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의 맛 문학동네 청소년 48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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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맛

조남주

 

조남주 작가 님의 글은 ‘82년생 김지영으로 처음 만났다. 사실, ‘귤의 맛을 먼저 읽으려다 미루어 두었던 너무나 유명한 ‘82년생 김지영을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급히 읽었다. 사실 나는 그 책이 그저 그랬다. 짧았고 술술 읽히고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작가 님의 글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 했다. 그냥 팩트 나열 같아서(일부러 그러셨겠지) 나는 조금 더 창의적이거나 긴장감이 있거나 감성적인 글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일 것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정말 이런 분이 많아진 거 같다.)

이 책은... 청소년 문고라 읽었다. 나는 성장소설을 그냥 좋아한다. 아파하며 성장하고 울고 웃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좋다. 아직 애들과 접점을 가지고 싶은 주책스런 마음도 있고 예전부터 좋아했던 어떤 감성은 나이가 든다고 바뀌지 않기에 아직 나는 성장소설이 무조건 좋다. 이 책은 제목이 상큼했다.

 

이 이야기는 경기도 신영진구 (개발되고 있는 신도시.. 다 좋은데 옆동네 좋은 학군에 비하며 학군이 별로라는 곳)의 신영진 중학교에 다니는 여중생 4명의 이야기이다. 우선, 그 중 소란이는 확실히 그 학교를 갔나보다. 고등학교 입학식으로 시작하는 글..... 그리고 4명의 아이들 이야기가 돌아가며 나온다. 이야기들의 시작점은 이들 4명이 중2 겨울방학에 제주도로 함께 여행갔다가 우정을 결의하고 근처에 있는 (지원률이 낮고 분위기도 좋지 않다던) 신영진고로 다 같이 진학하자며 약속을 하던 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까?

첫 번째 다윤의 이야기.... 똑똑하고 밝고 빛나던 아이 다윤... 학교에서 가장 공부도 잘 하고 영특한 아이로 모두가 외고나 특목고 진학을 하기를 바라는 그녀는 사실 멀리 있는 학교가 아닌 근처 학교로 가고 싶다고 제일 먼저 주장한 아이다. 그녀에게는 아픈 동생이 있는데 아무도 봐주지 않다보니 관심을 받고 싶었고 딱히 할 일도 없어 공부만 하다가 공부를 잘 하게 되었지만 아픈 동생 때문에 여전히 가족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 하고 여러 가지 못 해본게 많다. 밝으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서인지 학교(선생님들)에서는 더욱 관심과 사랑을 받고, 오는 고백도 잘 받아줘서 끊임없이 연애도 하는 아이. 그녀는 결국 외고 진학을 하려 했지만... 누군가의 계략으로 결국 면접을 못 가게 되고...

해인의 이야기....4명 중에도 시크하다는 해인은 집에서는 아빠, 동생의 저녁 밥을 책임지는 아이이다. 갑작스럽게 아빠의 사업 실패(동업자의 배신)로 쭉 살던 아파트가 아닌 건너편 구 시가지 먼가 어둡고 외진 주택가의 작은 집으로 오게 되면서 제 버릇 못 고치는 허세 아빠와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며 가정을 꾸리는 엄마를 보며 어른스럽게 자라는 아이.... 옆 동네 잘 사는 이모집에 위장전입해 명문고 진학을 추진 중 문제가 발생한다.

은지의 이야기....4명 중 가장 다정한 아이 은지. 따뜻하고 친구같은 외할머니, 엄마와 여유롭게 살고 있는 은지네 집은 해인이에게 주말의 안식처가 되었고 다른 친구들이 같은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묵을 수 있는 별장을 가지고 있을만큼 여유가 있는 집. 그러나 은지는 여기 이사 오기 전(서울) 관계에서 아주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는 아이이다.(정말 자신이 잘 못 하지 않고도 미움을 받고 삶이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는 아픈 깨달음을 남긴 사건)

소란의 이야기.... 4명 중 가장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다고 여겨지는... 싹싹하고 뻔뻔하지 못 해 떠나보냈던 어린시절의 소중한 친구와의 상처가 있는.....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무난하고 평범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부러움과 동경이 되기도 하는 그녀.. 뭔가 의뭉스럽고 뭔가 어두운 듯, 열등감이 있는 듯 하나 누구나 가지고있는 평범한 모습....

 

암튼 이야기들은 술술 읽힌다. 뭔가 사건이 있는 것도 같고, 긴장감도 있는 것 같고, 어쩌지... 하다가도 끝은... 괜찮았다.

 

아직 답은 찾아가면 되니까... 아직 성장 중인 아이들...

 

아이들 이야기는 언제봐도 참 좋다. 극적이고 문제점만 부각한 자극적인 것이 아닌 너무나 지극히 중학생 아이들 같은 이야기라 편하게 읽어서 좋았고 애들이 귀엽다.

그리고 작품 중 그녀들이 가장 행복하고 친했을 제주도 여행에서의 귤따기 체험 속 귤과 관련하여 제목을 지어낸 작가가 참 기특하네. 그래 이것은 귤의 맛이다.

(나는 아직도 이 작가님의 팬은 되지 못 했지만... 그런대로 좋은 기억으로 남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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