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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개 해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뒷담화이론은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무수히 많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의사소통의 대다수가 남얘기다. 이메일이든 전화든 신문 칼럼이든 마찬가지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우리의 언어가 바로 이런 목적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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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혁명 이후 생물학과 역사의 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생물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행동과 능력의 기본 한계를 결정한다. 모든 역사는 이런 생물학적 영역의 구속 내에서 일어난다.

2. 하지만 이 영역은 극도로 넓기 때문에, 사피엔스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할 수 있다. 사피엔스는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점점 더 복잡한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진다.

3. 결과적으로, 사피엔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들의 행동이 역사적으로 진화해온 경로를 서술해야 한다. 우리가 생물학적 속박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면서 선수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운동장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는 라디오 아나운서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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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기 대부분의 장소에서 수렵채집은 가장 이상적인 영양소를 제공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이런 식단을 수십만 년 동안 먹어왔고, 신체 역시 여기에 잘 적응했다. 고대 수렵채집인은 후손인 농부들보다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에 걸리는 일이 적었으며, 화석 뼈에 나타난 증거가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키가 더 크고 신체도 건강했을 가능성이 많다. 다만 평균 기대수명은 30~40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은 주로 어린이 사망률이 높은 탓이었다. 출생 1년 이내의 영아 사망률이 가장 높았으며, 이 시기를 지난 아이는 60세까지 살 가능성이 높았고 일부는 80세까지 살았다. 현대 수렵채집인의 경우 45세인 여성은 향후 20년 더 살 것으로 기대되며 구성원의 5~8페센트는 60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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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경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단연코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만일 좀 더 많은 사람이 멸종의 제1의 물결과 제2의 물결에 대해 안다면, 스스로가 책임이 있는 얼마나 많은 종을 절멸시켰는지를 한다면, 아직 살아남은 종들을 보호하려는 의욕이 좀 더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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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우리 시대의 친숙한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는 기계를 무수히 발명했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전화,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이들 기계는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를 우표에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답장을 받는 데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개월이 걸렸다. 요즘 나는 이메일을 휘갈려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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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집트의 파라오 제국이나 중국의 진 제국에서 운영했던 대량 협력망에 대해 장밋빛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 “협력이란 말은 매우 이타적으로 들리지만 항상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평등주의적인 경우는 드물었다. 인간의 협력망은 대부분 압제와 착취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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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이 별보배고동이나 달러, 혹은 전자 데이터를 믿는다는 사실은 우리 또한 그것들을 믿게 만들기 충분하다. 설령 다른 사람들을 우리가 미워하고, 경멸하고, 조롱하더라도 말이다. 서로의 신앙에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돈에 대한 믿음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철학자와 사상가와 예언자는 수천 년에 걸쳐 돈을 흉보면서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매도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한편 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이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 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종교냐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기도 한다. 돈 덕분에 서로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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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종교전쟁은 특히 악명 높다. 관련자 모두가 예수의 신성 그리고 관용과 사랑이라는 그의 복음을 믿었지만, 그 사랑의 성격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신교도들은 하느님의 사랑이 워낙 크기에 성육신하여 세상에 화신해 기꺼이 고문과 십자가형을 받았으며 그로써 그 분을 믿는 모든 사람을 원죄로부터 구원하고 천국의 문을 열어주었다고 믿었다. 가톨릭은 신앙이 필수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천국에 입장하려면 신자들이 교회의 의례에 참석하고 선행을 해야만 했다. 개신교도들은 보상으로 주어지는 천국행은 하느님의 위대함과 사랑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가톨릭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천국행의 스스로의 선행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것이고,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인류에 대한 신의 사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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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가령 유럽인이 어떻게 아프리카인을 지배하게 되었을까를 연구하면, 인종의 계층은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며 세계는 달리 배열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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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백 년간 진보라는 아이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를 점점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신뢰는 신용을 창조했고, 신용은 현실 경제를 성장시켰으며, 성장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신용을 향한 길을 열었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경제는 풍선이라기보다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오르락내리락거림이 평탄해지면서 전반적인 방향은 오해의 여지가 없이 분명해졌다. 오늘날의 세상에는 신용이 넘쳐난다. 그 덕분에 정부, 기업, 개인은 현재 수입을 크게 넘어서는 큰돈을 장기 저리로 쉽게 빌린다. 지구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믿음을 결국 혁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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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상사의 존재라는 자신의 속성을 숨기려 최선을 다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자신이 자연적이며 영원한 실체라고, 어떤 시원적 시기에 모국의 흙과 사람들의 피가 섞여서 창조된 존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보통 과장된 것이다. 오랜 옛날에도 민족은 존재했지만 그 중요성은 오늘날보다 훨씬 적었다. 국가의 중요성이 오늘날보다 훨씬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세 뉘를베르크의 주민이 국가 독일에 대해 뭔가 충성심을 느꼈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욕구 대부분을 채워주는 가족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는 않았다. 게다가 고대에서 국가가 어떤 중요성을 지녔든 간에, 지금껏 살아남은 국가는 거의 없다. 현존하는 국가대부분은 산업혁명 이후에야 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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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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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요 네스뵈의 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읽고 싶은 책들이 많다 보니 요 네스뵈의 책은 일 년에 한두 권 정도만 보는 편이란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읽은 그의 <레드브레스트>에서 주인공 해리 홀레의 동료 앨렌의 죽음의 진짜 배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끝났어. 그래서 그것이 궁금해서 다음 책을 예전보다 빨리 집어 들게 되었단다. 물론 이미 독자들은 누가 배후인지는 알고 있긴 하지만, 그 해결되지 않은 결말을 얼른 매듭짓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 그래서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 <네메시스>를 집어 들었는데, 육백 페이지가 넘는 이번 소설에서도 앨런의 죽음의 대한 실마리를 풀지 못했단다. 전작 <레드브레스트>에서는 다른 굵직한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을 쫓다가 동료 앨런이 죽었었어. 그래서 이번 <네메시스>에서는 그 앨런의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단다. 이번에도 다른 주요 사건들이 있었고, 앨런 사건은 다들 해결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해리만이 미결된 사건으로 생각하고 틈틈이 수사를 했단다. 책을 재미있게 봤지만, 다음 해리 홀레 시리즈인 <데빌스 스타>를 읽어봐야 앨런 사건을 해리가 시원하게 해결할 것 같더구나. 해리 홀레 시리즈 중에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 <데빌스 스타>를 묶어 특별히 오슬로 시리즈라고 하는데, 앨런 사건이 쭉 이어져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이 소설의 제목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여신이라고 하는구나. 아빠는 네메시스가 그런 뜻인 줄 몰랐어. 소설을 읽고 보니 제목을 왜 그렇게 정했는지 이해가 가더구나. 이 소설은 노르웨이에서는 2002년에 출간된 책이란다.


1. 

요 네스뵈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스노우맨>이라는 소설이었는데, 그 이후 읽은 몇 편이 최근작들이었어.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었어. 그런데, 올해 읽은 그의 소설들은 비교적 옛날에 쓴 소설들인데, 그 소설들은 잔인함은 별로 없어서 괜찮았단다.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기도 좀 부담스럽지 않고 말이야. 이번에 읽은 <네메시스>에서도 세 개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었어. 그 중에는 앞서 이야기한 앨런 사건이었고, 그 사건을 빼고 나머지 두 개의 살인 사건이 있었어. 그 두 개의 살인 사건은 연관성이 있어 나중에 하나의 고리로 연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단다. 아빠가 생각이 급해서 소설의 결론을 해버린 것 같구나. 다시 천천히 이야기해 볼까?^^

이야기의 시작은 오슬로의 은행 강도 사건으로 시작된단다. 보통의 은행 강도는 자신의 목적, 돈만 갈취하고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으면 그냥 도망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강도는 은행점장이 단지 6초 늦었다는 이유로 은행 직원을 총으로 쏴 죽였단다. 이 점을 보고 해리 홀레는 다른 경찰들과 다르게

이 사건을 은행 강도 사건이 아닌, 살인 사건으로 다루고자 했어. 그 죽은 은행 직원은 스티네라는 여인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남편인 트론은 큰 충격에 빠져 혼이 나간 상태가 되었어. 해리는 늘 그렇듯이 사건을 혼자 맡으려고 했어. 한 명 정도 보조만 두고 말이야. 그 한 명으로 선택된 이는 신참내기 베아테라는 여자 경찰이었어. 베아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어. 사람 얼굴을 기억하는데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어. 남자 주인공 옆에 파트너로 여자 경찰이 지정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런 것은 아니야. 전편 <레드브레스트>를 읽은 사람이라면 새로 생긴 해리의 애인을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라켈이라는 여자. 해리와 라켈은 더욱 사이가 좋아졌어. 라켈이 이혼한 전 남편과 아들 올레그에 대한 친권에 대한 재판 때문에 모스크바에 가 있어서 한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라켈과 떨어져 있어서 해리와 엮인 사람은 베아테가 아니고, 수 년 전에 몇 주 잠깐 만났던 안나라는 여인과 잠깐 엮이게 되었어. 해리는 여자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스타일인 것 같았어. 오랜만에 연락한 안나의 간절한 부탁으로 저녁을 한번 같이 먹었거든. 해리는 자신이 지금 라켈과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안나의 위험한 유혹을 의연하게 거절했어. 그런데, 또 연락이 왔어. 또 간절한 부탁으로 다시 한번 만났지. 그런데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다음날 자신의 집이었어. 전혀 기억이 없었어. 자신이 만취한 기억만 있는 거야. 집에 어떻게 온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그날 안나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어. 해리는 난감하였지만, 그것을 동료 경찰에 말할 수는 없었어. 그리고 담당 경찰은 안나가 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종결을 냈어. 안나는 집시 출신으로 가족도 없었고, 라스콜이라는 삼촌이 한 명 있는데, 그는 유명한 은행 강도로 지금은 감옥에 있었어. 해리는 안나의 총상을 보고 왼손잡이로서는 자살할 수 없는 그런 총상이라는 것을 알고, 이 또한 살인 사건으로 생각하고 몰래 수사를 했어. 더욱이 안나가 죽기 전에 자신이 같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나중에 누구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이 용의자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데, 그것은 곧 현실이 되었단다. 의문의 메일이 왔어. 해리가 안나가 죽기 전에 안나와 만난 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협박성의 내용이었어. 누가 보낸 것인지도 몰랐어. 해리는 친구의 부탁으로 메일의 출처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외국의 서버에서 날라왔다는 정도였어.


2. 

해리는 은행강도에 대한 추가 수사를 했어. 은행에 있는 CCTV를 수십 차례 본 끝에 범인과 희생자가 너무 가까이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죽기 전 스티네가 어떤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어. 입술만 보고 어떤 말을 하는지 알아챌 수 있는 독순술 전문가에게 부탁해서 그 말을 알아냈어. 뜻밖의 말이었어. “내 잘못이예요.” 그럼, 은행강도, 아니 그 살인범과 희생자 스티네는 서로 아는 사이? 해리는 편의점 CCTV를 통해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버린 콜라병을 확보했어. 거기에는 지문이 잔뜩 묻어 있었어. 보통 아내가 죽으면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르는 사람은 남편이잖아. 그런데 남편 트론은 헬스클럽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어. 해리는 유명한 은행 강도이자, 안나의 삼촌인 라스콜을 찾아갔어.그는 감옥에 있었거든. 나스콜은 수법을 듣고 레브라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레브는 놀랍게도 죽은 스티네의 남편인 트론의 형이었어. 그리고 유명한 은행 강도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레브는 현재 브라질에 있다고 했어. 해리와 베아테는 브라질로 날아갔어. 수소문 끝에 레브의 집을 찾았지만, 레브는 이미 목매고 자살했어. 아니 자살한 것처럼 보였어. 옆에 유서가 있었지.. 유서의 내용에는 오슬로 은행 강도는 자신이 한 것이고, 스티네도 자신이 죽였다고 했어. 그것에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거야. 

콜라병에서 얻은 지문과 같은지 확인하려고 지문을 채취하려고 했는데, 한쪽 손가락이 없었어. 누군가 죽은 후, 또는 죽이려고 들어왔다는 흔적이 있었던 거야. 레브의 유서가 레브와 글씨체와 같다고 판명되었지만, 이것은 누가 봐도 조작 사건이고, 레브는 살해당한 것이었어.

두 가지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왔다갔다 정신이 없구나. 다시 안나의 살인 사건을 이야기해줄께. 해리는 안나의 시신을 보러 갔다가 신발에서 사진 하나를 발견했어. 사진 속 남자는 알부라는 엄청난 부자였어. 근데 알부는 가정을 가지고 있는 유부남이었지. 안나가 신발 속에 그 사진을 넣었다는 것은 일종의 암시였어. 그가 안나의 죽음과 관계 있다고 말이야. 그걸 안나가 죽기 전에 이야기하려고 했던 거야. 해리는 수사를 해보니 안나가 유부남인 알부와 한 때 사귀었다가 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또 다른 남자 친구가 한 명 있었어. 열쇠 제작 회사 직원이었던 알프라는 남자였어. 

알프도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알프를 뒤쫓던 해리는 알프의 집에서 해리의 소지품을 발견하였고, 다량의 헤로인도 발견했어. 알프는 사실 마약 중개상이었던 거야. 알프는 해리에게 쫓기던 중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도와주지 않으면 다 불겠다면서 협박하면서.. 그 어떤 사람은 바로 앨런 살인 사건의 배후였던 경찰 톰 볼레르였던 거야. 볼레르는 전작 <레드브레스트>에서 올센을 정당방위를 핑계로 죽인 것과 비슷하게 알프를 추격하다 총을 빼든 알프에게 먼저 총을 쏘아 죽였어. 다시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악한을 보내버린 거지.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져 들었어. 스티네의 살인 사건이나 안나의 살인 사건이나…


3. 

해리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타래 같은 두 개의 사건을 하나씩하나씩 풀어나갔어. 먼저 안나의 살인 사건. 집시 출신이었던 안나. 여러 남자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버림을 받고 나서 크게 실망을 했어. 그리고 버림을 받은 안나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자살하기로 결심을 했어. 그러나 그냥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니라 복수를 하기로 했어. 복수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알부, 알프, 해리였어. 자신은 비록 죽더라도 그 셋을 파멸시키려고 했어.

그래서 그 결과는…

알부는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누가 죽였는지 또는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이 안나는구나. 아빠의 기억력은 이제…ㅠㅠ ) 그리고 알프도 톰 볼레르한테 죽음을 당했잖아. 해리는 죽지 않았지만, 안나의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한동안 쫓겨 다녀야 했어. 다행히 해리는 안나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단다. 그리고 해리에서 협박 메일을 보냈던 것도 바로 안나였어. 안나가 죽었는데, 어떻게 메일을 보냈냐고? 죽기 전에 예약 발송을 해봤던 거야. 그리고 또 하나의 살인 사건. 스티네를 죽인 살인범도 밝혀냈어. 바로 스티네의 남편 트론이었어. 이유는 이랬어. 자신의 형이었던 레브와 스티네가 불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거야. 스티네는 레브와 함께 브라질로 도망치려고 했어. 그것을 알게 된 트론은 은행강도로 위장해서 스티네를 죽인 거야. (그래서 스티네가 죽기 전에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했던 거지..) 그리고 은행 강도였던 레브의 흉내를 내서 레브가 범인으로 몰리게 한 것이고, 레브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을 한 거야.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드물어. 모든 것에는 허점이 있고, 그 허점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이들이 있어. 바로 해리처럼 말이야. 소설이라고 그럴 수도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사건을 수년이 지난 다음에 해결하는 것을 보면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구나.

한편, 엘런 수사에도 진척이 있었어. 새로운 목격자가 나타났어. 엘렌의 범인이었던 올센이 앨런을 죽인 날 밤에 어떤 사람과 차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거야. 그런데 그 남자가 마치 경찰 같았다고 했어. 해리가 그 목격자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다음 소설의 완벽한 예고편인 듯 하구나. 요 네스뵈의 마지막 오슬로 시리즈 <데빌스 스타>를 기대해 봐야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두가지 살인 사건이 이야기하다 보니, 정리가 잘 안된 것 같구나. 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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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 - 책에 살고 책에 죽은 책벌레들의 이야기
김삼웅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어. 그러다가 젊은 시절 우연히, 정말 우연히 책을 접하게 되었단다. 그 이후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단다. 그 즐거움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끊을 수가 없더구나.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들은 점점 쌓여만 가게 되었어.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다 보니 그 책들을 모두 읽을 수는 없더구나. 아빠가 책읽기를 즐긴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정말 책읽기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빠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겠더구나. 세상에는 책읽기에 미친 사람들이 참 많단다. 그리고 그렇게 책에 미친 이들은 인류의 역사 속에 늘 있었어. 그리고 책에 미친 사람들을 보통 책벌레하고 불렀지. 이번에 아빠가 읽은 책은 그런 책에 미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단다. 찾아보면 이런 종류의 책들은 여럿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것은 이 책을 지은 지은이 때문이야. 김삼웅이라고 인물 평전을 많이 쓰신 분인데, 아빠가 그 분을 좋아해. 지금까지 읽은 김삼웅의 책들은 주로 역사에 관련된 책이었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분야의 책이라서 더욱 관심이 갔단다. 지은이 김삼웅은 참여정부 시대에 독림기념관장을 지내셨고, 과거사 진상 규명위원회 등에서도 활동하신 걸로 아빠가 기억을 한단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르기도 했단다. 그리고 책 출간일이 2008년이다보니, 생존해 계셨을 노무현 대통령님이 혹시 이 책은 읽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노무현 대통령님도 책벌레이시니까 말이야.

 

1.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책읽기를 좋아하니, 책 예찬을 많이 하게 된단다. 물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잘 안 해. 주위에 아주 친한 사람들한테, 그것도 아빠가 책읽기를 즐기는 것을 아는 이들에게는 책 예찬을 가끔, 아주 가끔 하곤 한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책은 나를 만든다고 생각해. 일단, 내가 읽은 책은 나의 생각을 만들고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생각은 나의 영혼을 만들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영혼은 나의 얼굴을 만든다고 생각하거든. 지금 아빠의 생각은 예전의 아빠의 생각과는 많이 달라졌어. 아빠의 경험도 영향을 주었지만, 그보다 그동안 아빠가 접한 책이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구나.

물론 책은 우리에게 지식을 준단다. 하지만 아빠의 기억력은 그런 지식을 저장하기에는 부족 용량과 성능이 부족하단다.ㅜㅜ 하지만, 생각은 다른 것 같아아빠도 알게 모르게, 책은 생각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 주거든. 아빠가 십 년 전에 쓴 독후감, 그리고 오 년 전에 쓴 독후감, 일 년 전에 쓴 독후감을 가끔 읽어보면 아빠가 그때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네. 지금이랑 많이 다르네 하는 경우가 많았어. 도스토예프스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그 또한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다”라고 말했대.

이 책에는 옛사람들이 책에 대한 예찬이 많이 실려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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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정치가이며 저술가이기도 한 처칠은 독서예찬이 아닌 ‘책의 예찬’을 쓴 적이 있다그는 그 글에서 “설령 당신이 갖고 있는 책의 전부를 읽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가의 책을 한 권 빼어들고 쓰다듬거나 아무데나 닥치는 대로 펴서 눈에 띈 최초의 문장부터 읽어보라그리고 설사 그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책이 서가 어디에 꽂혀 있는가를 기억해두라그러면 책은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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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그 존재만으로도 친구가 된다는 거야이 말은 예전부터 알고 있는 말인데, 아빠가 잔뜩 사두고 읽지 않고 있는 책들을 볼 때마다 위안이 되는 말이고, 책을 충동 구매를 할 때 핑계거리가 되는 말이란다.^^ 또 키케로는 이런 말도 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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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번영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는 방해물이 되지 않고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는 키케로의 지적처럼 책에 대한 ‘효능’을 정의해 주는 말도 드물 것이다. ============================================

몽테뉴는 또한 책을 친구로 생각했어. 언제든지 나를 환영해주는, 거절하는 경우가 한번도 없는 친구라고.. 그런데,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아빠한테는 가끔 거절하는 친구 같은 책도 있었어. 아빠는 너무 읽어보고 싶어서 책을 들었는데, 아직 때가 되지 않았으니 다음에 다시 오라는 듯 어려운 책들 말이야.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찾았을 때 다시 반갑게 맞아주는 경우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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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수상록>에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책은 언제나 나를 환영해 준다내가 책을 원하는데 책이 나를 거절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다어디까지나 내가 가는 길에 동행을 한다내가 노년과 고독 속에 있을 때도 변함없이 나를 위로해 준다대개의 경우 나는 구체적이고 자극이 강한 즐거움이 없을 때만 책을 찾는데책은 그런 줄 알면서도 조금도 성을 내지 않으며 언제나 똑 같은 얼굴로 나를 맞아준다. 나의 독서실은 3층에 있다나는 이 독서실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지내고,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겨울철에는 난방을 할 수가 있고, 채광과 통풍을 위해서 적당하게 창이 나 있으며세 방향을 내다볼 수가 있다벽이 원형으로 되어 있으므로 다섯 층으로 늘어선 책꽂이를 한 눈으로 쭉 살필 수 있다방의 지름은 16보쯤 된다. 여기가 인생에 있어, 또 우주에 있어서의 나의 위치다. 나는 젊은 시절에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다그 이후에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 공부했다그리고 지금은 기분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그러나 책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책을 읽는 동안 정신은 활동을 하는데 신체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정신이 활동하지 않으면 졸음이 오는 것처럼 신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생명이 위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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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책에 너무 집착을 하면 안 되겠지만, 책을 읽을 시간을 더 만들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물론 너희들과 놀 시간은 뺏으면 안되겠지.^^

 

 

영국의 정치가이며 저술가이기도 한 처칠은 독서예찬이 아닌 ‘책의 예찬’을 쓴 적이 있다. 그는 그 글에서 "설령 당신이 갖고 있는 책의 전부를 읽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가의 책을 한 권 빼어들고 쓰다듬거나 아무데나 닥치는 대로 펴서 눈에 띈 최초의 문장부터 읽어보라. 그리고 설사 그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책이 서가 어디에 꽂혀 있는가를 기억해두라. 그러면 책은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번영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 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는 방해물이 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는 키케로의 지적처럼 책에 대한 ‘효능’을 정의해 주는 말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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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0-18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나를 거절하는 경우가 없다, 그렇죠. 내가 거부하기만 했으니까요… 뜨금해지는 마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

bookholic 2016-10-20 23:55   좋아요 1 | URL
오거서님도 책벌레이신 것 같아요. 거기에 음악벌레이시기도 하구요.^^ 책와 음악에 대한 열정에 감동받았습니다. 행복한 가을날 되세요^^

오거서 2016-10-21 00:14   좋아요 0 | URL
제 댓글에 응답해주신 내용을 보면서 더욱 뜨끔해집니다. 벌레는 아니고요, 열정은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가을볕을 쬐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북홀릭 밈도 행복한 가을날 되세요!^^
 













(5)

결론적으로, 지금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기묘하게 코믹한 선거 상황은 오늘날 정치라는 것이 다수 민중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외면해온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치가 민중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다운 정치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것은 단지 기득권층 엘리트들끼리의 자리바꿈 유희를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다.

여론조사의 추이가 이대로 간다면, 몇 달 후 미국 대통령 선거는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치다운 정치의 부재 혹은 1%만을 위한 정치 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11)

지금 개헌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합니다. 하나는 1987년 개정 당시와 현재, 이 나라가 처한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당시는 세계화도, 지식정보화도, 또 위험사회도 거론되지 않던 시대입니다. 30년 동안 시대가 빠르게 변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 헌법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30년 전에 헌법 제정에 참여했던 사람은 한 세대 전의 사람입니다. 이후의 세대는 지금 헌법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지금 우리 국민 다수가 현재의 헌법을 우리의 헌법이다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예요. 그래서 미국 3대 대통령 제퍼슨은 19년마다 헌법의 효력을 상실시키고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지금 우리가 경청해야 할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56)

그렇다면 중국이나 시진핑에 관해 모르는 게 아니라 외교나 국제관계의 본질에 무지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분명히 반대한다. 미국이 일본과 남한을 아무리 감싸고 지지해도 두 나라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빌미로 중국 주위에 군사력을 증강시키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전혀 지지할 수 없다. 이와 아울러 중국이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경제제재를 가할 수는 있어도 북한 붕괴까지 방치하거나 추구할 수는 없다. 북한 붕괴는 중국 안보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가 마음에 들거나 북한 지도자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중국 자국의 안보를 위해 북한이 붕괴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뜻이다. 남한의 존재가 태평양 건너 10,000km나 떨어진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북한의 존재가 압록강과 두만강을 끼고 1,500km나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라도 할 수 있겠는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이와 입술처럼 뗄 수 없는 관계(脣齒關係)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이런 터에 중국이 북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제재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불만과 오기를 표출한다면 국제관계에 대한 무지와 억지다.

 

(78)

현 정부는 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을 수립하기는커녕 입으로만 통일대박론을 외치며 통일로 가는 길과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헌법에 대한민국 정부는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 추진하라고 분명히 못 박고 있음에도, 북의 동포가 굶어 죽든 말든 국제적 경제봉쇄를 통해 체제 붕괴를 기도하고,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척살 훈련까지 공공연히 하는 모습을 보면 이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어둡다고 느껴집니다. 북한의 인권을 언급하면서 북한 주민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제봉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을 떠나 인륜적, 도덕적 패악이라고 생각합니다.

 

 

(105)

대한민국이 기술로 먹고산다고 했는데 GMO기술은 때늦은 기술이고, 죽음의 기술이지 먹고사는 기술이 아니다. GMO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항생, 제초제 성분이자 1급 발암물질인 글리포세이트를 뒤집어씌워 키운 독성 식품이다. 모든 생명을 다 죽이는 독성에도 홀로 죽지 않고 오히려 다수확을 낸다는 괴물이 GMO 농산물이다. 이 독약의 종착지가 어디인가? 게다가 자연선택과 공진화 대신 종()이 다른, 아니 식물과 동물로 자연교잡이 불가능한 서로 다른 생명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괴물 식품이 GMO. 먹은 자리에서 당장 피 토하고 죽지 않는다고 안전이 검증된 식품인가?

 

 

(120)

셰리 터클은 자신이 인터뷰한 많은 10대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10대들은 자신들을 놀이터에 데려다 주면서도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부모에게서 성장한다. 부모들은 학교로 운전 중이거나 아이들과 디즈니 영화를 보는 중에도 계속 휴대폰에 열중하고, 10대들은 그런 부모들과 어린 시절을 보낸다. 주말에 교외에 나가서도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서둘러 돌아온다. 10대들은 아주 일찍부터 분열된 관심 속에서 디지털 기기들과 연결된다. 그들은 부모의 관심을 두고 이런 기기들과 경쟁해야만 하고, 자신들이 충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127)

백인의 중위 가계소득이 흑인의 중위 가계소득보다 13배가 많고, 1,600만 명이 넘는 아이들(미국 전체 아동의 22%, 흑인 아동의 38%)이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그것도 부적절하게 정해졌다고 악명 높은) 이하에서 살고 있는 나라. 공영 상수도시스템이 유독성 납으로 가득 차 있고, 인프라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으며, 오염이 만연돼 있는 나라. 학교는 재정도 부족한 데다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고, 시민적 담론은 절망적으로 열등한 수준이 되어 있는 나라. 인종적 격리와 빈곤과 실업이 인종적으로 집중(흑인 게토, 아메리카 토착인 보호구역, 라틴계 사람들의 빈민촌에)되어 있는 나라. 3명 중 1명의 흑인 남성은 중죄 전과로 평생을 낙인 속에서 살아야 하는 나라. 정치가와 별로 공적이지도 않은 공공정책이 상품처럼 사고팔리는 나라. 지금 보듯이, 대통령 선거라는 게 끊임없이 다수 민중을 소외시키면서 이 나라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는 두 사람’(호전적인 강경파 힐러리 클린턴과 미디어 광대, 부동산 재벌이자 의사(擬似) 파시스트 도널드 트럼프) 사이의 경쟁이 돼 있는 나라. 대다수는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현재의 사태들과 기타 문제에 대해서 위험할 정도로 무지하거나 어리석은 편견에 갇혀 있는 나라. 폭력적인 죽음(타살, 자살을 포함해서)이 만연돼 있고, 살인 무기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나라. 정신적 질환이 증폭되고 있는 나라. 자연자원들이 규칙적으로 제거되고 파괴되는 나라.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가능케 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지고, 상업화된 대중적 소회 현성과 영혼 없는 아노미 현상이 확산되는 나라. (알코올 및 마약) 중독과 비만이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는 나라. 경제적 불안정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빈곤 혹은 빈곤에 준하는 상태에서 살고 있는 나라. 식품은 밭에서부터 공장, 기업의 실험실, 운송 수단, 트랙터 트레일러, 창고, 식당, 식품가게를 거치는 동안 체계적으로 오염되고 불순한 물질들과 섞여버리는 나라. 농사는 범죄적이라 할 만큼 그릇된 방식으로, 지역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나라. 상수도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 나라. 연방정부 재량의 지출비용의 절반 이상이 거대한 전쟁기계와 제국을 위해서 사용되고, 그리하여 세계 전체 군사비의 반을 지출하는 나라. 텔레비전으로 대학 농구 시합의 마지막 3분을 보는 데도 10분에 걸쳐 쏟아지는 상업광고의 폭격을 받아야만 하는 나라.

 

(148)

페르난데스는 쿠바가 의료 부문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것은 피델 카스트로의 비전이었다고 말했다. “피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제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진 빚을 인류에게 갚는 것을 의미한다.’”

 

 

(149)

그녀는 쿠바의 의료 종사들은 의료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데 능숙하고, 무상으로 질 높\은 치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 의료진은 대안을 찾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건 우리 본성이에요.”라고 메히코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고, (임무를) 완수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160)

오거스트의 책의 근저에 있는 결론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의 정치시스템이 아무리 민주적이라 할지라도, 오직 풀뿌리 민중의 적극적인 개입만이 살아 있는 참여민주주의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이미 라틴아메리카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세계는 기업의 이익보다 민중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고려하고, 민중이 그저 소외된 구경꾼이 아니라 활발한 참여를 통해서 그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그런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투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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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꽃 답사기
김태정 지음 / 현암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도 최근에 많이 이용하고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책이란다. 사실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아빠가 이런 꽃에 관한 책은 고르지 않았을 거야. 너희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곳에서 만난 꽃들, 나무들에 대해서 아빠가 너무 아는 것이 없어서, 너희들에게 마땅히 이야기해 줄 수가 없었잖아. 그래서 이런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란다. 너희들과 함께 식물도감 같은 책도 같이 봤잖아. 이 책도 보면 그런 것에 도움이 될까 하고 구입한 것이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바는 그런 꽃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아니라, 꽃에 미친 한 남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해야겠구나.

지은이 김태정. 그는 정말 우리꽃을 사랑한 사람이란다. 젊은 시절부터 줄곧 우리꽃에 대한 연구를 한 사람이야. 30년을 넘게 우리꽃만 연구를 했고, 그래서 외국도 나가질 않았대. 우리꽃 연구하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야. 그가 외국에 나간 것은 백두산에 있는 꽃을 조사하기 위한 중국행 뿐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는 우리꽃 연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어. 자신의 재산도.. 자신의 건강도... 자신의 눈에 백내장이 와서 한쪽 눈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도, 치료보다는 답사가 먼저였고, 늘 빚쟁이들에게 쫓겨 다니면서, 답사를 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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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눈에 이상이 온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시 백령도까지 강행군을 하여 8월 말이 되어서야 조사 활동을 끝맺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울에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눈 한쪽이 하얗게 덮여 백내장이 와 있었다. 누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확연했지만 감히 병원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서울에 들어오자마자 빚쟁이에 시달렸고 더구나 외상으로 가져간 필름 값을 구할 길도 없었다. 끝내는 필름 값 때문에 사무실에 집달리가 와서 딱지까지 붙이는 소동도 벌어져 앞이 더 안 보였다야생화를 찾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무실 차압은 면할 수 있었다.(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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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우리꽃에 연구를 했고, 우리꽃에 관한 책들을 많이 쓰셨어. 그리고 이번에 아빠가 읽은 책처럼 답사기도 쓰셨구… 이 책에도 물론 꽃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그보다 그가 꽃을 답사하면서 있었던 일, 그의 생각들을 적었어. 그래서 그냥 꽃과 설명만 있는 책보다 더 재미있었단다.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것도 정확한 날짜와 장소 등을 묘사한 것을 보면, 그는 여행을 할 때 꽃 뿐만 아니라 당시의 상황과 생각들을 늘 기록해 놓은 것 같았어. 아빠가 배우도 싶은 점이란다. 너희들과 여행을 하고 나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데, 늘 바쁘다는 핑계만 하는구나. 그렇다가 시간이 지나면 너희들과 여행을 함께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은 모두 날아가고 말이야.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있단다. 지은이 김태정이야말로 꽃에 미쳐서 꽃에 대해서 남들이 다다르지 못한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단다. 그것은 그가 어떤 의무나 책임감이 있어서 한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좋아서 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어.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우리꽃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아빠가 이 책을 아주 좋게 읽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려고 했는데, 이 책은 이미 오래 전에 절판이 되어 있더구나.

 

1.

우리꽃. 산천에 여기저기 널린 꽃들도 있고, 정말 드물게 발견되는 꽃들도 있어. 이 책의 답사기는 주로 드물게 발견되는 꽃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리고 독도, 군사분계선, 백두산, 북한 지역 등 일반인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지역에 있는 우리꽃들을 답사한 이야기들을 싣고 있단다. 지은이가 얼마나 꽃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냐면, 군사분계선에서 꽃을 따라 가다가 북한군 코 앞까지 갈 정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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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군사분계선 가까이 접근하면 어느 쪽에서든 발포하게 되어 있는 것을 충분이 알고 있었지만 꽃이 있다는 말에 정신이 홀린 것이었다. 다른 조사단원들은 모두 점심을 먹고 있던 터였기에 내가 그곳까지 가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열심히 기어가는데 노란색의 표지 말뚝이 앞을 가로막아 섰다. 쳐다보니 군사분계선 표지였다. 아차, 번쩍 정신이 들어 더욱 몸을 낮추고 우선 바로 앞 건너편 진지에 있는 북한군 병사들의 동향을 살폈다.(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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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하는 여행의 목적은 오직 꽃을 위함이야. 어떤 사람이 희귀한 꽃을 발견했다고 하면, 모든 만사를 제쳐두고 그는 그 꽃을 보기 위해 달려간단다. 그래서 그가 밟은 땅은 우리나라 안 밟은 곳이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구나.

 

2.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아빠가 좋아하는 꽃이 무엇일까? 하고 말이지. 생각해보니까 생각해 본 적이 없더구나. 그만큼 아빠가 꽃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 그래서 앞으로 꽃을 볼 기회가 있다면 대해 유심히 볼 생각이란다. 그리고 아빠도 꽃 사진도 찍어보고 말이야. 비록 이름은 바로 알지도 못하지만 말이야. 아참, 너희들한테도 한번 물어봐야겠구나.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말이야.

이 책의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 이 책에는 많은 꽃 사진들이 나온단다.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지은이의 인내와 땀, 그리고 시간의 결과가 꽃들의 사진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가 쉽지 않더구나. 책 뒷편에 ‘찾아보기’를 두어서 책에 나온 꽃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원래 군사분계선 가까이 접근하면 어느 쪽에서든 발포하게 되어 있는 것을 충분이 알고 있었지만 꽃이 있다는 말에 정신이 홀린 것이었다. 다른 조사단원들은 모두 점심을 먹고 있던 터였기에 내가 그곳까지 가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열심히 기어가는데 노란색의 표지 말뚝이 앞을 가로막아 섰다. 쳐다보니 군사분계선 표지였다. 아차, 번쩍 정신이 들어 더욱 몸을 낮추고 우선 바로 앞 건너편 진지에 있는 북한군 병사들의 동향을 살폈다.(74쪽)

당시는 눈에 이상이 온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시 백령도까지 강행군을 하여 8월 말이 되어서야 조사 활동을 끝맺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울에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눈 한쪽이 하얗게 덮여 백내장이 와 있었다. 누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확연했지만 감히 병원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서울에 들어오자마자 빚쟁이에 시달렸고 더구나 외상으로 가져간 필름 값을 구할 길도 없었다. 끝내는 필름 값 때문에 사무실에 집달리가 와서 딱지까지 붙이는 소동도 벌어져 앞이 더 안 보였다. 야생화를 찾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무실 차압은 면할 수 있었다.(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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