소장은 소화계에 속하는 장기니까요. 하지만 한의학적으로는 분류의 기분이 오행의 기눙이기 때문에 심장과 소장을 화기에 배속시킵니다. 그다음 토는 비위를 말합니다. 비위, 즉 비장과 위장은 몸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모든 걸 조정해 주는 거죠. 음식물을 완전히 분해한 다음 영양분을 몸 전체로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조정과 배분, 이런 활동은 토의 기운이라고 보는 겁니다.

(304)

내가 왜 이렇게 불편하지?’, 아니면 마음이 왜 이렇게 불안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 지점에서부터 차츰차츰 나아가면 되는데, 인과법을 쓰지 않고, 바로 먹을 걸로, 술로, 유흥으로 도피를 해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무마하면서 습관적으로 돈을 벌고, 돈을 버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조금씩 느끼면서 그렇게 살아갑니다. 불안이 점점 커져 가는데 임시로 막아 놓고 사는 거죠. 그래서 중년 이후가 되면 다 마음이 헛헛하다, 답답하다고 하는데, 이 헛헛함과 답답함은 그만큼의 덩어리가 뭉쳐 있어서 어디서부터 뚫고 나가야 될지를 모를 때 오는 겁니다.

(328)

불교는 참 특이한 게 무신론이잖아요.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들의 세계에 가거나 신이 되어 태어나는 것조차 윤회의 한 코스라고 여기거든요. 인간, 아수라, , 축생, 아귀, 지옥, 이렇게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종교는 죽은 다음에 신들에 세계에 태어나는 걸 목표로 하죠. 그래서 많은 제물을 바치고 날마다 예배를 드려서 그 신에게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신들의 세계에 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불교는 그것을 목표를 하지 않습니다. 내세에 대한 표상을 강하게 갖고 있으면 거기에 다시 끄달리게 됩니다. ‘과연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닐까”, 이런 걸 의식하면서 자기검열에 빠지게 되겠죠. 그럼 일단 마음이 늘 초조합니다. 생리적 균형도 깨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음허화동이나 상화망동의 상태에 빠지기 십상이에요.

(374)

이렇게 다섯 가지 스텝을 인생 전체로 놓고 봐도 되고, 하루에 적용해도 됩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존감이 따라서 액션이 달라질 거 아닙니까? 몸에 차오르는 자존감이 있다면 활기차게 시작할 테지만, 자존감이 낮으면 더 움직이기 싫겠죠(비겁). 그리고 누구든 오전과 오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죠(관성). 그러다 해가 져서 집에 들어오면 책 읽고 명상을 하고 지혜를 일구는 시간(인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돼야 깊은 수면을 들고 다음 날 아침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운명의 지도는 하루도 되고 일 년도 되고 십 년도 되고 평생의 전 과정도 다 설명해 줄 수 있는 그런 밑그림입니다.

(400-401)

그래서 모든 괴로움은 다 자아에 대한 집착 때문이에요. 나를 확장하고 계속 증복시키려다 보니 괴로움을 겪는 거예요. 게다가 자본주의는 소유밖에 없는 거죠. 이렇게 와 소유, 이런 자아에 대한 집착이 허망하다는 걸 불교는 계속 강조하는 겁니다. “열반은 허망한 것이 아니다. 고귀한 님들은 이것을 진리로 아는 님들이다. 그들은 진리를 이해하기 때문에 탐욕 없이 완전한 열반에 든다.”<두 가지 관찰의 경> 내가 아닌 것을 나라고 우기지 않는 것이야말로 고귀한 것이고, 그러면 탐욕에서 벗어나 지극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자아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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