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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포스 덕분에 쉽사리 손에 책이 가진 않았다. '유명작가가 썼으니까,,, 베스트셀러니까,,, 그래서 읽는거아냐?' 라는 비아냥이 싫었을까? 남의 서평 읽고 책 한권쯤 금방 파악할 수 있다고 자부하던 내게, 모 출판사의 '1Q84'출판기념 이벤트에 참여하여 문제를 풀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초반 문제 풀려고 인터넷 좀 뒤적이다가 너무너무 재밌는거 같아서 뒷부분은 스스로 알고 싶은 그 기분? 결국, 당일배송 인터넷 서점에서 당장 사들여 읽기 시작했다.
'1Q84'속 덴고와 아오마메의 이야기에는 '공기번데기'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한다. 1984년의 세상 속에서 서로를 애틋함에 묻어 두었던 그 둘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인식되지 않은 채 '1Q84'의 세계로 넘어오게 된다. 또 다른 세상이라고 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는 하늘의 두 달!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1Q84'의 삶을 끝내려 하는 시점에서다.
여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남성을 다른 세상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 아오마메, 수학강사이면서 글을 쓰는 덴고. 이들은 어느 순간 또 다른 세상에서 <공기번데기>에 의해 얽히게 된다. 후카에리라는 열일곱살 소녀가 쓴 소설 <공기번데기>. 1984에 빅브라더가 있다면 1Q84에는 리틀피플이 있다. 그 존재도, 그 이유도 알 수 없는 리틀피플은 공기번데기를 만들어 개체의 복사본 -마음의 그림자 - 을 만들어 낸다. 한 사람 내면의 마음의 그림자. 이 그림자들이 만들어 내는 한 커뮤니티의 신비로움.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후카에리. 리틀피플을 받아들이고 인지하는 존재로서의 덴고와 아오마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시작된 덴고와 아오마메는 한 순간 접점을 이루며 종국엔 한 결정체의 반쪽들임을 알게된다.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하루키가 버무려 내는 많은 이야기들과 소재는 과연 '무라카미 하루키답다' 라는 말을 끝없이 떠오르게 한다. 2권의 끝무렵에 가서야 그 실체가 드러난 수도고속도로의 정체. 택시기사가 스치듯 던진 말의 의미. 심지어 '타이거를 당신차에'까지. 소설 속 한 세상을 그리기 위해 작가가 1권부터 줄기차게 던져놓은 밑밥의 뜻을 알게 되면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다. 이런 판타지같은 이야기 속의 논리적 구성은 과연!
구성의 치밀함에 반해 아쉬움도 물론 발견할 수 있다. 변명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상력의 여지를 위해 남겨두었다가 말할까? 아버지의 침대에서 발견한 공기번데기 속 실체와 마지막 덴고의 관계는? 그 세상에서의 생존자는? 하물며 고마쓰와 에비스노 선생의 자취는? 다마루와 부인의 세상은 어느 쪽? 이해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으나 궁금증이 남는 부분도 여러가지이다. 특히, 아오마메의 고무나무를 보살펴주려던 다마루의 삶에 관심이 간다. 어떤 인물의 말보다도 정제된 언어로 표현된듯, 한 인물의 삶을 응축해서 보여줬던 다마루는 '1Q84'에서의 아오마메의 고무나무처럼 보잘 것 없지만 애착이 가는, 어떻게 보면 너무도 쓸쓸한 고무나무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한다. 결국, 인간도 한낱 고무나무!
책의 두께와 그 명성에 비해 내용이 허황되게 장황한 느낌은 아니다. 그만큼 작은 주제를 치밀하게 배치하고 논리적 연관성을 키운듯!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번 '1Q84'를 통해 그의 이전 작품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과연 미디어에서 왜 그의 산출물을 이렇게 떠받드는지도 이해가 된다. 나도 이제 짐짓 그의 팬이 되어가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