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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영화 배우 톰
행크스가 몇 년 전에 단편 소설집을 출간하여 아빠가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준 적이 있단다. 그 당시만
해도 톰 행크스가 취미로 써왔던 단편 소설들을 엮어 네임 밸류도 있고 하니 책을 출간했나 보다 했단다. 그래도
소설들이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있구나. 그런데, 이번에는
장편 소설을 써서 출간했다는구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페이지가 500페이지가 넘는 그야말로 찐 장편소설이구나. 본격적으로 글쓰기도
계속 하시는 건가? 육십 대 후반의 나이이지만 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느 시간에 또 이런 장편 소설을 쓰셨나. 이번 소설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에
관련된 소설이란다. 평생 영화에 출연하고 제작하고 감독한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단다. 예전만큼 영화를 보진 않지만 아빠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나 영화가 어떤 식으로 제작되는지 몰랐는데, 이 소설을 통해서
대충 영화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었단다.
이 소설의 차례를 보면 영화
제작의 큰 그림은 대충 알 수 있겠더구나. 소재를 구하고, 사전
제작을 하고,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본격적인 촬영을 하고
마지막으로 후반 작업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런 말들을 많이 들어본 말들이로구나. 소설 속에서는 각 단계별
디테일이 들어 있고, 영화 제작 기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이 소설 속에 담겨 있단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읽는 이도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하여 함께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게 쓴 것
같단다. 그럼 책 이야기를 함 해보자.
1.
1947년 론 뷰트라는 미국 서부의 작은 도시가 있었어. 그 동네에 사는 어니 앤더슨과 룰루는 부부 사이였고, 그들 사이에서는
로비, 노라, 스텔라 세 아이가 있었단다. 룰루는 어느날 신문에서 갱 집단의 기사를 보았는데, 사진에 찍힌
자신의 동생 밥 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단다. 걱정하는 마음에 동생에게 전보도 보내고 전화도 했지만 소식이
없었어. 며칠 뒤 밥 폴스는 룰루의 집에 찾아왔단다. 다행히
별 일 없이 풀려났다고 했어. 밥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왔는데 조카인 로비를 태워주기도 했어. 그리고 자신이 참전했던 전쟁 이야기도 해주었단다. 밥 로스는 전쟁에서
화염방사병으로 근무했다고 했어. 그런 삼촌을 로비가 무척 좋아했는데,
삼촌은 갑자기 집에 온 것처럼 갑자기 집을 떠났단다.
시간을 흘러 1971년이 되었어. 로비는 고향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냈어. 당시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는데, 로비는 신체 검사에서 불합격하여
전쟁에 나가지 않았단다. 그림에 소질이 있던 로비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만화를 그렸어. 트베브 보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지. 오랜만에 삼촌 밥 폴스의 편지를
받았단다. 중국 식당에서 일하다가 사장인 에인절과 결혼하여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고 했어. 삼촌의 편지를 받자, 삼촌이 2차
세계대전 참전했을 때가 생각이 나서, 로비는 삼촌의 군대 보직인 화염방사병을 주인공으로 한 베트남 전쟁
배경의 만화 <파이어볼의 전설>을 그렸단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 만화들이 일부 에피소드들이 들어 있었어. 그
만화도 설마 톰 행크스가 그린 걸까?
2.
이제 시간은 쭉 흘러 2020년. 거장의 반열에 든 영화감독 빌 존슨은 새로운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어. 영화 소재를 찾던 중 우연히 <파이어볼의 전설> 만화책을 보게 되고 그를 각색해서 히어로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사전 제작 준비에 들어갔단다. 제작자 얼은 영화 촬영장소로
론 뷰트로 정했단다. 그 만화 속에서 등장하는 마을이니까 말이야. 영화
스태프들은 어떻게 뽑는 걸까. 학교에서부터 영화 관련된 것을 배워서 스태프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우연히 일 잘하고 똑 부러지는 사람을 만나면 스카우트하기도 하는 것 같아.
이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스태프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이 두어 명 등장한단다. 배우들만 길거리 캐스팅하는 것이 아니고 스태프들도 길거리
캐스팅이 있는가 보구나. 제작자 얼은 론 뷰트에서 임시로 자동차 기사를 구했는데, 그 자동차 기사가 일을 너무 똑 부러지게 잘 하는 거야. 이녜스라는
여자였는데, 무심코 한 이야기들을 흘려 듣지 않고, 그 이야기한
것들을 알아서 준비해주었어. 그래서 론 뷰트에 올 때마다 이녜스를 자동차 기사로 썼고, 나중에는 함께 영화 일을 하자고 제안했단다. 사실 얼도 그렇게 영화계에
발을 들여서 제작자의 위치까지 온 것이거든…
…
영화의 기본적은 틀은 갖추어졌단다. <파이어볼의 전설>이라는 만화를 각색해서 <나이트셰이드 : 파이어 폴의 모루>라는 영화로 만들기로 했어. 이 영화는 울트라 에이전트 오브
체인지 시리즈의 한 영화로 만들기로 했단다. 아무래도 소설 속 울트라 에이전트 오브 체인지 시리즈는
실제 엄청 인기를 끌었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았어. 히어로물인 것도 그렇고, 사용한
단어들도 그렇고 말이지… 이 소설의 배경인 2020년은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시절이라서, 영화는 OTT를 통해서
개봉하기로 결정했단다.
…
자, 이제 대충 소재가 준비되었으니, 주인공들을 캐스팅해야겠지. 먼저 여자 주인공은 렌 레인이라는 사람이 캐스팅되었어. 감독인 빌
존슨은 이 배우를 꺼려했지만, 첫 인터뷰 후 마음이 바뀌어 여자 주인공은 렌 레인으로 결정했단다. 렌 레인은 톱스타답지 않게 스태프들과 잘 어울리고 배려하는 자세로 임했어. 잘
선택한 것 같구나. 그런데 문제는 남자 주인공이었어. 주연으로
두 작품을 한 사람으로 이제 막 뜨는 주연급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는 사람이었어. 아빠가 풀 네임을 적어두지
않아서 풀 네임이 생각나지 않고 주로 부르는 OKB만 생각나는구나.
이 영화만 성공하면 거물급 배우로
클 수 있는 기회였지. 거장 영화 감독에, 유명한 히어로물
시리즈의 주인공이니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자신만 잘난 줄 아는 싸가지 없는 사람이었어. 자기 주장이 강해서 감독의 말을 잘 안 들었어. 감독이 이렇게 촬영하자고
하면 OKB는 저렇게 촬영하자고 하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둘 다 촬영하자고 해서 촬영 시간도 계획보다 점점 늘어졌어. 그렇게
3일을 촬영하고 나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
빌 존슨 뿐만 아니라 제작자인
얼도 같은 의견이었고, 투자자들에게도 잘 설득해 보기로 했어. 그들의
결정은 OKB를 자르고 다른 주인공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단다. 이런
일이 실제 영화계에서 자주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세상 사람들에게 다 알려져 있고 촬영도 시작을
한 상태이고, 무엇보다 어떻게 다시 주연급 배우를 캐스팅하는가였지. 그래도
지금 남자주인공을 그대로 두는 것이 리스크가 더 크다고 생각했어. 빌 존슨은 이미 생각해 둔 남자 주인공이
있었단다. 3일 동안 촬영하면서 조연 배우 중에 눈 여겨 봐 둔 사람이 있었던 거야. 거의 단역 역할을 하던 아이크 클로퍼가 바로 그 사람이지. 주인공을
해 본 적 없는 단역 배우에 대작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것은 상당히 모험적인 것이었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본 빌 존슨의 촉을 믿어야 하는 상황이었어. 결국 OKB는
잘리고 아이크 클로퍼가 주인공을 맡게 되었단다. 아이크 클로퍼는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란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데 그 동안 단역으로만 출연하여 생활도 넉넉지 않았어.
아이크 클로퍼는 당연히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
남자 주인공이 바뀐 이후에는
순조롭게 계획대로 촬영이 진행되었어. 영화에 참여는 배우들도 많고 스태프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도 많이 일어난단다. 렌 레인이 맡은 여주인공의 할아버지 역할로 나왔던 노배우가 자신의 촬영분을
마치고 얼마 안 있다고 죽는 일도 있었어. 한 동안 애도 기간을 가지며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단다. 아무래도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말이야. 이 영화가
개봉되면 영화 시작 전이나 후에 그 배우를 추모한다는 자막이 삽입되겠구나. 그리고 그 배우의 마지막
작품이 되다 보니 비인간적이긴 하지만 영화 홍보에도 도움이 되겠구나.
…
영화를 계속 진행하다 보니 남녀주인공
사이에 스캔들이 일어나는 것도 다반사인가 보구나. 남자 주인공이 유부남인데 말이야. 이 경우에는 유부남인 남자 주인공이 알아서 잘 조절을 해야 할 텐데… 렌 레인도 아이크 클로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선을 지키면서 더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단다. 그것이 영화
성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지. 투철한 직업의식. 대신
영화 속 키스씬으로 만족한 것 같았어.^^
촬영을 마치고는 그만큼 길 수도
있는 후속 작업이 진행되었고, 제작자는 다음 시리즈를 고민하였단다. 영화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시간, 많은 사람들,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흔히들 종합예술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겠구나. 그런데 이렇게 공들여 만들었는데
흥행 실패하면 참여했던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하지만 흥행실패를 두려워하고 영화제작하는 이들이 줄어든다면
또 어떻게 될까. 우리와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악몽 같은 세상이 되겠지.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지 영화는 영원하길 바래. 이 책의 결론. 걸작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영화 스태프들, 영화 출연자들, 그 외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원팀이 되어야 한다는 것.
….
아빠가 영화를 많이 봤던 시절은 20~30대였던 것 같구나. 그 시절이 톰 행크스의 전성기 때와 겹쳐서
아빠는 톰 행크스의 영화들을 꽤 많이 본 것 같아. 그런데 그가 출연한 영화 중에 재미 없는 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 최근에는 그가 출연한 영화를 안 본 것 같구나. 영화
보는 횟수도 많이 줄어들었고 말이지… 책도 읽은 기념으로 오랜만에 톰 행크스의 영화를 하나 찾아서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오 년쯤 전, 얼
맥티어라는 사람(나는 얼믹 티어라고 들었는데)에게서 지역
번호 310으로 음성 메시지가 왔다.
책의 끝 문장: 밥 삼촌……
"난 어떤 영화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싫다는 감정을 합리화하기에는 영화는 너무나 만들기 어려운 법이거든요. 제아무리 형편없는 실패작이라고 해도요. 영화가 별로면 나는 그냥 좌석에 앉아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머지않아 끝날 테니까요. 영화를 보다 나가는 건 죄악입니다." - P13
"맞아." 얼이 말했다. "우리는 영화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는 약속의 땅으로 가는 마차 행렬에 함께 오른 개척자들이지. 하지만 ‘야, 다른 일자리 구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이 모든 건 그냥 하나의 잔상이 될 거야." 얼은 두 팔로 사무실을 아우르며 영화 만드는 경험 전체를 가리켰다. "내가 자기를 유혹해서 파운틴 애비뉴의 흐름 속에 끌어들인 이래 지금까지 자기가 겪었던 속도와 압박감을 생각해 봐, 이네스. 그걸 세 배로 곱해. 그리고 다시 제곱. 그런 다음 야간 촬영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의 출산 기념파티에 못 갔는데 자기가 휴가를 내지 못한 이유를 그 친구가 이해해 주지 않는 나날을 더해 봐." - P318
그 영화는 워너에서 만들었는데 워너 영화들이 다들 그렇듯 촬영 일정이 몇 주밖에 안 됐어요. 영화를 공장처럼 찍어 냈던 시절이니까. 감독 마이클 커티즈는 헝가리인이라 억양이 강했지요. 촬영장은 펄펄 끓습니다. 당시에는 조명으로 아크 등을 사용했고 필름 감도 때문에 빛이 많이 필요했던데다 릭의 카페에서 도박하고 술 마시고 나치에게서 달아나려고 하는 모두가 정장을 입고 있었거든. 알다시피 원작은 희곡입니다. <모두가 릭의 카페에 찾아온다>. 각본가는 네 사람, 그중에는 쌍둥이 엡스타인 형제와 하워드 코크도 있었지요. 쪽 대본이 날아다니고, 버려지고, 새 대사를 시험해 보기 일쑤예요. 스튜디오 전속 배우들은 자기 장면에서 실력을 보여 주려고 난리고, 잉그리드 버그먼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모두를 매료시키고, 클로드 레인스는 그중 단연 돋보이고 완벽하지요. 그리고 경력의 정점에 선 보가트가 있습니다.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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