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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충격을 받을 만큼 재미있게 읽은 우리나라 SF 소설이
하나 있었으니, 박지리 님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소설이었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소설을 마지막으로
박지리 님께서 젊은 나이에 이미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를 기리기 위해 박지리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품도
읽어보겠다고 구입을 해 두었는데, 이제서야 읽었단다.
현호정이라는 처음 보는 분의 소설로 <단명소녀 투쟁기>라는 독특한 제목이란다. 소설 길이도 그리 길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단다. 박지리 님의 소설의 강렬함에 의해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에 대한 기대치가 컸던 탓이었는지, 그 기대만큼은 아니었단다. 소설이라는 것은 작가의 텍스트를 읽는
이로 하여금 머릿속으로 그 세상을 그려내면서 읽어 나가야 하는데, 아빠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고 복잡하고 혼란스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뒷부분에서 왜 그랬는지 알겠더구나. 그래도 그것 치고도 너무 어지러운 구성이었단다.
1.
주인공 구수정은 수능 때문에 찾아간 점쟁이 백두로부터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단다. 아니, 아직 젊음도 꽃피우지 못했는데, 스무 살도 안되어 죽는다니 이게 말이 될 법인가. 수정은 이것은
필사적으로 그 죽음으로부터 피해서 달아가기로 마음먹는단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 <단명소녀 투쟁기>로구나.
단명으로 죽을 운명을 갖고 태어난 소녀가 죽지 않기 위한 투쟁의 기록.
수정은 죽음을 피해 남으로 계속 가다가 죽음을 향해 북으로 가는 이안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단다. 그렇게 알게 된 이안과 함께 하는데, 그들이 있는 세상은 비현실적인
세계였단다. 소 만한 개가 점점 작아 들어 죽지를 않나, 작은
일곱 아이들이 빨리 늙어가질 않나… 현실 세계의 질서와는 전혀 맞지 않는 이 세계는 어떤 세계란 말인가. 하기야 죽음으로부터 도망쳐 남으로 간다는 것 또한 현실세계와 질서는 맞지 않았단다. 심지어 저승신을 만나기도 한단다. 그러면서 수정의 소원과 이안의
소원을 들어주는 조건을 내건단다. 수정의 소원은 죽지 않게 하는 것이고, 이안의 소원은 죽게 해달라는 것…
저승신이 내놓은 조건은 명부에 적힌 사람을 열명을 죽이면 된다는 것이야. 이쯤
되면 누군가의 꿈 속 세계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는데, 책에서도 힌트가 나왔단다. 그 힌트는 수정이 꿈을 꾸었는데, 이안이 병실에 있는 꿈이었어. 그러니까 그 꿈이 실제는 현실이고, 수정이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이 세상이 꿈인 것이겠지. 아무튼, 저승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수정과 이안은 명부에 적인 이들을 하나씩 처단하게 된단다.
….
그리고 구수정은 마침내 죽음에 이르지 않게 되고 눈을 뜨게 된단다. 눈을
뜬 구수정은 자신이 병실에 혼수상태로 있었음을 알게 되었단다. 병실에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자살시도를
했었기 때문이야. 현실에서는 자살 시도를 했지만, 죽음을
앞둔 긴 꿈에서는 살고자 했던 것이지. 운명이 구수정에게 주었던 기회가 아니었나 싶구나.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말이야.
깨어난 구수정은 옆 자리 침대를 보았어. 비어 있었어. 그 침대에는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다고 했어. 이안은 구수정이 꿈에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었던 것이지. 소설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생각하기에 혹시 옆 침대에 이안이 있었는데 결국 죽게 되었고, 구수정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 충격
받아 위험에 빠지게 될까 봐 사람들이 수정에게 거짓말은 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단다. 또는 이안은
다른 병원의 다른 침대에서 혼수상태였는데, 그들이 꿈 속에서 만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했어.
아무튼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읽는 내내 안개 낀 곳을 거니는
느낌이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걷히는 그런 기분이었단다.
PS:
책의 첫 문장: 구수정이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고 예언한 사람의
이름은 북두(北斗)다.
책의 끝 문장: 칼은 나를 아프게 하는 방식으로 나를 살리거나 죽이지만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