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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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나는 그녀의 책을 이제 두 권째 읽었다. 감히 말한다. 나는 그녀의 팬이 되었다.

너무 재미있다.

기발하다. 매력적이고... 그녀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고... 그러면서도 글이 난해하지 않고 너무 잘 읽힌다. 왜 그녀의 팬이 많은지... 늦게야 알게된 나를 반성하면서... 다른 글들도 찾아보고 싶다.

 

여기에는 그녀의 매력적인 글들이 9편이나 실려있다.

 

웨딩드레스 44.....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사람들의 사연이 정말 44개 실려있다. 언젠가 친구랑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웨딩드레스 다시 입고 싶어? ... 친구들은 다시 입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정말 싫었는데.... 세상에서 젤 피곤했던 날 중 하나가 결혼식 날이었는데... 다시는 안 하고 싶은데... 암튼 결혼이란 무엇인지...내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는 몇 번까지 갔었는지 궁금해지던...

효진...도망치기가 특장인... 주변에 도망치고 싶은 일들이 많았던 효진이 친구랑 하는 전화통화 내용이 나오는 이야기... 비교적 이들의 이야기 중 우울한 편이지만... 도망이라도 잘 가서 잘 했다고 얘기해주고 싶은 책이야.

알다시피, 은열..... 나도 만나고 싶다. 은열, 그리고 알다시피 밴드(환태평양 밴드)....발랄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역사학자가 될 거라고 했으니... 이미 역사학자가 되었겠지?

옥상에서 만나요..... 이 책의 표제작이고.... 나름 내가 상상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단 하나도 맞지 않았고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참... 기괴한 듯 발랄하며 아픈 듯 코믹한 글... 왜 이렇게 이상한 직장이 많은 걸까? 이상한 직장의 그래도 좋은 언니들, 그녀들같이 위로가 되는 비급서 규중조녀비서’.... 답답해서 옥상을 올라올 누군가를 위해 남긴 것... 비급서로 나온 남편의 존재가 사람들의 절망을 먹는 괴물이라니....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보늬... 갑자기 돌연사한 언니를 위해 친구들과 돌연사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앱을 만든 동생의 이야기... 뭔가 있을 법도 한... 듣고 보니 나름 있을 필요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새로운 네트워크... 사는게 왜 이리 힘들까?

영원히 77사이즈..... 이런 신선한 뱀파이어 이야기라니... 끝까지 가르쳐 주지 않는 그것의 이야기도 궁금했어.

해피 쿠키 이어.... 보다가 사고... 나와서 어떡해... (나 잔인한 거 싫고 언짢은거 정말 안 좋아하거든.)... 했는데 이렇게 아름답게 풀어내다니... 주인공의 나라도 끝까지 안 밝혀, 여자친구의 이름도 안 밝혀... 게다가 과자 귀라니.. 귀를 먹는 여자친구 이야기와 아름다운 이별, 배려까지... 정말 독특하네 기괴하지 않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이혼세일... 이혼하는 이재의 그야말로 이혼 세일...(왜 이리 나쁜 인간들이 많은지... )... 6명의 친구들의 각자의 간단한 이야기도 ...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그래, 참 쉽지 않다.

이마와 모래... 소식국과 대식국의 전쟁... 그 속에서 중재를 하려고 하는 이마모래이야기.... 소식국과 대식국의 설정, 음식, 각자의 이름과 사연들.... 아니 도대체 이 작가 뭘까?

 

암튼 코로나 시국에 일찌감치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그때는 책이 없었고)... 도서관이 문 열고 바로 빌렸지만 ..... 도대체 너무 바빠 그 좋아하던 웹툰, 웹소설을 모두 끊어버렸고(이젠 기억도 안 남) 책 읽을 시간이 전혀 없었지만.. 조금 틈이 날 때 겨우 읽었는데 너무나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은 책...앞으로 그녀의 책은 다 사야겠다.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너무 기대된다. 모든 글들이 좀 더 길게 나와서 사연을 더욱 알고 싶어지던 책... 진부한 것은 1도 없고 도대체 다 다른 글... 그녀는 천재!!... 나는 원래 판타지를 좋아하는데.... 취향저격 당한....암튼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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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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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요즘 젊은 작가들을 찾아 읽다 보니 제법 베스트셀러 소설로 올려져 있는 책이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직장에 다니면서, 또는 먹고 살기 위한 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썼다는 그녀의 글은 퇴사한후 발간한 소설집으로 대박을 터트렸다고도 하고...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그녀...정말 부럽다. 많이 궁금했고 얼핏얼핏 서평도 보았는데 모르는 작가라 자신이 없어 빌려 읽었다. (읽고 좋으면 살 것이다.... 결론은 별로 사고 싶지는 않다.) 이야기들은 아주 가독성이 좋다. 아주 잘 읽힌다. 사실 서점에서 1시간 좀 넘게 서서 그냥 다 읽었다. 작가는 참 야무진 사람같다. 합리적인 인간에 딱 받은만큼 돌려주고 효율적으로 딱 떨어지는 자본주의 사회가 작가의 세계관이인 것 같다. 작품 해설에서 쓰여 있더라. 청년 세대답게 굉장히 자신의 조건을 숫자로 환산하여 똑똑히 계산하는 삶을 살아가서 좀 정없이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도 뭔가 당하는 캐릭터만은 아니어서 괜찮았을까? 중간 중간 공감되는 이야기들도 있었고 나는 읽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게 [다소 낮음] 이다. 우연찮게 냉장고송을 유튜브에 올렸다 조회수가 오른 무명 밴드 가수.... 기획사 제안도 받지만 현실과 다른 음악 고전적 앨범 발매로 고집하며 생활고, 이별, 사치스런 왜견 구입과 이별.. 등등의 현실에 남겨진 이야기....어딘가 있을 거 같다. .... 자기만 생각하는 민폐 직장동료 언니, 포인트로 받는 월급.... 암튼 있을 것도 같지만... 다들 정이 안 가고 별로 안 엮이고 살고 싶은 사람들.... 이야기는 그냥 그랬고 나는 작가의 말이 좋았다.

 

살짝 ... 남긴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는 소설을 읽고 쓰면서 위로를 받았고, 반대로 안무리 붙잡고 있어도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시간을 들인 만큼은 물리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회사 일에서 위안을 얻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쓰는 일. 그건 내 오래고 오랜 비밀이었다. 그렇제 좋아하면서도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은 늘 누군가 내 귓가에 대고 ‘내가 무슨 소설을 써? 소설 쓰고 있네....’라고 속삭이며 웃곤 했는데 그건 슬프게도 나였다. 그래서 절친한 친구나 가족에게조차,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꼭꼭 숨겨왔다.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도, 내게는 너무도 중요한 나의 일부를 이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내가 자초한 일이면서도- 한없이 외로웠다. 작가의 말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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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1
백수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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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친애하고, 친애하는

 

백수린 지음

 

소설을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고.... 요렇게 쓰고 다니면서 미안할 정도로 나는 한국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유~명한 작가님들 말고는 아는 작가도 없고 읽은 책도 몇 개 없다. 그나마 읽은 거라곤... 박경리 님 (이십대 때 토지덕후였다.... 서평을 안 써서.. 잘 기억이 안 나는게 함정... 암튼 내게는 최고의 작가님이다.), 박완서 님 글 유명해서 몇 편, 대학 때는 공지영 님 글이 너무 특별해서... 공지영 작가 님의 글은 대부분 읽었고, 신경숙 님의 글도 거의 대부분 읽었고, 이순신 때문에 김훈, 김탁환 (특이한 소설이 많아서 이 분 거는 한 때 많이 읽었다.), 황석영 님, 박범신 님, 은희경 님, 양귀자 님, 공선옥 님... 암튼 나름 한 때 유명했던 작품들이나 그 때 당시 제법 화제가 되었던 책들은 읽었지만 2000년대 이전에 독서에서는 사실 이렇게 서평을 남겨놓은 곳이 없어서..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러고 나서... 한참 30대부터는 일본소설, 외국소설을 주로 읽었더라고.... 그나마 빠지지 않고 챙겨 읽은 작가는 우리나라에 정유정님 밖에 없는 듯 하다. (천명관, 김탁환, 박민규, 김연수 님들 작품 몇 개 정도) 그래서 요즘 젊은 작가들을 참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왜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없어? 대중적인 정통 작가가 없나? 그런데....몇 년 전에 간혹 읽었던 청소년소설(위저드 베이커리,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두근두근 내인생, 아몬드, 거기 내가 갈까요?...) 장강명씨 소설(한국이 싫어서), 최은영(쇼코의 미소... 좀 놀랬다 너무 좋아서..) 등을 읽고 요즘 나름 괜찮다고 느꼈고, 최근 정세랑님께 빠지고 나서 돌아보니 젊은 작가들이 엄청 많았고 좋은 작가들이 참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내 또래 작가인 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 초반 작가들 중에는 왜 이리 유명한 작가 님이 없어..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찾다보니...엄청 많았고 제법 자리를 잡고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제법 있었다. ... 죄송해라.. 그래서 하나씩 찾아읽기로 했다.

그래서 이 작품도 읽었다는 것... 백수린 작가님은 1984년생이시다.

 

이 책은 참 판형이 세로로 가늘고 길게 된 편으로 내용도 길지 않고 손이 좀 큰 사람은 한 손에 잡힐 수 있는 예쁜 형태에 표지도 하얀 바탕에 파란 그림이 있는 ... 참 이쁘다.

 

할머니가 암에 걸리시고 돌아가시기 전 잠깐 함께 했던 날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책이다. 화자는 22살 공과대학에 다니다 휴학을 하고 있는 상황, 항상 뭔가 야무지지 못 하고 뭔가 빠지지 못 하고 있는 그녀에게 누구보다 일에 몰두해서 자기 인생을 살고 있는 교수 엄마에게 연락이 온다. 당분간 할머니 집에서 함께 지내라고. 사실 어린 시절 엄마는 자신을 낳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기에 할머니 집에서 함께 살았던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하는게 좋았지만 배려없는 엄마가 싫었고 약간 싫은 마음을 가지고 ㅎ동 할머니 집으로 내려 가서 함께 지내게 된다. 사실 그 때는 할머니가 몸이 안 좋은 상황이었고 화자나 할머니를 생각하는 상황에서 어머니가 그렇게 얘기했던 것.. 암튼, 할머니와의 생활이 이어지고 어린 시절 자신과 남들과는 다른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할머니의 삶 등을 되돌아 본다.

이북 출신으로 강화도에서 교편을 잡던 남편을 따라 내려왔다가 전쟁이 터졌고 졸지에 타지에 정착하게 된 할머니, 책과 학문을 좋아하던 할아버지와 그 시대 여자들의 삶이 보편적으로 그러하였듯 학교를 다니지 못 하셨으나 화려하고 자유분방하면서 사교적이던 할머니는 사랑... 같은 거 없이 사셨고 하나 있던 딸(화자의 엄마)은 너무나 똑똑하여 외국까지 유학을 떠나 아이를 맡아 키우셨다. 화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와 그 이후에도 잘난 엄마에 못 미쳐서인지 주눅이 들어서인지 방황하고 뭔가 부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한 몇 달 동안 어머니, 할머니와 가끔 외출도 했고, 어머니와 함께 하기도 하고 할머니의 성당 친구 할머니들과의 교류도 하면서 지내며 그녀는 할머니를 그리고 닿지 않았던 엄마를 조금씩 이해해갔고 그 중에 남자친구와의 상이에서 애도 생기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악화된 할머니의 입원, 그녀의 결혼... 이후 할머니의 사망, 그녀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엄마가 되어 다시 돌아보는 그 때의 삶....

 

암튼, 소품같은 작품이 읽기가 편했다. 사랑없이 결혼했고, 하고 싶은 공부를 못 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열등감이 있었을 법한 .. 그렇지만 내면에 자유 분방한 면이 넘쳤던 할머니와 남들이 보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맘껏 공부하고 커리어를 쌓아올린 멋진 삶을 살았지만 엄마하고도 자신의 딸하고도 뭔가 교류도 없고 표현도 못 하는 것 같은 엄마의 삶도, 어린 시절 외로움 때문에 어딘가 결핍이 있었던... 빨리 결혼해서 자신의 꿈을 접나 했지만 늦게나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게 되어 자식에게 또 다른 섭섭함을 안겼다는 화자의 삶... 과연 다들 자신의 삶은 행복했을까? 암튼, 가볍게 읽기 좋았다. 이 작가는 나름 섬세하게 글을 쓰시는 것 같아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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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맛 문학동네 청소년 48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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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맛

조남주

 

조남주 작가 님의 글은 ‘82년생 김지영으로 처음 만났다. 사실, ‘귤의 맛을 먼저 읽으려다 미루어 두었던 너무나 유명한 ‘82년생 김지영을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급히 읽었다. 사실 나는 그 책이 그저 그랬다. 짧았고 술술 읽히고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작가 님의 글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 했다. 그냥 팩트 나열 같아서(일부러 그러셨겠지) 나는 조금 더 창의적이거나 긴장감이 있거나 감성적인 글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일 것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정말 이런 분이 많아진 거 같다.)

이 책은... 청소년 문고라 읽었다. 나는 성장소설을 그냥 좋아한다. 아파하며 성장하고 울고 웃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좋다. 아직 애들과 접점을 가지고 싶은 주책스런 마음도 있고 예전부터 좋아했던 어떤 감성은 나이가 든다고 바뀌지 않기에 아직 나는 성장소설이 무조건 좋다. 이 책은 제목이 상큼했다.

 

이 이야기는 경기도 신영진구 (개발되고 있는 신도시.. 다 좋은데 옆동네 좋은 학군에 비하며 학군이 별로라는 곳)의 신영진 중학교에 다니는 여중생 4명의 이야기이다. 우선, 그 중 소란이는 확실히 그 학교를 갔나보다. 고등학교 입학식으로 시작하는 글..... 그리고 4명의 아이들 이야기가 돌아가며 나온다. 이야기들의 시작점은 이들 4명이 중2 겨울방학에 제주도로 함께 여행갔다가 우정을 결의하고 근처에 있는 (지원률이 낮고 분위기도 좋지 않다던) 신영진고로 다 같이 진학하자며 약속을 하던 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까?

첫 번째 다윤의 이야기.... 똑똑하고 밝고 빛나던 아이 다윤... 학교에서 가장 공부도 잘 하고 영특한 아이로 모두가 외고나 특목고 진학을 하기를 바라는 그녀는 사실 멀리 있는 학교가 아닌 근처 학교로 가고 싶다고 제일 먼저 주장한 아이다. 그녀에게는 아픈 동생이 있는데 아무도 봐주지 않다보니 관심을 받고 싶었고 딱히 할 일도 없어 공부만 하다가 공부를 잘 하게 되었지만 아픈 동생 때문에 여전히 가족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 하고 여러 가지 못 해본게 많다. 밝으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서인지 학교(선생님들)에서는 더욱 관심과 사랑을 받고, 오는 고백도 잘 받아줘서 끊임없이 연애도 하는 아이. 그녀는 결국 외고 진학을 하려 했지만... 누군가의 계략으로 결국 면접을 못 가게 되고...

해인의 이야기....4명 중에도 시크하다는 해인은 집에서는 아빠, 동생의 저녁 밥을 책임지는 아이이다. 갑작스럽게 아빠의 사업 실패(동업자의 배신)로 쭉 살던 아파트가 아닌 건너편 구 시가지 먼가 어둡고 외진 주택가의 작은 집으로 오게 되면서 제 버릇 못 고치는 허세 아빠와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며 가정을 꾸리는 엄마를 보며 어른스럽게 자라는 아이.... 옆 동네 잘 사는 이모집에 위장전입해 명문고 진학을 추진 중 문제가 발생한다.

은지의 이야기....4명 중 가장 다정한 아이 은지. 따뜻하고 친구같은 외할머니, 엄마와 여유롭게 살고 있는 은지네 집은 해인이에게 주말의 안식처가 되었고 다른 친구들이 같은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묵을 수 있는 별장을 가지고 있을만큼 여유가 있는 집. 그러나 은지는 여기 이사 오기 전(서울) 관계에서 아주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는 아이이다.(정말 자신이 잘 못 하지 않고도 미움을 받고 삶이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는 아픈 깨달음을 남긴 사건)

소란의 이야기.... 4명 중 가장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다고 여겨지는... 싹싹하고 뻔뻔하지 못 해 떠나보냈던 어린시절의 소중한 친구와의 상처가 있는.....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무난하고 평범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부러움과 동경이 되기도 하는 그녀.. 뭔가 의뭉스럽고 뭔가 어두운 듯, 열등감이 있는 듯 하나 누구나 가지고있는 평범한 모습....

 

암튼 이야기들은 술술 읽힌다. 뭔가 사건이 있는 것도 같고, 긴장감도 있는 것 같고, 어쩌지... 하다가도 끝은... 괜찮았다.

 

아직 답은 찾아가면 되니까... 아직 성장 중인 아이들...

 

아이들 이야기는 언제봐도 참 좋다. 극적이고 문제점만 부각한 자극적인 것이 아닌 너무나 지극히 중학생 아이들 같은 이야기라 편하게 읽어서 좋았고 애들이 귀엽다.

그리고 작품 중 그녀들이 가장 행복하고 친했을 제주도 여행에서의 귤따기 체험 속 귤과 관련하여 제목을 지어낸 작가가 참 기특하네. 그래 이것은 귤의 맛이다.

(나는 아직도 이 작가님의 팬은 되지 못 했지만... 그런대로 좋은 기억으로 남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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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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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조남주

 

한참 너무 트렌디할 때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 내 딴의 일종의 반발이랄까? 논쟁도 많이 되고 이야기도 많아서 거기에 끼고 싶지가 않았다.

읽지 않았지만 앞부분은 보았기에 대충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뒤늦게 보았다. 아주 금방 읽힌다.

읽다보니 뒤에 뭐가 있을지 훤히 아는 이야기라서...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예전에 내가 읽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가... 이제 결혼하고 산후우울증이라니... 뭘 했다고 모든 여자 일생의 고통을 혼자 다 짊어진 것처럼..... 내용이 너무 극단적일까봐... 사실 읽지 않았다. (나는 논란을 싫어한다. 나는 일종의 회피형 인간이다.) 막상 읽고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극단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암튼 같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은 다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김지영은 갑갑하게 말하지 못 하는 삶이였지만(우리 주변엔 보통 이런 사람들이 많지...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 주장을 잘 하는 사람이 많아진거 보니..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 걸지도....나보다 조금은 젊은 82년생 정도에서 이런 갑갑함이 보통인 삶이 멈추는지도.....) 주변 상황이 그리 나쁜 인생은 아니었다. 할 말을 하는 오미숙 엄마가 있었고, 사이다 언니 김은영도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바른 말 하며 옳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남자친구나 남편도 다 평균이상 마인드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하긴 주변 몇몇이 괜찮다고 될 일인가? 사회가, 시스템이 이런데... 나도 워킹맘으로서... 항상 아이에게 죄스럽고 직장에서 눈치 보고... 직장을 옮기거나 할 때 눈치를 얼마나 보았던가....다행히 하던 일을 그만두지 않고 하고 있기에 이렇게 독서도 하고 서평도 쓸 시간이 있는 건지도 모르지... 하긴 아이 어릴 땐 정말 힘들었지.... 아마 나도 일을 멈추어야 했다면 정말 큰 병이 낫거나 정말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다. ... 출산률도 최정, 결혼도 잘 안 하는 이런 사회라면..... 좀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가 뭔지 잘 모르나보다.

마음이 착잡했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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