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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혁명 - 인생을 뒤바꾼 유쾌한 지적의 힘!
바바라 베르크한 지음, 박소연 엮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9월
평점 :
여기 한 프로젝트가 있다.
구성원은 리더인 A과장, 중간관리자인 B대리 그리고 C사원. 어느 회의에서 A과장이 말한다.
"C씨, 도대체 대학 때 뭘 배운거야? 그런식으로 해서 이 업무 맡을 수 있겠어?"
예상치 못한 A과장의 비판에 B대리, C사원 두 사람은 당황스럽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회의는 끝나버렸다.
위의 케이스는 여느 조직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경이다. 특히 요즘 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앙햔 업무 환경에서 얽히는 muilti-tasking시대에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처법을 배우지 못했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의 대응 방식이 달라 당사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Babara Berckhan의 <비판혁명>에 빗대어 생각해 보자.
먼저 B대리 입장을 살펴보자. 두 가지 정도의 반응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첫번째, '책임통감형' 반응이다. 직급으로 보나 연차로 보나 C의 선배인 B는 '후배의 잘못이 곧 내 잘못'이라는 지극히 '한국적 사고'를 통해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런 B대리는 A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나가던 중 결국 이런 생각에 미친다.
'잠깐, 저번에 말했던 그 개발건 때문인가? 그 때 얘기 나랑 다 끝난거 아니었어?
아니지,,, 가만보자,,, 그때 A과장이 C사원에게 불만이 많았고 그래서 나보고 후배 잘 가르치라고 한
소리 했었잖아. 그럼,,, 결국 아까 그 말이 나 들으라고 한거란 말야? 뭐야,,, 이런 식으로 말할거면 차
라리 나한테 직접 말하던가!!!'
B대리의 머릿 속에서 결론은 이렇게 나버린다. 조금 더 진도가 나간다면'A과장,,, 그런식으로 말했단 말이지,,, 어디 두고보자.'까지 도달한다. 이때, 저자가 B대리에게 말한다.
"당신의 생각이 당신에게 전하는 것을 믿지 말라.(72p)"
B대리의 생각은 그저 '상상'일 뿐이다. 회의에서 들었던 말에는 B대리의 생각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B대리는 스스로가 만들어 낸 거짓 진실에 속아 자신의 생각을 사실로 인식하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B대리는 A과장에게 방해스티커를 발부하며, 그의 태도에 불만을 갖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방해목록수집가' 유형인 B대리는 이런 방식으로 A과장에 대해 '전체 방해목록 노트'를 적어가고, 결국 미래의 어느 날 A과장에게 폭발하게 될 빌미를 마련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 유형에 해당되며, '上命下服'의 사고방식이 고착화된 조직일수록 심하다. 이런 형태는 궁극적으로 관계파괴의 심각한 원인이 되므로 조직 전체의 결속을 약화시키는 암세포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 '방관형'반응이다. '나한테 한 말도 아닌데,,, 내가 상관할바 아니지.'가 근저에 깔려있다. 이런 반응은 '情'이라는 것으로 연결된 대한민국 정서에 반하는 것으로 개인주의의 발로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공과 사를 구분하여 당사자들로 하여금 문제를 객관화하도록 도와준다.즉, A과장과 C사원은 서로의 입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다. 가끔은 자신에 관련된 것일 때도 '내가 알바 아니야'라는 사고로 남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 다음은 당사자 C사원이다. C사원은 A과장의 말을 듣자마자 이런 생각을 한다.
'뭐? 대학때 뭘 배운거웠냐고? 네가 나 대학다니는데 보태준거 있어?
웃기지도 않아,,, 자기가 뭐라고 이런식으로 막 말을 해!!!!'
사고의 시간을 가질 수록, C사원의 감정은 분노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생각도 하게된다.
'A과장한테 가서 따질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음,,,아니야,,, 저 사람이 내 상사니까 연말 평가때 날 골탕먹일지 몰라. 어쩌지?'
만약 C사원이 사회 경험이 적다면 이런 생각을 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그렇다면 C사원의 사고 흐름 중 잘못된 점은 무엇일까. 바로 위 B대리처럼 사고의 흐름이 만들어 낸 결론을 기정사실화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충고를 명심하자.
"분노는 잘못이 아니다. 화가 나고 흥분하는 것은 완전히 건강한 것이다.
분노의 감정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65p)"
그럼 이럴 경우에 C사원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저자가 제시한 '갑작스런 비판에 대처하는 방법(131p)'을 살펴보자.
1. 경악의 일순간을 허락하라.
2. 성급한 반응을 하지 마라.
3. 당혹스러울 때는 질문하라.
4. 생각을 가다듬고, 당신에게 중요한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라.
5. 입장을 취하라.
이 방법을 읽으면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C사원의 입장에 처해 본적이 많은 나는 이 조언이 명백히 옳고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비판수집형임과 동시에 예민반응형으로서 이런 비판을 들었을 때 곧장 '제 생각은 이러이러 했습니다.'내지는 'C문제는 D안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나요?'등의 반박을 했었다. 얼핏 똑똑하게 비춰질듯한 이 반응은 위의 방법 중 '성급한 반응을 하지 마라.'에 어긋나는 것으로, 아무리 명백한 근거를 가진 행동이었을지라도 객관적 '나-메세지'에서 벗어난 '변명하기'에 지나지 않아 추후 더 강도 높은 비난의 근거로 남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케이스의 가장 핵심인 A과장에 대해 살펴보자.
A과장은 전형적인 '객관성이 결여된 비판자'이다. B대리든 C사원이든 혹은 그 누구라도 A과장의 비판의 근거는 파악하기 어렵다. 지적을 하고 싶었는데 표현 방식이 서툴렀을 뿐일 수도 있고, 윗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나서 분풀이를 이런 방식으로 했을 수도 있고, 혹은 - 가능성은 아주 적지만 - C사원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고 싶어서 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 이런 객관성이 결여된 비판 발생 원인을 저자는 다음의 네 가지(137~139p)로 압축했다.
1. 결코 배운 적이 없음
2. 강렬한 번 아웃 신드롬
3. 오만불손
4. 썰렁한 농담
이 유형의 사람들은 비판자임과 동시에 심각한 기억상실증도 있다. 따라서 남들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혀 비판수집가(이 경우 B대리나 C사원)를 만들지만, 본인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A과장은 '심한 의사소통 무능력 상태(140p)'에 시달리게 되며, 리더쉽 항목에 낙제점을 받을 것이다.
<비판혁명>을 읽는내내 2년반 동안 겪은 직장 생활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Part01. 멋있게 비판하기'에서는 그 동안 억울하다고만 여겨졌던 과거 사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며, 선배님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Part02. 당당하게 비판듣기'에서는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는지 모른다. 난 직장 생활동안 '솔직함'이라는 무기를 방패로 감정을 한껏 드러내며 일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이 책을 접했다면 조금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간관계'는 모든 이들의 화두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비판'이라는 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비판혁명>은 꼭 한번 - 누구라도 -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저자 및 옮긴이의 말처럼 하나부터 차근차근 '비판 대응하기'를 연습해 보자. 타인의 사고방식을 '틀림'으로 치부하여 갈등으로 확대시키기전에 서로 '다름'을 인식하여 원활한 직장생활, 더 나아가 인간관계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명심하자. 'Ueung macht den Meister!!' 연습이 명인을 만든다. <비판혁명>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연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