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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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는 시를 멀리 했단다. 시집을 읽고 나서 독서 편지를 쓸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구나. 지금도 사실은 아빠가 직접 시집을 고르라고 하면 쉽지 않아. 하지만 좋은 시들만 엮어서 소개하는 책들을 가끔 읽어 보면 시라는 것이 마음을 달래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그렇게 직접 좋은 시를 엮은 책들 중에 아빠가 늘 좋게 읽은 시집은 류시화님이 엮은 시집들과,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영희 교수님이 엮은 시집들이란다. 그분들이 엮어 주신 시집들은 좋은 시를 고르는 고생을 대신 해 주신 것뿐만 아니라, 그분들 아니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아주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단다.

이번에 류시화 시인이 오랜 시간 동안 골라 모은 시들을 엮은 책, <마음 챙김의 시>를 읽었단다. 작년 2020.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평생 잊지 못한 한 해가 되었을 거야. 코로나라는 듣도보도 못한 못된 손님이 찾아와 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우리들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잖아.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또 많은 사람들이 죽고우리도 코로나 때문에 마음 놓고 여행도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참은 것이 벌써 일 년이 되었구나. 코로나 블루라고,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말이야. 다행히 너희들은 집에서도 즐겁게 잘 노니 다행이구나. 아빠도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밀린 책 읽기도 할 수 있으니 말이야.

이렇듯 저마다 코로나19로 생각들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 소중함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뀌고 말이야. 이 책에서도 읽는 순간 코로나 시대를 그린 시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시가 있었단다. 코로나와 함께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도 늘었는데, 코로나가 끝이 나면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구나. 사람들이 지구를 더 사랑하고, 자연을 싫어하고, 경쟁보다는 서로 도와주기를 바라고 말이야. 이젠 우리 생각할 만큼 많이 하고 앞으로 잘 하겠다고 다짐도 할 만큼 했으니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코로나19가 어느 날 갑자기 싹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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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했으며,

운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더 깊이 귀 기울여 들었다.

어떤 이는 명상을 하고, 어떤 이는 기도를 하고

어떤 이는 춤을 추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치유되었다.

무지하고 위험하고 생각 없고 가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지구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리하고 위험이 지나갔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잃은 것을 애도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으며

새로운 모습을 꿈꾸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치유받은 것처럼

지구를 완전히 치유해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키티 오메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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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시집의 이름은 <마음 챙김의 시>. 여러 시들 중에 특히 마음에 위로가 되는 시들이 많이 실려 있었단다. 아빠가 책 내용 중에 좋은 내용이 있으면, 책의 앞 면지에 조그맣게 페이지를 적어둔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 계속 연달아 페이지를 적게 되더구나. 이 책은 굳이 페이지를 적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어. 책도 그리 두껍게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지만, 모든 시를 가슴에 담고 싶더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모험과 도전에 담을 쌓게 하는 아빠에게, 모험이란 기쁨이라고 알려주는 시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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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헙을 걸자.’

<눈풀꽃 루이스 글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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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쉬지 않고 뜀박질을 하고 있는 심장의 고마움을 일깨워진 시도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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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고마워, 내 심장

나를 다시 잠에서 깨어나게 해 주어서.

비록 오늘을 일요일.

안식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지만

내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는

영원한 휴식 전의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

<일요일에 심장에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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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의 몸은 나무처럼 평생 자라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평생 자랄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시도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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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당신의 나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잘라 버리는 게 두려워

당신 스스로

꼭대기를 자르는 일을

멈추기만 한다면.

<무제 타일러 노트 그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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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시도 고마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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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새와 나 하룬 야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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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밖에 모든 시가 좋았고, 그런 시들을 잘 모아서 소개해준 류시화님께 고맙구나.


2.

시 한 권을 읽어 보니, 시를 한 번 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 없으니, 내 마음대로 시를 지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가끔씩 독후감을 시로 쓰는 것도 문득 생각이 났단다. 아빠도 독후감을 시로 써볼까?

마음을 챙겨주는 책 한 권

얇다고 탓하지 말라.

두꺼운 백과사전에 없는

사랑이 있고,

울컥함이 있고

휴식이 있고,

따뜻함이 있느니라.


PS:

책의 첫 문장 : 꽃피워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책의 끝 문장 : 비록 여기 이러한 삶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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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열여덟살 때 나는 개인공간 침해라는 게 뭔지 몰랐고 누군가가 접근하는 것을 꺼리거나 거부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때는 누가 친절과 애정을 베푼답시고 다가오면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빨리 가버리기를 속으로 빌거나 가능한 순간이 오면 내가 얼른 예의 바르게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이었다.


(102)

그렇지만 한편으로 깨어 있고 귀를 세우고 루머건 현실이건 전부 주시한다고 해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이미 일어난 일에 개입하거나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도 없다. 아는 것은 힘이 아니고 안전이나 안도감도 아니고, 어떤 사람에는 힘, 안전, 안도감의 정반대 것일 수도 있다. 예민하게 깨어 있다보면 자극이 계속 쌓여 고조되기 마련인데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할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걸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알지 않으려고 일부러 하는 행동이다. 경계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이다.


(129-130)

누구나 사는 게 힘들다는 거. 자기만 힘든 게 아닌데 왜 특별 대접을 해줘야 하니?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자기를 추슬러 존중을 받을 것이지. 그런 사람도 있단다, 딸아. 고통을 한껏 누리는 사람보다도 오히려 더 정신병을 일으킬 이유가 많은 사람, 고통스러운 이유가 더 많은 사람도 있어. 그런데도 어둠에 굴복하거나 한탄에 빠지지 않고 용기 있게 자기 갈 길을 가고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야.”


(137)

그러니까 빛나는 것은 나쁘고, ‘너무 슬픈것도 나쁘고 너무 기쁜것도 나쁘니 따라서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살아야 했다. 또 생각도 하지 말아야 했다. 적어도 생각이 겉으로 드러나게 하면 안되므로 다들 자기 생각을 저 아래 깊이 안전하게 감추었다. 엄마와 아빠로 말할 것 같으면 아빠는 너무 우울한 얼굴쪽으로 갔고 엄마는 너무 강력하게 위를 바라보는쪽으로 가서 아빠는 주기적으로 신경쇠약을 일으켜 병원에 가야 했고 그 결과 엄마는 위를 바라보는것을 잊어버리고 아빠가 또 자기를 여기에 버려두고 가버렸다고 화를 냈다. 여러해 동안 나나 동생들은 아빠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 그것도 그냥 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140)

고양이는 개처럼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사람한테 관심이 없다. 사람의 자존감을 북돋워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고양이는 제 갈 길을 가고 제 할 일을 하고 사람에게 굴종하지 않고 사람에게 미안해하는 일도 없다. 고양이가 사과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설령 고양이가 사과를 한다고 하더라도 틀림없이 진심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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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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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07년 영미작가들한테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하는구나. 가장 좋아하는 소설에 대해서그 순위에서 1위를 한 소설이 바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3위라고 하는구나. 영미작가들한테 물어봤는데, 러시아 작가, 그것도 한 사람의 작품이 1위와 3위를 했다니톨스토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겠구나. 그런데, 다른 순위도 궁금해서 아빠가 찾아봤단다. 그야말로 명작들로 순위가 꽉 채워져 있더구나. 아빠가 본 책들도 있지만 안 본 책들이 더 많더구나. 안 읽은 책들은 적어두고 하나하나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몇몇 너무 어렵다는 책들도 보이는데, 뺄까? 그 순위는 아래와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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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2. 구스타프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3.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4.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5.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6. 셰익스피어 <햄릿>

7. 스콧 F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8. 마르셀 푸르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안톤 체홉 <체홉 단편선>

10.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11. 세르반테스 <돈 키호테>

12. 허먼 멜빌 <백경>

13.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14.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15. 호머 <오디세이>

16.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17.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18. 셰익스피어 <리어왕>

19. 제인 오스틴 <엠마>

20. 가브리엘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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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빈결혼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고 아빠가 이야기했었잖아.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몸소 경험하면서 성숙해가는 것 같아 보였어. 아내 키티와도 사이가 좋아졌단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생각도 많고 의심도 많은 사람이라서,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 중에 낯선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을 불쾌하게 생각하기도 했어. 나중에는 급기야 그 사람에게 대놓고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해서, 파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기도 했단다. 그 사람을 데리고 온 스티바조차도 레빈에게 너무한 처사라고 나무랐단다. 그래도 레빈은 키티와 안정된 결혼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아무튼 레빈은 점점 결혼 생활에 잘 적응해갔고, 누가 봐도 모범적인 남편으로 점점 변해갔단다. 하하, 역시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져야 행복해지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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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환경은 없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갈아가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석 달 전만 해도 레빈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생활, 그것도 자신의 수입을 넘어선 생활을 하면서, 술에 취해(그로서는 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한때 아내가 사랑한 남자와 꼴사나운 우정을 나누고, 더욱더 꼴사납게도 타락한 여자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고, 그 여자에게 마음을 뺏겨 아내를 슬프게 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친 데다 밤에 잠도 못 자고 술까지 마신 탓으로 깊고 편안하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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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편, 안나와 브론스키는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둘이 같이 지냈단다. 안나의 남편인 카레닌이 이혼을 안 해 주니 어쩔 수 없었지. 사랑의 힘으로 버티는 수밖에안나의 새언니인 돌리가 찾아와 왔어. 예전에는 안나가 돌리를 위로해 주러 모스크바에 갔는데, 이제 돌리가 안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찾아왔어. 주변에는 안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밖에 없었는데, 돌리는 안나를 진심으로 대했어. 그러면서 진정한 사랑을 위한 안나의 용기를 부러워하기도 했어.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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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127)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살고 싶은 거야. 어쩌면 나도 그녀와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몰라. 그녀가 모스크바로 날 찾아온 그 끔찍한 시절에 내가 그녀의 말을 들은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어. 난 그때 남편을 버리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어야 했어. 어쩌면 난 정말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도 과연 지금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난 그를 존경하지 않아. 그가 필요할 뿐이야.’ 그녀는 남편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난 그를 견디고 있지. 과연 이것이 더 나은 걸까? 그때 난 아직 사랑을 받을 수 있었어. 내게도 아직은 아름다움이 남아 있었으니까.’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계속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손가방에는 작은 손거울이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꺼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부와 덜컹덜컹 흔들리는 사무원의 등을 보면서, 그녀는 만약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면 자신이 부끄러울 것 같다고 느껴 거울을 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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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영원한 것이 있는가? 영원한 사랑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흔치 않을 거야. 그리고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하는 다른 남자와 함께 지내는 것이 해피 엔딩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브론스키의 사랑도 예전만 못한 것 같아 보이고사랑하는 아들 세르게이도 만날 수 없고이 난국을 타계하는 방법은 많아 보이지 않았어. 1권에서의 당돌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해 보였던 안나의 마음은 점점 황폐해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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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그래, 난 몹시 불안해. 그리고 이성이 인간에게 부여된 것은 인간을 불안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야. 그러니 난 벗어나야 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저 모든 것을 보는 게 끔찍하기만 한데, 촛불을 꺼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어떻게 끄는 거지? 저 차장은 왜 승강용 발판을 뛰어다니는 걸까? 저 객실에 있는 젊은 사람들은 왜 소리를 지르지? 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말하고 무엇 때문에 웃는 걸까? 모든 게 진실이 아냐. 모든 게 거짓이고, 모든 게 기만이고, 모든 게 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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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워낙 유명해서 아빠도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아빠가 알고 있는 내용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바라며, 해피 엔딩을 기대해보았지만, 안나는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한 용기보다 더 크고 무서운 용기를 내고 말았단다.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진 것이었어. 그렇게 슬픈 용기를 냈지만, 마지막 순간 후회를 하는 모습이 비춰졌고, 다시 돌이킬 수 없었음에 더욱 안타까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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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456)

그녀는 성호를 그었다. 십자가를 긋는 친숙한 동작이 그녀의 마음속에 처녀 시절과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의 모든 것을 뒤덮고 있던 암흑이 찍어지고, 일순간 과거의 모든 눈부신 기쁨과 함께 삶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는 다가오는 두 번째 객차의 바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바퀴와 바퀴 사이의 중간 지점이 그녀와 나란히 온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빨간 손가방을 내던지고는 어깨 사이에 머리를 푹 숙인 채 객차 밑으로 몸을 던져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러고는 마치 곧 일어날 자세를 취하려는 듯 경쾌한 동작으로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시가 한 짓에 몸서리를 쳤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무엇 때문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뒤로 젖히려 했다. 하지만 거대하고 가차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머리를 떠밀고 그녀를 질질 잡아끌고 갔다.’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그녀는 어떤 저항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왜소한 농부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철로 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불안과 허위와 슬픔과 악으로 가득 찬 책을 읽을 때 그 옆에서 빛을 비추던 촛불 하나가 어느 때보다 밝은 빛으로 확 타오르더니, 이전에 암흑 속에 잠겨 있던 모든 것을 그녀 앞에 비춰 보이고는 탁탁 소리를 내며 점점 흐릿해지다가 영원히 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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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나의 이런 비극적인 죽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단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아무래도 브론스키였겠지. 죄책감과 함께 삶의 의미를 잃은 듯했어. 외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용병으로 나가기로 했어. 죽든 살든 상관 없다면서 말이야.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 듯 했단다. 마지막 장은 레빈의 시선과 생각이 담긴 글들로 채워져 있단다. 안나의 죽음, 자신의 신에 대한 생각의 변화, 당시 러시아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그리고 키티와 결혼생활에 관한 단상들이 이어지면서, 대단원의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 문장도 멋지네.

..

이 책을 덥고 <안나 카레니나>를 설명해주는 유튜브를 두어 편 보았단다. 좀더 이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1권 이야기를 하면서 김영하 작가님이 무인도가 가져갈 소설로 <안나 카레니나>를 뽑았다고 했는데, 아빠는 그 정도는 아닌 듯 하더구나. 하지만, 누군가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 물어본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더구나.

아빠도 두께에 처음에는 놀랬지만,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는이제 아빠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은 사람이 되었구나. ㅎㅎ. 러시아 소설은 추운 겨울에 읽어야 제 맛인데, 내년 겨울에는 톨스토이의 또 다른 대작 <전쟁과 평화>를 읽어볼까?^^ <전쟁과 평화>를 읽을 때쯤이면 코로나는 사라지고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아이들과 함께 포크로프스코예에 있는 여동생 레비나의 집에서 여름을 보냈다.

책의 끝 문장 :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그런 거야, 친구. 둘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거지. 현재의 사회구조가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든가, 나처럼 자신이 부당한 우위를 누리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기꺼이 누리든가 말이야."
"아니, 만일 그것이 정당하지 않다면, 자네는 그 혜택을 기꺼이 누릴 수 없을걸. 적어도 난 그렇게 못할 거야.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잘못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니까."
- P89

그는 그녀에게 전보다 더 싸늘했다. 마치 그녀에게 굴복한 것을 후회하기라도 하는 듯. 그래서 자기에게 승리를 안겨 준 그 말, 바로 ‘내가 얼마나 절실하게 끔찍한 불행을 느끼는지,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라는 그 말을 떠올리며, 그것이 위험한 무기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 두 번 다시 그것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들 사이에 그들을 묶는 사랑과 더불어 모종의 투쟁을 일으키는 사악한 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가 그의 마음에서 몰아낼 수 없는,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서는 더더욱 몰아낼 수 없는 사악한 영이…… - P328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환경은 없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갈아가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석 달 전만 해도 레빈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생활, 그것도 자신의 수입을 넘어선 생활을 하면서, 술에 취해(그로서는 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한때 아내가 사랑한 남자와 꼴사나운 우정을 나누고, 더욱더 꼴사납게도 타락한 여자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고, 그 여자에게 마음을 뺏겨 아내를 슬프게 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친 데다 밤에 잠도 못 자고 술까지 마신 탓으로 깊고 편안하게 잤다. - P329

그때는 진리를 알았는데 지금은 잘못 알고 있다니, 그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그 문제를 차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자마자 모든 것이 산산조각으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그때 착각을 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때의 정신 상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데다, 그것을 약점 탓이라고 인정해 버리면 그 순간을 더럽히는 셈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과 고통스러운 갈등을 겪으며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정신을 팽팽히 긴장시켰다. - P500

"그 ‘민중’이란 말이 너무 애매해서 말이야." 레빈이 말했다.
"읍 서기들, 교사들, 어쩌면 1000명의 농민 가운데 한 명은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알지도 몰라. 하지만 미하일리치 같은 나머지 8000만 명은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표명해야 않을 뿐 아니라 무엇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표명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개념도 갖고 있지 않아. 그렇다면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민중의 의지라고 말할 수 있지?"
- P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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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1-20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1-01-21 00:20   좋아요 2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10)

우선 헌법만 해도 그렇지요. 온통 한자말과 일본 말법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아주 새까맣게 한문글자로 써 놓았으니, 누가 이 헌법을 읽겠습니까? 읽어도 알 수 없으니 법이란 본래 이렇게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고는 읽다가도 내던져 버리지요. 법률의 조문이란 정말 이렇게 어려운 말로 써야 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고시 공부하는 사람이나 머리 싸매고 읽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법은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법을 바로 지키고, 법이 바로 서고, 사회가 밝아집니다.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는 법을 알 수 없는 글로 써 놓았다면 그 글이 잘못되었으니 마땅히 고쳐야지요. 쉬운 우리말로 누구든지 읽을 수 있게 모든 법률의 조문을 다시 써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됩니다. 더구나 헌법은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이 되는 틀을 짜놓은 법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국민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하겠습니까?


(12~13)

헌법은 그 나라가 서 있는 근본조건이 되는 커다란 원칙을 밝혀 놓은 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든지 우리나라 헌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그 문장이 중국글자를 섞어서 썼을 뿐 아니라 말법이 일본 말법으로 되어 있는 대문이 많아서 국민 모두가 읽을 수 없고, 읽는다고 하더라도 그 뜻을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대문이 많다. 여기에 헌법을 쉬운 우리말 우리글로 다듬고 바로잡아 본 까닭이 있다. 헌법을 이와 같이 우리글 우리말로 고쳐 쓰면서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왜 법을 만들고 법조문을 글로 쓴 사람들이 쉬운 우리말로 쓰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에라도 헌법을 쉬운 말로 써 놓으면 법에 권위가 없어진다고 생각했다면 이것은 분명히 우리말과 우리 백성들을 업신여기는 태도라도 나는 본다.


(58)

(2) 모든 국민은 일할 의무를 진다. 국가는 일할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

(3) 일하는 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4) 여자가 일할 때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 품삯과 일하는 조건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5) 어린 사람이 일할 때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60)

(1) 모든 국민은 사람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2) 국가는 사회 보장, 사회 복지의 증진에 힘쓸 의무를 가진다.

(3)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62)

(3) 국가는 주택 개발 정책들을 펴서 모든 국민이 알맞고 기분 좋은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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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1-18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오덕 선생님 책 좋아하는데 이런 책도 있군요. 아이랑 같이 읽어야겠어요 *^^*

bookholic 2021-01-19 00:09   좋아요 1 | URL
저도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좋아해서 알게 된 책이랍니다~~^^
이오덕 선생님 덕분이 헌법도 다 읽어보고~~
우리집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나중에 크면 저도 같이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 코로나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안나 카레니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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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안나 카레니나 2권을 이야기하기 전에 안나 카레니나 2권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소설가 김영하님이 텔레비전에서 한 이야기인데어떤 사람이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려고 서점에 갔다가 <, >권으로 두꺼운 안나 카레니나를 사서 재미있게 읽었대. 그런데 몇 달 뒤에 다시 서점에 가보니 <>권이 있다는 거야그 사람은 <, >권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야. <>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우스개였지만, <>권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읽은 <안나 카레니나>는 다행히 1, 2, 3. 이렇게 숫자로 써 있어서 중간을 빼먹지 않고 잘 읽었단다. , 그럼 안나 카레니나 2권을 이야기해보자꾸나.

1.

2권은 시골로 돌아와 마음잡고 농사일을 하는 레빈에게 동복형 세르게이 이바니치 코즈니셰프가 찾아오는 장면부터 시작한단다. 1권 이야기할 때도 이야기했지만, 레빈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톨스토이 그 자신이었단다. 이 소설을 읽고 톨스토이의 아내가 레빈이 바로 톨스토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어. 레빈은 농부들과 함께 노동하고 어울리곤 했는데, 세르게이는 그것을 비판했어. 사회가 발전을 하더라도 계급 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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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 자신이 민중과 함께 살고 있고 그의 모든 이해관계가 민중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를 민중의 일부라고 생각하여 자신과 민중 안에서 어떤 특별한 성질이나 단점을 찾으려 하지 않았고 자신을 민중과 대립된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오랫동안 주인으로, 중재자로, 특히 조언자로(농부들은 그를 신뢰하여 40베르스타 떨어진 곳에서도 그에게 조언을 구하러 왔다.) 살아왔으면서도 민중에 대해 어떠한 민중을 사랑하느냐는 질문만큼이나 그를 난처하게 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민중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인간을 안다고 말하는 것과 똑 같은 것이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인간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그들을 이해하려 했다. 그 가운데에는 그가 훌륭하고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농부들도 있었다. 그는 인간들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특징을 찾아 그들에 대한 이전의 견해를 바꾸고 새로운 견해를 확립하였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그 반대였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생활과 대조하여 시골을 사랑하고 찬미한 것과 똑같이, 민중에 대해서도 그가 좋아하지 않는 계급의 사람들과 대조하여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사람 일반과 대조되는 무엇으로 파악했다. 그의 체계적인 이성 안에서는 민중의 생활에 대한 일정한 형식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형식은 민중의 생활 자체에서 어느 정도 끌어낸 것이기도 하지만 주로 대조를 통해 얻은 것이었다. 그는 민중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그들에게 공감하는 태도를 결코 바꾸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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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레빈이 살고 있는 시골 인근에 친구인 스티바의 식구들이 이사를 왔다고 했어. .. 스티바의 처제 키티… 1권에서 레빈이 키티에게 청혼을 하고 거절을 당했잖아. 그리고 상심이 큰 상태로 시골로 돌아와 마음을 잡고 있었는데, 키티의 언니의 식구들이 근처로 이사를 오니 자꾸 머릿속에 떠오를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인사를 안 갈 수도 없고레빈은 스티바의 아내 돌리를 만나러 갔어. 돌리는 레빈이 키티에게 청혼할 사실을 몰랐던지, 레빈 앞에서 계속 키티 이야기를 했단다. 레빈은 분위기가 어색하고 해서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왔단다. 레빈은 밤새 고민을 하고, 깨끗이 레빈을 잊겠다고 마음을 먹었단다. 그런데 하필 그 다음날 기타를 타고 지나가는 키티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단다. 언니네 집을 가는 모양이었어. 그런 키티를 보고 밤새 마음 먹었던 것을 휴지통에 던져 버렸단다. 다시 마음이 흔들렸단다. , 사랑이란


2.

안나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고민에 빠졌단다. 평범하고 모범적인 삶을 1순위로 잡던 사람인데,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이혼을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야. 카레닌은 결투를 할 생각도 해보고, 이혼을 했을 경우의 상황도 생각해보고, 별거로 지내는 경우도 생각해 보았어. 하지만, 모든 경우가 자신은 불행, 안나는 행복한 케이스였던 거야. 그리고 결국 안나를 불행하게 하고 괴롭히는 방법을 찾아냈어. 이혼하지 않고 그냥 사는 것이었어. 이혼을 안 해주는 것이었지. 그러면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는 계속 부정한 관계가 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안나는 위험하지만 그래도 행복을 느꼈어. 그리고 안정적이고 모범적이고 윤리적인 결혼 생활 8년이 행복한 시간인줄 알았더니 돌이켜보니 그건 가식적인 행복이었던 거이었어. 8년은 안나의 삶을 숨 막히게 했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

(122)

그들은 그가 지난 8년 동안 내 삶을 얼마나 숨 막히게 했는지, 내 안에 살아 있던 모든 것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몰라. 그들은 몰라. 그가 단 한 번도 나를 사랑이 필요한 살아 있는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그들은 그가 항상 날 모욕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했다는 것을 모르지. 내가 노력하지 않았나? 온 힘을 다해 내 삶의 정당성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던가? 내가 그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할 수 없을 때, 그때는 아들을 사랑하려고 애쓰지 않았던가? 하지만 때가 온 거야. 난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난 살아 있는 여자야. 내게는 죄가 없어. 하느님은 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그런 여자로 만드셨어. 이제야 그걸 알겠어. 그런데 지금 도대체 이게 뭐야? 남편이 날 죽이거나 그를 죽이기라도 한다면, 난 그 모든 것을 견디고 그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아냐,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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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임신을 했어. 당연이 브론스키의 아이였지. 브론스키에게 임신 사실을 이야기 했는데, 기뻐하면서도 당황의 빛이 보였어. 사랑이라는 것이 똑 같은 레벨로 영원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브론스키 이 사람, 사랑의 절정이 너무 짧은 거 아닌가. 벌써 그는 안나와 행복한 최고점은 과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야. 거기에 진급하여 성공한 친구를 보면서 그것이 안나와 연애를 해서 자신은 뒤쳐진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으니안나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안나는 모든 걸 버리고 브론스키를 선택했는데 말이야.

안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던 카레닌의 마음은 바뀌었어. 안나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이혼을 하고 아들은 자기와 사는 것이 안나에게 더 괴로울 것이라 생각했어. 카레닌은 변호사를 불러서 이혼 소송을 시작했단다.

카레닌은 업무차 모스크바 출장을 갔단다. 그곳에서 만나기 싫은 처남 스티바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단다. 안나하고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나의 오빠 스티바를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것이 당연하겠지. 스티나도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하면서 카레닌을 만찬에 초대를 했단다. 카레닌은 만찬에 참석해서 스티바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 스티바는 안나와 카레닌의 사이가 안 좋은 사실을 알고, 안나를 용서에 달라고 부탁했어. 카레닌의 종교인 그리스도교 정신까지 이야기하면서 죄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안나를 용서해 달라고 했어.

카레닌은 스티바의 설득에 어느 정도 마음이 돌아왔는데, 그 와중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안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졌단다. 브론스키의 아기를 낳다가 산욕열로 위중하다고 했어. 카레닌은 페테르부르크로 가면서 안나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러면 자신이 고민하던 일들이 다 처리가 되니까 말이야. 안나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는데, 겉으로는 보기에는 마치 꾀병 같았으나, 금방 증세가 좀 왔다 갔다 했단다. 안나가 미우면서도 안나가 낳은 딸에 대한 감정은 달랐어. 웬만한 사람치고 아기를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니. 카레닌은 안나가 낳은 딸을 예뻐했고, 그로 인해 그동안 무심했던 아들에게도 더 잘해주게 되었어. 그러면서 다시 안나를 용서를 하고 현 가족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했단다. 모스크바에서 스티바가 그리스도교 정신을 운운하며 설득한 것도 통한 것 같구나. 하지만 안나는 위중한 상황이고, 스티바가 이혼을 안 해준다는 소식을 들은 브론스키는 현 상황에 대해 고민하다가 우발적으로 권총 자살을 하다가 중상을 입기까지 했어. 다행히 죽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겠구나.

상황이 이렇게 되나 보니, 스티바는 자신이 카레닌에게 안나를 용서해달라고 했던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깨달은 것인지, 이번에는 카레닌을 찾아와 안나가 원하는 대로 이혼해 달라고 했단다.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스티바가 다시 고민을 했지만, 이혼은 안 된다고 했고, 그 대신 안나 하고픈 대로 해주겠다고 했어.

안나는 더 이상 카레닌과 살지 않았어. 아들 세르게이를 보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팠지만 말이야. 브론스키와 사는 것에 적응하려고 했어. 안나와 브론스키는 유럽 여행을 떠나기도 했어.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그들의 지인들로부터 느껴지는 시선이 불편했어. 브론스키와 함께 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 복잡한 인간 세계.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안나와 브론스키. 사교계에 참가고 싶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불편했어. 심지어 대놓고 모욕적인 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어. 사랑을 선택한 것이 그리 잘못한 것인가. 안나는 괴로웠어. 남들의 시선이 괴로웠고, 아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괴로웠어. 아들 세르게이의 생일날 몰래 아들을 만나기 위해 카레닌의 집에 가기도 했단다.


3.

다시 레빈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스티바가 레빈을 파티에 초대했어. 그런데 그 파티에 키티도 온다는 것을 듣고 안 가려고 했지만, 스티바의 계속된 요청에 그냥 가 보기로 했어. 키티를 보고도 의연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다시 만난 키티는 예전에 그의 청혼을 거부한 그런 키티의 모습이 아니고 다정다감했어. 심지어 레빈에게 계속 이야기를 걸기까지 했고, 그로 인해 레빈은 다시 마음이 흔들렸어.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약속으로 했단다.

레빈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단다. 결혼을 하기 전에 자신의 모든 잘못을 신분에게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 것을 숨기는 것은 마치 죄악이라도 되는 듯 말이야. 그러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들, 특히 결혼을 앞둔 여자가 알게 되면 기분이 엄청 나쁜 이야기들까지 했단다. 더 심한 것은 결혼식 하루 전날 불쑥 찾아와 진짜 나 사랑하는 것 맞냐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지금이라고 끝내고 싶으면 끝내도 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신부에게 이야기했어. 너무 뜻밖에 찾아온 행복이라서 믿을 수가 없다고 해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싶더구나. 키티는 그렇지 않다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레빈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단다. 그렇게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니, 결혼하고 나서도 툭하면 키티와 말다툼을 하지말다툼하고, 화해하고이걸 반복했어. 위태위태하구나.

레빈의 형 니콜라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레빈은 혼자 가려고 했고, 키티는 부부가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고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같이 가게 되었단다. 레빈의 형 니콜라이는 폐인처럼 지내고 있어서 보여주기 싫어했던 것 같아. 키티는 진심 어린 동정심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니콜라이를 보살펴 주었어. 레빈이 그런 키티를 다시 보게 되었지. 니콜라이가 죽고 나서 다시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단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레빈은 결혼 생활을 적응을 했다고 할까,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할까, 안정된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게 되었어그리고 키티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4.

2권에서는 레빈과 동복형 세르게이가 러시아 사회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단다. 아빠가 러시아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당시 러시아 사회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레빈과 세르게이의 대화를 통해서 짧게 느낀 바로는, 지식인들 중에서도 계급 사회를 유지해야 하는 이들도 있고, 민중과 하나되어야 한다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았어. 그러면서 러시아와 민중 자신들을 위해서 민중에게 교육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학교가 민중의 삶을 개선시킬 수 없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단다. 기회가 되면 러시아의 역사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얼마 전 너희들에게 사준 학습만화 <러시아>편을 아빠도 슬쩍 들쳐봐야겠어.

========================

(217)

하지만 난 당신이 무엇에 놀라는지 잘 모르겠군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뒤떨어진 민중이 자기들에게 낯선 모든 것에 저항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유럽에서 합리적인 농업이 가능한 것은 민중들이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도 민중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그게 전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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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학교가 민중에게 자신들의 물질적 상태를 개선하도록 돕는다는 겁니까? 당신은 학교와 교육이 민중에게 또 다른 필요를 느끼게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상황만 더욱 나빠질 뿐입니다. 왜냐하면 민중은 그러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테니까요. 덧셈, 뺄셈, 교리문답 같은 지식이 무슨 수로 민중들의 물질적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준다는 건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 여기까지가 2권까지의 이야기란다. 이 두꺼운 소설에는 분명 여러 줄기의 이야기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아빠는 사랑에 대한 초점을 두게 되더구나. 우스개로 2권이 없어도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지만, 2권은 꼭 필요한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 세르게이 이바노비치 코즈니셰프는 정신노동에서 벗어나 휴식을 휘하고 싶었다.

책의 끝 문장 : 이튿날 그들은 완전히 화해를 하고 시골로 떠났다.


"자, 철학에 관한 이야기는 그쯤 해." 그가 말했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철학의 주요 과제는 바로 개인의 이해와 공공의 이해 사이에 놓인 필연적인 연관을 찾아내는 것이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내가 너의 비교를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다는 거야. 자작나무 가지는 누가 꽂아 둔 게 아니라 심거나 씨를 뿌려서 얻은 거야. 그러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해. 자신의 제도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 그런 민족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고, 그런 민족만이 역사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 - P30

"상관없어요. 어쨌든 당신네들은 자신의 사랑이 무르익거나 선택을 기다리는 두 여자 사이에서 저울질을 끝내면 청혼을 하잖아요. 하지만 여자에게는 누구를 선택할지 묻지 않아요. 물론 다들 여자가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라죠. 하지만 여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어요. 그저 ‘네.’, ‘아니오.’라는 대답만 할 수 있죠." - P77

레빈은 자신이 최근에 진심으로 생각하던 바를 말했다. 그는 모든 것에서 죽음이나 죽음으로의 접근만을 보았다. 하지만 그가 계획한 일이 그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다. 죽음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삶을 살아가야 했다. 그에게는 어둠이 모든 것을 뒤덮은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어둠 때문에, 그는 자신의 일이 이 어둠 속에서 그를 이끌어 줄 유일한 끈이라고 느끼며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붙잡고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 P248

"그게 어때서? 난 지금도 계속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 죽을 때가 되었다는 건 사실이야. 이 모든 게 다 무의미하다는 것도. 자네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난 나의 사상과 일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고 있어. 하지만 자네도 한번 생각해 봐.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전체는 아주 작은 혹성에 핀 작은 곰팡이에 지나지 않아.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세상에 무언가 위대한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사상이나 일 같은 것 말이지! 이 모든 건 모래알에 불과해." 레빈이 말했다. - P297

하지만 불만에 찬 사람이 자신의 불만에 대해 다른 누군가를, 특히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탓하지 않기란 어려운 법이다. 레빈의 머리에도 어렴풋하게나마 그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그 무엇도 그녀의 탓일 수는 없다.) 그녀가 받은 너무나 피상적이고 경박한(‘그 멍청한 차르스키, 그녀가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나도 알아.’) 교육 탓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 집에 대한 관심(그녀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을 제외하면, 자신의 몸치장을 제외하면, broderie anglaise를 제외하면, 그녀에게는 진지한 관심이 전혀 없어. 나의 일에 대해서도, 농사에 대해서도, 농부들에 대해서도, 그녀가 상당한 재능을 보인 음악에 대해서도, 독서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단 말이야.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완전히 만족하고 있어.’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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