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취업 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에 표현하는 개인의 특성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성이란 새롭게 만들어 내는 독특한 시각이다. <모방범>에는 삐뚤어진 창의성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한 여자의 사체의 일부분이 발견된다. 손녀를 잃은 할아버지가 있다. 가족이 몰살당한 소년이 있다. 르포를 쓰는 작가가 있다. 멍청한듯 흐릿한 청년이 있다. 자아감에 혼란을 느끼는 청년이 있다. 미소짓는 근사한 청년도 있다.

 

<모방범>에는 한 사건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사건을 밝혀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시각에 따라 사건을 표현한다.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세상에 등장하여 사람들을 농락하는 범인은 아픔을 견뎌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가족들의 처절함에 비례하여 즐거움을 느낀다. 주변인들은 사건을 소재화한다. 가족들의 고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고, 상업적 가치가 있다면 어떤 속내가 있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이 소설에서 얻은 최대의 테마가 아닐까.

 

사회가 고도화 되면서 범죄가 더욱 흉폭해지고 있는 요즘에 이런 소설을 읽고 나니 '제일 무서운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더불어 '호신술이라도 배울까?'하는 생각까지. 곰곰히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모방범>의 범인 못지 않은 잔인함이 묻어있던 사건, 사고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일들도 신문에서 사라지면서 우리 기억에서도 잊혀졌다. 그 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루하루 잃어버린 가족생각에 괴로워 할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살아갈까? 범인은 죽었을까?

 

두께에 비해 주제는 심플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화가 난다. 흉악해지는 현실을 살인이라는 극단의 방법으로 표현한 소설이 어쩌면 현실의 모습 같아서 씁쓸하다. 하지만! 감정이입 전에 소설로서 흥미를 끌기에 이보다 더한 책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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