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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친애하는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1
백수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친애하고, 친애하는
백수린 지음
소설을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고.... 요렇게 쓰고 다니면서 미안할 정도로 나는 한국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유~명한 작가님들 말고는 아는 작가도 없고 읽은 책도 몇 개 없다. 그나마 읽은 거라곤... 박경리 님 (이십대 때 ‘토지’덕후였다.... 서평을 안 써서.. 잘 기억이 안 나는게 함정... 암튼 내게는 최고의 작가님이다.), 박완서 님 글 유명해서 몇 편, 대학 때는 공지영 님 글이 너무 특별해서... 공지영 작가 님의 글은 대부분 읽었고, 신경숙 님의 글도 거의 대부분 읽었고, 이순신 때문에 김훈, 김탁환 (특이한 소설이 많아서 이 분 거는 한 때 많이 읽었다.), 황석영 님, 박범신 님, 은희경 님, 양귀자 님, 공선옥 님... 암튼 나름 한 때 유명했던 작품들이나 그 때 당시 제법 화제가 되었던 책들은 읽었지만 2000년대 이전에 독서에서는 사실 이렇게 서평을 남겨놓은 곳이 없어서..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러고 나서... 한참 30대부터는 일본소설, 외국소설을 주로 읽었더라고.... 그나마 빠지지 않고 챙겨 읽은 작가는 우리나라에 ‘정유정’ 님 밖에 없는 듯 하다. (천명관, 김탁환, 박민규, 김연수 님들 작품 몇 개 정도) 그래서 요즘 젊은 작가들을 참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왜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없어? 대중적인 정통 작가가 없나? 그런데....몇 년 전에 간혹 읽었던 청소년소설(위저드 베이커리,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두근두근 내인생, 아몬드, 거기 내가 갈까요?...등) 장강명씨 소설(한국이 싫어서), 최은영(쇼코의 미소... 좀 놀랬다 너무 좋아서..) 등을 읽고 요즘 나름 괜찮다고 느꼈고, 최근 ‘정세랑’ 님께 빠지고 나서 돌아보니 젊은 작가들이 엄청 많았고 좋은 작가들이 참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내 또래 작가인 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 초반 작가들 중에는 왜 이리 유명한 작가 님이 없어..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찾다보니...엄청 많았고 제법 자리를 잡고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제법 있었다. 아... 죄송해라.. 그래서 하나씩 찾아읽기로 했다.
그래서 이 작품도 읽었다는 것... 백수린 작가님은 1984년생이시다.
이 책은 참 판형이 세로로 가늘고 길게 된 편으로 내용도 길지 않고 손이 좀 큰 사람은 한 손에 잡힐 수 있는 예쁜 형태에 표지도 하얀 바탕에 파란 그림이 있는 ... 참 이쁘다.
할머니가 암에 걸리시고 돌아가시기 전 잠깐 함께 했던 날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책이다. 화자는 22살 공과대학에 다니다 휴학을 하고 있는 상황, 항상 뭔가 야무지지 못 하고 뭔가 빠지지 못 하고 있는 그녀에게 누구보다 일에 몰두해서 자기 인생을 살고 있는 교수 엄마에게 연락이 온다. 당분간 할머니 집에서 함께 지내라고. 사실 어린 시절 엄마는 자신을 낳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기에 할머니 집에서 함께 살았던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하는게 좋았지만 배려없는 엄마가 싫었고 약간 싫은 마음을 가지고 ㅎ동 할머니 집으로 내려 가서 함께 지내게 된다. 사실 그 때는 할머니가 몸이 안 좋은 상황이었고 화자나 할머니를 생각하는 상황에서 어머니가 그렇게 얘기했던 것.. 암튼, 할머니와의 생활이 이어지고 어린 시절 자신과 남들과는 다른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할머니의 삶 등을 되돌아 본다.
이북 출신으로 강화도에서 교편을 잡던 남편을 따라 내려왔다가 전쟁이 터졌고 졸지에 타지에 정착하게 된 할머니, 책과 학문을 좋아하던 할아버지와 그 시대 여자들의 삶이 보편적으로 그러하였듯 학교를 다니지 못 하셨으나 화려하고 자유분방하면서 사교적이던 할머니는 사랑... 같은 거 없이 사셨고 하나 있던 딸(화자의 엄마)은 너무나 똑똑하여 외국까지 유학을 떠나 아이를 맡아 키우셨다. 화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와 그 이후에도 잘난 엄마에 못 미쳐서인지 주눅이 들어서인지 방황하고 뭔가 부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한 몇 달 동안 어머니, 할머니와 가끔 외출도 했고, 어머니와 함께 하기도 하고 할머니의 성당 친구 할머니들과의 교류도 하면서 지내며 그녀는 할머니를 그리고 닿지 않았던 엄마를 조금씩 이해해갔고 그 중에 남자친구와의 상이에서 애도 생기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악화된 할머니의 입원, 그녀의 결혼... 이후 할머니의 사망, 그녀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엄마가 되어 다시 돌아보는 그 때의 삶....
암튼, 소품같은 작품이 읽기가 편했다. 사랑없이 결혼했고, 하고 싶은 공부를 못 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열등감이 있었을 법한 .. 그렇지만 내면에 자유 분방한 면이 넘쳤던 할머니와 남들이 보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맘껏 공부하고 커리어를 쌓아올린 멋진 삶을 살았지만 엄마하고도 자신의 딸하고도 뭔가 교류도 없고 표현도 못 하는 것 같은 엄마의 삶도, 어린 시절 외로움 때문에 어딘가 결핍이 있었던... 빨리 결혼해서 자신의 꿈을 접나 했지만 늦게나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게 되어 자식에게 또 다른 섭섭함을 안겼다는 화자의 삶... 과연 다들 자신의 삶은 행복했을까? 암튼, 가볍게 읽기 좋았다. 이 작가는 나름 섬세하게 글을 쓰시는 것 같아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