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그동안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단다. 그래서 최근에는 읽지 않았어. 또 가슴이 아플까 생각이 들어서그리고 국가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하는 자세가 너무 답답하고, 열 받고사건이 지난 지 1000일이 넘었는데고, 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는 국가. 안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왜냐하면 국가가 그 일에 잘못한 것이 너무 많이 때문이란다. 어쩌면 국가 자신이 그 일을 벌인 것일 수도 있거든그리고 지금 국가는 미안함을 모르는 국가이니 말이야. 결국 이 사건에 대해 국가가 사과를 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가가 변해야 할거야. 그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단다. 또는 국가가 빨리 변할 수 있도록 하거나 말이야.

아빠가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이미 한참 전에 알았어.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가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데, 또 가슴 아픈 이야기를 봐야 하나 싶었어.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아빠가 좋아하는 김탁환인데도 말이야. 그러다가 그래도 다시 한번 읽어보자, 아빠가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서 딱히 도움을 주는 것도 없는데, 이런 책이라고 읽어서 잊지 말자고 다짐을 하는 것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 책을 뒤늦게 집어 든 것이란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너무 가슴 아팠어.

이 책은 세월호 사건 당시 시신을 수습했던 민간인 잠수사들에 관한 이야기란다. 지은이 김탁환은 시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이야기해주려고 했어. 소설 속 잠수사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이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그 장면을 읽을 때는 아빠도 모르게 숨이 막히고, 눈물이 흘러내렸단다. 이 책의 제목이거짓말이다인데, 이 소설 속 이야기가 모두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더구나.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그린 허구로 가득 찬 소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소설은 실화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이름만 거짓이지, 나머지는 모두 가슴 아픈 사실이란다.

이런 비극적인 소설이 현실이 되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는 거야. 그것이 더욱 슬프단다. 언제까지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것인지그리고 또 한가지 더 슬픈 소식. 지은이 김탁환은 이 소설의 주인공을 실제 시신 수습에 참여했던 김관홍이라는 민간인 잠수사를 모델로 삼았어. 그런데,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사건 때 잠수의 후유증으로 그만 작년 여름, 목숨을 잃고 말았단다. 이 소설의 출간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어.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착한 분들이 희생당하고, 목숨을 잃어야 하는 걸까. 정말 답답하고 억울한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는구나.

 

1.

이 소설은 세월호 사건 당시 민간인 잠수사들이 어떤 일을 했고,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일들로 가슴 아파했는지 알려주는 소설이란다. 물론 세월호 사건 당시 차디찬 물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어린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와. 그들의 꿈들도 같이 차디찬 물 속에 잠겨 버렸어. 그런 점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경수라는 민간인 잠수사였어. 그는 산업 잠수사로써 바닷속에서 용접을 하는 등을 하는 사람이었어. 그도 2014 4 16, 다른 사람들처럼 뉴스를 통해 그 사건을 접했고, 전원 구조라는 소식을 접하고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일상적인 일을 했어. 그러다가 오후에 전원 구조가 아니라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지. 다시 언론에서 사상 최대의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모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이틀 뒤 잘 알고 지내던 잠수사로부터 연락이 왔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없다는 거야. 그러면서 와서 도와달라고 했어. 나경수 잠수사는 알겠다고 하면서 진도로 향했지만, 이미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났기 때문에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났을 거라고 생각했어. 사상 최대의 구조라고 하는 언론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인지현장에 도착해보니 터무니 없이 인력이 부족했어. 여기저기서 인맥을 통해 모인 민간인 잠수사들과 해경에서 온 잠수사들. 체계도 없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하는 사람도 없었어. 그런데 민간인 잠수사 중에 경험이 많고 나이도 많은 류창대라는 사람이 나서서 지휘를 해주었어. 그가 조를 짜고 시간을 정해서 잠수하도록 조율을 해주었어. 해경 잠수사들은 8시간씩 일하고 함정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과 교체를 했는데, 민간인 잠수사들은 바지선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했어. 처우가 아주 안좋았지. 잠수라는 일이 무척 위험한 일이고, 의지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래. 잠수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지, 욕심을 부리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한동안 잠수를 못할 수가 있대.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맹골수도로 물길에 세서 하루 4번만 잠수가 가능했고, 그것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랐대. 그리고 시야 확보가 전혀 되지 않아서 잠수가 더욱 힘들었고, 그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서, 어쩌면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시신을 모셔오는 일을 했어. 그것도 바지선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말이지. 그런데, 그런 그들을 향한 언론과 국가권력의 시선은 곱지 않았어. 더욱이 국가는 현장에 대한 상황을 잘 몰랐어. 여론이 안 좋아지자, 그저 잠수사들은 인원수 확충하겠다고 했고, 현장에 물어보지도 않고 잠수사들을 추가로 보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현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 더 온다고 해서 더 많은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 그 동안 작업을 하면서 민간인 잠수사들과 해경들과 어느 정도 손발이 맞았는데, 새로운 인력이 오면 다시 손발을 맞춰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어. 그런데, 새로운 잠수사들이 온 지 얼마 안되어, 사고가 났어. 새로 합류한 잠수사들 중에 한 명이 그만 목숨을 잃은 거야.

 

2.

사고가 났으니, 경찰들이 와서 조사를 했지.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것이 지배적이었어. 그런데 그 일이 있고,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솔선수범하며 잠수사들을 지휘했던 류창대 잠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로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에 출두하라고 했어. 좋은 뜻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시신 수습에 온 힘을 쏟았는데, 그에게 돌아온 것이 업무상 과실치사라니.. 죄인 취급을 하다니다들 이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노를 터뜨렸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란다. 그리고 7월 어느날 아직 실종자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색 중단 명령이 떨어졌단다. 바지선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견을 묻지도 않고 내려온 명령. 그렇게 그들은 어느날 갑자기 작업을 중단하였단다.

두어 달 동안 이어진 그들의 작업으로 인해 그들은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어. 유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무리를 하면서 잠수 일을 해서 그들의 몸이 많이 상한 상태였고, 그들은 사람인지라 그렇게 많은 시신을 봤기 때문에 정신적인 상처도 많이 입은 상태였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어. 그래도 나라에서 병원비를 대준하고 해서, 지정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다쳐서 몇 년을 치료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이는 앞으로 평생 잠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 주인공 나경수 잠수사도 마찬가지였어. 그도 몸을 많이 다쳐서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했어. 그 일로 인해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와도 헤어져야 했어.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몸이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어. 그런데, 그해 12월로 치료비 지원을 중단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어. 정말 읽을수록 이런 일들이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하면서 아빠도 같이 분노를 하면서 읽었단다. 힘없고 빽없는 잠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들은 지정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단다. 그리고 병원에도 오래 머물러 있지 못했어.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까 말이야.

나경수 잠수사도 그렇게 몸이 성치 않은 상태로 퇴원을 했고, 잠수를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니 잠수도 할 수도 없었어. 그런데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 일자리를 구해야 했어. 언론에서 떠들어댄 엄청난 돈을 받은 것도 모두 거짓말이거든. 그리고 그는 어렵게 유가족들을 만났어. 이후 그들과 함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유가족들과 함께 다시 그 곳을 찾는 것이었어. 그들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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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그렇게 끝났지만, 현실은 더욱 슬픈 이야기로 이어졌단다. 나경수 잠수사의 모델이었던 김관홍 잠수사. 그는 몸이 망가져서 더 이상 잠수를 하지 못하고 대리 운전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어.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한 일이라면 솔선수범해서 나섰어. 작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유가족들을 위해 싸웠던 박주민 변호사가 출마하게 되자, 그의 운전기사를 자청해서 선거를 도와주었단다. 그랬던 사람인데, 결국 그때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단다.

 

3.

결국 세월호 사건은 최근에 벌어진 국정논란의 청문회에서도 다뤄졌어. 하지만 당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안면몰수하고 모르쇠로 일관했어. 아무런 사과도 없었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이는 없었어. 오늘 어떤 네티즌 수사대라고 밝힌 이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2년 넘게 추적을 했고, 그것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유투브에 올렸단다. 그런데 그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신상을 조심하라는 이야기였대.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다들 몸 사리면서 살고 있는 듯 하구나. 그래도 다들 속으로 조만 간에는 이런 세상도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을 거야.

그때는 세월호의 모든 진실을 밝혀질 거라 믿는단다.

그리고 잘못을 한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한 죄값을 받으리라 믿는단다.

정상적인 대한민국. 멀리 않았다고 믿는단다.

이제 막 시작한 새해. 새해에는 희망을 한번 가져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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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1-12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에 희노애락중 기쁘고 즐거울때 죄책감이 든다면 그게 온전한 삶이 될까요
단원고 부모님들의 1000일 동안의 고통과
앞으로의 슬픔 늘 잊지 말아야겠어요
고 김관홍 잠수사님의 희생에도
애도를 표합니다.

얼마나 숨길 치부가 많으면
세월호 사건때부터 블랙리스트작성을 시도했었을까.오늘 언론보도를 보니
말 그대로 막장입니다ㅎㅎ

bookholic 2017-01-14 23:44   좋아요 0 | URL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는 모순의 시대, 불합리의 시대, 거짓말의 시대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부디 상식의 시대로 거듭 나길 희망해 봅니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히노 에이타로 지음, 이소담 옮김, 양경수 그림 / 오우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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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먼저 제목이 눈에 확 띄었단다. 보람 따위는 필요 없다. 돈을 달라.^^ 회사에 다니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람을 느낄까? 매우 적은 수라고 생각한단다. 솔직히 아빠도 그렇단다. 그런데 간혹 아빠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보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지은이는 그것이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고 배운 것이 머리 속에 고이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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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다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나 사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사회와의 연관을 통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초등학교 직업교육에서 자주 듣는 말이야. 직업교육의 핵심인 현장 방문, 직업 체험 때도 노동을 통한자아실현이나사회공헌같은 측면만 강조한다. ‘일에 보람을 느끼며 노력하는 어른들의 모습이나이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돈 이외의 기쁨을 얻는 어른들의 모습을 잔뜩 보여주면서 어린 학생들에게일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한다.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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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했어. 지은이 글이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는 일본 사람이야. 그렇다면, 일본도 이렇다는 거야? 심지어 어떤 부분은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어. 우리나라가 노동 환경이 최악인줄 알았는데, 일본이 더 심하다니, 위안을 삼아야 하나? ㅋㅋ 책은 200페이지가 채 안되어 금방 읽었는데,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단다. 아빠만 그런 게 아니야. 그들도 그렇다는 것에 위안을 가지면서 말이야.

 

1.

이 책은 그냥 글만 있었으면 무미건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책표지부터 시작해서 중간중간에 많은 삽화들이 들어 있단다. 이 또한 재미있으면서도 속이 시원한 그림들이 많았어. 또한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하는 그림들도 있었고그런데 이 책은 일본 사람이 그린 것이 아니라 양경수라는 우리나라 사람이 그린 거야. 그림들이 촌철살인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았어. 상스러운 말도 거침없이 나왔는데, 그런 말들이 거슬리지 않았단다. 그런 그림들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구나.





 

2.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에서 초라한 종업원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다 똑 같은 것에 위안을 삼으라고 쓴 책만은 아니란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는 글들을 읽다 보면 얇은 책의 결말에 다다르게 된단다. 그러면 그곳에 알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말로 결론을 맺고 있단다. 좀더 나 자신을 위해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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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세상의 평가기준이 아니라 나의 평가기준이다. 세상의 평가가 아무리 높더라도 나의 평가기준에 비췄을 때 높이 평가할 수 없는 대상이라면 괜히 거기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세상에서 낮은 평가를 받더라도 나의 평가기준에 비췄을 때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내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은 나 이외에 그 누구도 살아줄 수 없다. 내 행복은 나의 주관으로 판단하면 된다. 블랙 기업이나 좀비형 사축은 우리에게가치관을 억지로 강요하려 할 거시다. 그런 타인의 가치관 따위는 무시하고 나 자신의 가치관에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괴롭다고 생각하면 그건 괴로운 것이다.

내가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무의미한 것이다.

내가재미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재미없는 것이다.

내게 가치관을 강요하는 회사도 상사도 동료도 어차피 타인이다. 타인의 삶을 사는 행위는 인생의 최대 낭비다. 자신의 가치관에 솔직해지자. 좀더 나 자신을 위해 살자. (16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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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빠도 늘 그렇게 생각을 해. 나 자신을 위해 산다고 말이야. 그래서 아빠는 퇴근 후 너희들과 놀다가 너희들이 자고 나면, 아빠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단다. 그러면 정말 시간이 금방 가버려. 그런데, 솔직히 회사의 긴급 업무가 생기고 일이 많다 보면, 그걸 뿌리치지 못한단다. 그렇다고 보람을 느껴서도 아니야. 그래서 아빠도 한번 생각해봤어. 아빠는 왜 그렇게 일을 할까? 그냥 퇴근시간이 되면 딱 끊고 퇴근을 하지 못할까? 책임감. 아빠가 일이 많으면 그걸 손에 쥐고 퇴근을 못하는 이유가 책임감 같았어. 누군가는 그것은 소심한 성격 탓이라고 말하기도 해. 또는 눈치보기라든가. 책임감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 책에서 이야기한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내용에 많은 공감을 가졌단다. 어떤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가지고 따지는 일들이 있단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누구 잘못이냐를 따는 사람들서로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발뺌들 하는 현상들. 그래도 이런 점이 나쁘다고 것이 인식이 되어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는데, 아직도 누가 잘못했냐는 책임소재를 따지는 이들이 있단다. 그런 것은 정확하게 책임의 범위를 정하지 않아서였대.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설정하면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도 분명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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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놓고 다툰다.”월급을 받는 이상, 책임을 지고 일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정말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남에게 덮어씌우느라 분주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책임이란 단어를 아주 어중간하고 모호하게 써먹고 있다.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설정하면누구 책임인지를 두고 다툴 일도 줄어들고 무한한 책임을 짊어질 일도 사라진다. 각자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 일에는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을 수도 있다. , 자신의 책임 범위에 속한 일은 프로로서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 이처럼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정하는 것은 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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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람이 없더라도, 회사에서 받은 돈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이 생각은 아빠가 오래 전부터 해온 생각이란다. 이것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일 수 있다고 말이야. 그럼, 오늘도 이제 그만 하고 자야겠다. 내일 또 회사에 가야 하니 말이야. 더욱이 월요일이잖니. 너희들과 신나게 놀던 주말은 쏜 살처럼 지나가 버리고, 일요일 밤이로구나. 너희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왜 일은 5일 동안 하는데, 쉬는 것은 2일 뿐인지다음 주말을 기다리면서 꿋꿋하게 출근해야겠구나. 비록 보람을 찾지는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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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회의 방향성은 둘 중 하나다. 시장의 자유 또는 정부의 개입. 그리고 이 두 가지 방향성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은 세금이다. 세금은 사회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근원이다. 거칠게 말하면, 세금으로부터 모든 사회 문제가 비롯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세금에서 시작된다.

(37)

우선 지금의 누진세율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견해부터 알아보자. 이들은 현재의 누진세 제도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보기에 누진세는 국가가 소수의 고소득자들의 권리를 강제로 침해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시장에서 노력하고 투자해서 얻은 성과를 보호해주지 않는 국가는 경제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윤리적으로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현재의 누진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반대로 지금의 누진세율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는 견해에 대해 알아보자. 이들이 보기에 누진세는 경제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빈부격차가 극단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바로 지금이 누진세를 강력하게 적용할 시점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들은 과세표준에서 최고구간에 해당하는 세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5)

시민은 놀랍도록 참을성이 강해서 문제가 악화되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가시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너무 늦어 사태가 악화되었을 때가 보통이지만, 시민의 움직임은 사회의 분위기를 역전시킨다.

진짜 문제는 움직이지 않는 시민에게 있다. 상황이 악화되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부동의 시민들이 문제다. 그들이 사회의 절대다수일 경우 그 사회는 균형을 잃어버리고 특정 계층, 특정 계급의 이익만을 반복적으로 보장하는 부정한 사회로 변질될 수 있다.

(69)

시민은 권리를 갖고 있는 주체를 의미한다. 서울시나 부산시에 살면 시민이고 경기도나 충청도에 살면 도민인 것이 아니다. 물론 매우 좁은 의미로는 그렇게 쓰이기도 한다. 행정구역상 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시민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민을 언급할 때는 그런 협소한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은 의무를 이행하고 권리를 갖는 주체 모두를 지칭하는 점을 기억하자.

(103)

자유를 기준으로 본다면 역사는 하나의 방향으로 진보해온 것으로 드러난다. 역사는 자유인의 확대, 같은 말로 자유의 확장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왔다. 그리고 여기서 자유가 확장된다는 말은 동일한 의미로 절대정신이 확장되고 있음을 말한다.

(111)

자유란 타자에게 간섭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자유의 정의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의 정의는 실제로는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우선 앞부분, 자유는 타자에게 간섭받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특정 국가나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존재하는 상태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자유를 소극적 자유라고 한다. 다음으로 뒷부분,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음을 말한다. 자신이 지향하고 선택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가 그것이다. 이러한 자유를 적극적 자유라고 한다.

(129)

자본주의란 생산수단의 개인소유를 인정하는 체제를 말한다. 생산수단의 개인소유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본질인 것이다. 자본주의가 자유주의를 이념으로 한다고 할 때, 이때의 자유는 실제로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수단을 구매할 자유가 있다.

공산주의는 이에 저항하며 등장했다. 공산주의는 생산수단의 개인소유를 거부한다. 타인을 착취하는 부도덕한 상품이라면 이를 개인이 장바구니에 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 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 없이 노동자에 의해서만 구성된 사회가 프롤레타리아 독재 사회, 즉 공산주의 사회다.

(160)

시민에게는 의무가 있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임 말이다. 물론 모든 구체적인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세계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토대로 개별 사안을 단순하게 분류할 수는 있어야 한다.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으로, 자본가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으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으로,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시민들 스스로가 개별 쟁점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분류할 수 있을 때, 사회적 담론들은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논의되어갈 것이다.

세계에 대한 단순한 구분. 이것이 시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다.

(183)

그런 까닭에 비정규직의 확대에 대한 논의는 문제가 있다.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 동시에 리스크까지 높이는 제도는 불공정하다. 따라서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확대에 저항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서 매우 상직적이고 합리적인 일이 된다. 만약 특정 정부가 노동자의 임금 인상 없이 규제 완화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화만을 추구한다면, 그 정부는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는 정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그에 대응하는 고용 안정성 정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205)

한국은 오랜 기간 동안 객관주의 인식론에 기반한 교육체계를 유지해왔다. 강의식 교육과 전통적인 교실 구조 그리고 객관식 평가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교육 형식이다.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화가 요구되던 시기에 이러한 교육관은 매우 효율적으로 기능했다. 문제는 진리가 실재한다는 절대주의 세계관에 익숙하다. 반대로 고정된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대주의와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성에 대한 담론들에 불편해한다.

우리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보수와 진보, 세금과 복지의 문제를 합의와 절충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 선과 악의 이념 대립으로 다루려고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교육의 형식보다 교육의 내용에 집중해오는 동안 한국인은 진리가 실재한다는 이념을 내재화하게 되었다.

(213)

우리는 교육의 형식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교육에 대한 담론에서 중심이 되는 주제는 교육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대한 것이다.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어떤 교과를 강화할 것인지, 선택과목의 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고민에 집중되어 있다. 거 근본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교육의 형식인데도 말이다.

학생들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교육의 형식을 통해 학습한다. 특히 진리에 대한 이념과 경쟁의 정당성에 대한 믿음이 발생하는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그 원인은 우선 강의식 수업과 교실 구조 그리고 객관식이라는 평가 형식이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절대적이고 고정된 진리가 어딘가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된다. 이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 사외 문제를 옳고 그름, 선과 악의 문제로 접근하게 하는 경향성을 높인다. 다음으로 지속적인 교내 평가와 대입시험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경쟁과 그에 따른 결과가 정당하다고 믿게 된다. 문제는 경쟁의 형식이 사회의 책임을 개인의 책임으로 손쉽게 전환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평가가 되었건 그에 따른 결과가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중간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평가라면, 그 경쟁은 정의롭지 않다.

(227)

교육은 경제가 결정한다. 경제적 생활과 환경. 구체적으로는 일자리와 소득격파의 정도가 어떠한가에 따라 교육의 모습이 결정된다. 문제는 일자리와 소득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대립하는 국가 방향성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면 상대적으로 일자리의 양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소득격차는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경제 환경에서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에 노출된다. 반대로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면 상대적으로 소득격파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투자가 줄어들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경제환경에서 학생들은 마찬가지로 제한된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다.

그래서 한국의 학생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빈부격차의 심화는 일자리의 수를 줄이고, 소득격차를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241)

윤리에서 말하는 정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의 관념과 닮아 있다. 그것은 정의로움에 대한 관념이다.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가? 어떤 사람은 기본적으로 차등적 세계를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사회에는 수직적인 질서가 있으며, 엄연히 법과 규칙이 존재한다. 이를 준수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은 다르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사람은 기본적으로 평등한 세계를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절대적인 권리로서의 인권을 갖는다. 따라서 차이와 차별이 없는 수평적인 관계의 실현을 위해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274)

보수와 진보는 고리타분하고 모호한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평생 한 가지의 정치적 성향만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생 보수이고 평생 진보인 사람은 정치인밖에 없다. 시민은 자유롭다. 인생 속에서 변화하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에 따라 순간순간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면 된다. 이제 미디어나 타인의 말, 혹은 고정관념에 휘둘리지 말고, 나와 사회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적 입장을 선택할 때다.

(310)

국제사회는 저성장 시대로 돌입했다. 모든 국가가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경쟁하게 되었다. 이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인플레이션 정책이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자국의 통화량을 팽창시키고 화폐가치를 낮추려는 경쟁을 할 것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중국의 위안화 절하, 일본의 엔저 정책이 이러한 맥락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통화량 팽창에 따른 부작용으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의 버블이 커질 수 있다. 경제성장과 경제붕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국가는 세계의 눈치를 보느라 통화량 팽창을 쉽게 진행하기 어렵겠지만, 강대국은 군사적, 정치적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스스로의 통화량 팽창의 정당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345)

시민은 그 자체로 자유다. 역사의 필연적 귀결로서 시민은 자유의 실현자다. 여기서의 자유는 두 가지 의미다. 개인으로서의 나를 구성할 자유와 사회를 선택할 자유. 삶의 현장 속에서 나는 치열하게 일하고 공부하고 경쟁하며 나를 구성한다. 동시에 세계를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선택을 해야 한다. 세계의 복잡성으로부터 잠시 회피하여 쉬고 있는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을 사회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은 시민으로서 당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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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 장준하의 항일대장정
장준하 지음 / 돌베개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아빠가 김삼웅의 <장준하 평전>을 읽었잖아. 그리고 장준하가 쓴 <돌베개>라는 책을 연이어서 읽고 싶었어. <돌베개>는 장준하의 항일투쟁기라고도 해. 김삼웅의 <장준하 평전>에도 <돌베개>의 글을 많이 인용했고 말이야.

이 책에는 장준하가 일본군에 들어간 1944년부터 해방 후 다시 귀국하여 김구 선생의 일을 보좌하던 1945년 말까지 약 2년에 걸친 이야기가 담겨있단다. 돌베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왜 제목을 돌베개라고 지었을까? 하는 굼긍증도 생겼지만, 그보다 돌베개 출판사가 더 먼저 떠올랐단다. 돌베개에서 출판한 책들은 진보성향의 책들과 사회문제를 다른 책 등 아빠가 좋아하는 책들을 많이 출간하는 출판사였거든. 그 돌베개 출판사가 바로 장준하의 책 <돌베개>에서 이름을 따왔나? 이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확인해보니, 그것이 맞더구나. 출판사 돌베개는 장준하의 책 <돌베개>에서 출판사명을 따온 것이래. 그러면 장준하는 항일투쟁수기를 엮은 책의 이름을 왜 <돌베개>로 지었을까? 그것은 아내와 암호였다고 하는구나. 김삼웅의 <장준하 평전>에도 나와 있지만, 일본 유학 중이던 장준하는 예전의 제자였던 김희숙과 애틋한 정을 나누다가 결혼을 했고, 결혼한지 일주일 만에 학도병에 자원하여 입대하면서, 나눈 암호. 일군을 탈출할 경우 편지에 창세기에 나오는 구절을 편지로 적어 보내겠다는 암호. 그 구절 속에 한 단어 돌베개. 그리고 그가 황량한 중국 땅에서 들판에서, 산에서 잠을 청했을 때, 그가 벤 돌을 돌베개라고 생각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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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8 10~15절에 나오는 야곱의돌베개이야기는 내가 결혼 일주일 만에 남기고 떠난 내 아내에게 일군(日軍)탈출의 경우 그 암호로 약속하였던 말이다. 마침내 나는 그 암호를 사용하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륙에 발을 옮기며 내가 벨돌베개를 찾는다고 하였다. “어느 지점에 내가 베어야 할 그돌베개가 나를 기다리겠는가?”라고 썼다. 그 후 나는돌베개를 베고 중원 6천 리를 걸으며 잠을 잤고 지새웠고 꿈을 꾸기도 하였다. 나의 중원 땅 2년은 바로 나의돌베개였다. 아니, 그것이 나의 축복받는돌베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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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준하가 일군에 들어갔다가 일군을 탈출하고, 중국군 부대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6000리 길을 행군하여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에 다다른다는 내용은 이미 김삼웅의 <장준하 평전>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단다. 이 책은 그런 그의 행보를 장준하의 글을 통해 직접 볼 수 있어 더욱 실감이 나고, 그때그때 순간마다 그의 생각이 어떠하였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단다. 어쩌면 장준하를 비롯한 그의 일행이 일군을 탈출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일 수도 있었어. 철조망 밖의 상황이 어떤 상황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탈출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벌인 일이야.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목숨을 내놓고 행동하게 했는가? 그들이 일군을 탈출하고 밤을 이용하여 도망 중에 불로하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들을 말할 수 없는 감격을 맞게 되고, 그 감격을 조국에 바치고자 했어. 그래서 그들은 조국을 향해 절을 했단다. 아빠는 그 장면을 상상해봤어. 일군에 쫓겨 밤새 도망가다가 불로하의 큰 강 물결에 떠오르는 태양이 비치고... 그 광경을 보는 젊은이 4명이 조국을 향해 큰절을 하는 그 장면... 그들의 뜨거운 가슴이 느껴지는 듯했단다. 그 뜨거운 가슴이 목숨을 내놓는 탈출을 감행한 것이 아닌가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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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불로하, 말 없는 강, 안으로 안으로 모든 것을 가라앉혀 비록 그 바닥에서는 물결이 거세어도 수면은 언제나 잔잔히 흐르기만 하는 강, …… 너 마르지 않고 너 나타나지 않는 그 강심을 나는 여기서 배우리라.”

어느새 이국의 태양은 머리 위에 올랐고 강물 위엔 쏟아진 햇볕이 물결을 덮으며 웅장한 음악이 강 밑으로 흐르는 것이었다. 우리의 소망과 새로운 각오를 위해 강은 흘렀다.

우리는 목욕을 마치고 군복을 입었다. 서로서로를 돌아보며 새 결의를 다짐했다. 모두 새사람이 되었다. 진정 우리는 새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조국 광복, 이 깊고 긴 강처럼, 크고 깊은 긴 일을 마침내 나는 찾아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떳떳한 조국의 아들이 다시 되었다. 기쁨과 감격은 이 아침을 신비롭게 하였다.

우리는 동북쪽의 조국을 향하여 경건하게 머리를 숙였다. 이글대는 태양을 마주하고 가로로 한 줄을 만들어 서서 이 가슴의 감격을 조국에 고하고자 했다. 김준엽 동지, 윤경빈 동지, 김영록 동지, 홍석훈 동지 그리고 나, 이렇게 차례로 서서 조국을 향한 배례를 한 것이다.(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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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준하 일행은 중국 중앙군 유격대에서 생활을 하다가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를 찾아 나서기로 했단다. 그러다가 그들은 린촨(임천)에 있는 한국광복군 훈련반에서 합류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이미 한국 젊은이들이 팔십여 명이 머무르고 있었어. 낯선 타지에서 같은 한국인들을 만나는 것은 또다른 감회였을 거야. 그런데 말이 한국광복군 훈련반이었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무기도 없으니, 그들이 하는 것은 제식훈련이 전부였어. 장준하는 취사병으로도 일을 했는데, 전우들을 위해 고구마를 몰래 훔쳐오던 일화도 이야기해주었단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대원들의 글을 받아서 잡지를 냈단다. 동료들은 그 잡지를 <등불>로 제목을 뽑았고, 속옷을 깨끗이 빨아서 표지를 만들기도 했어. 그곳에서 훈련을 하긴 하지만 제식훈련이 전부였고, 장준하는 최종 목적지는 충칭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어. 그는 김학규 중위의 만류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났단다. 그때 임촨에 남는 이들도 있었고, 장준하와 같이 떠난 이도 있었어. 민간인들 포함하여 53명이 임촨을 떠났는데, 그때가 1944 11 30일이었어. 11 30. 이제 한파가 몰아닥치는 겨울이 찾아올 거야. 거기에 먹거리도 거의 없고, 언제 어디서 마적단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길. 그들은 뜨거운 피 하나로 길을 떠났단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중칭으로 향한 길은 고난의 길이었어.

그리고 해가 바뀐 1945 1월말 장준하 일행은 중칭의 임시정부에 도착을 했단다. 김구 주석, 이청천 장군 등 고위직의 환대를 받았어. 장준하를 포함한 50여 명들도 감격을 받았지. 그리고 그는 앞으로 조국 독립을 위해 할 일에 대한 기대를 했어. 그러기 위해서 길고 긴, 그 힘든 여정을 떠났던 거니까. 그런데, 며칠 지내고 보니 장준하는 임시정부에 실망을 느끼게 되었단다. 김삼웅의 <장준하 평전>을 읽고 쓴 편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장준하는 임시정부 요원들 앞에서 그들의 당파싸움에 신랄히 비판했어. 그리고 혼날 것을 각오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듭 이야기했어. 그러면서, 임시정부 요원들이 변하여 자신의 당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대한 독립을 위해 하나로 뭉치길 바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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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아니한 단 10여 일 동안, 그동안 우리의 눈에 비친 임정은 결코 우리가 사모하던 그 임정과 다른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잘못 본 것이라면 용서하십시오. 진정으로 여러 선배 선생님께서 이곳 이 땅에서 임정을 사랑하고 있다고 저희에게 생각되지 아니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것과 탐욕을 내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탈출해서 기나긴 행군으로 오면서 그리던 임정은 모두 일치단결되어 있는 완전한 애국투쟁의 근본이라고 여겼습니다. 이곳에 오기만 하면 그 단결된 힘으로 오직 잃은 나라 찾는 데만 목숨 바쳐 일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 그 기대는 지나친 하나의 환상이 아니었나 하는 회의를 품게 되었습니다. 이 회의는 누가 준 것입니까?

조국을 잃고 망명한 입장에서 임정을 세웠기에 임정이 하는 일에는 파쟁이 개재되어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것은 저희가 잘못 본 것입니까? 아니면 사실입니까? (263)

=================================

임시정부에 대해 실망을 한 장준하는 기대와 달리 그곳에서도 딱히 할 일이 없었어. 그러다가 이범석 장군과 만나게 되었고, 이범석 장군의 소개로 3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임시정부를 떠나 미국첩보대인 OSS에 들어가게 되어 특수훈련을 받게 된단다. 그들은 조국에 잠입할 목적으로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일본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면서, 그들의 국내 잠입이 의미 없게 되었단다. 일본의 포츠담 선언은 곧 전쟁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었으나, 자신의 손으로 독립을 쟁취하겠다는 독립운동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었던 거야.

 

3.

1945 8 14, 장준하는 다른 일행들과 미국사령부 사절단 소속으로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향했단다. 그리고 여의도에 도착했는데,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일본군의 총부리였단다. 일측촉발의 상황. 아직 국내 사정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었어. 결국 그들은 다시 회항하기로 결정되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다시 조국을 찾은 것은 그 해 11월 김구 주석과 함께였단다. 임시정부의 최고 수장이었던 김구 주석의 귀국이었는데, 공항에는 아무도 없었어. 조짐이 이상했던 것이지. 광복이 되고 난 3개월 동안 국내 정세는 대혼란의 시간을 겪고 있었어. 거기에 미군정은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입국을 제한했던 거야. 뒤늦게 경교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김구 주석의 비서 역할을 하고 있던 장준하는 가족에게 가 볼 틈도 없이 바쁜 생활을 하게 되었단다. 이제 그에게 조국 독립의 일이 아닌, 조국 재건에 대한 막중한 일이 떨어진 거야. 김구 주석을 보좌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지만, 강대국들이 양분해버린 조국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은 험난한 길이라고 생각했어.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단다.

.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일구어내려고 했던 조국의 독립. 아직도 우리나라는 홀로 서지 못하고, 둘로 나뉘어져 있단다. 비록 그렇더라도 반쪽인 나라에서라도 독립운동가들이 내세웠던 국가의 가치들.. 그런 것들이 잘 만들어져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하지만,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정말 답답하구나. 뒤늦게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다시 제대로 된 나라로 갈 기틀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자신의 죄를 사과는커녕 인정도 하지 않고 있단다. 과거 친일파들이 이러했을려나. 올해는 우리나라가 다시 정상궤도를 되찾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너무 멀리 와버린 기분이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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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누군가가 끼어들어 제지하려 했으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술을 마시면 멈추는 법이 없었다.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 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 거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 하는 거잖아요.”

이름이 뭐랬지? 넌 우리 회사 오면 안 되겠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빈정대는 말투로 한마디 내뱉었다.

거 봐,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내가 막상 도전하니까 안 받아주잖아.”

(186)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 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 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나는 여기서 나를 포함해 이런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해서 만성적인 좌절감에 빠지는지 밝히고, 그런 좌절감이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 근본적인 문제임을 증명해보겠다. 또 타고난 능력과 근면, 성실함으로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는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굴욕에 대한 답이 아니며, 그런 성공은 본질적으로 시시한 것임을 논해보겠다.

(191-192)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들에게 지배 사상은 큰 틀에서 항상 옳으며,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마다 과정과 깊이가 다를 수는 있으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이들은 지배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실제 삶에서 온갖 종류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겪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개인이나 작은 이익집단 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되며, 세계는 사상적으로 완전무결한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표백 과정이다. 아무도 더 나은 시스템을 떠올리지 못한다. 거대한 흰색 세계는 모든 빛을 흡수하며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

(196)

표백 세대는 같은 세대뿐 아니라 이미 사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세대들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사회 각 분야가 고도로 발전해 있고 표백 세대들이 가진 자원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불리한 게임이다. 분배 방식이라는 게임의 규칙조차 기성세대가 정한 것을 따라야 한다.

(200-203)

표백 세대가 완성된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은 순응, 타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의 네 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순응은 완성된 사회의 시스템과 경쟁 체제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다. …중략

타협은 완성된 사회의 가치관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품으면서도 대체로 그에 따라가는 삶의 형태다. 이런 삶의 유형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타적인 행위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으며 그런 의심을 억누른다. …중략

소극적 저항은 완성된 사회의 가치관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없으나 적어도 그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닌 삶의 형태다. … 중략이들은 완성된 사회의 가치관을 따르는 일을 경멸하지만, 자신들이 완성된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중략소극적 저항자들은 대체로 연대를 하지 않으며 사회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의도가 없기 때문에, 수가 너무 많아지지 않는 한 완성된 사회의 관점에서 대체로 무해하다.

적극적 저항은 사회에 대한 폭력적인 타도를 시도하는 것이다. 정의에 따라, 완성된 사회에서 적극적 저항은 이념적 근거를 가질 수 없다. 적극적 저항자들은 처참할 정도로 논리가 없거나 아니면 일반인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극단적인 원리주의를 자신들의 이념으로 채택한다. …중략

완성된 사회는 이들을 사회의 적으로 규정하는 데 망설임이 없으며 이념적으로 물리적으로든 적극적 저항자들이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기껏해야 기억에 남는 테러를 몇 건 저지를 수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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