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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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예쁜 책이다.

예쁜 책을 좋아라하는 내가 지나칠 수 없었던 책

비교적 여유가 있던 날 조용한 카페에서 금방 읽으며 너무나 아쉬웠던 책..

 

나도 이런 카페 도도같은 곳에 가고 싶다

 

제법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서 한 골목만 안으로 들어와서 구석으로 오다 보면 아니... 도시에 이런 곳이... 소리가 나오는 비밀스런 숲에 둘러싸인 것 같은 ‘1인 전용카페가 나온다.

아니 정원도 있고 뭔가 제법 넓은 느낌인데.. 이 가게 도대체 운영이 어찌되는지 심히 걱정이 되는...

메뉴는 그 때 그 때 다르다. 이 곳의 주인장은 소로리’... 세상에 월든의 소로우에서 따온 이름.. 나는 읽기 시작하면서 주인장이 당연히 후덕한 아줌마(뭔가 무지개 곶의 찻집의 할머니같은 느낌일 거라고 나혼자 생각했어.) 일 거라고 혼자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읽는데 주인장이 남자여서 화들짝 놀랐다.

 

여긴에는 5명의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고 각 그들의 상황에 맞는 에피소드 그리고 그들에게 맞춤식 메뉴 등이 등장한다.

 

출판사 리뷰

“#정성을다하는생활, 지 친 다.”

30대 번역가 가에. 자기계발에 진심이다. SNS에 파묻혀서 남들처럼 갓생하려고 애쓰지만 늘어가는 리추얼이 점점 부담스럽다.

 

자기는 삶이 쉬워서 참 좋겠어!”

20대 교육기업 직원 세라.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자신과 달리 매사 해맑기만 한 남편의 태도에 화도 나고 서운하다.

 

언제까지 미련한 성실쟁이로 살아야 할까.”

50대 잡화점 점장 사요코. 직장생활은 성실 그 자체인데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왈칵 서럽다. 퇴근 후 반전 모습을 보이는 인물.

 

아무리 손님이라도 무개념은 짜증 나.”

20대 헤어디자이너 아야카. 실력도 좋고 욕심도 많아 승진이 빠르고 인정도 받지만 내 마음 같지 않은 고객이 밉고 자존심이 상할 때가 많다.

 

내 디자인은 아직 괜찮은 걸까?”

60대 텍스타일 디자이너 무쓰코. MZ세대 클라이언트와의 소통도, 디자인 아이디어도 쉽지 않지만 은퇴는 아직 두렵다.

 

이들의 중심에 있는 카페 주인 소로리의 특별한 사연과 비밀스러운 존재 도도의 반전. 이 책은 이들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엮여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부지런히 사는 다섯 여성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여성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는 고민들이 담담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도 낼 수 있다.

 

 

이야기들이 정말 다 공감도 가고 이해가 간다. 작가 님은 참 섬세하다. 작가 님도 실제 도쿄에서 카페를 하신다는데 경험담도 있겠지. 그리고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잘 관찰도 하시고 잘 들어주실 것 같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여기에는 5가지 메뉴들도 나오는데... 다 해먹고 싶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해먹어야지.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은근히 서로 엮여 있는 게 숨은그림찾기처럼 재미있었다. 나 옛날 사람이어서... 옛날 [테마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이 그랬거든. 한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조연처럼 엑스트라처럼 꼭 나와... 유독 일본소설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많은 걸 보면 한 때 우리나라 예능들이 일본예능 많이 따라할때라 그걸 따온 건지.. 예술은 다 통하는 건지 모르지만 나는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는 책이 좋더라구...

그리고 카페 도도의 또다른 화자 지금은 멸종하 새 도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작품 스타일이 후속이 있겠네. 벌써 준비해뒀다.

~~~ 행복해.

모두를 응원하고 특히 현재의 나를 응원하면 열심히 살아내고 싶던 어느 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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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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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작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이 작가 님을 부러워하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공교롭게 몇 번이나 읽었다. 나는 사실 작가 님의 작품을 유행하니까 읽었긴 하고(분명히 읽었는데...) 아주 와닿지 않았는지, 내 머리 속 지우개 때문인지 아무튼 기억이 나질 않고 강한 인상을 얻지 못 했는데... 내 또래 작가들이 젊은 작가가 이렇게 성취하는 동안 나는 뭘 했나... 사람들은 김애란이나 이슬아 작가만 좋아하지... 이런 글들을 보면서 다시 찾아 읽기도 했던 기억이다. (근데 그 때도 아주 좋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사실 없다.) 왜 나만... 거기 못 속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사람들에게 말은 안 했지만...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음악소설집에서 안녕이라고 그랬어단편은 너무 좋았다.... ...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김애란, 김애란...’하는 것인가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고....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이 책을 나도 사서 천천히 읽어갔다. 첫 출간 당시부터 베스트셀러였고 심지어 부산 원북원 도서로 선정이 되어서 나는 더 늦~~게 아껴가면 천천히 읽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펼친 순간 순식간에 읽혔다. 내가 좋아하는 청소년 소설처럼 분량이 적었고 청소년이 나오고 그 나이 대 아이들의 감성과 감정들이 나와서 너~~무 좋았다.

나 김애란 작가 님 좋아했네. 좋아했어.

 

이 책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이 만든 자기소개게임을 가리킨다. 새 학기가 되어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 개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킴으로써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나는 핫도그 속 소시지는 안 먹고 빵만 먹는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학교 담장을 넘은 적이 있다와 같은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면, 다른 학생들은 그중 과연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일지 추측함으로써 그 과정 자체가 발표자에 대한 괜찮은 자기소개”(16)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거짓말에는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재미삼아 함정처럼 파놓은 것도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어떤 일을 그 문장을 통해서나마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슬그머니 섞어놓은 것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누가 들어도 명백한 거짓 같아서 모두 웃어넘길 수 있”(18)기를 바라며 혼자서 오랜 시간 감당해야 했던 어떤 비밀을 내뱉기도 한다. 소설의 세 주인공이 처음 서로를 의식하는 계기도 바로 각자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다.

 

우선 지우. 최근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지우에게 남은 존재라곤 반려 도마뱀 용식이뿐이다. 물론 엄마의 애인이자 한집에서 함께 산 지 삼 년이 된 선호 아저씨가 있지만, 남이나 다름없는 자신이 선호 아저씨에게 짐이 되리라고 여긴 지우는 겨울방학 동안 돈을 벌어 독립할 계획을 세운다. 환경에 예민한 용식이를 위험한 노동 현장에 데려갈 수는 없기에 지우는 잠시 동안 용식이를 친구에게 맡기기로 한다. 언젠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비쳤던, 반 아이들이 이상하다고 수군대는 친구 소리에게.

 

그리고 소리.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려온 소리는 몇 가지 기묘한 경험을 겪으면서 타인과 손을 잡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게 되었다. 손에 펜이나 연필을 쥐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았기에 억지로라도 소리는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같은 반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대화해본 적 없는 지우에게서 문득 연락이 온다. 이번 방학 동안만 용식이를 맡아달라고 말이다. 소리는 작문 시간에 지우가 발표한 눈송이라는 글을 접한 뒤로 계속 그애에게 눈길이 간다. “막 엄청난 사랑에 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67~68)지만, 그날 수업시간에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85)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읽어나가던 지우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에 고민 끝에 지우의 부탁에 응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운. 일 년 전 여름밤 그 일이 벌어진 후, 엄마는 지금 교도소에 수감중이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당숙으로부터 담당의 말로 네 아버지 몸 상태가 처음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더라”(28)는 말을 듣고 채운은 몹시 불안해진다. 아버지가 깨어날까봐, 다시 돌아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폭로할까봐 두렵다. 그러던 중 언젠가 학교 운동장에서 엉겁결에 반려견 뭉치의 앞발을 잡은 소리가 한 말이 신경 쓰인다. 그때 소리는 마치 뭉치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뭉치랑 최대한 많이 놀아주라고. 같이 좋은 시간 보내고.”(104) 소리는 정말 누군가의 죽음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채운은 소리에게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확인해봐줄 수 있는지 부탁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서로의 비밀을 엿본 이후 서로에게 호감을 비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세 아이가 만들어가는 우정과 거짓말, 그림과 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세 아이

지우, 소리, 채운... 상실을 경험한, 슬픔과 비밀이 있는 아이들, 거짓말처럼.. 아니 차라리 거짓말이길 바라는 그들의 비밀과 슬픔 아픔이.... 일반적인 청소년 소설에서 나오는 싱그러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세 아이들 각자의 시선에서 보이는 이야기들은 두 달 남짓의 방학 동안의 이야기이건만 굉장히 밀도있고 진중하게 진행된다. 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삶이 힘들까... 어른으로서 보듬어주고 싶던...쓸쓸하고 미안하고 안타깝던 마음 이... 여운처럼 남는다. 아이들의 상처와 비밀, 의심과 함께 작품에서는 그림 이야기도 중요하게 나온다. 그림을 그리던 아이 소리.... 지우가 그리는 만화들... 그걸 보고 의심하는 채운.... 그리고 알게 되는 마음들...

몇 년 전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작가가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셨다는데 이렇게 핵심적인 작품 안내라니... 역시 작가 님은 작가 님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나중에 독서모임 선정도서로 선정할 때까지 계속 나의 소개도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하나 감사하게도 부산원북원도서 선정 기념 김애란 작가 북토크에 응모(?...시간 맞춰놓고 티켓팅하는 마음으로 응모했다니깐 진짜..)하여 당첨되었고 더운 날 초읍 시민도서관까지 부랴부랴 달려가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북토크에 참여했다. 나는 작가 님을 처음 뵈었는데.... 키도 크시고 마르시고 얼굴도 엄청 작으시고 스타일도 좋으셨다. 목소리는 아주 나긋하고 크지 않았고 찬찬히 얌전하게 말하시는데 조용하게 할 말 다 하시고 듣고 보면 촌철살인에 어찌나 유머러스한지 나는 앞에서 듣다가 그야말로 그냥 빵빵 터졌다. 옆에 앉은 분들은 녹음을 하였고(.. 고수다.) 또 다른 옆에 앉은 분은 정말 속기사처럼 너무나 예쁜 글씨로 엄청 정리하면서 필기를 가득 해 나갔고... 나는 괜히 잘 찍지도 못 하는 사진만 몇 개 찍고 급하게 적는다고 적었는데 다 놓치고 만 너무나 유익하면서 소소한 유머가 넘쳐나는 아름다은 작가강연이었다. (나 요즘 북토크에 푹 빠져 연속 주말마다 주구장창 다니고 있는데 대부분의 작가님 강연은 다 유익하고 재미있고 항상 좋았는데... 김애란 작가님 강연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글이 그냥 나온게 아니고 작가 님의 머리 속과 일상에 항상 함께 하기에 그런 좋은 글들이 나오는 것 같다.

암튼, 의미있는 독서였고 생각할 거리, 이야기 거리가 많은 책이어서 다음 독서 모임 책으로 추천해서 독서모임 때 다른 분들과 재미난 이야기 많이 해볼란다.

 

금사빠 같은.. ... 다시 김애란 작가 님 덕질 해볼 것 같아요. 다시 예전 책 읽어볼래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가 님 책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 충분히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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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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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아껴 읽는 황정은 님의 글들... 신작 [작은 일기]... 창비에서 운좋게 이 책을 가제본으로 미리 받아 먼저 읽었다.

2021년 쯤인가? 작가 님의 [일기]를 사두고 읽지 않다가 최근에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이번에는 123.... 계엄으로 시작하는 글, 행동하는 작가 님... 일상과 사유로 쓴 일기를 쓸 수 없게 우리의 삶을 뒤흔들었던 그날부터 시작하는 글... 이렇게 현장감 있는 글을 동시대에 그것도 일찍 만나서 읽게 되어 영광이다.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이 깨어지던 코로나를 겪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당연했던 민주주의, 자유, 상식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경험한 우리... 거의 집단 우울증에 빠져들었던 날들... 너무나 다른 사람들과 이해되지 않은 상황과 일련의 일들이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 그럼에도 이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동... 단념하지 말자고... 분노가 아닌... 슬픔으로 함께 하자던 작가 님의 글이 너무 위로되었다.

 

불안과 울분의 시기에도 필요했던 기록.... 사실 그 시간... 뉴스를 쳐다 보기가 싫었는데..

작가님의 기록과 기억... 그리고 그럼에도 세상을 사랑하게 만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얇은 책이었지만 한번에 읽지 않고 사유도 하고 울분도 했다가 아까워서 쉬어 가며 읽었던 시간들...

 

감사한 글... 작가 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이런 좋은 글들 많이 써주시길..

앞으로... 안온한 삶이 계속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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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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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고 얇은 책이다.

말 그대로 황정은 님의 첫 에세이란다.

소설을 쓰는 작가 님이 쉬어가면서 쓰는 글처럼 표현하셨지만 명확한 표현과 당시 상황을 기록하는 이야기들이 당시 코로나 시국이었던 시대 상황를 제대로 보여주고 일깨워 주면서 하나의 개인의 기록이 아닌 아주 중요한 사회 속 기록이 되었다. 깔끔한 기록 덕분에 나의 이야기도 생각이 났고 당시의 일들도 떠올랐거든.

그리고 내가 쓰고, 알고 있는 [일기]는 진짜 신변잡기나 감정... 만이 있었는데...(~해서 좋았다. 즐거웠다. 재미 있었다... 등등으로 나의 일기나 리뷰 등은 끝나지.)

작가 님의 [일기]는 정말 글이 너무 좋았다.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도 좋았고 넷플릭스빨간머리 앤이야기랑, ‘민요상 책꽂이’... 너무 귀엽잖아.

누군가는 필사하기 좋다고 했고 문장이 너무 좋다고 했다. 정말 황정은 님은 진정한 작가시다.

시대 상을 적었지만 뉴스의 사실에만 머무는 건조한 글도 아니었고 감정에만 머물지도 않으며 주변 사람들, 주변 환경, 자연, 동물, 아이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있었고 행동하는 작가 님의 건강한 사회 참여로 읽는 이들에게 작은 일깨움을 주셨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글도 많았고..... 너무나 아픈 이야기도 있었다.

 

작지만 한번에 읽어 내기가 아까워 곱게 다루며 귀하게 읽었다.

 

기록해야지... 기억해야지... 읽으며 치유 받고 이상하게 정화되었던 시간이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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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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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의 책을 제법 사두었다. 제법 유명하더라고....

예전에 단편 등으로 만났고 파씨의 일기디디의 우산으로 친숙해졌다.

사실, 황정은 님의 책은 내게는 쉽지 않았다.

다들 문장이 좋다고 하고, 사람들이 칭송하였지만 해피엔딩 좋아하고 예쁜 이야기를 좋아하는 단순 아이같은 나에게는 사실 와닿지 않았고 그냥... 재미가 없//.

이 책은 그 해 작가들과 독자들이 최고의 책으로 하도 많이 뽑길래 진작에 사두었지만 이번에 클럽창비에 미션이 있어 이제야 읽게 되었다.

 

~~!

 

근데 재///.

연작 이야기 하나하나도 좋았고 연작으로 보게 되니 더욱 흥미로웠다.

... 이래서 황정은, 황정은... 하는가 보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순자씨가 많은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했다는 이야기...연년세세年年歲歲에 실린 소설 네편은 ‘1946년생 순자씨이순일과 그의 두 딸 한영진 한세진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며 이어진다. 어머니와 자매의 지난 삶과 현재의 일상을 통해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이 연작소설은 담백한데 날카롭고 섬세한데 쪼잔하지 않고 다정하지 않지만 불친절하지도 않은.... 아 이것인가...

 

작품 하나하나도 다 이해가 되고 무엇보다 잘 읽혔다. 내게 잘 읽히는 것는 재미있는 것..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황정은 님책 다시 읽기의 기회를 제공한 점.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예전에 못 봤던.. 놓쳤던 좋은 점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내게는 참 의미있는 읽기였다.

다시 황정은 님의 책을 찾아 읽겠다.

 

이 책은 길지 않은 네편의 연작소설 속에서 나를 둘러싼 가족, 사회, 국가, 싫든 좋든 엮일 수 밖에 없는 시대 흐름 속 비극과 참사, 슬픔, 고통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1946년새 순자씨로 불렸던 이순일의 삶은 항상 누군가를 돌보고 밥상을 차리면서 이어진다. 열심히 살아내도 성공 스토리로 짜잔 요약될 수 없는 인생을 보니 주변의 우리 어머니, 이웃들, 내가 보였다. 모두에게는 고통과 슬픔이 있고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해가는 우리네 모습... 가족이라도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끝내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용서받지 못 하고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 일들도 있고 실망시키며 살아도 여전히 삶은 이어진다는 그런 이야기...

 

글을 읽을수록 작가 님의 글이 참 좋았다.

많은 사유를 거친 문장들. 깔끔하고 담백하지만 할 말을 정확하게 담고 있다.

참 좋은 글이다.

 

 

책 속으로

 

그래도 누나, 너무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지는 마.

그런 거 아냐.

너무 효도하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어.

?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답했다.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할아버지한테 이제 인사하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하라고 권하는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팠을 거라고, 언제나 다만 그거였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 pp.4344, 파묘중에서

 

한영진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순일에게 묻고 싶은 오랜 질문이. 왜 나를 당신의 밥상 앞에 붙들어두었는가. 한영진은 그러나 그걸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 질문을 들은 이순일의 얼굴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을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이순일은 이제 칠십대였고 일생 아이들을 돌보느라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았다. 아마도 끝까지, 그걸 묻는 순간은 오지 않을 거라고 한영진은 생각했다. 그런 걸 물으면 엄마는 울지도 몰랐고 한영진은 엄마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 p.83, 하고 싶은 말중에서

 

예쁜 가정용 우물이었지만 그것이 집 안에 생긴 뒤로 이순일은 더 나가지 못했다. 반찬거리를 사거나 고모 부부에게 점심 도시락을 전하러 시장에 갈 때 말고는 외출할 일이 없었다. 하루가 매우 번잡하면서도 고요하게 지나갔다. 얕은 그릇에 담긴 채 양달에 놓인 물처럼 시간이 증발해버렸다. 세제와 파 뿌리 냄새와 물 얼룩이 밴 우물가에서. 누가 오지 않는다. 궤짝에 담긴 조기 한뭇에 소금을 뿌리거나 하며 이순일은 생각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누가 안 와.

--- p.119, 무명중에서

 

잘 살기.

그런데 그건 대체 뭐였을까, 하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잘 살기를 바랐다. 끔찍한 일을 겪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잘 모르면서 내가 그 꿈을 꾸었다. 잘 모르면서.

--- p.138, 무명중에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나탈리는 바쁘게.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 p.182, 다가오는 것들중에서

 

출판사

<줄거리>

파묘破墓는 이순일과 둘째 딸 한세진이 이순일의 외조부 묘를 없애기로 하고 마지막 제사를 드리기 위해 강원도 철원군으로 떠나며 시작한다. 한세진은 그 묘가 엄마에게는 친정일 거라고 여기며 묵묵히 성묫길에 동행하지만 남편인 한중언이나 장녀인 한영진, 막내인 한만수에게는 이해받지 못한다. 딱 한번 남편이 동행한 적이 있었는데, 절도 올리지 않고 뒤돌아서서 처가 쪽 산소엔 벌초도 하지 않는 법이라고 잡소리를 하는 모양새가 야속해 이순일은 남편에게 더는 동행을 권하지 않았다. 이제는 일흔이 넘어 불편한 다리로 산을 오르내리기가 어려워 이순일은 결국 파묘하기로 결정한다. 마지막 절을 올리고 돌아오는 길에 이순일이 신은 양쪽 등산화 밑창이 차례로 떨어져나간다. 그들은 흙바닥에 깊이 박혀버린 밑창 두개를 그대로 남겨두고 그곳을 떠난다.

 

하고 싶은 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이순일의 장녀 한영진의 이야기이다. 판매에 능한 한영진이 담당하는 매장은 늘 매출이 높았다. 한영진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이순일은 매일 밤늦게 퇴근하는 한영진을 기다렸다가 새 밥과 국을 지어 딸의 저녁밥을 준비했다. 한영진이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이순일이 두 가정의 살림을 돌보았고, 그 일의 대가로 한영진 부부는 늙은 부부의 생활비를 댔으며 엄마의 사물들과 엄마의 짜증을 감당한다. 어느날 한영진은 이순일에게서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그 이야기를 갑작스레 듣게 되고 순간 한영진은 끔찍해한다. 한영진은 엄마가 자신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하면서 자신도 엄마에게 왜 나를 당신의 밥상 앞에 붙들어두었는가묻고 싶었지만 그걸 말할 자신이 없다.

 

잘 살기

그런데 그건 대체 뭐였을까

 

이순일은 어릴 적 순자로 불렸다. 무명無名에서 이순일은 열다섯살에 김포에서 만난 동무, 이웃, 동갑이자 동명同名인 순자를 떠올린다. 1960년 여름, 이순일은 외조부를 떠나 자신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한 고모를 따라 김포로 가지만, 이순일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고모네 살림을 맡아 일곱 아이를 돌봐야 했다. 학교에도 못 가고 외출을 단속당해 집 안에 갇혀 답답해하는 이순일에게 옆집에 사는 순자가 물을 길으러 오며 둘은 친구가 된다. 이순일은 순자의 노트를 받아 순자의 고운 글씨를 베끼며 글을 배운다. 하지만 오랜 식모살이에 지친 이순일은 1967년 고모네에서 도망을 나온다. 순자의 소개로 남대문에 있는 병원에서 간호조무 일을 배우며 반년 정도 일하다 고모부의 손에 이끌려 다시 고모네로 돌아가게 되고 이순일은 순자를 원망하게 된다. 고모네로 돌아와 보름 만에 만난 순자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그냥 서 있었고 이순일은 그런 순자의 뺨을 때린다. 세월이 지나 한참을 잊고 살았던, ‘생각할수록 너무 선명해 꿈이고 거짓인 것 같은 광경들로 기억되는 순자를 떠올리며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있다고 이순일은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한세진은다가오는 것들에서 북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닷새간 뉴욕에 머문다. 그곳에서 한세진은 노먼 카일리의 딸인 제이미를 만나게 된다. 노먼은 이순일의 이모인 윤부경의 아들로, 1987년 이순일과 윤부경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처음 만났을 때 윤부경의 옆에는 노먼 카일리가 이순일의 옆에는 한세진이 있었다. ‘현재와 미래로 쪼개진 두쪽 거울에 비친 상처럼꼭 닮은 이모와 조카가 만나는 장면을 그들은 함께 보았다. 제이미는 미국에서 안나라는 이름의 이민자로 살던 윤부경의 삶과 엄마가 양갈보, 양색시라는 말을 들으며 커야 했던 노먼의 삶에 대해 들려준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한세진은 그의 여자친구 하미영의 말들과 미아 한센뢰베의 영화 다가오는 것들L’avenir(2016)의 장면을 겹쳐 떠올리고 병원에 있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으며 무사히 지나간 하루의 사소한 일상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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