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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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김상욱 교수님의 책을 읽었단다. 그동안 아빠가 읽은 김상욱 교수님의 책들은 과학 본연의 주제를 담고 있었고, 특히 김상욱 교수님의 전문 분야인 양자역학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어. 이번에 읽은 책은 과학보다는 조금 멀고, 우리 일상에 좀더 가까운 글들이었단다.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 제목도 좋았단다. 가끔 책 제목이 <떨림과 울림>인지, <울림과 떨림>인지 헛갈린 때가 있지만 말이야.

..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세상 만물은 모두 떨림이 있다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 것도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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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서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떨고 있다. 그 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소리는 떨림이다. 우리가 말하는 동안 공기가 떤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의 미세한 떨림이 나의 말을 상대의 귀까지 전달해준다. 빛은 떨림이다.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공간상에서 진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지만 우리 주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전자기장의 떨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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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이 아닌 떨림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더 좋았단다. 진동이라고 하면 왠지 과학 용어처럼 보이지만, 같은 뜻이라도 떨림이라고 하니 가슴 떨림이라는 말도 생각나고 말이야. 아무튼 우리 세상은 모두 떨림이란다. 심지어 빛도 떨림이라는 것이지. 138억년 전 우주의 탄생과 함께 탄생한 빛은 아직도 우주 전체를 떠돌고 있다는 것이 100년도 못사는 인간의 뇌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인 것 같구나.

1.

이런 신기한 빛은 옛사람들에게도 신비함 그 자체였단다. 빛의 정체를 밝히려고 했던 사람들의 노력들무모해 보이지만,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고 했던 사람들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단다. 오늘날 빛의 속도는 파장과 진동수를 곱한 것으로 정확히 구할 수 있다는 하는구나. 빛은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으니까, 파동의 속도 = 파장 x 진동수. 이 공식을 이용한 빛의 속도는 299,792,458m/s. 문득 이 숫자들을 외워볼까 싶었는데, 늙어가는 두뇌로 무모한 일이다 싶어, 그냥 쉽게 초속 30만 킬로미터라는 상식으로 만족하기로 했단다.

빛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빼놓을 수 없지. 관측자의 속도에 상관없이 똑 같은 속도로 관찰되는 빛의 속도로부터 출발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한마디로 시간과 공간은 별개가 아닌 얽혀있는 하나, 시공간이라는 곳.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그 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할게.

138억년 전 빛만 생겨난 것이 아니야. 우주의 탄생과 함께 시간과 공간도 생겨났단다.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일까. 공간이란 무엇일까. 시간은 왜 되돌릴 수는 없을까.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길래. 아빠는 시간의 정제보다 더 궁금한 것은 시간이 생기기 전이란다. 빅뱅과 함께 우주가 생기고, 공간이 생기고, 시간이 생겼다고 하는데그런 그 이전은 무슨 상태였단 말인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밝힐 수 없는 것들

그러나 우리 과거에는 밝힐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밝히 사례들이 있으니, 한번 기대해보자꾸나.

2.

과학 이야기에서, 가장 큰 세계로 우주의 이야기가 있다면 가장 작은 세계의 이야기로는 원자의 이야기가 있겠지. 더욱이 지은이는 양자역학 전문가잖니원자 이야기는 아빠가 최근에 여러 번 했으니 생략을 할게. 그래도 하나만사람은 죽지만,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 죽음뿐이겠니, 이 거대한 우주도 결국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이 원자 놀음인가. 원자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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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죽음이 가장 두려운 상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명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봄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모든 것이 원자의 일이라는 말에 허무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허무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이 모든 일은 사실 원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으니 원자를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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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토콘드리아게 관한 이야기도 짧게 해주었는데, 그 이야기는 아빠로 하여금 미토콘드리아에 관한 더 알고 싶게 만들었단다. 예전에 김상욱 교수님의 책인지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어떤 책에서 미토콘드리아에 관한 책을 추천했었어. 그 책이 엄청 두껍고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한번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김상욱 교수님의 이전 책들에서도 괜찮은 과학 서적을 추천해주시곤 했는데, 이번 책에서도 자신이 직접 쓴 책 서평을 실으면서 책을 추천해 주시기도 했단다. 아빠도 읽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대한 서평도 실려있고, 리사 랜들이라는 여성 과학자가 쓴 <천국의 문의 두르리며>라는 책을 소개해주었어. 이 책 뿐만 아니라 리사 랜들이라는 분이 쓰신 책들을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언젠가는

3.

과학에 관한 이야기들을 우리 일상과 읽혀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에서는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단다. 그 이전 책들을 읽고 생긴 지은이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일까. 방송 출현 등으로 유명해진 덕에 출판사에서도 신간을 얼른 내고 싶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단행본을 낼 만큼의 페이지를 꾸역꾸역 채워냈다는 기분도 들었거든. 그리고 지은이가 의식적으로 지난 책들에게 이야기한 것들은 하지 않으려고 의도도 보였어. 그것이 오히려 좀 부자연스러운 문체로 느껴졌단다.

이번 책으로 김상욱님의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은, 뭔가 빠진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아빠는 김상욱 교수님의 그 이전 책들에 비해 이번 책은 약간 실망을 했다고 한 거야. 그래서 혹시 이 책이 김상욱님의 책이 처음인 분들은 그 이전의 책들을 읽어볼 것을 추천해 본단다.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마무리는 괜찮았단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 말이야. 과학적인 태도로 살아가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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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270)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이다. 충분한 물리적 보상이 없을 때, 불확실을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과학의 진정한 힘과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있는 데에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시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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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책의 끝 문장: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현재 1초의 정의는 세슘 원자가 내는 특정 진동수의 빛이 9,192,63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언젠가 미래에 인류문명이 멸망하더라도, 이 정의를 본 누군가는 1미터를 정확히 복구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90억 번가량의 진동을 정확히 셀 수 있어야 하므로, 엄청난 정확도로 진동수를 알고 있어야 한다. 2005년 노벨물리학상은 존 홀과 테오도어 헨슈에게 주어졌다. 이들의 업적은 정확한 진동수를 갖는 빛을 만든 것이다. 최근 이 방법을 사용하여 진동수를 19자리까지 알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서울과 뉴욕 사이의 거리를 원자 하나의 크기보다 작은 오차로 잴 수 있다는 뜻이다. - P32

사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자연현상은 전가지력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 일어나는 대부분의 자연현상은 전자기력 때문이다. 신문 또는 스마트폰에서 출발한 전가지파, 즉 빛이 당신의 눈에 도달했다. 눈의 망막에 있는 분자들이 빛 때문에 변형을 일으키고, 그 결과 화학신호가 발생하고, 그것이 전기신호가 되어 뇌로 전달되는데, 이 모든 것이 전자기력 때문이다. 심지어 당신의 글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은 뇌 속의 전기적 작용, 즉 전자기력 때문이다. 우리가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은 모두 전자기력이라. 우리 주변 대부분의 기계들이 전기를 이용하는 이유다. 전기가 예뻐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다른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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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야간에 한반도를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휴전선 남쪽은 휘황찬란한데, 북쪽은 깜깜하잖아요. 흔히 우리는 이 사진을 남한은 발전하고 번영한 사회, 북학은 아주 낙후된 암담한 사회를 상징하는 기표로 보고 있지만, 오늘날 크나큰 위기에 처한 지구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북쪽이 남쪽을 따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남쪽이 북쪽을 따르는 게 순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아무 생각도 없이 흥청망청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살고 있잖아요. 이 조그마한 나라가 식량자급도, 에너지자급도 못하면서, 석유 낭비가 구조화된 경제를 맹목적으로 확대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다 보니 결국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 제대로 못 하고 굴종적인 처지가 된 거란 말이에요. 미국인들이 이런 한국에 대해 존경심이 들겠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다는 공허한 이야기나 하고 있습니다. 그런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어요? 주권국가다운 존엄도 없고, 미래가 지극히 불투명한 지속 불가능한 사회가 돼버렸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보면 휘황찬란한 야경은 도리어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해야 옳죠. 한반도 전체가 이런 야경을 가진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면, 차라리 통일은 안 하는 게 낫죠.

(19)

제가 100살까지 산다면 저는 2103년에 살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지금 미래를 생각할 때는 2050년 너머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오래 산다면, 2050년은 제가 절반도 살지 못한 때입니다.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2078년에는 제가 75번째 생일을 맞을 겁니다. 저에게 아이나 손주들이 있다면, 그들은 저와 함께 그날을 보내겠지요. 아마도 그들은 저에게 2018년에 살았던 여러분들에 관해 물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왜 여러분이 아직 행동할 시간이 있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지 물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행동하거나 하지 않는 것 때문에 나의 전 생애와 내 자녀와 손자와 손녀들의 삶이 영향을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하거나 하지 않는 일의 결과를 저와 저의 세대는 미래에 되돌릴 수 없습니다.

(39)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근본 이유 중 하나가 날씨(기상)와 기후를 혼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후는 장기적 균형상태이고 날씨는 그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기적 일탈을 뜻한다. 기후학자들은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날씨가 수시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기후가 변하면 인간과 문명은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교차가 10℃를 넘어도 큰 탈이 없는데 지구 온도가 1~2℃ 상승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한다. 지구 평균기온은 날씨에 견주어 그 성격과 범위가 전혀 다르다.

 (40)

하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여는 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천호 박사는 집단지성에 기대를 건다. 좋은 사례가 있다. 지난 세기 초 영국의 한 시골 장터에서 소 한 마리를 무대에 올려놓고 몸무게를 맞추는 대회가 열렸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통계학자가 800명이 참여한 이 대회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소 무게를 정확하게 맞춘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적어낸 소 무게의 평균을 내보니 거의 정확했다. 문제는 앞에서 조지 마셜이 언급한 확증 인지 편향이다. 소 몸무게를 맞추는 것과 달리 기후변화 대응에는 실로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집단 편향이 개입할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74)

국가의 지출은 새로운 화폐 창출에 의해 충당된다. 그래야 민간이 세금 납부 수단으로 국가가 인정한 화폐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민간이 세금 납부에 필요한 화폐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민간이 세금 납부에 필요한 화폐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는 적자재정을 운영해야만 한다. 또한 조세수입 혹은 국채 판매 금액은 지출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화폐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출을 행하기 위해 조세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민간에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먼저 행해야 하는 것이다. 조세는 실질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 증표를 화폐로서 통용되게 만드는 원동력이지만(세금 낼 때 필요하므로) 정부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세는 민간의 총수요를 억제하는 수단 등으로 활용될 뿐이다.

(124)

원하레저’(비큐공영’) 2006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일원에 골프장과 숙박시설 마운트나인’(46 3,096평 규모)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 마을엔 을 단 주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 최아무개 씨가 공동대표이사를 지낸 원하레저는 가시오가피 농장을 만들어서 고용을 창출하겠다며 농민들로부터 구만리 일대 농지와 임야를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실상은 가시오가피 농장이 아닌 골프장이었다. 2006 11, 구만리 마을 옆에 골프장이 들어설 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홍천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농업용수가 부족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사를 짓는 상황에서 인근에 골프장이 조성되면 잔디에 대량으로 뿌리는 농약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원하레저 2008년 공사를 본격화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도 더 심해졌다. 업체 쪽은 집마다 다니면서 이 서류에 도장만 찍어주면 1,000만원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주민동의서였다.

(170)

일로서의 농사와 직업으로서의 농부에 대해 나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직업이 농부라고 생각한다. 수입을 많고 적고는 상관이 없다. 멋을 좇고 돈을 좇는 사람은 도시에서 살아야 하겠지만, 나는 아름다움과 내면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시골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인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내면적으로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저마다의 그릇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보통사람들처럼 그저 운명에 따라 살아가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고, 늘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나를 이끌어준, 나의 영웅이 두 사람 있는데, 심리학자 칼 융과 함석헌 선생이다.

(193)

백년 전, 루쉰은 고향을 떠나면서 짙은 쪽빛 하늘에 걸린 황금빛 보름달을 보면 이렇게도 생각했단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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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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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9-07-28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혁명가 스카!!!
 
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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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한번 이야기한 것 같은데,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지 않던 아빠는 우연히 사촌 형 집에 갔다가 셜록 홈즈 문고판을 보게 되어 흠뻑 빠졌던 적이 있었단다. 소설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면서 말이야.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텔레비전이나 영화로 셜록 홈즈를 다루는 것을 보면 어릴 적 읽던 셜록 홈즈가 생각이 나더구나. 그리고 이제 너희들이 셜록 홈즈를 읽을 만큼 자랐구나.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책이지만, 재미있다면서 보고 있는 너희들을 보니, 셜록 홈즈는 또 한 세대를 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예전에 독서정가제가 실시하기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이벤트로 반값으로 무더기로 팔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때 사 놓은 셜록 홈즈 전집이 있었어. 셜록 홈즈 전집은 출판사별로 여러 판이 있는데, 아빠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출판한 것을 샀어. 아빠도 읽고, 너희들도 자라면 읽으면 좋겠다 하고 샀어. 너희들이 어린이용 셜록 홈즈를 읽는 것을 보고, 아빠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가끔씩 한 권씩 빼내어 읽어야지, 하면서 1권을 꺼내 들었단다.

1.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주홍색 연구라는 것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 봤어. 책을 읽다 보니 주홍색 연구라는 뜻이 나왔어. 죄악을 상징하는 빛깔을 의미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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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이것은 주홍색(비유적으로 죄악을 상징하는 빛깔 옮긴이) 연구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나 같은 사람이 예술적인 표현을 좀 쓴다고 해서 안 될 건 없을 겁니다. 삶의 무채색 실 꾸러미 속에, 주홍빛 살인의 혈맥이 면면히 흐르고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그 실꾸리를 풀어서 살인의 혈맥을 찾아내어 그것을 가차 없이 드러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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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문고판으로 읽은 것은 주로 단편 모음집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주홍색 연구>는 장편이었단다. 페이지가 200 살짝 넘긴 하지만, 장편이었어. 베네딕트 컴퍼비치가 주연한 영국 드라마 <셜록>의 에피소드 1화에 변주되어 다뤄지기도 한 그런 소설이란다.

그럼 <주홍색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887년이더구나. 그때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했다고 하는구나,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많은 전쟁이 있던 나라인가 보구나. 2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참석했던 왓슨 박사는 총탄 부상을 받고 영국으로 귀국을 했어. 돈이 넉넉하지 않아서 값싼 하숙집을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후배 스탬포드가 그의 친구가 하숙생을 찾는다면서 어떠냐고 제안을 했단다.

그래서 스팸포드와 함께 셜록을 찾아갔는데, 첫 만남부터 강렬했단다. 셜록을 만나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셜록은 왓슨의 겉모습만 보고, 왓슨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갔다고 온 것을 알아챘어. 약간은 거만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만 파는 약간은 괴짜의 모습이었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범죄에 관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단다. 그 외에는 거의 문외한이었어. 하지만 머리는 무척 똑똑했고, 추리하는 것과 분석하는 것은 정확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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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셜록 홈즈는 의학도가 아니었다. 나는 그 점에 관한 어떤 질문을 던져서 스팸포드의 주장을 확인했다. 또한 그는 어떤 과학 분야에서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학문의 세계에 정식으로 입문할 생각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열성이 지극해서, 기묘한 범위 내에서 그의 지식은 말할 수 없이 풍부하고 정밀했으며, 그의 뛰어난 관찰력 앞에서 나는 번번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떤 뚜렷한 목적이 없다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할 리도 없거니와 그토록 정밀한 지식을 쌓을 리도 없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좀처럼 정확한 지식을 쌓지 못한다. 아무 목적도 없이 그토록 사소한 것들로 정신에 부담을 지울 사람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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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삭막한 사람은 아니야. 바이올린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을 정도로 잘 연주했단다.

2.

그럼 셜록의 직업을 무엇일까. 셜록은 자문 탐정이라고 했어. 경찰에게 자문을 해주는 그런 탐정이라는 거지. 어느 날 로리스턴 가든이라는 곳에서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었어. 미국인 드리버로 밝혀졌는데, 경찰들은 유력한 용의자로 드리버의 비서 조셉 스탠거슨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셜록에게 도움을 청했단다. 홈즈는 범행 현장에 가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어. 경찰들은 조셉 스탠거슨을 쫓는데 열을 올렸지만, 그 또한 살해된 채 발견되고 말았단다.

경찰들이 허탕을 치고 있는 동안, 셜록은 범인을 찾아서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들었단다. 범인은 드리버를 마지막으로 태웠던 마부 제퍼슨 호프였단다. , 그럼 셜록은 어떻게 범인을 알았는가. 그것은 나중에 너희들이 책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남겨둘게. , 그보다 제퍼슨 호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를 해줄게. 범인과 피해자들 사이에는 오래된 사연이 있었단다.

3.

때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존 페리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스물 한 명 일행과 서부 사막에서 길을 잃었고, 일행들은 하나 둘 죽어갔단다. 나중에 존 페리어와 여자 아이 한 명만 남았고, 그들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다가 길을 가던 모르몬 교의 대행렬이 그들을 발견하였고, 모르몬 교를 믿는다고 하면 구해준다고 했어. 그렇게 존 페리어와 여자 아이는 구출되었단다.

존 페리어는 여자 아이를 자신의 양녀로 삼기로 했단다.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루시였어. 세월이 흘러 루시는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어. 그냥 고상한 숙녀가 아닌, 말도 잘 타는 건강미 넘치는 숙녀였단다. 그런데 말을 타고 가다가 소 떼에 갇혀 위험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때 제퍼슨 호프라는 청년이 루시를 구해주었단다. 그 일 이후로 제퍼슨과 루시는 사랑에 빠졌단다. 존 페리어가 살기 위해서 모르몬 교로 전향을 하긴 했지만, 모르몬 교의 교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특히 일부다처제는 혐오하기까지 했단다. 그래서 본인은 결혼도 하지 않았어. 모르몬 교의 장로에서는 숙녀가 된 루시를 결혼시키라고 존 페리어를 압박했어. 압박은 경고가 되고 협박이 되었어. 결혼을 시키는 것도 이미 부인이 7명 또는 4명이 있는 장로들의 아들 중에 고르라고 했어. 그 아들들이 바로 드리버와 스탠거슨이었단다. 이제 앞서 런던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감이 좀 오지? 죽은 사람들은 드리버와 스탠거슨. 이들을 죽인 사람은 제퍼슨 호프

….

존 페리어는 자신의 양녀와 함께 그들로부터 도망가기를 원했고, 이를 제퍼슨 호프가 도와주기로 했어. 그래서 그들은 도망을 갔으나, 제퍼슨이 먹이를 구하는 사이에 루시는 모르몬교 장로들에게 잡혀갔단다. 그리고 존 페리어도 그들에게 살해를 당했어. 집으로 잡혀 돌아온 루시는 강제 결혼을 당하고, 한 달 만에 죽었단다. 사랑하는 여인이 이렇게 죽었으니, 얼마나 분노했겠니. 제퍼슨은 복수의 칼을 갈고 그들을 쫓아 다녔단다. 그렇게 20년을 추적한 끝에 런던에서 그들을 찾았고, 일말 망설임 없이 드리버와 스탠거슨을 죽인 거야. 복수의 완성. 그렇게 20년 동안 추적만 하면서 밖에서 불안정한 삶을 살았으니 그의 건강이 남아나지 않았을 거야. 그는 이미 대동맥 동맥 악성을 겪고 있었어. 경찰에 잡힌 후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야 했고, 결국 제퍼슨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

지은이는 코난 도일이라는 스코틀랜드 사람인데, 셜록 홈즈 하나로 무척 유명한 사람이야. 아빠가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너희들도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직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좀 더 큰 다음에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너희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빠와 이 책에서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해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나는 1878, 런던 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육군이 정한 외과의사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네틀리로 갔다.

책의 끝 문장: 그때까지는 로마의 구두쇠처럼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자각하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겠군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비웃을지라도 궤짝에 쌓인 돈을 볼 때, 내 마음은 뿌듯하도다.>


홈즈는 말했다.

"나는 인간의 뇌가 본디 텅 빈 다락방과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그 방에 가구를 골라서 채워넣어야 합니다. 온갖 잡동사니를 닥치는 대로 쓸어넣는 사람은 바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다가는 쓸모 있는 지식은 밀려나오거나 다른 것들과 뒤죽박죽돼서 필요할 때 꺼내쓰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뛰어난 장인은 다락방에 넣어둘 것을 고르는데 극히 조심스럽지요. 그는 요긴하게 쓰이는 연장만 고를 겁니다. 또 구색을 잘 맞춰서 순서대로 넣어두어야 하지요. 그 조그만 방의 벽이 무한정 늘어나서 무엇이든 다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입니다. 그러면 어떤 지식을 더할 때마다 전에 알았던 것을 잊어버리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실이 유용한 지식을 밀어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지요." - P27

"그럴 겁니다. 어디 한번 더 자세히 설명해 보기로 하지요. 보통 사람들에게 많은 사실을 알려주면, 사람들은 결과를 예측해 낼 수 있습니다. 즉 많은 사실을 머릿속에 입력하면 그걸 가지고 어떤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결과를 말해 주었을 때,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 전 단계들을 마음속으로 더듬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러한 능력이 바로 내가 말하는 역추리, 또는 분석적 사고라는 것이지요.".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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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나는 아직 런던에 가보지 않았기에 엘긴의 대리석은 사진으로만 보았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의 부질없는 영광을 자랑하는 것 말고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의 그리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전시실은 그들이 저질렀던 약탈행위를 증언하는 외국 문화재 포로 수용소에 지나지 않는다. 귀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고 그랬다는 엘긴의 말이 진심이었다면, 그리스가 문화재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서 반환하지 않겠다던 영국 정부의 주장이 진심이었다면, 지금이라도 그것을 돌려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54)

B.C. 5세기 아테네 시민들은 불타버린 도시를 재건했고 인류 역사에 없었던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수립했으며 문화, 철학, 과학과 공연예술을 꽃피웠다. 중국에서 제자백가의 사상이 들꽃처럼 피어났던 바로 그 시기에 논리학과 수사학을 가르치는 소피스트 집단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가 나타나 인간의 본성고가 삶의 의미, 자연과 우주의 생성 원리를 탐구한 것이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는 역사서를 집필했고, 극작가들은 빼어난 작품을 썼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에 그들은 아테네에서 피레우스까지 성벽을 쌓았다. 성벽은 두려움의 건축적 표현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자신들이 이룬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성벽을 쌓았다. 오늘의 화려한 성공이 내일의 몰락을 가져올 비극의 씨앗을 배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그런 방식으로 드러낸 것이다.

(71)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폴리스의 영광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천착했다.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자신의 이성에서 도덕법을 끌어내려 했다. 출신 배경이 어떠하든 만인이 똑같이 자유를 누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남자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인격적 이념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당대의 인기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구름>이라는 연극에서 소크라테스를 가리켜 교활한 개자식이라고 비난했다.

(74)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은 아테네 민주주의의 잠재력과 한계를 모두 확인해 주었다. 아테네의 품에서 태어났으나 시대의 경계 너머로 나아갔던 그는 민주주의라는 옷을 입은 다수의 폭정에 목숨을 빼앗겼다. 그런데도 민주주의는 문명의 대세가 되었고 소크라테스도 인류의 스승으로 인정받는다. 역사의 역설이다.

(94)

로마에 가서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큰 착각이다. 이탈리아는 엄청난 다양성을 지닌 나라여서 어떤 도시도 혼자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지 못한다. 알프스에서 지중해 한가운데로 장화처럼 뻗어 나온 이탈리아반도는 면적의 75%가 비탈진 산과 언덕이다. 한반도의 백두대간처럼 이탈리아반도에는 아펜니노산맥이라는 등뼈가 있으며, 한반도의 1.5배인 30만 제곱킬로미터의 국토에 6천만 명이 산다.

(142)

바티칸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곳이다. 로마에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교황이 다스리는 별도의 도시국가인데, 이 특이한 국가의 영토는 겨우 0.44제곱 킬로미터이고, 1천 명이 겨우 넘는 시민권자의 직업은 성직자, 직원, 근위병이 전부다. 바티칸이라는 지명은 가톨릭 교황청보다 먼저 생겼다. 현재 바티칸의 영토는 바티칸 언덕에서 베드로 광장까지다. 이 구역은 9세기 중반 교황 레오 4세가 사라센족의 공격을 막으려고 강둑을 따라 성벽을 쌓아 올리면서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이탈리아왕국은 1871년 교황청의 주권을 전면 부정하고 바티칸을 로마에 통합했지만, 1929년 모솔리니가 라테라노에서 조약을 체결해 현재의 바티칸 지역을 교황청의 영토로 인정했다.

(165)

로마는 전성기를 다 보내고 은퇴한 사업가를 닮았다. 대단히 현명하거나 학식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뛰어난 수완으로 돈과 명성을 얻었고, 나름 인생의 맛과 멋도 알았던 그는 빛바랜 명품 정장을 입고 다닌다. 누구 앞에서든 비굴하게 행동하지 않으며 돈지갑이 얄팍해도 기죽지 않는다. 인생은 더없이 짧으며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때 거두었던 세속적 성공에 대한 긍지를 버리지는 않는다. 로마는 그런 도시인 것 같았다.

(210)

무스타파 케말은 단순한 군사 영웅이 아니었다. 우리의 역사 인물과 비교하자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등을 모두 뒤섞어 놓은 듯한 사람이었다. 전쟁 영웅, 민족주의 혁명가, 대통령, 계몽 군주, 공화주의자인 동시에 독재자였다. 그는 이슬람 문화와 터키 민족주의에 자신의 철학과 정치사상을 접목함으로써 터키공화국을 창조했다.

(286)

태양왕이라는 별명은 어릴 때부터 발레를 했던 그가 태양신 아폴로 역으로 공연에 출현한 일과 관련이 있다. 그는 1715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 어린 증손자에게 후회가 담긴 유언을 남겼다. “전쟁을 피하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치를 해라.” 루이 14세의 자녀와 손자들이 대부분 천연두와 홍역을 비롯한 전염병으로 일찍 죽었기 때문에 왕위가 증손자에게 바로 내려간 것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70년 넘게 재위했던 왕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

(296)

과시적 소비의 전형이었던 베르사유 궁전과 부르봉 왕가의 생활방식은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던 유럽 군주정 국가의 유한계급에게 널리 퍼져나갔다. 유럽의 왕과 귀족들은 저마다 베르사유를 본뜬 짝퉁 궁전을 지었으며, 부르봉 왕가의 의상을 흉내 내고 프랑스말을 배웠다. 이슬람 세계의 맹주였던 오스만제국 황제가 보스포루스 해협에 짝퉁 베르사유 궁전을 지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나 파리의 패션산업이 그것 때문에 흥했던 것은 아니다. 대혁명으로 문명사의 새 시대를 연 프랑스 사람들이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존종하는 정치제도와 사회풍토를 형성하고 역사가 남긴 문화자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면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에펠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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