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워킹걸의 함정 - 2030 여성을 위한 워크 라이프 밸런스
우에다 히사노 지음, 민혜홍 옮김 / 토파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PC가 확대되며, 인터넷 채팅이 한참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호기심 왕성한 고등학생 사춘기 소녀였던 나는 참으로 아기자기한 대화명을 가지고 많은 어른(?) 남성들과 대화를 했었다. 꿈, 사랑, 일에 대해서,,, 그 때 일하는 여성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나는 여성대변인이라도 된듯 열을 내며 말했었다. (한글 900타의 실력은 아마 그 때 키워졌던것 같다. 훗~) '여성이 사회라는 곳에 진출하는것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아졌지만, 실제로 직장인 여성들은 남성들이 만들어내는 온갖 잦대에 직면하게 된다. 여성다움과 능력있음이 마치 반댓말처럼 쓰이는 현실, 원더우먼이 되어야 하는 현실 등,,, 이런것들이 여성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위의 말을 어린 나이에 쉼없이 내뱉었었다. 고등학생 머리에서 그런 생각들이 어떻게 나왔었는지 참,,,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지만, 진짜 '직장인 여성'이 되어서 그때의 일을 돌이켜 보면, 당시의 확고했던 여성으로서의 직장관이 온데간데 없는 현재의 내가 불쌍하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현실과 타협한다는 말과 동일한 뜻은 아닌데,,, 진짜 사회인이 되어간다는건 뭘까?
저자는 20여년의 워킹걸 시절을 겪으면서 여성들이 자신의 행로를 답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빠지게 되는 함정별로 상태와 처방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워킹걸의 함정>은 크게 다섯가지의 함정에 대해 말한다. 첫째,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소녀감성 워킹걸들의 함정, 둘째, 현재의 자아에 대만족하며 제자리 걸음을 하는 워킹걸들의 함정, 셋째, '나'만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 워킹 현장에서 소외되어 가는 여왕워킹걸들의 함정, 넷째, 일, 일, 일, 일로서 자신을 발견하고, 일로서 뜻을 세우는 진정한 워킹홀릭들의 함정, 마지막으로, 여성이라는 특권계층으로 직장에 보란듯 포지션을 마련한 자아도취 여성들의 함정이 바로 그것 이다. 저자는 각 함정들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이 어느 정도의 중증 상태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까지 제시하고 있다.
한장 한장 꼼꼼히 읽으며 얼마나 많은 함정들에 내가 빠져있는지 알게 되었다. 특히, '함정4. 수레를 끄는 말처럼, 오로지 알만!'의 이야기들을 읽는 동안은 구구절절 처음부터 끝까지 내 얘기만 같았다. 프로젝트 하나가 시작하면 가스불이 연소되듯, 붉은 불에서 푸른 불로 서서히 바꿔나간다. 프로젝트가 본격 궤도를 달리면, 야근, 주말근무, 새벽근무 가리지 않는다. 감정off, 인간관게 off, 자기개발 off, 오로지 업무 집중력 on, 인내력 on, 오로지 일, 일, 일, 일에 대해서만 on상태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 상태가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왜? 그렇게 하는게 멋져 보이니까. 미친듯이 일에 나를 쏟아붓고, 쉴때 팍 쉬는게 진정한 사회인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인간의 얼굴로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다크서클이 온 얼굴을 뒤덮고, 위와 장이 뒤틀리는 순간이 되면 딱 프로젝트가 끝나는 타이밍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던 나로서는,,, 저자가 말했던 , '제트코스트 증후군'에 시달렸던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왜 프로젝트 주기와 맞물려 건강 상태가 sin곡선을 그렸겠는가!
책을 다 읽고나서 나의 잘못된 직장생활을 콕콕 집어주어 참 고마우면서도 저자에게 우는 리를 한번 더 안할 수가 없다. '내가 함정에 안빠지고 똑소리나는 워킹걸이 되고 싶어도, 우리 사회가 그렇게 안도와 주잖아!' 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함정에 안빠지면서 일도 잘하고, 사회도 개혁하기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은것 같아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아,,, 그래도 우에다 히사노처럼 생각하는 여성들이 나도 하나, 둘 늘어나 있고, <워킹걸의 함정>과 같은 책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불평에 답이 될지도 모른다. 또, 사회가 안도와 줄지라도, 나와 같은 마음 하나하나가 모이면 적어도 미래 워킹걸들은 행복하게 일할 수 있지도 모르니까! 일하면서 지쳤는가 여성들이여~ 뭔가 잘못된것 같은 찝찝한 기분으로 회사에만 메여 있는가~ 인생선배 우에다 히사노가 알려주는 함정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내가 모르는 새에 수백가지의 함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는 내가 발견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