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소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시대의 진실, 孤軍奮鬪했던 조상들의 지혜, 그리고 反面敎師 삼을 교훈이다. 이 세 가지 측면으로 <덕혜옹주>를 살펴보겠다.
 

첫째, 덕혜옹주의 삶은 한 마디로 '뒤틀림'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기에 잃을 것이 많았고, 뜻하는 바가 컷기에 더 구속받아야 했다. 저자 권비영이 표현한 덕혜옹주의 삶은 다음과 같다. 

 

고종의 사랑스런 막내딸이지만,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 감내해야 했던 37년간의 비참한 삶. 원수나 다름없는 남자와의 강제 결혼, 15년간의 정신병동 감금, 하나뿐인 딸의 자살, 조국의 외면,,, 조선 최후의 황족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

 

즉, 황족이기에 볼모로 잡혀가 수모를 당해야 했고, 황족이기에 왕정복고를 두려워하는 현 정부의 배척을 받아야 했다. 덕혜옹주의 이런 삐뚤어진 삶은 결국 正義보다는 자신의 安危를 생각하는 인간의 뒤틀린 본성의 희생양이었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왜 덕혜옹주가?  한명 만을 구해야 하는 박무영의 딜레마에서 알 수 있듯, 그 당시에는 옹주의 대한 갈망보다 영천왕에 대한 구국이 더 시급했다. 현 황제라서,,, 라는 뻔한 해답을 내놓기 전에 위안부와 평행을 이루는'여성'이라는 존재가 더 현답이라고 생각한다. 즉, 평가절하 되었던 그 당시의 '여성'의 입지가 덕혜옹주의 삶을 더 뒤틀리게 했던 것이다.

 

둘째, 나라를 생각하는 덕혜옹주의 마음이다. 사람은 극단에 처하면 순식간에 본성이 뒤바뀐다고도 한다. 그러나 덕혜옹주는 자신의 뿌리와 나라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않았다. 독이 있을까 우려하여 보온병에 물을 가지고 다녔으며, 일본인들이 모욕을 줘도 흔들림 없는 자태로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때그때 다른 박쥐같은 인생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올곧은 기준과 본연에 충실한 덕혜옹주의 자세는 모범이 될만 하다.

 

셋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녀야 할 깊은 내공이다. 한강의 기적이나 세계 몇위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덕혜옹주라는 희생양을 필요로 했다. 나라가 지배를 당했고 일본의 내선일체에 따라 대한민국의 피가 일본인의 피에 의해 사라질 뻔 했다. 글로벌 시대에 순수혈통이라는 말이 참으로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는 있으나, 한국적이고 한국에 의한 우리의 파워를 지녀야 앞으로 있을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덕혜옹주가 입을 닫고 눈을 감아버리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일본에게 저항했다면, 앞으로는 정면 승부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으로 말하고, 논리로 설득하고, 대한민국의 감성으로 격동시키는 그런 내공을 지녀야 한다. 이것이 <덕혜옹주>가 현재의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숨은 메시지인 것이다.

 

덕혜옹주의 무거운 삶을 나타내기에 책은 의외로 가벼워 순식간에 독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깊은 사연과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묘사가 조금은 아쉬웠다. <덕혜옹주>를 통해 한 여성의 기구한 삶에 안타까워 하기 보단 그녀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개선하고 배울 수 있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면 바로 그것이 '조선을 향한 덕혜옹주'의 뜻을 기리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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