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 위픽
듀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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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시리즈를 신나게 읽고 있는 요즘 오래도록 이름은 알아왔지만 이상하게 읽은 적은 없는 작가 듀나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SF를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지만 2024년에 데뷔 30년이 되었다는 작가 님의 작품은 아직 접해 보지 못 했다. 죄송하게도... 처음 만나는 듀나 님의 작품이 바로 바리’.... 한마디로 말하면 나는 불호였다. 내용이 좀 내게는 기분이 묘하게 안 좋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

전쟁으로 멸종할까 두려워했던 인간들은 다른 항성계에 새로운 인간 문명을 건설하고자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기계기계에서 태어난 인간을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할 로봇을 우주선에 실어 쏘아 올렸다. 감속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우주선 속 로봇 바리는 애초 목적지보다 먼 항성계까지 떠밀려오고, 먼저 도착해 나중에 올 인간들을 위한 도시를 짓던 로봇 하늘구름과 동료들의 환영을 받으며 머나먼 새 행성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들은 바리와 함께 망가진 기계를 수리해 탱크에 배양액을 채우는데, 249일 후 기계에서 나온 것은 네발 달린 트럼펫이었다.

바리는 인간을 양육하고 싶어 하는 바리와 인간에게 봉사하며 문명을 건설하고 싶어 하는 하늘구름에게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트럼펫들이 불러온 사건들을 다룬 작품이다. 인간을 도와 문명을 건설할 임무를 띤 하늘구름은 너무나 인간적인바리에게 봉사의 의무감을 느끼는 한편 행성의 토착 생물들은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는데도 바리를 소통 가능한 생물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처럼 소설 속에서 저자 듀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의 욕망은 과연 고유한 것인지 물으며 고통과 폭력을 경유하여 10384광년 떨어진 먼 우주에서 오늘날 이곳의 인간 문명을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을 만들기 위한 기계에서 나온 트럼펫들은 내가 보기엔 전혀 인간 같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적인 면만 부각된 트럼펫들을 인간으로 대하는게 끔찍했다.

로봇인 다른 이들이 훨씬 인간에 가깝게 여긴건 내가 인간을 미화하는 걸까?

 

보는데 조금 고통스러웠다.

글은 재미있게 잘 쓰신다. 그러나 다시 찾아 읽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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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티와 고양이
무라야마 사키 지음, 최윤영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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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착한 이야기는 정말 처음 본다.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류의 책들을 많이 읽었다. 제법... 대부분 따뜻하고 재미가 있고 감동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책 중에서 가장 착하고 가장 선하고 따뜻하고 온화하고 평화롭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정도가 가장 높다고 단언하고 싶다.

단연코 이야기 속에서 만난 인물 중에 가장 선하고 훌륭한 리쓰코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좋아했지만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 탓에 혼자서 무리를 지켜보는 삶을 살아왔다. 리쓰코는 독감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환자가 많은 것을 보고 그대로 발길을 돌리는, ‘기침 때문에 괴로운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여기’(p. 60)는 인물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아픔은 묵묵히 견뎌내는 리쓰코의 모습을 보면 지나치게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나보다 다른 존재를 먼저 생각하는 착한 마음은, 리쓰코만의 용기이자 삶을 가치 있게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아픈 길고양이를 돌보며 집안의 화초를 살피고,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온 리쓰코의 삶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그녀가 돌봤던 무수한 존재를 떠올리면 경이로운 마음까지 들게 한다. 나와 다른 대상을 보살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소설 속 리쓰코는 그 일이 정말 좋아서 하는 게 느껴지는데, 좋아하는 밀크티를 끓이고 달달한 디저트를 준비하며 아픈 고양이까지 돌보는 리쓰코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친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나와 다른 것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리쓰코의 세상을 지탱한다. ‘보이지 않아도 별이 저곳에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p. 311)라는 리쓰코의 독백처럼, 세상에 가려진 무수한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삶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암튼 리쓰코는 중년의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현재는 가족도 없고 대부분이 떠나가 옛 동네 부모님이 남기신 옛 찻집의 기억을 가지고 아픈 고양이들을 키우며 선하게 살아온 그녀가 이제는 생을 마감해야 한단다. 그래도 선하게 살아왔고 주변에서 얻은 램프의 요정 마법사 고양이의 도움으로 또다른 마법같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지만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요정같은 존재로 여기 저기 이동하면서 사는 새로운 삶을 선택한 그녀는 이동하는 주방 카페 네코미미를 열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추억의 음식을 만들어 주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삶을 살게 된다.

 

~~ 행복하다. 나는 어떤 추억의 음식을 그리워하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해보던 밤.. 참 따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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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위픽
천희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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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희란 님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날카롭고 촘촘하며 세부적인 내용으로 평소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글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주 흡입력이 있다.

 

<출판사 소개>

몇 해 전 는 깊은 우울과 반복적인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의 내면을 받아쓴 소설을 발표했다.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작품을 발표할 때는 마침내 죽음을 향한 들끓는 욕망이 잦아들었다고 믿었고,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전에 없던 해방감과 자유의 짧은 유효기간이 다하자 허무와 우울 속에 더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리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빠르게 를 사로잡았다.

 

는 햇살이 집 안 깊숙이 들어오는 완벽한 서향의 복층 집으로 이사하며 집이 글쓰기의 의욕을 되살려주거나 쓰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부정하지 않게 해줄 공간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장마가 본격적으로 찾아오기도 전에 집은 의 기대를 배반하고, 천장 곳곳에서 물이 떨어지고 곰팡이가 어둠처럼 번지는 가운데 의 눈에 턱걸이를 할 수 있는운동기구가 들어온다. 아래층 옷방에는 길고 질긴 간절기용 머플러가 걸려 있다.

 

죽음은 천희란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주제였고, 이는 그가 을 써왔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작가에게 삶과 같은 글쓰기와 죽음 사이를 오가며 죽음을 양팔 벌려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완벽하게 평행을 이루는 삶과 죽음의 시소를 촘촘한 문장으로 절묘하게 그려낸다.

 

이것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

너무나 개인적이고 아픈 이야기를 읽어내기가 미안했는데... 그래 이건 소설인거지... 그렇게 이해하고 납득하면서 읽어내린 글... 중간 중간 문장들이 깔끔하고 깊이 있고 멋져서 새로웠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건 설레는 일이다. 그것도 개성과 매력을 가진 새로운 작가..

멋진 작품이다. 그렇지만 다음에는 그다지 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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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인절미 위픽
한유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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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인절미... 여기서 인절미는 유리가 키우는 기니피그다. 에세이로 작가로 데뷔한 유리(작가 님 이름)는 데뷔하면 뭔가 대단한 삶이 펼쳐질 줄 알았지만 여전히 신림동 반지하 쓰리룸에서 여름이라는 친구와 방 하나씩을 나눠 가진 사이다. 일을 하기 싫고 쉬고 싶지만 그만 두면 인생도 그만 둬야할 위기에 처했기에 바쁘게 살고 있다. 월세, 식비, 운동 등 빠듯한 삶이지만 유리는 그 중에 기니피그 인절미의 병원비도 감당해야 하기에 더욱 바쁘게 산다.

미나리를 손질해주면 기쁨에 겨워 펄쩍 뛰어오르, 함께 살았던 다른 기니피그인 티라미수보다 용기 있으며 갈색 털가죽 위에 단추 같은 두 눈이 콕콕 박힌 인절미. 유리는 이 아픈 인절미가 유리에게 살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날을 기억하므로 인절미가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가 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소설은 강단에 선 외계인의 선언에서 시작된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인절미는 위대한 삶을 살았습니다._12

 

유리는 죽음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인절미를 위해 끊임없이 일한다. “한 달 지출 4분의 1에서 2분의 1까지 기니피그에게 할애하느라 일한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가면 집에 홀로 남은 인절미를 병원에 데려다줄 수 없고, 집에 남아 인절미를 돌보면 병원비를 낼 수 없어 있는 힘껏 살아내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만 든다. 인절미를 선물로 받기 전에도 아르바이트 구인 구직 사이트에 뜨는 거의 대부분의 직종-특출난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 여성노동-에서 일해본 유리의 삶에 더해진 위대한 기니피그 인절미의 무게. 그러나 유리는 인절미가 살아 있는 편이 죽는 것보다 낫다고, 그게 자신을 위해 좋다고 판단하고, 자신을 살아 있게 한 인절미에게 영원과 불멸을 선물한다. 죽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것이 괴로워도 기꺼이 버티고 견디게 만드는 가장 위대하고 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신림동에서 보라매공원으로, 먼 미래의 우주로 뻗어나간다.

 

... 자기가 사랑하는 인절미를 위해 영원과 불멸의 이야기를 준비한 작가님의 이야기가 기발하고 재미있다.

약간은 황당하고 뜬금없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작가님의 실명과 상황 등이 나와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가 허구인지 ... 물론 인절미 이야기가 허구지만... 아무튼 아주 유쾌하고 재미난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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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쓰면 죽는 병 위픽
이두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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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시리즈 읽기> 돈 안 쓰면 죽는 병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는 위픽시리즈에서 재미있는 제목을 만났다.

이건 내가 읽어야지~!

나도 이런 병에 걸린 인간 중 하나 아닌가 싶을 만큼 돈을 쓰고 사는 유형의 인간인데... 혹시 나같은 사람의 이야기인가 하고 봤더니 심지어...SF소설이다. ~~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으면서도 흡사 사회파 소설처럼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파헤치는 촌철살인의 묘미와 유쾌한 창조적 재치가 넘쳐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지긋지긋해한다. 너무 좋아서, 그럼에도 없어서.”

 

한국문학의 새로운 흐름, 시대의 쓸모를 매섭게 파헤치는 2025년 이두온 월드의 서막.

 

일본 장르문학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로부터 한국문학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장편소설 러브 몬스터속수무책으로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박서련 소설가)의 진수를 보여준 이두온의 신작 소설 돈 안 쓰면 죽는 병이 위즈덤하우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된다. 연재 당시 독자들로부터 일상이 비일상이 되는 경험”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될 방향에 대한 숙제를 던진 소설이라는 후기가 이어진 이번 작품은 강렬한 캐릭터와 소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 서사에 더하여, 촌철살인의 사회적 메시지도 더욱 탄탄하게 담아냈다.

 

는 살면서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44 사이즈의 고급 원피스를 중고 거래하기 위해 한 남자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는 를 보자마자 팔려던 원피스를 들고 튀어버리고, 망연자실한 는 자신이 이런 쓸모없는 것들을 악착같이 사 모으는 이유가 플람마라는 병 때문임을 고백한다. 원인 불명, 백신 미개발. 최근 전 세계로 퍼진 소위 돈 안 쓰면 죽는 병인 플람마는 머리에서 자란 혹이 어느 순간 불꽃을 일으키며 펑, 하고 터져버리는 무시무시한 질환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혹의 성장을 늦추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할 때 나오는 도파민뿐. 그러니까 는 더욱 처절하게 무용한 것들에 돈을 쓰며 혹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악마와도 같은 이 질병에 순기능도 있었으니.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과소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2030 운둔 청년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노인 고용이 높아졌으며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은 바로 시장에 나와 내수가 진작되었던 것.

과연 는 점차 바닥을 보이는 잔고에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노력만으로 플람마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적게는 문학이 넓게는 예술이 을 호명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대개 그것은 작품 안에서 손쉽게 무용해진다. 그렇기에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쏟아지는 소설의 세계에서 돈 안 쓰면 죽는 병처럼 가치의 무쓸모와 의 쓸모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은 귀하다. 그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이지만 어딘지 못마땅하고 미련해 보이는 자본의 이야기를 쾌활한 여름밤의 꿈처럼 해학적으로 표현해내는 소설은 얼마나 값진가.

작가는작가의 말에서 소설가의 삶을 꾸려간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 지 오래되었고그것이 늘 돈, 돈의 문제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 용기에, “돈에 관한 소설을 쓰자, 이 원한을 한 편으로 끝낼 수는 없다는 선언 같은 그의 창조적 재치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며, 2025년을 유쾌하고 힘있게 시작하고 싶은 당신을 이두온 월드에 초대한다.

 

시작부터 너무 박력이 넘치고 호쾌하여 신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은 나를 위한 책인 것 같다.

돈 좀 그만 쓰라고... 그러다 병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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