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는 특별한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책으로 선물한 이를 생각하면서 정성스럽게 읽었단다. 세월은 무서운 속도로 빨리 지나가서 아빠도 언제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지, 내일모레면 오십이 되는구나. 소위 말해 앞만 보며 달려온 시간들, 나이 오십, 가끔은 뒤로 돌아보면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왔는지도 좀 보고잘못된 방향이었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방향전환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나이가 오십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나.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이상한 느낌이 든단다. 지금까지는 5라는 숫자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갑자기 드는 생각은 기대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구나. 아무래도 나이 먹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정신적 성숙이 덜 된 모양이구나.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도 하는데, 아빠는 아직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는 것 같고오십견이 생기고, 노안이 와서 안경을 맞추고, 몸만 오십이 되어가는구나.

지은이 박균호 님은 예전에 그분의 다른 책에서 나이가 들어서는 새로운 책을 사는 것보다 지금까지 샀던 책들 중에서 좋았던 책들을 골라 읽는 것을 추천했던 기억이 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좀 슬프면서도 무척 공감이 되었단다. 살 날은 얼마 남지 않고 읽고 싶은 책들은 많고, 이미 읽은 책들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들도 많을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지금 생각해봐도 쉽지 않은 질문이구나. , 그냥 그때그때 마음에 가는 책들을 꼽아 읽어야겠구나.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책 사는 것을 줄여야 한다면 지금은 많이 사도 되겠다면서, 책 많이 사는 것을 합리화시켰던 것도 생각이 나는구나. ㅎㅎ 그래서 안 읽은 책들은 더 쌓여만 가는구나.


1.

그렇다면 지은이 박균호 님은 오십에 되어서 어떤 책 읽기를 추천했을까?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함께 읽기라고 할 수 있겠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읽기가 아니고, 두어 권을 함께 읽기.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을 함께 읽긴 읽는데, 한 권은 소설, 한 권은 인문학 책을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해 주셨어. 그러면서 그렇게 짝을 지어준 책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1부에서는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소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까라마조프 형제들>과 인문서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 <죽음의 집의 기록>이라는 책들을 시작으로 8쌍의 소설과 인문서의 짝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2부에서는 인간 내면에 관한 이야기로, 아빠도 재미있게 읽은 소설 <레베카>와 인문서 <질투>를 비롯하여 다섯 쌍의 책들을 소개해 주었고, 3부에서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소설 <모르그 가의 살인>과 인문서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를 비롯하여 7쌍의 책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박균호 님의 책들을 보면 자신의 일상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이야기해주는데 이번 책에서도 책 소개 중간중간에 책과 어울리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유머와 감동을 더해서 이야기해주어 좋았단다. 선생님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지은이인데, 제자를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가족을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아빠를 반성하게 했단다.

이 책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부분 소설과 인문서 한 권씩(두 권도 가끔 있음) 짝을 지어 소개해 주었어. 다 읽고 나서 다시 책 차례를 한번 봤단다. 소설로 소개한 책들 중에는 아빠가 읽은 책들도 여럿 있었단다. 그런데 인문서로 소개된 책들은 읽은 책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책 제목도 다 처음 보는 책들이구나. 아빠의 독서가 얼마나 편향적이었나 깨닫게 해주고, 그리고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참 많다는 것도 깨닫게 해주었단다. 이 책에 소개된 소설들 중에 아빠가 읽은 책들이 어떤 책들인지 너희들이 궁금할 것 같아서, 리스트 업을 해 보았단다.

죄와 벌, 까마라조프 씨네 형제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레베카, 마담 보바리, 장미의 이름,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이렇게 리스트 업을 해 보았더니 소설도 별로 없구나. 이 책에서 추천한 책들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지은이 박균호 님은 짝을 지어서 읽어볼 것을 추천하셨지만, 어려운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아빠는, 일단 소설들 중에서 골라봐야겠구나. ㅎㅎ

이 책에서 추천한 소설들에는 고전들이 대부분인데, 유별나게 튀는 책이 하나 있었단다. 권여름 님의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책이란다. 책 조회를 해보니 작년에 출간한 책이더구나. 평도 좋은 것 같고, 박균호 님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한 글들을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주문해서 읽었단다. 이 책도 조만간 이야기를 해줄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은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또 다 까먹겠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두어 개만 이야기해주면서 그 기억력의 반감기를 좀 늘려보련다. 먼저 알렉산드로스의 에피소드치사하게 병사들의 편지를 몰래 읽어보았다고 하는구나.

==============

(106-107)

역사가들은 왕의 치세와 업적을 기록으로 남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오직 왕이 돋보이고 빛나야 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대제국을 건설한 왕들이 대개 사자나 신하를 지방에 보내 세금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국경 지대의 상황과 민심 그리고 이웃 나라의 동태와 같은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런 정보는 제국을 유지하고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첩보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심도 많았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심심찮게 병사들의 편지를 몰래 읽었다. 또 겉으로 보이는 병사들의 충성심을 믿지 못하고 병사들이 나누는 사적인 대화를 엿들으며 속마음과 사기를 파악하려 했다. 요즘으로 치면 개인의 이메일을 들여다보고 통화 내용도 도청한 것이다.

==============

그리고 미국에서는 책에 대한 검열을 세관과 우체국에서 한다는 놀라운 소식.

==============

(146)

미합중국의 법은 인쇄물 검열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두 개의 기관에 부여한다. 이 무서운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은 법원이나 경찰이 아니라 세관과 우체국이다. 세관은 불온하다고 판단한 책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지정할 수 있고, 우체국은 운송 자체를 막음으로써 불온한 책의 유통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미국 우체국 직원은 본인의 판단을 근거로 특정 책을 불온서적으로 낙인찍고 운송을 금지할 수 있는 기이한 특권을 가진 셈이다. 우체국의 판단으로 수천 명의 독자를 잃고 파산한 언론사도 있었다. 우체국이 불온한 책이라고 판단하여 발송에서 제외해버리면 신문사는 방법이 없다. 놀랍게도 미국의 우체국은 오늘날에도 이 권한을 행사한다. 여전히 우체국이 불온 문서를 통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

마지막으로 찰스 디킨스가 외도가 잦았고, 그걸 후세가 알지 못하게 편지를 다 불태웠다는 이야기.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자가 자신의 글을 없애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보다 자신의 명성을 더 중요시했나 보네. 그럼에도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의 외도 이력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네ㅎㅎ 편지를 다 불태워서 더 심하게 오해 받을 수도 있겠는데?

==============

(149-150)

자신의 원고와 편지를 소멸하고자 했던 카프카는 문단의 대선배인 찰스 디킨스에게 한 수 배웠어야 했다. 디킨스는 미래를 내다보고서 자신의 원고와 편지를 꾸준히 부지런하게 불태웠다. 그는 1860년부터 1870년 죽을 때까지 사적이고 공적인 편지를 모두 태웠다. 평소 외도가 잦았던 디킨스는 사후에 편지가 공개되어 자신의 명성이 훼손될 위험과 자식들이 편지를 출판사에 팔아치울 위험을 모두 염두에 두었다. 디킨스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원고를 태워서 폐기해 카프카와 달리 자신의 의도와 반해 유고가 출판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었다.

==============


PS:

책의 첫 문장: 딸아이는 어렸을 때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다.

책의 끝 문장: 호텔은 고객이 모르는 사이에도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하다는 하인 같은 존재다.


러시아 정부 입장에서 시베리아 유배형은 여러 가지로 유익했다. 우선 죄수를 이용해서 시베리아라는 광활하고 척박한 땅을 사람이 살 만한 땅으로 개척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시베리아가 러시아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지역이라고 공포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권력 체제를 비판하는 도스토옙스키 같은 위험인물을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정부는 17세기 중반부터 사형보다 시베리아 유배형을 더 애용했다. 이때부터 시베리아는 20세기 러시아 혁명 때까지 유배의 땅으로 각인되었다. - P20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침략해 자유민이던 흑인들을 강제로 끌고갔다는 생각은 노예 무역에 관한 가장 큰 오해다. 유럽의 노예 상인들은 대부분 서아프리카 노예 시장에서 이미 노예 신분으로 팔려 온 흑인을 구매했다. 노예로 농산물이나 공산품처럼 무역으로 거래되었으며, 아프리카에는 노예를 유럽 상인에게 판매하는 상인이 존재해 이들을 주축으로 노예가 유럽으로 수출되었다. 대략 7세기부터 <맨스필드 파크>의 배경인 19세기에 이르기까지 900만 명 이상의 아프리카 노예가 고도로 발달한 노예 시장에서 매매되었다. 유럽 상인들은 개인 상인에게 노예를 구매하기보다는 노예를 체계적으로 거래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아프리카의 권력자와 거래하기를 원했다. - P67

사람들은 본인이 질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롤랑 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을 읽으면 왜 우리가 질투를 부끄러워하는지 알게 된다. "질투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의 대해 괴로워한다." - P120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22-09-25 0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북홀릭님 정성 스러운 서평 정말 감사합니다. 소설과 인문학의 콜라보 ...정작 제가 정하고 싶었던 이 책의 제목이네요 ^^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평온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22-09-25 09:32   좋아요 2 | URL
늘 좋은 책 출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식구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