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숨 장편소설
김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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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항상 지는 건 자연입니다. 인간이 이기기 마련이죠."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들의 말이다. 인간은 대자연의 신비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하는 한편, 정복하기 위해 그 속성과 성질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과 합집합이 되기엔 너무 대단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교집합으로 인간을 포함시켜 주는 너그러움을 가진것이 자연이다. 이런 위대한 존재를 인간에게 투영시켜 나타낸 작품이 나왔다. <물>

 

'물'은 포용한다. 그리고 너그럽다.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흘러흘러 소리없이 희생한다. 그리고 고요하다. '불'은 열정적이다. 의지를 발산한다. 하지만 그 의지가 너무 강해 닿으면 데일 수 있다. 위험하다. '공기'는 어질다. 조용하다. 존재를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없다면 삶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만큼 치명적이다. '금'은 화려하다. 모두가 탐내는 자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유혹하는 매력만큼 자신은 나약하다. '소금'은 모호하다. 필수적인 요소지만 지나칠 경우 해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모습 또한 모호하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런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을 지 모른다. 너그럽다가 다치게하고, 치명적이다가 화려하고, 간혹 모호하기도 한,,, 김숨의 <물>에는 이런 다채로운 모습이 담겨있다. 문명에게 항상 져주며 결국 인간으로 귀결대듯, 위대한 자연의 모습들이 사람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색다르다.

 

<물>에는 삼백만 톤의 물과 한 방울씩 똑, 똑 떨어지는 물이 마치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는듯 하다. 넘치면 퍼내야 하고 모자르면 간절히 원하게 되는 물의 존재 때문에 나머지 요소들의 삶은 결정된다. 그 극단을 오가기 전의 '물'은 언제나 말이 없다. 위험하지도 간절하지도 않다.

 

저자는 <물>을 쓰는 동안 물에게 매료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자신을 숨기고 낮추어 존재할 수 있는 겸손과 한번에 발산해 내는 위험함을 동시에 지닌 그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양적'으로 표현되는 물이 <물>에 등장했던건 아닐까.

 

인간이란 존재를 카테고리로 분류하긴 힘들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반경을 결정하고 진짜 '사람'을 찾기엔 그런 인간 분류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숨의 <물>은 그런 분류법을 자연의 요소들을 이용해서 보여준다. 심플하고, 명확하게,,,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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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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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취업 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에 표현하는 개인의 특성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성이란 새롭게 만들어 내는 독특한 시각이다. <모방범>에는 삐뚤어진 창의성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한 여자의 사체의 일부분이 발견된다. 손녀를 잃은 할아버지가 있다. 가족이 몰살당한 소년이 있다. 르포를 쓰는 작가가 있다. 멍청한듯 흐릿한 청년이 있다. 자아감에 혼란을 느끼는 청년이 있다. 미소짓는 근사한 청년도 있다.

 

<모방범>에는 한 사건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사건을 밝혀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시각에 따라 사건을 표현한다.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세상에 등장하여 사람들을 농락하는 범인은 아픔을 견뎌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가족들의 처절함에 비례하여 즐거움을 느낀다. 주변인들은 사건을 소재화한다. 가족들의 고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고, 상업적 가치가 있다면 어떤 속내가 있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이 소설에서 얻은 최대의 테마가 아닐까.

 

사회가 고도화 되면서 범죄가 더욱 흉폭해지고 있는 요즘에 이런 소설을 읽고 나니 '제일 무서운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더불어 '호신술이라도 배울까?'하는 생각까지. 곰곰히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모방범>의 범인 못지 않은 잔인함이 묻어있던 사건, 사고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일들도 신문에서 사라지면서 우리 기억에서도 잊혀졌다. 그 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루하루 잃어버린 가족생각에 괴로워 할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살아갈까? 범인은 죽었을까?

 

두께에 비해 주제는 심플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화가 난다. 흉악해지는 현실을 살인이라는 극단의 방법으로 표현한 소설이 어쩌면 현실의 모습 같아서 씁쓸하다. 하지만! 감정이입 전에 소설로서 흥미를 끌기에 이보다 더한 책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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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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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시대의 진실, 孤軍奮鬪했던 조상들의 지혜, 그리고 反面敎師 삼을 교훈이다. 이 세 가지 측면으로 <덕혜옹주>를 살펴보겠다.
 

첫째, 덕혜옹주의 삶은 한 마디로 '뒤틀림'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기에 잃을 것이 많았고, 뜻하는 바가 컷기에 더 구속받아야 했다. 저자 권비영이 표현한 덕혜옹주의 삶은 다음과 같다. 

 

고종의 사랑스런 막내딸이지만,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 감내해야 했던 37년간의 비참한 삶. 원수나 다름없는 남자와의 강제 결혼, 15년간의 정신병동 감금, 하나뿐인 딸의 자살, 조국의 외면,,, 조선 최후의 황족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

 

즉, 황족이기에 볼모로 잡혀가 수모를 당해야 했고, 황족이기에 왕정복고를 두려워하는 현 정부의 배척을 받아야 했다. 덕혜옹주의 이런 삐뚤어진 삶은 결국 正義보다는 자신의 安危를 생각하는 인간의 뒤틀린 본성의 희생양이었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왜 덕혜옹주가?  한명 만을 구해야 하는 박무영의 딜레마에서 알 수 있듯, 그 당시에는 옹주의 대한 갈망보다 영천왕에 대한 구국이 더 시급했다. 현 황제라서,,, 라는 뻔한 해답을 내놓기 전에 위안부와 평행을 이루는'여성'이라는 존재가 더 현답이라고 생각한다. 즉, 평가절하 되었던 그 당시의 '여성'의 입지가 덕혜옹주의 삶을 더 뒤틀리게 했던 것이다.

 

둘째, 나라를 생각하는 덕혜옹주의 마음이다. 사람은 극단에 처하면 순식간에 본성이 뒤바뀐다고도 한다. 그러나 덕혜옹주는 자신의 뿌리와 나라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않았다. 독이 있을까 우려하여 보온병에 물을 가지고 다녔으며, 일본인들이 모욕을 줘도 흔들림 없는 자태로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때그때 다른 박쥐같은 인생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올곧은 기준과 본연에 충실한 덕혜옹주의 자세는 모범이 될만 하다.

 

셋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녀야 할 깊은 내공이다. 한강의 기적이나 세계 몇위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덕혜옹주라는 희생양을 필요로 했다. 나라가 지배를 당했고 일본의 내선일체에 따라 대한민국의 피가 일본인의 피에 의해 사라질 뻔 했다. 글로벌 시대에 순수혈통이라는 말이 참으로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는 있으나, 한국적이고 한국에 의한 우리의 파워를 지녀야 앞으로 있을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덕혜옹주가 입을 닫고 눈을 감아버리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일본에게 저항했다면, 앞으로는 정면 승부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으로 말하고, 논리로 설득하고, 대한민국의 감성으로 격동시키는 그런 내공을 지녀야 한다. 이것이 <덕혜옹주>가 현재의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숨은 메시지인 것이다.

 

덕혜옹주의 무거운 삶을 나타내기에 책은 의외로 가벼워 순식간에 독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깊은 사연과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묘사가 조금은 아쉬웠다. <덕혜옹주>를 통해 한 여성의 기구한 삶에 안타까워 하기 보단 그녀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개선하고 배울 수 있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면 바로 그것이 '조선을 향한 덕혜옹주'의 뜻을 기리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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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의 미래일기 -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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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

 

개그우먼. 골룸. 일본진출.

내가 알고 있는 조혜련의 모습이다.

 

언젠가 TV에서 한 PD가 조혜련을 가리키며 "여자가 저렇게 망가질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라고 말하는 걸 본적이 있다. 그 당시, 난 '여자가~'라는 구시대적 발언을 하는 PD에 대한 분노보다, '여자 위신 떨어뜨리는 행동이 전국방방곡곡에 방송이 되는구나.'라는 조혜련 안티 분자같은  생각으로 가득했었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조혜련은 나에게 비호감이었다.

 

어느 날,

그녀가 일본진출을 하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정말 무섭게 열심히 했다고 한다. 하루에 80분 책상에 앉아있기도 힘든 내게 조혜련의 일본어 정복을 위한 하루 8시간 학습은 정말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그 당시, 난 '이 여자 멋진 구석이 있군.'라는 생각을 했었다. 비호감이 중립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최근,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조혜련을 보게 되었다. 진심을 다하고, 사람을 생각하고, 따뜻한 감성을 뿜어내는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녀를 '야망으로 들끓는 방송인 조혜련'이 아닌, '순수하고 인간미 넘치는 언니같은 연예인 조혜련'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조혜련의 팬이 되는 순간이었다.

 

sin곡선 못지 않은 조혜련이란 사람에 대한 감정 변화의 끝은 <조혜련의 미래일기>로 귀결되었다.이 책에는 일본진출을 위한 어학 공부, 신체적 결점을 장점으로 반전시켜 버리는 혹독한 운동, 연예인들에게 언니,누나,이모,동생이 될 수 있는 심성,,, 그녀의 모든 삶들이 녹아 있었다.

 

삶은 믿는 만큼 이뤄지고 꿈꾸는 만큼 성취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조혜련은 달랐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말고, 목표를 설정하여, 이를 실천해 나간다. 그녀는 '목표를 향해 사람이 달려가는 것이 아니고, 목표가 사람을 이끈다!'고 말했다. 이런 호언장담도 미래 일기를 적으며 그녀가 터득한 삶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조혜련의 미래 일기>는 조혜련이라는 사람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함과 동시에 독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나도 마음 먹으면 이룰거야! 라는 밑도 끝도 없는 -조혜련을 닮은 - 자신감 말이다. 그래서 나도 오늘 부터 미래일기를 적어보려 한다. 직장생활로 인해 소위 찌그러져 살아가는 내 자신에게 할 수 있다고, 너도 멋진 놈이라고, 박수를 크게 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보다 남의 시선이 더 중요한 요즘 사람들에게 '나'를 생각하게 해주는 고마운 책 <조혜련의 미래일기> 꼭 한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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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2015-10-1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꼭 읽어보고싶네요

끼루룩 2015-10-1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미있을것 같네요
 
<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 - 컵케이크 하나로 인생이 바뀐 청년백수의 파란만장 성공기
김신애 지음 / 나무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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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케이크 하나로 인생이 바뀐 청년백수의 파란만장 성공기'

...파란만장 성공기... 성공기?? 성공기!!

 

엽서 속 풍경같은 가게 그림만 눈에 익혀 두었던 나는, 마지막장을 덮으며 표지 정중앙에 있는 부제를 알아차렸다. 사실, <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는 성공기라기보다 김신애라는 한 여성의 풋풋한 에세이집 이었다. '20대 유부녀. 통장 잔고 30만원.' 김신애가 컵케잌에 몰입하기 전 자신을 묘사한 수식어들이다. 그러나 내가 본 저자는 '꿈과 가능성으로 충만한 엉뚱한 20대 소녀, 김신애' 였다.

 

성공하려면, 꿈을 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꿈 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미리 그에 맞는 로드맵을 그려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꿈'이란 것은 내 옆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생명이라기 보다, 전공도 바꿔보고 이직도 해보고 사람에 부대끼며 실패도 해보고 아파도 보고 이런저런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가 '짜잔~ 나 여기있었어. 놀랐지?'하고 나타나는 존재인듯 하다.

 

김신애에게 컵케잌도 그러했다. 유부녀가 되어 자아찾기가 고개를 들면서 이것저것 시작했다 그만두었다를 반복했다. 요리, 뜨개질,,, 그러다 만들기 시작한게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달달한 컵케잌. 첫사랑을 만나듯 설레이는 마음이 그녀의 꿈이 나타났다는 신호였을까?

 

저자는 다양한 모양의 컵케잌을 만들고 기쁨을 느끼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블로그 포스팅... 첫 판매...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김신애표 컵케잌은 그렇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 까페에서 판매되고 백화점에 입점되고, 분점까지 런칭하는 등 나날이 그녀의 꿈은 현실화 되어간다.

 

<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블로그 만들어 주는 곳 주소부터 컵케잌 홍보법, 백화점 입점시 주의사항, 지인들을 소중히하는 저자의 따뜻한 자세, 더 나아가 컵케잌 레시피까지. 톡톡튀는 여성의 활력에너지와 함께 얻어가는 정보란! 이보다 더 유익할 순 없을 것이다.

 

서평을 쓰는 순간 파티쉐를 꿈꾸는 친구에게 전화가와서 이 책에 대해 말해주었다. 'xx야~ 이 책 한번 읽어봐. 너도 금방 이뤄낼것 같다야~ 분점내면 나좀 스카웃해가. 큭큭' 웃고 떠들며 이야기 하는 동안 우리는 꿈에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펑키한 그녀의 삶처럼 톡톡튀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는 기분 좋아지는 비타민이다. 그녀의 청량함을 섭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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