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와 고양이
무라야마 사키 지음, 최윤영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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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착한 이야기는 정말 처음 본다.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류의 책들을 많이 읽었다. 제법... 대부분 따뜻하고 재미가 있고 감동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책 중에서 가장 착하고 가장 선하고 따뜻하고 온화하고 평화롭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정도가 가장 높다고 단언하고 싶다.

단연코 이야기 속에서 만난 인물 중에 가장 선하고 훌륭한 리쓰코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좋아했지만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 탓에 혼자서 무리를 지켜보는 삶을 살아왔다. 리쓰코는 독감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환자가 많은 것을 보고 그대로 발길을 돌리는, ‘기침 때문에 괴로운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여기’(p. 60)는 인물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아픔은 묵묵히 견뎌내는 리쓰코의 모습을 보면 지나치게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나보다 다른 존재를 먼저 생각하는 착한 마음은, 리쓰코만의 용기이자 삶을 가치 있게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아픈 길고양이를 돌보며 집안의 화초를 살피고,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온 리쓰코의 삶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그녀가 돌봤던 무수한 존재를 떠올리면 경이로운 마음까지 들게 한다. 나와 다른 대상을 보살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소설 속 리쓰코는 그 일이 정말 좋아서 하는 게 느껴지는데, 좋아하는 밀크티를 끓이고 달달한 디저트를 준비하며 아픈 고양이까지 돌보는 리쓰코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친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나와 다른 것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리쓰코의 세상을 지탱한다. ‘보이지 않아도 별이 저곳에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p. 311)라는 리쓰코의 독백처럼, 세상에 가려진 무수한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삶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암튼 리쓰코는 중년의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현재는 가족도 없고 대부분이 떠나가 옛 동네 부모님이 남기신 옛 찻집의 기억을 가지고 아픈 고양이들을 키우며 선하게 살아온 그녀가 이제는 생을 마감해야 한단다. 그래도 선하게 살아왔고 주변에서 얻은 램프의 요정 마법사 고양이의 도움으로 또다른 마법같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지만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요정같은 존재로 여기 저기 이동하면서 사는 새로운 삶을 선택한 그녀는 이동하는 주방 카페 네코미미를 열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추억의 음식을 만들어 주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삶을 살게 된다.

 

~~ 행복하다. 나는 어떤 추억의 음식을 그리워하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해보던 밤.. 참 따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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