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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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작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이 작가 님을 부러워하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공교롭게 몇 번이나 읽었다. 나는 사실 작가 님의 작품을 유행하니까 읽었긴 하고(분명히 읽었는데...) 아주 와닿지 않았는지, 내 머리 속 지우개 때문인지 아무튼 기억이 나질 않고 강한 인상을 얻지 못 했는데... 내 또래 작가들이 젊은 작가가 이렇게 성취하는 동안 나는 뭘 했나... 사람들은 김애란이나 이슬아 작가만 좋아하지... 이런 글들을 보면서 다시 찾아 읽기도 했던 기억이다. (근데 그 때도 아주 좋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사실 없다.) 왜 나만... 거기 못 속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사람들에게 말은 안 했지만...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음악소설집에서 안녕이라고 그랬어단편은 너무 좋았다.... ...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김애란, 김애란...’하는 것인가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고....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이 책을 나도 사서 천천히 읽어갔다. 첫 출간 당시부터 베스트셀러였고 심지어 부산 원북원 도서로 선정이 되어서 나는 더 늦~~게 아껴가면 천천히 읽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펼친 순간 순식간에 읽혔다. 내가 좋아하는 청소년 소설처럼 분량이 적었고 청소년이 나오고 그 나이 대 아이들의 감성과 감정들이 나와서 너~~무 좋았다.

나 김애란 작가 님 좋아했네. 좋아했어.

 

이 책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이 만든 자기소개게임을 가리킨다. 새 학기가 되어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 개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킴으로써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나는 핫도그 속 소시지는 안 먹고 빵만 먹는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학교 담장을 넘은 적이 있다와 같은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면, 다른 학생들은 그중 과연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일지 추측함으로써 그 과정 자체가 발표자에 대한 괜찮은 자기소개”(16)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거짓말에는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재미삼아 함정처럼 파놓은 것도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어떤 일을 그 문장을 통해서나마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슬그머니 섞어놓은 것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누가 들어도 명백한 거짓 같아서 모두 웃어넘길 수 있”(18)기를 바라며 혼자서 오랜 시간 감당해야 했던 어떤 비밀을 내뱉기도 한다. 소설의 세 주인공이 처음 서로를 의식하는 계기도 바로 각자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다.

 

우선 지우. 최근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지우에게 남은 존재라곤 반려 도마뱀 용식이뿐이다. 물론 엄마의 애인이자 한집에서 함께 산 지 삼 년이 된 선호 아저씨가 있지만, 남이나 다름없는 자신이 선호 아저씨에게 짐이 되리라고 여긴 지우는 겨울방학 동안 돈을 벌어 독립할 계획을 세운다. 환경에 예민한 용식이를 위험한 노동 현장에 데려갈 수는 없기에 지우는 잠시 동안 용식이를 친구에게 맡기기로 한다. 언젠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비쳤던, 반 아이들이 이상하다고 수군대는 친구 소리에게.

 

그리고 소리.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려온 소리는 몇 가지 기묘한 경험을 겪으면서 타인과 손을 잡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게 되었다. 손에 펜이나 연필을 쥐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았기에 억지로라도 소리는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같은 반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대화해본 적 없는 지우에게서 문득 연락이 온다. 이번 방학 동안만 용식이를 맡아달라고 말이다. 소리는 작문 시간에 지우가 발표한 눈송이라는 글을 접한 뒤로 계속 그애에게 눈길이 간다. “막 엄청난 사랑에 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67~68)지만, 그날 수업시간에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85)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읽어나가던 지우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에 고민 끝에 지우의 부탁에 응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운. 일 년 전 여름밤 그 일이 벌어진 후, 엄마는 지금 교도소에 수감중이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당숙으로부터 담당의 말로 네 아버지 몸 상태가 처음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더라”(28)는 말을 듣고 채운은 몹시 불안해진다. 아버지가 깨어날까봐, 다시 돌아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폭로할까봐 두렵다. 그러던 중 언젠가 학교 운동장에서 엉겁결에 반려견 뭉치의 앞발을 잡은 소리가 한 말이 신경 쓰인다. 그때 소리는 마치 뭉치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뭉치랑 최대한 많이 놀아주라고. 같이 좋은 시간 보내고.”(104) 소리는 정말 누군가의 죽음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채운은 소리에게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확인해봐줄 수 있는지 부탁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서로의 비밀을 엿본 이후 서로에게 호감을 비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세 아이가 만들어가는 우정과 거짓말, 그림과 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세 아이

지우, 소리, 채운... 상실을 경험한, 슬픔과 비밀이 있는 아이들, 거짓말처럼.. 아니 차라리 거짓말이길 바라는 그들의 비밀과 슬픔 아픔이.... 일반적인 청소년 소설에서 나오는 싱그러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세 아이들 각자의 시선에서 보이는 이야기들은 두 달 남짓의 방학 동안의 이야기이건만 굉장히 밀도있고 진중하게 진행된다. 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삶이 힘들까... 어른으로서 보듬어주고 싶던...쓸쓸하고 미안하고 안타깝던 마음 이... 여운처럼 남는다. 아이들의 상처와 비밀, 의심과 함께 작품에서는 그림 이야기도 중요하게 나온다. 그림을 그리던 아이 소리.... 지우가 그리는 만화들... 그걸 보고 의심하는 채운.... 그리고 알게 되는 마음들...

몇 년 전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작가가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셨다는데 이렇게 핵심적인 작품 안내라니... 역시 작가 님은 작가 님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나중에 독서모임 선정도서로 선정할 때까지 계속 나의 소개도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하나 감사하게도 부산원북원도서 선정 기념 김애란 작가 북토크에 응모(?...시간 맞춰놓고 티켓팅하는 마음으로 응모했다니깐 진짜..)하여 당첨되었고 더운 날 초읍 시민도서관까지 부랴부랴 달려가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북토크에 참여했다. 나는 작가 님을 처음 뵈었는데.... 키도 크시고 마르시고 얼굴도 엄청 작으시고 스타일도 좋으셨다. 목소리는 아주 나긋하고 크지 않았고 찬찬히 얌전하게 말하시는데 조용하게 할 말 다 하시고 듣고 보면 촌철살인에 어찌나 유머러스한지 나는 앞에서 듣다가 그야말로 그냥 빵빵 터졌다. 옆에 앉은 분들은 녹음을 하였고(.. 고수다.) 또 다른 옆에 앉은 분은 정말 속기사처럼 너무나 예쁜 글씨로 엄청 정리하면서 필기를 가득 해 나갔고... 나는 괜히 잘 찍지도 못 하는 사진만 몇 개 찍고 급하게 적는다고 적었는데 다 놓치고 만 너무나 유익하면서 소소한 유머가 넘쳐나는 아름다은 작가강연이었다. (나 요즘 북토크에 푹 빠져 연속 주말마다 주구장창 다니고 있는데 대부분의 작가님 강연은 다 유익하고 재미있고 항상 좋았는데... 김애란 작가님 강연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글이 그냥 나온게 아니고 작가 님의 머리 속과 일상에 항상 함께 하기에 그런 좋은 글들이 나오는 것 같다.

암튼, 의미있는 독서였고 생각할 거리, 이야기 거리가 많은 책이어서 다음 독서 모임 책으로 추천해서 독서모임 때 다른 분들과 재미난 이야기 많이 해볼란다.

 

금사빠 같은.. ... 다시 김애란 작가 님 덕질 해볼 것 같아요. 다시 예전 책 읽어볼래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가 님 책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 충분히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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