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춤을 추자 위픽
서이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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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있는데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

그것은 시인, 화가, 소설가, 영화인, 락커, 모든 예술을 사랑한 많은 사람들이었다.

어쩜 나도 그것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걸까? 그래도 알아볼 사람들은 서로 알아본다니 좋은 건가?

너무나 재미있는 발상과 이야기들은... 이렇게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것 같다.

 

줄거리를 출판사 리뷰에서 가져올게. ‘해담은 두 번째 시집 출간 기념 낭독회에 갔다가 빈 의자 밑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림자가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차린다. 정신과 의사가 처방해준 약에도 효과를 못 본 해담은 그것을 없애고자 무당을 찾아가지만, 무당으로부터 그것이 죽은 사람이 아닌 산 사람이라는 이야기마저 듣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 그것은 우연한 계기로 동경하던 시인의 지척에서 술을 마시게 되고, 의도치 않게 시인의 실체를 알아차린다. 왠지 속이 텅 빈 듯 실연당한 기분에 빠진 그것은 그날 이후 몸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거울 앞에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문제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시인을 따라다니길 며칠. 바람이나 쐴 겸 나가 앉은 한강 벤치에서 그것은 긴 머리에 해골 두건을 두르고, 딱 달라붙는 가죽 바지를 입은 정신 나간 아저씨를 만난다. 낯선 사람이지만 그것을 볼 수 있고,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아저씨의 말에 홀린 듯 따라 들어선 홍대의 어느 지하 펍. 수상하지 않은 게 수상할 만큼 수상한 그곳에서 그것은 모히칸 머리에 빨간 인조가죽 바지를 입은 늙은 로커 무리, 화려한 무대 의상에 짙은 아이라인이 인상적인 재즈 가수, 칠흑처럼 어두운 구석에서 혼자 글 쓰는 시네필 등. 하나같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미친 사람들, 정작 세상 밖에서는 없는 취급을 당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알아볼 사람들만 알아보는 존재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편, 무당에게 이십만 원짜리 부적을 쓴 다음부터 그것을 볼 수 없게 된 해담은 또 한 번 무당을 찾아가 그것을 다시 불러들이는 새로운 부적을 쓰게 되는데…… 과연 두 존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0%를 향하여얼마간은 찌질하고, 얼마간은 숭고하고, 또 얼마간은 유머러스한 이야기에 걸맞은 형식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작가는 사랑과 가능성의 실재도 이젠 다 사라짐속에 존재한다라는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수면 위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는 취향들, 서로의 진가를 모르는 존재들, 있었는데 없었던 관계들의 헛헛한 진심을 더욱 또렷하게 직시한다. 그렇게 서이제는 기어이, “문명의 구성체로서 우리의 시력을 측정하게 해주는 공인된 검사표에서 한 걸음 나아가 바보 같은 춤을 추자라는 다초점 렌즈를 우리 눈에 씌운다. 이래도 문학에, 영화에, 록에, 예술에, 당신의 진심에 흐린 눈길을 보낼 수 있겠냐는 듯이.

 

예술을 사랑하는 자가 설 곳은 없는가?

 

나의 취향은 수면 위로 올리면 안 되는 걸까? 그냥 바보 같은 춤을 춰버릴까...

그래도 언젠가 서로 알아볼 존재들을 위해서 진심을 가지고 나의 취향을 사랑하고 싶다.

 

짝사랑만 하다가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작가와 독자처럼 나는 그런 판타지를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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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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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람회의 그림]독서모임 선정도서

 

그림 관련 독서모임 덕분에 나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지난 민화 책 덕분에 우리나라의 좋은 그림들을 엄청 만났는데 이번에는 대중적인 베스트셀러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고미술 최고 해설가 탁현규가 문화 절정기 조선의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한 권에 담아낸 책 조선 미술관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 조선의 천재 화가 7인의 작품과 숙종과 영조대의 궁궐 행사를 그린 기록화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조선사회를 바라보게 돕는 특별한 미술책이다.

 

조선 미술관1관과 2관으로 나누어 풍속화와 궁중 기록화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 님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구성한 의도를 말한다. “지금도 사람들의 생활은 사생활과 공공 생활로 나뉩니다. 옛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생활과 공공 생활을 모두 살펴보아야 한 시대 생활상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생활은 은밀하고 좀 더 자유로운 반면 공공 생활은 투명하고 좀 더 격식을 잘 갖춥니다. 조선시대 사생활을 담은 그림인 풍속화는 오늘날 드라마이고, 공공 생활을 담은 그림인 기록화는 오늘날 다큐멘터리입니다. 기록화 가운데 으뜸인 궁중 기록화는 왕실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풍속화 속에서는 그 시대 생활상이 보인다. 독서 모임 사람들과 오늘날의 모습으로 풍속화를 그린다면 어떤 모습을 담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지하철 안, 카페 안, 도서관... 밑도 끝도 없이 휴대폰만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언제나 맛집, 먹거리를 찍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다 그리면 재미없다는 진경산수화 제1법칙~!

그림 속 모든 요소에는 의도가 있고, 뛰어난 관찰력으로 감각적인 연출을 해온 조선시대 화가들을 새롭게 주목하게 해주셔서 넘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였다. 탁현규 님 강연도 너무 듣고 싶다!!!

 

책을 읽다 보면 고미술계 스타 도슨트 탁현규님의 강연이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책소개에서 설명하듯이 그중 하나는 조선시대 화가들의 뛰어난 연출력을 현대의 기준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들려주는 데 있다. 한 예로 그는 신윤복을 드라마 연출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로드무비 연출의 대가라고 소개하는데, 길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생동감 있게 포착해내는 것은 물론 인물의 눈빛과 시선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특유의 연출법 때문이다. ‘붉은색과 푸른색 옷의 대비, 담장 바깥 높은 곳에서 집 안 들여다보기, 열린 방 안과 마당을 이어주는 마루를 무대로 삼기, 담장을 꺾어 무대를 양쪽으로 나누기등 현대 영화나 드라마에 적용해도 손색없는 연출법을 발견한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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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위픽
성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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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님을 두고 온 여름에서 만나 혼모노로 빠져들었고 빛을 걷으면 빛에서 사랑하게 되었다.

요즘 위픽 시리즈에 꽂혀 찾아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성해나 님 작품이다.

한마디로 우선 말하자면 너~~~무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만큼...

 

옛것에 대한 사랑과 건축에 깊은 조예가 느껴지는 작가 님의 글. 이렇게 어울리는 주제라니...

 

건축학도인 재서는 이번 대학교 문교수님 서머스쿨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었다. 문 교수는 캐드와 스케치업 같은 3D 프로그램이 일반화된 시대에 80~90년대에나 유행하던 연필 제도를 고집하는 사람이다. 한 학기 내내 등고선만 그린 재서는 뜻밖에도 이 수업에서 A플러스를 받는다. 최고점을 받고도 성적 이의서를 낼 만큼 자기 의심이 많고, 확신도 부족한 재서와는 달리 이본은 무엇이든 똑 부러지게 해내는 우등생이다.

누군가의 숙제인 재서와 모두의 귀감 이본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과제는 경주의 이백 년 된 낡은 고택을 수리 보수하는 일.

두 번의 지진을 겪으며 무너졌던 지붕과 비효율적인 동선, 기둥과 보를 연결하는 접합부의 실금까지……. 집을 고쳐서 다시 쓰기를 원하는 의뢰인 권정연 씨의 의사와는 달리 두 사람의 의견은 기둥이랑 보는 무너트리고 주요 구조부를 철근으로 재시공”(66)하는 것, ‘재건으로 기운다. 문 교수는 실측과 연필 제도를 권유했지만 시간에 쫓긴 재서와 이본은 고택의 기존 도면을 참고해 캐드로 옮긴 결과를 제출한다. 문 교수의 싸늘한 비판을 받고 그제야 고택이 놓인 풍경, 경주라는 도시를 찬찬히 둘러본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경주라는 도시를 이해하게 된다. 소설은 한 채의 집을 지어 올리듯 꼼꼼하고 빈틈 없는 문장들로 잠깐 들렀다 가는 손님인 재서와 이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운명처럼 살아가는 권정연 씨 모녀와 첨성대 길라잡이 할아버지, 마을 사람들까지 샅샅이 짚어낸다. 집 그 자체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빌려주고, “잘 살거라, 속으로 비는”(85) ‘짓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쩜 이렇게 글들이 사랑스러울까?

옛 고택에 대한 사랑과, 오해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해하며 풀어가는 이웃들의 정도 사랑스럽고. 재서가 이본에 대해서 유독 자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필연적으로 얘네들은 친구가 되겠구나 짐작을 했지만 진짜 좋은 친구가 될 것 같고... 나도 그들이 정성을 다해 지을 그 고택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며..

 

제목이기도 한 이 책의 한 문장을 넣어본다.

 

사람의 수명을 백 년이라 가정할 때,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어야 비로소 천 년이 흐르는 셈입니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지요? 이 탑은 그보다 더 긴 세월을 버텨주었어요. 흔들리기도 하고 기울어지기도 하면서요. 대견하지 않습니까? - p.88

이 자리에서 나는 차경을 배웠다. 경치를 빌린다는 뜻의 차경은 건축학과에서 과제다음으로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였다.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는데, 뭉게구름이 방향을 바꾸며 흘러가고, 나무는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고, 겨울에는 눈이 조용히 쌓이는 이 창가 자리에서 풍경은 소유가 아니라 잠시 빌리는 것이며 그 누림이 건축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50-51

비름이 말이야. 잡초지만 신통해. 영양분을 끌어모아서 농사를 돕거든. 땅에서 난 것들은 다 쓸모가 있어. 쓸모를 찾는 건 그 땅에 머무는 사람들이고. - p.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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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러너
임지형 지음 / 상상스퀘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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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이번에는 연희동 러너

나이가 들면서 운동에 절실함을 느끼다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멤버 중 달리기와 책읽기를 함께 하는 챌린지를 하고 계신 분에게 자극 받아 이번 모임에 선정하게 된 책.

~~ 너무 재미있다. 평소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데 작가 분이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시는 분이기도 하고 실제 달리는 분이기도 해서 이야기를 읽기도 편하고 달리기에 대한 열망과 동기 부여도 팍팍 되었다.

 

<출판사 리뷰> 달리며 경험하는 삶의 변화

창의적으로 소비하는 동네 이야기와 새로운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

연희가 달리며 경험하는 연희동은 참으로 이상한 곳이다. 홍대나 합정, 상수 같은 소위 핫플과 지척이지만, 지방 소도시 같이 한가롭고 수더분한 인상을 주는 동네이니 말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도 하필 자신과 이름이 같은 연희동에 자리 잡은 연희는 어느 날 이곳을 달리게 된다.

연희동 러너의 주인공 연희에게 성장의 주요한 계기와 동력이 되는 러닝은 시간과 장소, 장비, 투자 비용에 크게 구애 받지 않지만, 운동 효과는 높은 가성비 좋은 스포츠다. 이런 장점 외에 러닝의 본격적인 매력은 공간에 있다. 달리다 보면 내 주변을, 주변 너머의 공간을 새롭게 보게 되고, 계절별로 다가오는 변화를 체감하며 공간의 환기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연희도 달리며 자신이 살아가는 동네를 주거지 이상으로 창의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소설 속 연희는 러닝을 통해 나와 대화한다. 그녀는 취업, 가족, 친구 등 여러 고민과 관계가 얽힌 문제를 안고 살다가 러닝을 계기로 하나씩 문제를 털어내고 해소하게 된다. 달리는 동안엔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나를 파헤치고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연희는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를 알아가며, ‘를 직면한다. 한 발 한 발 자기 자신에게로 향한다.

연희동 러너는 시사적인 이야기와 문제를 동화와 청소년 소설에서 많이 풀어온 임지형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아이와 어른이 경험하고 겪는 어려움과 고민은 따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이어지고 맞닿아 있다고 하는 임지형 작가가 어른이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고 단단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개개인의 소소한 내면 풍경을 그려낸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라도, ‘를 담아낼 수 있다면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주인공 연희를 통해 보여 준다. 그렇게 누군가의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를 다정히 응원한다.

 

취업, 가족 친구 등 여러 고민도 많고 되는 일도 없는 연희가 러닝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조금씩 달라져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처음에는 흔하디 흔한 우울한 시작이지만 뭔가 오래 우울하지 않았고 주인공이 빨리 문제를 파악하고 빠른 시행력으로 러닝을 도전하고, 도전하는 순간, 좋은 사람을 만나고 빠르게 성장하고 나아가는 면이 참 좋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나는 세상에서 체육 시간, 체육 대회가 가장 싫었던 아이이다.

경쟁이 일어나는 모든 운동을 싫어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하는 것은 달리기이다. (아마 속도가 전교 꼴찌일거야. 그런데 할 말도 있다. 나는 선천성 심장병이 있어서 실제 빨리 달리는 걸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심장 수술 이후에도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달리기가 굉장히 두렵다.)

 

이런 나조차 요즘은 달리기가 하고 싶다.

운동화끈을 동여 메며 빛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 나는 일등이 목표가 아니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즐겁게 살고싶다.

아무튼 달리기를 가장 싫어하는 나조차도 달리고 싶고 러닝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주는 소설~!

요즘은 달리는 사람이 젤 멋져 보인다. 남녀 불구하고 근육이 있는 사람들이 참 멋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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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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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만난 책

 

독서모임은 참 좋다. 가장 좋은 점은 평소 읽지 않을 책을, 존재도 몰랐던 책을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 덕에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소설... 그것도 서사가 완벽한 이야기, 대중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읽고 있는 나는 노벨상 수상작은 오히려 꺼려하고 모르는 작가에 대한 모험도 시도하지 않는다.(좋아하는 작가들이 너무 많아서 그 분들 신작을 챙기기도 너무 바쁘거든요.) 이 책은 많은 독서모임에서 읽고 있다고 한다. 서평도 엄청 많네. 책을 추천하신 분도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았다고 하신다. 장점이라면 정말 얇다. 독서모임을 잡고도 항상 일상은 바쁘다. 책을 바로 사놓고 읽을 여유가 없어 미루고 미루다 독서모임 전날 부랴부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펼친 느낌.... 분량이 적고 내용은 더 적고 사건도 사고도 없는데... 뭐랄까 표현할 수 없다. 재미를 물어본다면 일도 대답할 수 없고 사실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인데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더라.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 님의 추천평을 보고 조금 이해했다고 할까?

추천평

나는 오랫동안 이런 이야기를 꿈꾸어왔다.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위대한 인간이 등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눈부신 이야기를. 누구나 경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두 가지 주제, 바로 삶과 죽음을 특별한 언어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작가는 이 어려운 작업을 아주 능청맞고도 사랑스럽게 해낸다. 삶과 죽음 사이에 들어찬 모든 문장에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않음으로써.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잠시 휴식하기 위한 쉼표만을 사용하면서, 죽음과 삶의 과정이 결국 하나의 끝나지 않는 문장 속으로 들어오도록. 이 이야기 속에서 삶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은 삶을 밀어내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무지갯빛 색실로 거대한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것처럼, 작가는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이라는 아름다운 벽화를 천의무봉의 손길로 직조해낸다. 이 이야기와 함께하는 순간, ‘이토록 가까운 삶저토록 머나먼 죽음이 서로의 손을 붙잡고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왈츠를 추고 있는 듯하다.

- 정여울 (작가, 문학평론가)

 

시작에는 아이의 탄생이 나온다. 탄생의 장면이 뭔가 바쁘고 정신없으면서도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데 쉼표만 가득하고 마침표가 없는 스타일의 문장으로 연속적인 의성어, 의태어만 등장하여 무슨 상황인가 했지.

그러다 바로 죽음의 상황이 등장한다.

 

바지런한 산파의 움직임, 산모의 고통어린 숨, 이제 곧 아버지가 되려는 남자의 기대와 걱정. 소설은 노르웨이 해안마을 어딘가, 한 살림집에서의 출산 장면으로 시작된다. 일이 잘못되어 아내나 아이나 아내와 아이 모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찬 남자의 내적 독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상념은 분명 그들을 도와 온갖 나쁜 일로부터 구원해줄 신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는 믿지 않는 남자에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아이가 할아버지처럼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미처 단어가 되지 못한 외마디 모음과 뒤섞인 아내의 비명이 길게 이어진 후 마침내 아이가 태어나면서 초조한 시간은 끝난다. 그렇게,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아이가 태어났다.

장이 바뀌고 그사이 긴 시간이 흘러, 요한네스는 노인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가족을 이루고 너무 외진 곳이었던 고향을 떠나 새로운 이곳에 터전을 잡았고 고깃배를 타고 나가 생계를 꾸렸다. 아내도 친구도 곁을 떠난 지금, 적막하고 고독하기만 한 요한네스의 삶에서 근처에 사는 막내딸만이 의지처가 되어준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그의 하루가 막 시작된 참이다. 썰렁한 집안에서 혼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빵을 먹는다. 별다른 기대가 없는 일상,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고 원래 그대로인데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듯하다. 늙은 몸도 무게가 거의 없는 듯이 가뿐하다.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 풍경이 어쩐지 너무 달라 보인다. 요한네스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들을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바라본다.

여하튼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확신할 수 없다, 달라진 것이 있어도, 그것은 아마 그의 내부에서 일어났다고 보는 게 가장 그럴듯할 것이다, 아니면 혹시 밖으로부터 온 것일 수도 있을까? 저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을까, 대수로운 게 아니라도, 그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그저 뭔가 아주 사소하지만 모든 것을 완전히 달라 보이게 하는 그런 일이? 하지만 그는 여느 때와 다름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아닌가? (본문 49p)

그리고 여느 때처럼 서쪽 만으로 산책을 나간 길에, 페테르를 만난다. 같이 배를 탔고 오십 년 넘게 서로 머리를 잘라주기도 했던 절친한 친구, 그러나 지금은 세상에 없는 친구를. 여느 때처럼 위층 다락방에서 잠들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오지 않았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던 아내가 집안의 불을 밝히고 기다리다 그를 위해 커피를 끓인다. 막내딸과 마주치지만 그가 보이지 않는 듯 지나가버린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지만 과거 어느 때와도 다른 이날, 도대체 요한네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모든 게 그저 그의 상상인가? 또 번호 없이 여백으로만 구분된 마지막 장에는 어떤 결말이 준비되어 있는가?

요한네스라는 아이가 세상에 나온다, 요한네스라는 늙은 어부가 생의 마지막날을 맞이하려 한다. 이 양끝 사이의 삶은 요한네스의 착각이나 환각, 그리고 조각난 기억들로 채워진다. 죽은 자들이 숨을 불어넣어 되살리는 그 기억은 요한네스가 지나온 삶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만들고, 확신했던 일을 불확실하게 만든다. 이렇듯 이야기 속에서 삶과 죽음이, 물질적 현실계와 형이상적 세계가 자연스레 겹친다. 시간 또한 선적으로 흐르지 않아서 현재와 과거가, 과거와 미래가 스며들어 있다.

작품의 형식 또한 이를 구현해내고 있다. 이 작품에는 마침표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쉼표로 잠시 침묵한 뒤 다음 문장으로 미끄러지듯 넘어간다. “죽음과 삶의 과정이 결국 하나의 끝나지 않는 문장 속으로 들어와 있다(정여울). 아이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주고 시간이 흐른 뒤 그 아이가 아버지의 이름을 제 아이에게 물려주듯이, 삶과 죽음의 세계는 마치 문장의 사슬처럼 서로 이어지고, 겹치고, 스며든다.

이처럼 저편으로 넘어가는존재의 상태는 연구자 크뤼거가 욘 포세 인물들의 특징으로 설명한 멜랑콜리커와도 닿아 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요한네스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불안한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한다. “멜랑콜리커는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고민하며, 사후세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불안을 받아들인다.”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했다.

요한네스의 삶과 죽음에 혼자인 듯 했지만 항상 누군가가 함께 했다.

과연 나의 죽음에 마중 나올 이는 누구일까? 나는 죽음에서 누구를 만나면 행복하게 떠날 수 있을까?

그런거...

 

새로운 책을 만나 반가웠다. 그러나 나는 노벨상과는 좀 안 맞는 것 같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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