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여름에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35주념
기념판을 냈단다. 그런데 디자인도 예쁘고, 구성도 실속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샀단다. 그런데 사 두기만 하고 오랫동안
방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맞으며 지내고 있었단다. 심지어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말이야. 얼마 전에서야, 일주일에 한 권씩 주말마다 읽어야겠다, 다짐하고 비닐을 뜯었단다. 이번 기념판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놓은 책으로, 각각 10권씩 묶어서 <NOON>과 <MIDNIGHT>으로 출간했단다.
아빠는 먼저 <NOON>의 비닐을 먼저 뜯었단다. 아무래도 midnight보다 noon이 먼저니까 말이야. 총 10권… 어떤 순서를
읽을까? 아빠는 순서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첫 번째부터 차례로
읽기로 했단다. 그래서 집어 든 책이 <어린 왕자>였단다. 워낙 유명한 책이다 보니, 아빠도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단다. 어린 왕자 캐릭터가 워낙
유명해서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어린 왕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야. 이 책의 지은이 또한 아주
유명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라는 사람이란다. 이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예전에 그를 다룬 책 알랭 비르콩들레의 <생텍쥐페리의 전설적인 사랑>를 읽고 쓴 독후감이 있는데, 그걸로 대신하고 오늘은 건너뛸게.
어린 왕자는 너무 유명하고, 동화 같은 삽화도 함께 들어 있어서, 어린이들용으로 편집해서도 많이
출간되었단다. 인터넷 서점에서 어린 왕자로 책을 조회해보면 어마어마하게 나오지. 너희들도 어린 왕자를 읽었잖니… 책을 읽고 좀처럼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Jiny가 책을 덮고 나서 재미없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
ㅎㅎ 그래, 이 책은 아빠가 생각해도 어린이용이 아닌, 어린이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빠는 아주 좋게 읽었어. 어린 왕자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 묻은 지 모르는
아빠의 영혼의 찌든 때를 살짝이라도 씻어낼 수 있던 기분이야.
이 책의 첫 문장도 보면,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다면서 아이들에게 용서를 빌면서 시작하거든. 너희들도
나중에 커서 다시 읽으면 이 책의 따뜻함과 순수함에 공감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싶구나. 너희들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겠지… 왠지 슬퍼지는구나. 어른이 되어도
숫자는 너무 좋아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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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4)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도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 애의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애는 무슨 놀이를 좋아하니? 그 애도
나비를 채집하니?> 절대로 이렇게 묻는 법이 없다. <그
앤 나이가 몇이지? 형제들은 몇이나 되고?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 항상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묻고 나서야 어른들은 그 친구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여러분들이 <나는 아주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는데요, 창문에
제라늄이 있고, 지붕 위에 비둘기가 있고……> 이런
식으로 어른들에게 말한다면, 어른들에겐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는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비로소 그들은 소리친다. <정말 예쁜 집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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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는 워낙 유명해서, 아빠가 또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구나…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고장으로
추락 후 만난 신비의 소년 어린 왕자. 소행성 B612에서
온 어린 왕자. 어린 왕자가 사는 소행성 B612는 바오바브
나무(보통 바오밥 나무로 해석을 하는데 이 책에서는 바오바브 나무로 했단다)가 있고, 해넘이를 보고 싶을 때 마음 놓고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별이었어. 활화산이 두 개 있고, 사화산이 한 개 있었는데, 활화산은 아침 밥을 데워 먹는데 사용한다고 했어.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소행성
주변에는 다른 소행성들이 여럿 있단다. 어린 왕자는 그 소행성들을 방문했어. 왕이 혼자 살고 있는 별, 허영쟁이가 살고 있는 별, 술꾼이 살고 있는 별, 사업자가 살고 있는 별, 가로등과 가로등을 켜는 사람만 있는 별, 지리학자 노신사가 살고
있는 별 등등… 마지막에 들른 별에 혼자 책만 쓰고 있는 지리학자 노신사가 어린 왕자에게 지구를 추천해서
어린 왕자는 지구에 왔던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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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할아버지 생각엔 제가 어딜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는 물었다.
“지구가 괜찮아.” 지리학자가 대답했다. “그 별은 평판이 좋아……”
그래서
어린 왕자는 자기 꽃을 생각하며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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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어린 왕자가 지구의
사하라 사막에 온 거야. 20억 명의 어른이 살고 있는 별. 하지만
사막에 도착한 어린 왕자가 만난 것은 뱀, 꽃, 여우 등이었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말들이 지구에 살고 어른들의 영혼을 치유해 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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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99)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나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는 말했다. “그러나 너는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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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얼마 후 마음으로
보지 못하고 눈으로만 보는, 우리의 주인공인 비행사를 만나게 된 것이란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비행사 아저씨에게 마음으로 보라고 이야기를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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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1)
“아저씨네 별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정원 하나에 장미를 5천 송이나 가꾸고 있어…… 그래도 거기서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찾지는
못해……”
“찾지 못하지.”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장미꽃 한 송이에서도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을 텐데……”
“물론이야.”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덧붙였다.
“하지만 눈은 장님이야. 마음으로 찾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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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사를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 왕자는 다시 자기 별로 돌아갔단다. 이 책은 줄거리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단다. 한 자 한 자 읽으면서, 어린 왕자의 순수한 마음을 내 마음에 녹아
들게 하면 되지…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더욱 좋고…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비행사는 지은이 생텍쥐페리 자신이나 마찬가지야.
실제로 생텍쥐페리가 비행기를 운전했고, 그의 마지막도 2차
세계 대전 중에 비행기로 정찰 중에 실종이 되었거든… 격추되었다는 설도 유력하지만 결국 그의 시신은
찾지 못했단다. 혹시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소행성
B612에 간 것은 아닐까. 어린 왕자와 함께 늘 멋있는 해너미를 보면서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가 따뜻한 책 <어린 왕자>를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구나.
며칠 전부터 책 읽기도 싫어졌고, 글쓰기도 싫어졌구나. 5년이 언제 지나가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아무것도 아니라고 빨리 떨쳐내고 일상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나는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해 아이들에게 용서를 빈다.
책의 끝 문장: 그 애가 돌아왔노라고…
"그때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한 거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꽃을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주었어. 거기서 도망쳐 나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어설픈 거짓말 뒤에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은 정말 모순덩어리야! 하지만 난 꽃을 사랑하기엔 너무 어렸어." - P44
"바로 그렇다. 누구에게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하느니라." 왕은 계속했다. "권위는 무엇보다도 이성에 근거를 두는 법이니라. 네가 만일 네 백성들에게 바다에 빠져 죽으라고 명령을 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키리라. 짐이 복종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은 짐의 명령이 지당하기 때문이니라." - P53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모두를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 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 P92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 알수 없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어느 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미리 만들어진 것을 모두 상점에서 사지. 그러나 친구를 파는 상인은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지. 네가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나는 곁눈질로 너를 볼 텐데, 너는 말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앉아도 돼……" - P94
"사람들에겐 별이라고 해서 다 똑 같은 별은 아니야.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겐 별이 길잡이일 거고, 어떤 사람들에겐 작은 빛에 지나지 않을 거야. 학자들이라면 별을 문젯거리로 생각하겠지. 내가 만난 사업가들한텐 별은 황금이야. 그러나 별은 말이 없어. 아저씨가 보는 별은 다른 사람들하곤 좀 다를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아저씨에겐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으로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지!"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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