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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꽃 답사기
김태정 지음 / 현암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도 최근에 많이 이용하고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책이란다. 사실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아빠가 이런 꽃에 관한 책은 고르지 않았을 거야. 너희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곳에서 만난 꽃들, 나무들에 대해서 아빠가 너무 아는 것이 없어서, 너희들에게 마땅히 이야기해 줄 수가 없었잖아. 그래서 이런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란다. 너희들과 함께 식물도감 같은 책도 같이 봤잖아. 이 책도 보면 그런 것에 도움이 될까 하고 구입한 것이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바는 그런 꽃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아니라, 꽃에 미친 한 남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해야겠구나.
지은이 김태정. 그는 정말 우리꽃을 사랑한 사람이란다. 젊은 시절부터 줄곧 우리꽃에 대한 연구를 한 사람이야. 30년을
넘게 우리꽃만 연구를 했고, 그래서 외국도 나가질 않았대. 우리꽃
연구하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야. 그가 외국에 나간 것은 백두산에 있는 꽃을 조사하기 위한 중국행
뿐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는 우리꽃 연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어. 자신의
재산도.. 자신의 건강도... 자신의 눈에 백내장이 와서
한쪽 눈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도, 치료보다는 답사가 먼저였고, 늘
빚쟁이들에게 쫓겨 다니면서, 답사를 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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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눈에 이상이 온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시 백령도까지 강행군을
하여 8월 말이 되어서야 조사 활동을 끝맺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울에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눈 한쪽이 하얗게 덮여
백내장이 와 있었다. 누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확연했지만 감히 병원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서울에 들어오자마자 빚쟁이에 시달렸고 더구나 외상으로 가져간 필름 값을 구할 길도 없었다. 끝내는 필름 값 때문에 사무실에 집달리가 와서 딱지까지 붙이는 소동도 벌어져 앞이 더 안 보였다. 야생화를 찾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무실 차압은 면할 수 있었다.(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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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우리꽃에 연구를 했고, 우리꽃에 관한 책들을 많이 쓰셨어. 그리고 이번에 아빠가 읽은 책처럼 답사기도 쓰셨구… 이 책에도 물론 꽃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보다 그가 꽃을 답사하면서 있었던 일, 그의 생각들을
적었어. 그래서 그냥 꽃과 설명만 있는 책보다 더 재미있었단다.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것도 정확한 날짜와 장소 등을 묘사한 것을 보면, 그는 여행을 할 때 꽃 뿐만 아니라
당시의 상황과 생각들을 늘 기록해 놓은 것 같았어. 아빠가 배우도 싶은 점이란다. 너희들과 여행을 하고 나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데, 늘 바쁘다는
핑계만 하는구나. 그렇다가 시간이 지나면 너희들과 여행을 함께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은 모두 날아가고 말이야.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있단다. 지은이 김태정이야말로 꽃에 미쳐서 꽃에
대해서 남들이 다다르지 못한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단다. 그것은 그가 어떤 의무나 책임감이 있어서 한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좋아서 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어.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우리꽃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아빠가 이 책을 아주 좋게 읽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려고 했는데, 이 책은 이미 오래 전에 절판이 되어 있더구나.
1.
우리꽃. 산천에 여기저기 널린 꽃들도 있고,
정말 드물게 발견되는 꽃들도 있어. 이 책의 답사기는 주로 드물게 발견되는 꽃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리고 독도, 군사분계선, 백두산, 북한 지역 등 일반인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지역에 있는
우리꽃들을 답사한 이야기들을 싣고 있단다. 지은이가 얼마나 꽃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냐면, 군사분계선에서 꽃을 따라 가다가 북한군 코 앞까지 갈 정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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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군사분계선 가까이 접근하면 어느 쪽에서든 발포하게 되어 있는 것을 충분이 알고 있었지만 꽃이 있다는 말에 정신이 홀린 것이었다. 다른 조사단원들은
모두 점심을 먹고 있던 터였기에 내가 그곳까지 가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열심히 기어가는데 노란색의 표지 말뚝이 앞을 가로막아 섰다. 쳐다보니 군사분계선 표지였다. 아차, 번쩍 정신이 들어 더욱 몸을 낮추고 우선 바로 앞 건너편 진지에 있는 북한군 병사들의 동향을 살폈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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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하는 여행의 목적은 오직 꽃을 위함이야. 어떤 사람이 희귀한 꽃을 발견했다고
하면, 모든 만사를 제쳐두고 그는 그 꽃을 보기 위해 달려간단다. 그래서
그가 밟은 땅은 우리나라 안 밟은 곳이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구나.
2.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아빠가 좋아하는 꽃이 무엇일까? 하고 말이지. 생각해보니까 생각해 본 적이 없더구나. 그만큼 아빠가 꽃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 그래서
앞으로 꽃을 볼 기회가 있다면 대해 유심히 볼 생각이란다. 그리고 아빠도 꽃 사진도 찍어보고 말이야. 비록 이름은 바로 알지도 못하지만 말이야. 아참, 너희들한테도 한번 물어봐야겠구나.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말이야.
이 책의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 이
책에는 많은 꽃 사진들이 나온단다.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지은이의 인내와 땀, 그리고 시간의 결과가 꽃들의 사진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가 쉽지 않더구나. 책 뒷편에 ‘찾아보기’를
두어서 책에 나온 꽃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원래 군사분계선 가까이 접근하면 어느 쪽에서든 발포하게 되어 있는 것을 충분이 알고 있었지만 꽃이 있다는 말에 정신이 홀린 것이었다. 다른 조사단원들은 모두 점심을 먹고 있던 터였기에 내가 그곳까지 가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열심히 기어가는데 노란색의 표지 말뚝이 앞을 가로막아 섰다. 쳐다보니 군사분계선 표지였다. 아차, 번쩍 정신이 들어 더욱 몸을 낮추고 우선 바로 앞 건너편 진지에 있는 북한군 병사들의 동향을 살폈다.(74쪽)
당시는 눈에 이상이 온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시 백령도까지 강행군을 하여 8월 말이 되어서야 조사 활동을 끝맺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울에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눈 한쪽이 하얗게 덮여 백내장이 와 있었다. 누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확연했지만 감히 병원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서울에 들어오자마자 빚쟁이에 시달렸고 더구나 외상으로 가져간 필름 값을 구할 길도 없었다. 끝내는 필름 값 때문에 사무실에 집달리가 와서 딱지까지 붙이는 소동도 벌어져 앞이 더 안 보였다. 야생화를 찾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무실 차압은 면할 수 있었다.(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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