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리플레이 판타 빌리지
켄 그림우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삶이란 뭘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누굴까? 운명이란것이 정말 있을까? 나이를 먹어가며 누구나 한번쯤 '존재이유'를 고민하며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을 것이다. 시간여행 소설의 대가라는 켄 그림우드는 이런 물음에 대해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제프는 신기한 삶을 산다. 영화나 책에서 보여지는 극적 반전의 반복이랄까! 어느 한 순간, 대학시절의 제프가 되기도, 소년의 제프가 되기도, 현재와 비슷한 제프가 되기도 한다. 경험했던 삶을 다시 반복하기에 그에게 미래- 순간을 선택하고 계획하며 새로이 만들어가는 - 란 없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있는 신적인 존재가 되어 백만장자가 되기도 하고, 원하는 여자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이용의 즐거움'도 잠깐! 한 생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똑같은 시간에 알수 없는 이유로 잃어야만 한다. '공수레공수거'란 말이 이보다 더 적합할 수 있으랴! 생의 '반복'에 멀미를 느낄때 쯤, 그는 패멀라를 만나게 된다. 그와 같은 '재생의 삶'을 살고 있는,,, 패멀라. 죽음의 시점을 아는 고통, 사랑하는 이를 잃어야 하는 상실감, 무한루프같은 반복의 삶에 대한 염증들을 공유하며 그 둘은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매 재생시, 과거의 기억을 가진 제프와 파멀라가 되어 또 다른 미래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 재생의 끝도 함께 겪어 나간다.

 

  제프와 파멀라가 또 다른 '재생'경험자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재생의 이유는 참 동화스럽다. 알수 없는 정체의 유희거리가 되어 즐거움을 선서하는 인간. 비디오를 리와인드 하듯, 재밌으면 또 돌려지는 인간. 정신병자의 입을 빌려 조심스레 말하는 이 동화같은 가설(?)이 켄 그림우드가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 내린 나름의 결론일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탄생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이 이야기들은 모든 종교적 원리들을 포용한다. 윤회와 환생을 말하는 불교의 가르침도,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인간들을 구원한 예수의 가르침도 모두.  한민족의 도발과 핵이라는 무기와 각종 파괴 현상으로 '지구멸망'이라는 예언  - 2012년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 에 무게가 실어지고 있는 최근,  <다시 한 번 리플레이>를 읽으면서 위로가 되었다면, 너무 이기적인가! 정답이란 있을 수 없는 '삶'의 버전들을 각각의 의미로 풀어낸 것을 보면, 혹! 설령!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우리는 또 다른 삶의 버전을 살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우리의 탐구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 끝은 처음로 돌아가 그 시작을 알려줄 것이다."이란 말이 있다. 끝이 곧 시작이기에 모두 재생된다. 반대로, 제프와 카밀라는 이런 말을 한다. "모래 한 알에서 세상을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보려거든 그대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에 영원을 포착하라."(406p) 끝이 곧 시작이고, 또 재생될 수도 있지만, 매 순간순간이 소중한 것은 스치듯 지나가는 찰나가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 중의 하나의 모습으로 가꿔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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