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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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영화 배우 톰 행크스가 몇 년 전에 단편 소설집을 출간하여 아빠가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준 적이 있단다. 그 당시만 해도 톰 행크스가 취미로 써왔던 단편 소설들을 엮어 네임 밸류도 있고 하니 책을 출간했나 보다 했단다. 그래도 소설들이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있구나. 그런데, 이번에는 장편 소설을 써서 출간했다는구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페이지가 500페이지가 넘는 그야말로 찐 장편소설이구나. 본격적으로 글쓰기도 계속 하시는 건가? 육십 대 후반의 나이이지만 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느 시간에 또 이런 장편 소설을 쓰셨나. 이번 소설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에 관련된 소설이란다. 평생 영화에 출연하고 제작하고 감독한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단다. 예전만큼 영화를 보진 않지만 아빠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나 영화가 어떤 식으로 제작되는지 몰랐는데, 이 소설을 통해서 대충 영화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었단다.

이 소설의 차례를 보면 영화 제작의 큰 그림은 대충 알 수 있겠더구나. 소재를 구하고, 사전 제작을 하고,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본격적인 촬영을 하고 마지막으로 후반 작업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런 말들을 많이 들어본 말들이로구나. 소설 속에서는 각 단계별 디테일이 들어 있고, 영화 제작 기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이 소설 속에 담겨 있단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읽는 이도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하여 함께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게 쓴 것 같단다. 그럼 책 이야기를 함 해보자.

 

1.

1947년 론 뷰트라는 미국 서부의 작은 도시가 있었어. 그 동네에 사는 어니 앤더슨과 룰루는 부부 사이였고, 그들 사이에서는 로비, 노라, 스텔라 세 아이가 있었단다. 룰루는 어느날 신문에서 갱 집단의 기사를 보았는데, 사진에 찍힌 자신의 동생 밥 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단다. 걱정하는 마음에 동생에게 전보도 보내고 전화도 했지만 소식이 없었어. 며칠 뒤 밥 폴스는 룰루의 집에 찾아왔단다. 다행히 별 일 없이 풀려났다고 했어. 밥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왔는데 조카인 로비를 태워주기도 했어. 그리고 자신이 참전했던 전쟁 이야기도 해주었단다. 밥 로스는 전쟁에서 화염방사병으로 근무했다고 했어. 그런 삼촌을 로비가 무척 좋아했는데, 삼촌은 갑자기 집에 온 것처럼 갑자기 집을 떠났단다.

시간을 흘러 1971년이 되었어. 로비는 고향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냈어. 당시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는데, 로비는 신체 검사에서 불합격하여 전쟁에 나가지 않았단다. 그림에 소질이 있던 로비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만화를 그렸어. 트베브 보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지. 오랜만에 삼촌 밥 폴스의 편지를 받았단다. 중국 식당에서 일하다가 사장인 에인절과 결혼하여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고 했어. 삼촌의 편지를 받자, 삼촌이 2차 세계대전 참전했을 때가 생각이 나서, 로비는 삼촌의 군대 보직인 화염방사병을 주인공으로 한 베트남 전쟁 배경의 만화 <파이어볼의 전설>을 그렸단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 만화들이 일부 에피소드들이 들어 있었어. 그 만화도 설마 톰 행크스가 그린 걸까?

 

2.

이제 시간은 쭉 흘러 2020. 거장의 반열에 든 영화감독 빌 존슨은 새로운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어. 영화 소재를 찾던 중 우연히 <파이어볼의 전설> 만화책을 보게 되고 그를 각색해서 히어로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사전 제작 준비에 들어갔단다. 제작자 얼은 영화 촬영장소로 론 뷰트로 정했단다. 그 만화 속에서 등장하는 마을이니까 말이야. 영화 스태프들은 어떻게 뽑는 걸까. 학교에서부터 영화 관련된 것을 배워서 스태프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우연히 일 잘하고 똑 부러지는 사람을 만나면 스카우트하기도 하는 것 같아.

이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스태프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이 두어 명 등장한단다. 배우들만 길거리 캐스팅하는 것이 아니고 스태프들도 길거리 캐스팅이 있는가 보구나. 제작자 얼은 론 뷰트에서 임시로 자동차 기사를 구했는데, 그 자동차 기사가 일을 너무 똑 부러지게 잘 하는 거야. 이녜스라는 여자였는데, 무심코 한 이야기들을 흘려 듣지 않고, 그 이야기한 것들을 알아서 준비해주었어. 그래서 론 뷰트에 올 때마다 이녜스를 자동차 기사로 썼고, 나중에는 함께 영화 일을 하자고 제안했단다. 사실 얼도 그렇게 영화계에 발을 들여서 제작자의 위치까지 온 것이거든

영화의 기본적은 틀은 갖추어졌단다. <파이어볼의 전설>이라는 만화를 각색해서 <나이트셰이드 : 파이어 폴의 모루>라는 영화로 만들기로 했어. 이 영화는 울트라 에이전트 오브 체인지 시리즈의 한 영화로 만들기로 했단다. 아무래도 소설 속 울트라 에이전트 오브 체인지 시리즈는 실제 엄청 인기를 끌었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았어. 히어로물인 것도 그렇고, 사용한 단어들도 그렇고 말이지이 소설의 배경인 2020년은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시절이라서, 영화는 OTT를 통해서 개봉하기로 결정했단다.

, 이제 대충 소재가 준비되었으니, 주인공들을 캐스팅해야겠지. 먼저 여자 주인공은 렌 레인이라는 사람이 캐스팅되었어. 감독인 빌 존슨은 이 배우를 꺼려했지만, 첫 인터뷰 후 마음이 바뀌어 여자 주인공은 렌 레인으로 결정했단다. 렌 레인은 톱스타답지 않게 스태프들과 잘 어울리고 배려하는 자세로 임했어. 잘 선택한 것 같구나. 그런데 문제는 남자 주인공이었어. 주연으로 두 작품을 한 사람으로 이제 막 뜨는 주연급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는 사람이었어. 아빠가 풀 네임을 적어두지 않아서 풀 네임이 생각나지 않고 주로 부르는 OKB만 생각나는구나.

이 영화만 성공하면 거물급 배우로 클 수 있는 기회였지. 거장 영화 감독에, 유명한 히어로물 시리즈의 주인공이니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자신만 잘난 줄 아는 싸가지 없는 사람이었어. 자기 주장이 강해서 감독의 말을 잘 안 들었어. 감독이 이렇게 촬영하자고 하면 OKB는 저렇게 촬영하자고 하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둘 다 촬영하자고 해서 촬영 시간도 계획보다 점점 늘어졌어. 그렇게 3일을 촬영하고 나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

빌 존슨 뿐만 아니라 제작자인 얼도 같은 의견이었고, 투자자들에게도 잘 설득해 보기로 했어. 그들의 결정은 OKB를 자르고 다른 주인공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단다. 이런 일이 실제 영화계에서 자주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세상 사람들에게 다 알려져 있고 촬영도 시작을 한 상태이고, 무엇보다 어떻게 다시 주연급 배우를 캐스팅하는가였지. 그래도 지금 남자주인공을 그대로 두는 것이 리스크가 더 크다고 생각했어. 빌 존슨은 이미 생각해 둔 남자 주인공이 있었단다. 3일 동안 촬영하면서 조연 배우 중에 눈 여겨 봐 둔 사람이 있었던 거야. 거의 단역 역할을 하던 아이크 클로퍼가 바로 그 사람이지. 주인공을 해 본 적 없는 단역 배우에 대작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것은 상당히 모험적인 것이었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본 빌 존슨의 촉을 믿어야 하는 상황이었어. 결국 OKB는 잘리고 아이크 클로퍼가 주인공을 맡게 되었단다. 아이크 클로퍼는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란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데 그 동안 단역으로만 출연하여 생활도 넉넉지 않았어. 아이크 클로퍼는 당연히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

남자 주인공이 바뀐 이후에는 순조롭게 계획대로 촬영이 진행되었어. 영화에 참여는 배우들도 많고 스태프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도 많이 일어난단다. 렌 레인이 맡은 여주인공의 할아버지 역할로 나왔던 노배우가 자신의 촬영분을 마치고 얼마 안 있다고 죽는 일도 있었어. 한 동안 애도 기간을 가지며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단다. 아무래도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말이야. 이 영화가 개봉되면 영화 시작 전이나 후에 그 배우를 추모한다는 자막이 삽입되겠구나. 그리고 그 배우의 마지막 작품이 되다 보니 비인간적이긴 하지만 영화 홍보에도 도움이 되겠구나.

영화를 계속 진행하다 보니 남녀주인공 사이에 스캔들이 일어나는 것도 다반사인가 보구나. 남자 주인공이 유부남인데 말이야. 이 경우에는 유부남인 남자 주인공이 알아서 잘 조절을 해야 할 텐데…  렌 레인도 아이크 클로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선을 지키면서 더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단다. 그것이 영화 성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지. 투철한 직업의식. 대신 영화 속 키스씬으로 만족한 것 같았어.^^

촬영을 마치고는 그만큼 길 수도 있는 후속 작업이 진행되었고, 제작자는 다음 시리즈를 고민하였단다. 영화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시간, 많은 사람들,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흔히들 종합예술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겠구나. 그런데 이렇게 공들여 만들었는데 흥행 실패하면 참여했던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하지만 흥행실패를 두려워하고 영화제작하는 이들이 줄어든다면 또 어떻게 될까. 우리와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악몽 같은 세상이 되겠지.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지 영화는 영원하길 바래. 이 책의 결론. 걸작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영화 스태프들, 영화 출연자들, 그 외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원팀이 되어야 한다는 것.

….

아빠가 영화를 많이 봤던 시절은 20~30대였던 것 같구나. 그 시절이 톰 행크스의 전성기 때와 겹쳐서 아빠는 톰 행크스의 영화들을 꽤 많이 본 것 같아. 그런데 그가 출연한 영화 중에 재미 없는 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 최근에는 그가 출연한 영화를 안 본 것 같구나. 영화 보는 횟수도 많이 줄어들었고 말이지책도 읽은 기념으로 오랜만에 톰 행크스의 영화를 하나 찾아서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오 년쯤 전, 얼 맥티어라는 사람(나는 얼믹 티어라고 들었는데)에게서 지역 번호 310으로 음성 메시지가 왔다.

책의 끝 문장: 밥 삼촌……


"난 어떤 영화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싫다는 감정을 합리화하기에는 영화는 너무나 만들기 어려운 법이거든요. 제아무리 형편없는 실패작이라고 해도요. 영화가 별로면 나는 그냥 좌석에 앉아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머지않아 끝날 테니까요. 영화를 보다 나가는 건 죄악입니다." - P13

"맞아." 얼이 말했다. "우리는 영화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는 약속의 땅으로 가는 마차 행렬에 함께 오른 개척자들이지. 하지만 ‘야, 다른 일자리 구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이 모든 건 그냥 하나의 잔상이 될 거야." 얼은 두 팔로 사무실을 아우르며 영화 만드는 경험 전체를 가리켰다. "내가 자기를 유혹해서 파운틴 애비뉴의 흐름 속에 끌어들인 이래 지금까지 자기가 겪었던 속도와 압박감을 생각해 봐, 이네스. 그걸 세 배로 곱해. 그리고 다시 제곱. 그런 다음 야간 촬영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의 출산 기념파티에 못 갔는데 자기가 휴가를 내지 못한 이유를 그 친구가 이해해 주지 않는 나날을 더해 봐." - P318

그 영화는 워너에서 만들었는데 워너 영화들이 다들 그렇듯 촬영 일정이 몇 주밖에 안 됐어요. 영화를 공장처럼 찍어 냈던 시절이니까. 감독 마이클 커티즈는 헝가리인이라 억양이 강했지요. 촬영장은 펄펄 끓습니다. 당시에는 조명으로 아크 등을 사용했고 필름 감도 때문에 빛이 많이 필요했던데다 릭의 카페에서 도박하고 술 마시고 나치에게서 달아나려고 하는 모두가 정장을 입고 있었거든. 알다시피 원작은 희곡입니다. <모두가 릭의 카페에 찾아온다>. 각본가는 네 사람, 그중에는 쌍둥이 엡스타인 형제와 하워드 코크도 있었지요. 쪽 대본이 날아다니고, 버려지고, 새 대사를 시험해 보기 일쑤예요. 스튜디오 전속 배우들은 자기 장면에서 실력을 보여 주려고 난리고, 잉그리드 버그먼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모두를 매료시키고, 클로드 레인스는 그중 단연 돋보이고 완벽하지요. 그리고 경력의 정점에 선 보가트가 있습니다.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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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114)

어느 시대가 더 행복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때도 행복한 사람, 불행한 사람이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다만, 이런 맥락을 알았으니 이제 우리는 현재 소설을 읽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소설은 갈등을 겪으면서 시작해요. 문제적 자아가 집을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하면서 나는 누구?’라는 답변을 찾는 거예요. 답을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찾았다고 생각한 답이 오답일 수도 있고, 나중에 바뀔 수도 있죠.


(217)

여기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인생, 그러니까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야말로 에세이 쓰기가 밀접하게 접목되어 있습니다. 에세이는 나의 기억을 갖고 내가 쓰는 것입니다. 과거나 현재에서 중요한 사물, 인물, 사건 등을 떠올리면서 잘 표현되지 않았던 내 감정이나 포착되지 않았던 내 생각을 다시 잡아서 쓰는 거예요. ,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합심해서 만드는 일종의 자아 찾기’, 이것이 바로 에세이입니다. 우선 자아를 찾아야지만 쓸 수 있냐고요? 아뇨, 쓰면서 찾을 수 있습니다!


(224-225)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大地)의 소작(小作)이다

내 조상은 수백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서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대로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애는 나를 안아준다 아빠 잘 가

  

         _이상국 <혜화역 4번 출구> 전문



(242)

그런데 일단 써보시면 아실 겁니다. 과정 자체가 힐링이 된다는 사실을요. 에세이를 쓰는 시간은 감정의 디톡스 시간이 됩니다. 에세이를 쓰면서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보여주어야만 글입니까. 가장 소중한 내가 볼 건데요. 그러나 쓰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기쁨을 느끼실 거예요. 조금 더 열심히 쓰면 책으로 출간도 가능합니다. 요즘은 대량 생산만 하는 게 아니라 책 한 권만 출간해 주는 업체도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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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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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어렸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아빠가 기억력 유지가 잘 안 되는 어른이 되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봤는데,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곧 잊혀지곤 한단다. 그래서 아주 유명한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에 대해서는, 이름은 잘 알지만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단다. 그래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있어, 관련된 책이 나오면 눈 여겨 보곤 한단다. 아빠가 오늘 이야기해 줄 책도 그렇게 알게 된, 제시 버튼의 <메두사>라는 책이란다.

메두사라고 하면 뱀의 머리를 가지고 있고, 메두사의 눈과 마주치면 돌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메두사에 관해 아빠가 알고 있는 전부란다. 어떤 사연이 있어 그렇게 되었는지 몰랐어. 눈만 마주치면 돌로 변한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운 존재겠니. 그래서 아빠가 어렸을 때 만화 영화 속에서 빌런으로 등장했던 기억도 있구나. 그 메두사에 관해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책이 바로 제시 버튼의 <메두사>라는 책이란다. 너희들도 기억력 좋은 어렸을 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으니 메두사에 관해서는 아빠보다 더 잘 알겠지? 그래도 신화 속 메두사와 비교해서 이 책에서는 어떻게 메두사를 이야기했는지 한번 보자꾸나.

 

1.

메두사의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한 것은 아테나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그 이야기는 뒤에 나오니 그때 다시 이야기를 할게. 메두사는 두 언니인 스테노와 에루이알레, 그리고 아르젠터스라는 개와 함께 바위섬에 유배를 와서 4년이나 지냈어. 언니들은 낚시하러 섬 밖으로 가기도 했단다. 어느날 페르세우스라는 한 남자가 오레이도라는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바다에서 길을 잃고 바위섬에 찾아왔단다. 하지만 메두사는 그의 앞에 모습을 내놓을 수 없어. 흉측한 괴물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어. 메두사는 바위 뒤에 숨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단다. 페르세우스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물고기를 구워서 전달해주기도 했어. 물론 자신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말이야. 메두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메리나라고 했단다. 둘은 바위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어.

페르세우스는 옛이야기를 하는데, 아버지는 제우스이고 엄마는 아르고스의 왕의 외동딸 다나에라고 했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의 대부분이 제우스의 자식들인 것 같구나. 그런데 페르세우스의 외할아버지는 손자가 자신을 죽인다는 예언을 듣고서는 그런 일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다나에를 탑 꼭대기에 가둬두었단다. 하지만 제우스의 눈에 다나에가 들어왔어. 몰래 탑에 찾아와 사랑을 나누었고 아이를 몰래 낳았는데 그가 바로 페르세우스란다. 외할아버지에게 들통나 엄마와 페르세우스는 궤짝에 실려 바다에 버려졌단다. 그런데 포세이돈이 이를 우연히 보고 구출해주어 살아날 수 있다고 했어. ..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포세이돈은 메두사에게는 악한인데 페르세우스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로구나. 그들의 이야기는 언니들이 낚시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끝이 났고, 메두사는 페르세우스를 동굴 속에 숨어 있으라고 했단다.

다음날 메두사도 자신의 이야기를 했단다. 메두사는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운 외모로 동네방네 소문이 났단다. 4년 전 메두사가 열네 살일 때, 포세이돈이 메두사에게 구애를 했는데, 메두사는 이를 거절했단다. 그러자 화가 난 포세이돈은 메두사의 마을에 계속 폭풍우를 내리게 했어. 그렇게 되자 마을 사람들마저 메두사가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냐. 메두사가 먼저 포세이돈을 유혹하고 자극했다면서 말이야. 메두사는 얼마나 억울했겠니.. 그래서 메두사의 언니들이 아테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아테나는 메두사를 찾아왔단다. 그런데 질투의 신 아테나가 메두사의 외모를 보고 좋아했겠니아테나도 메두사를 탓하며, 신전에 숨어 기도하고라고 했단다. 그렇게 신전에 숨어서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포세이돈이 그곳까지 찾아왔단다. 결국 메두사는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하고 말았어. 집으로 쫓기듯 돌아온 메두사를 언니들이 위로하지만, 상처는 지울 수 없었단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며칠 뒤 아테나가 찾아와 한 말이었단다. 메두사가 신전을 더럽히고 파괴했다는 거야. 메두사의 언니들이 그 일은 포세이돈에게 가서 따지라고 했는데, 아테나는 메두사의 책임이 더 크다는 황당무계한 논리로 벌을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머리카락을 뱀들로 바꾼 것이란다. 괴물이 된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유배 오듯 섬에 들어와 살고 있는 것이야.

메두사는 언니들이 돌아오는 시간이 되어 다음 이야기는 내일로 미뤘어. 언니 스테노는 메두사의 달라진 행동을 통해 사랑에 빠진 것을 눈치했어. 메두사에게 솔직히 이야기하라고 하자, 메두사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단다. 스테노도 페르세우스가 진정으로 메두사를 사랑한다면, 괴물의 모습을 한 메두사까지 사랑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 그래서 메두사도 용기를 내고 페르세우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2.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의 목적을 이야기해주었단다. 페르세우스아 엄마 다나에는 구출되어 세리포스란 곳에 머물렀는데,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 왕이 다나에에게 계속 수작을 부렸어. 다나에는 이미 제우스와 정을 통한 몸이기 때문에 거절했단다. 페르세우스도 엄마를 지키기 위해 옆에 꼭 붙어 있었지. 그러자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에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오라는 명령을 내렸단다. 그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엄마가 죽을 지도 모른다고 했어. 폴리덱테스는 다나에 곁에서 페르세우스를 떼어내려고 했던 것 뿐일 텐데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죽이기 위해 죽음의 길을 떠나왔구나.

메두사는 페르세우스 앞에 모습을 보이려는 찰나 페르세우스가 자신을 죽이러 왔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 거야. 다시 사랑을 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서 죽음의 공포메두사는 자신의 이름은 메리나가 아니고 메두사라고 이야기했어. 페리세우스는 믿지 않았지. 메두사는 페르세우스에게 그냥 돌아가라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죽여야만 한다고 했단다. 폴리덱테스에게 속아서 길을 떠나온 것 하며, 메두사를 죽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지 않고 무조건 죽이려는 것 하며, 페르세우스의 지능은 상당히 낮은 사람인 것 같구나.

결국 메두사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는데, 메두사의 눈과 마주친 페르세우스는 그 자리에서 돌로 변하고 말았단다. 그제서야 메두사는 아테나가 이야기한 두 번째 형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 아테나가 이야기하기를, 다른 사람들이 메두사를 보면 화를 면치 못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바로 이 말이었던 거야. 메두사의 눈을 마주치면 돌로 변한다는 것낚시 갔던 언니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언니들은 페르세우스가 돌이 된 것은 메두사의 잘못이 아니라면서 위로해 주었고, 페르세우스가 타고 온 배를 타고 섬을 떠나자고 했단다. 그래서 그들은 4년 간 머물렀던 그 바위섬을 떠나게 되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이나 사람들은 이름만 아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메두사를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보니, 그리스 신화에서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는 것으로 나오더구나. 그렇게 되면 메두사의 삶은 너무 불쌍한 인생이로구나. 오히려 제시 버튼의 <메두사>에서처럼 메두사가 페르세우스를 돌로 만들어버리고 섬을 떠나는 것이

더 극적인 것 같구나. 그리고 그 이후 모험도 기대되는데, 지은이 제시 버튼은 이번 소설의 속편은 쓸 생각은 없으신지 모르겠다. 아빠는 메두사의 이름만 알았지,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몰랐는데, 그리스 신화 속 메두사와 소설 속 메두사를 비교하면서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이젠 메두사를 달리 보는 눈을 가진 것 같아.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눈빛만으로 남자를 죽였다고 말하면, 당신은 나머지 이야기를 듣겠는가?

책의 끝 문장: 나를.

 


메두사, 메두사, 메두사. 반복해서 나의 이름이 불리고 판결이 내려지면서, 나의 삶, 나의 진실, 평온하던 나날, 영글었던 생각이 전부 무너졌다. 그래서 무엇이 남았냐고? 이 삐죽삐죽한 바위섬과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된 거만한 여자, 그리고 뱀들의 이야기가 남았다. 잔혹하게도, 변화는 내게 예외 없이 괴물 같았다. 또 한 가지 진실은 내가 외롭고 화가 났다는 것. 그리고 분노와 의로움은 결국 똑 같은 뒷맛을 남긴다. - P10

내가 소중한 존재이며, 사랑받고 축복받는 존재임을 아는 삶,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허용되고 또 격려되는 삶, 다른 사람의 시선이라는 커다란 거울 속에서 내가 완벽하다고 느끼는 삶…… 그런 삶이 나의 삶일 수도 있을까? 어쩌면 페르세우스가 그 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발. 나는 신들에게, 유독 한 신에게 간청했다. 당신은 나에게 너무 큰 벌을 줬어요. 아테나, 제발 내게 이 한 줄기 달빛만은 허락해주세요.
나는 기다렸다. 그러나 아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 P62

달콤한 위험을 맛본 적이 있는지? 그것이야말로 최상이면서 동시에 최악의 별미다. 그 무엇도, 정말이지 그 무엇도 그만큼 자극적이고 특별하며 유혹적인 맛이 없기에 최상이고, 한번 맛보고 나면 그 후로 먹는 모든 것이 밋밋하게 느껴지기에 최악이다. - P78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 핏속에 운명의 지도가 새겨져 있었다고 믿는다. 그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신들에 의해? 아니면 인간의 탄생과 별빛의 신비로운 조합에 의해? 그들은 인간의 삶이 완벽하게 계획되었으며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라고 믿는다. 인간은 이미 마련된 길을 걸음 뿐이고 그 길에서 벗어나면 무너지고 죽는다고. 반면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났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인간이 샘물처럼 깨끗한 상태로 태어나고 자신의 태풍을 일으킨다고 믿는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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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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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3권  <수도사의 두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게.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작년에 10권까지 나오고 잠잠해서 아빠가 걱정을 좀 했었는데, 최근에 21권까지 모두 출간되었더구나. 이제는 끊길 걱정하지 말고 고고해야겠구나.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수도사의 두건> 역시 책표지에 커다란 두 눈이 등장한단다. 두 눈만 크게 클로즈업해서 섬뜩한 기운도 드는데, 각 권마다 그 눈모양이 다르단다. 각 권마다 책표지의 눈모양이 다른데 그것이 무언인가 의미를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단다. 책표지 디자인은 워크룸이란 곳에서 했다고 하는데, 어떤 취지를 가지고 디자인했는지 궁금하구나.

그건 그렇고 곧바로 <수도사의 두건>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책 제목 <수도사의 두건>은 수도사의 두건을 닮았다고 하여 별명이 붙여진 독성 강한 약초를 뜻한단다. 근육통이나 관절에 좋은 것으로 피부에 발라서 치료하는 것인데, 잘못하여 먹는다면 죽을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독초가 될 수 있어. 이번 <수도사의 두건>의 사건은 어떤 식으로 벌어질 지, 제목을 통해서 대충 예상할 수 있겠구나.

 

1.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잉글랜드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했잖아. 이번 3권에서도 마찬가지란다. 1138 12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는 여전히 내전 중인데, 캐드펠 수사 시리즈 2권에서는 캐드펠 수사가 머무르고 있는 베네딕토회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근처에 전선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3권에서는 그 전선이 물러나면서 수도원은 조금은 일상을 되찾았단다. 수도원장 헤리버트는 교황청으로부터 재신임을 받기 위해 런던으로 떠나고, 부수도원장 로버트가 대리 업무를 맡고 있었어. 헤리버트 수도원장이 나이도 있고 해서 로버트는 내심 이번에는 자신이 수도원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어. 캐드펠 수사는 그런 권력에는 큰 관심 없이 수도원의 농장에서 일했단다. 캐드펠 수사는 농사뿐만 아니라 약초도 키우고 약초에 대한 지식도 해박했어. 수도원이나 인근 마을의 아픈 사람들이 오면 약초를 처방해주기도 했어.

수도원 근처에 말릴리 장원의 영주 거베이스 보넬이라는 사람이 머무르고 있었는데, 말릴리 영주는 자신 소유의 장원을 수도원에 기부하고 싶다고 해서 그 기부 건에 대해 계약을 진행하고 있었단다. 어느날 부수도원장 로버트는 흔치 않은 메추리 요리를 먹게 되었는데, 흔치 않은 요리라서 그 요리를 거베이스 보넬에게도 나누어주었단다. 장원을 기부해주어 고맙다는 마음으로그런데 거베이스 보넬이 그 음식을 먹고 위중한 상태로 빠지게 되었어. 말릴리 장원의 농노인 앨프릭이 캐드펠을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어. 캐드펠이 뛰어 가서 응급 조치를 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단다. 손쓰지도 못하고 거베이스 보넬은 죽고 말었어. 보넬 씨의 증상을 보니 누군가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부르는 독성 강한 약초를 음식에 탄 것으로 보였어. 캐드펠이 그렇게 잘 아는 이유는 그 약초를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같은 메추리 요리를 먹은 부수도원장은 멀쩡한 것으로 보아, 수도원에서 요리를 받아서 보넬 씨의 집의 식당, 거실로 오는 동안에 누군가 독초를 요리에 넣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단다.

여기서 잠깐 거베이스 보넬의 가계도를 좀 살펴봐야겠구나. 거베이스의 아내는 리힐르스인데 3년 전에 재혼한 사이였단다. 리힐리스에는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 시빌과 늦둥이 아들 에드윈이 있었단다. 에드윈은 이제 고작 열네 살이었어. 딸은 마틴 벨코트라는 남자와 결혼을 해서 아들 에드위가 있었단다. 에드윈이 늦둥이다 보니, 조카 에드위와 나이가 동갑이어서 둘은 친구처럼 지냈단다. 보넬 씨는 예전에 하녀와 정을 통해 아들을 낳았는데, 그 하녀는 죽고 사생아 메이리그는 이미 성인이 되었지.

그렇다면 거베이스 보넬이 죽으면 누가 가장 이득이 될까. 당시 잉글랜드는 사생아에게 상속권이 없었기 때문에, 상속권은 친자는 아니지만 법적 아들인 에드윈이 갖게 된단다. 그렇다 보니, 이 사건을 조사하기 나온 행정관은 에드윈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었단다. 더욱이 사고 당일 에드윈은 보넬 씨의 집에 찾아와서 말다툼까지 한 것을 가족들과 하인들이 모두 보았어. 말릴리 장원이 아직 수도원으로 기부한다는 최종 계약이 안 되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장원의 권리는 에드윈이 갖고 있었단다. 그리고 보넬 씨와 말다툼을 한 에드윈은 그 집에서 뛰쳐나가 행적이 묘연해졌단다. 현실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추리 소설에서는 가장 범인 같지 않은 사람이 범인이니까 아빠도 에드윈은 무조건 진범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가끔 그 허를 찌르는 작가도 있지만 말이야.

 

2.

그 시각 에드윈은 조카이자 친구인 에드위와 함께 숨어 있다가 밤이 되자 캐드펠 수사를 찾아왔단다. 에드윈와 에드위는 삼촌과 조카 사이라고 하지만, 쌍둥이처럼 비슷하게 생겼어. 캐드펠은 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에드윈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어. 에드윈이 그날 보넬 씨를 찾아온 이유는 그 동안 사이가 좋지 않아서, 엄마의 조언대로 화해하려고 왔던 거야. 선물까지 준비해서 왔는데, 처음부터 대화가 틀어져서 선물도 주지 못하고 말다툼만 하고 뛰쳐나왔다는 거야.

캐드펠은 에드윈을 수사들이 잘 오지 않는 마구간 창고에 숨겨두었고,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어. 조수인 마크 수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2권에서도 등장했던 휴 베링어도 캐드펠 수사를 도와주었단다. 그런데 있잖니캐드펠이 보넬 씨를 구하려 갔던 날, 또 다른 일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단다. 보넬 씨가 3년 전에 재혼한 아내이자 에드윈의 엄마 리힐거스가 알고 보니 멀고 먼 시절 캐드펠의 첫사랑이었던 거야. 수십 년이 지나 자신의 첫사랑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단다. 수도원에 제롬 수사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캐드펠과 리힐거스의 그런 관계를 알아내고, 캐드펠도 용의자일 수 있다고 주장했단다. 리힐거스와 다시 관계를 맺으려고 보넬 씨를 죽였다는 거지. 그 독초도 캐드펠이 만든 것이니 말이야. 제롬 수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부수도원장은 판단하여 캐드펠에게 금족령이 내려졌단다.

그렇게 외출을 할 수 없는데, 에드윈이 숨어 있는 마구간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어쩔 수 없이 에드윈은 말을 타고 도망을 갔고, 사람들은 에드윈을 쫓아가 결국 잡아 왔단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이 잡은 사람은 에드윈이 아닌, 에드윈의 조카 에드위였어. 중간에 둘은 옷을 갈아 입고 에드위가 에드윈인 척 한 거야.

금족령은 풀려났지만, 캐드펠은 이 사건으로 격리를 시키려는 부수도원장의 의도에 따라 멀리 양목장 관리로 파견을 가게 되었어. 양목장은 원래 두 명의 수사가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수사가 병에 걸렸기 때문에, 그 수사를 치료도 할 겸 양목장도 관리하라고 캐드펠 수사를 그곳에 보냈단다. 그런데 우연찮게 근처에 말릴리 장원이 있었단다. 캐드펠 수사는 오히려 그 말릴리 장원을 살펴 볼 수 있었단다. 그런데 말릴리 장원은 잉글랜드와 웨일즈 땅에 걸쳐서 넓게 펼쳐져 있었어. 심지어 웨일즈 쪽에 훨씬 많은 땅이 있었단다. 그래서 말릴리 장원에 관련된 재판은 웨일즈 재판장에서 받을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웨일즈에서는 사생아와 무관하게 친자에게 상속권의 우선권이 있었어. 오호,, 그렇다면 강력한 용의자가 한 명 등장하는구나. 바로 보넬 씨의 사생아 메이리그

캐드펠은 말릴리 장원을 조사해보려고 갔는데, 그곳에 숨어 있던 에드윈을 만났단다. 에드윈이 거기에 숨을 수 있던 것은 메이리그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야. 메이리그는 에드윈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동생으로 여겼어. 하지만 얼마 후 이 사건을 조사하는 행정관이 말릴리 장원에 찾아와 에드윈을 체포해서 에드윈은 감방에 갇히게 되었어.

캐드펠은 웨일즈의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러 갔다가 그곳에 증인들을 데리고 나타난 메이리그를 보았단다. 메이리그는 말릴리 장원의 상속권을 주장했어. 메이리그는 방청객에 캐드펠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메이리그가 상속권을 주장한 후, 캐드펠은 메이리그가 보넬 씨를 죽였다는 근거를 하나하나 이야기했단다. 메이리그가 가지고 있던 약병에 여전히 독초의 향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 명백한 증거였단다. 그러자 메이리그는 재판장에서 뛰쳐나가 도망쳤단다. 그날 밤, 메이리그는 캐드펠을 찾아와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고 지금은 깊이 반성하고 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어. 메이리그의 진심을 알게 된 캐드펠은 그를 사죄하고 앞으로 반성하며 살아가라면서 그를 도망가게 했단다.

캐드펠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굳이 감옥에 가두지 않고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그 죄를 덮어주었단다. 2권에서도 그랬잖니일종의 고해성사로 생각한 것 같아.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면 하느님과 화해를 했다고 보는 거지메이리그가 진심으로 후회한 것이 맞기를캐드펠은 수도원으로 돌아와서 에드윈이 무죄라는 것을 입증했어. 그래서 에드윈도 풀려나게 되었단다.

….

재신임을 받으러 갔던 헤리버트 수도원장이 돌아와서, 자신은 이제 평수사로 봉사한다고 했어. 부수도원장 로버트는 자신이 수도원이 되는 줄 알고 좋아했지만 그것은 순간이었단다. 헤리버트는 새로운 수도원장이 될 라둘푸스와 함께 왔던 거야. 로버트는 좋다 말았네지은이 엘리스 피터스의 유머 코드인 듯소설은 그렇게 끝났단다. 이번 소설도 재미있었어. 너희들도 시간만 있다면 읽어보면 좋을 텐데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더욱 어울리는 소설인 것 같은데..

이 소설은 책 뒤쪽에 주석 설명이 따로 모여 있단다. 그런데 책에는 27번까지 주석 번호가 있는데, 책 뒤쪽의 주석 설명은 25번까지만 있더구나., 마지막 2개가 빠졌어. 출판사의 실수.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1138 12월 초순, 캐드펠 수사는 평온한 마음으로 수도회 평의회에 참석했다.

책의 끝 문장: 결국 이것이 모든 이를 위한 최선의 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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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거울 속의 남자.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건장한 몸집의 남자. 한때는 짙은 색이었던 그의 머리카락이 이제는 희끗희끗하게 변해버렸다. 거친 피부와 주름진 얼굴, 벗겨진 이마, 작은 눈, 손질이 필요한 눈썹.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은 거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신체 부위 중에서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오직 발뿐이라 말하곤 했다. 그는 시선을 고정했다. 거울 속의 남자도 시선을 고정한 채 팔을 내리고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두 다 알고 싶어 하는 남자였다. 날씨, 바람, 시간.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43-44)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 끝은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다. 끝은 모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언젠가는 마지막으로 딸을 목말 태우고 숲을 산책하는 날이 올 것이다. 산 위에 올라가 발밑의 풍경이 마치 나만의 것 같다고 느낀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가게에 가서 빵과 우유와 버터를 산 날, 마지막 여름. 마지막 수영. 그는 8월의 어느 날, 튜브에 등을 대고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올려다보았고, 햇살에 데워진 바위 위에 앉아 눈을 감고 피오르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

(81)

그는 어떻게 하면 그녀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건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그는 일지에 그렇게 적었다. 우리는 쉽게 건널 수 있는 깊은 소금물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을 뿐이다. 어느 날 그는 배를 정박시키고 그녀의 집이 있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두세 발자국을 떼었을까. 갑자기 용기가 사라졌다. 그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이제 그의 삶은 저 집 안에, 저 대문 너머에, 마르타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삶 속에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119-120)

때때로 우리는 자연의 가장 장엄한 측면을 접하기도 한다. 어떤 집이나 배도 견뎌내지 못하는 바람, 심지어는 그 어떤 풍경도 경험한 적이 없을 낯선 바람, 피오르에 세차게 몰아쳐 배를 질식시키는 바람. 그런 바람이 불면 집은 갈라지고 부서지며 벽은 힘없이 땅에 쓰러지고 지붕은 마치 빈 정수리를 숨기기 위해 빗어 넘긴 옆머리처럼 허공으로 풀썩 솟아오른다. 내 안의 날씨도 이렇게 변한다. 그는 일지에 어딘가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나는 피오르 같은 사람이다. 피오로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다가, 다시 부풀어오르고 가라앉는다. 그렇다, 페리 운전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이지만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피오르 안팎을 막론하고 항상 그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마치 물이 부서졌다가 합쳐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싸안는 것처럼. 그러나 그는 항상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그의 손목시계 바늘처럼. 그는 이미 앞을 향해 출발했고 곧 엔진을 끌 것이며 배는 완전히 멈출 것이다.

(153)

그는 여전히 이 몸 안에 있다. 시간은 그의 몸속에 존재하고, 그의 머릿속에 존재한다. 모든 것은 몸과 영혼, 앞과 뒤, 두 개의 반쪽 퍼즐 사이의 그 어딘가에 존재하며 서로 끼워 맞추어지려고 노력한다. 시간은 우리가 태어나는 날부터 시작해 우리가 점점 더 강해지고, 더 커지고, 더 현명해지고, 더 빨라지고, 더 명료해질 때까지 함께 하다가 천천히 내리막길로 향한다. 우리는 더 약해지고, 더 느려지고, 더 취약해지며, 어떤 일을 해보려는 우리의 열정은 사그라든다. 그는 이제 이것을 알고 있다., 천천히 시작해 천천히 끝을 맺을 것이다.

(181)

이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그가 물었다.

뭐가요? 그녀가 되물었다.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면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말이에요.

물론,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가 속내를 털어놓고 조금이나마 화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살아가기가 더 쉬울 것 같긴 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194)

루나는 누구든 잠을 자는 동안에 얼굴이 변한다고 했다. 닐스, 당신도 알고 있었나요? 얼굴은 젊어질 수도 있고, 늙을 수도 있는데 그건 그 사람이 꿈이 앞으로 꾸는지 뒤로 꾸는지에 따라 달라진답니다. 닐스는 잠을 잘 때 자신의 얼굴은 어떻게 변하는지 물어보았다. 루나는 닐스의 얼굴이 늙어 보인다고 했다. 루나는 닐스가 뒤로 거슬러 꿈을 꾸기 때문에 얼굴이 늙어 보이며, 특히 왼쪽 얼굴이 눈에 띄게 더 늙어 보인다고 말했다.

루나는 닐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얼굴이 늙어 보일 때가 더 좋아요. 왜냐하면 당신의 얼굴이 울퉁불퉁한 산기슭처럼 보어거든요.

(208)

닐스는 하나의 이름은 운명이자 숙명이며, 모든 시를 시작하는 첫 단어라고 말했다. 비록 인간이나 배가 죽거나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이름은 항상 남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르타는 그런 것쯤은 다 안다면서 자시는 바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 당신은 어떤 이름이 좋을 것 같나요? 밤과 낮. 그녀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닐스는 코웃음을 치면서 배는 이미 완벽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피오르에 나가 있을 때, 그녀와 떨어져 있는 모든 밤과 낮에도 그는 항상 그녀 속에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 징그러워. 그녀가 쏘아붙였다.

(268)

닐스는 이것이 바로 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제서야 모든 것을 깨달았고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여기까지 왔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바람과 바다와 땅, 미움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던 데 감사하고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삶은 끝없는 초안과 스케치이며,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자 과거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일단 시작된 이야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며, 좋든 싫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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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5-08-30 0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펐어요~~~~희망적으로 슬픈.

bookholic 2025-08-30 21:59   좋아요 0 | URL
희망적으로 슬프다는 표현이 딱 맞는 표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