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혁명 - 인생을 뒤바꾼 유쾌한 지적의 힘!
바바라 베르크한 지음, 박소연 엮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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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프로젝트가 있다.

구성원은 리더인 A과장, 중간관리자인 B대리 그리고 C사원. 어느 회의에서 A과장이 말한다.
"C씨, 도대체 대학 때 뭘 배운거야? 그런식으로 해서 이 업무 맡을 수 있겠어?"

예상치 못한 A과장의 비판에 B대리, C사원 두 사람은 당황스럽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회의는 끝나버렸다.

 

위의 케이스는 여느 조직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경이다. 특히 요즘 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앙햔 업무 환경에서 얽히는 muilti-tasking시대에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처법을 배우지 못했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의 대응 방식이 달라 당사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Babara Berckhan의 <비판혁명>에 빗대어 생각해 보자.


먼저 B대리 입장을 살펴보자. 두 가지 정도의 반응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첫번째, '책임통감형' 반응이다. 직급으로 보나 연차로 보나 C의 선배인 B는 '후배의 잘못이 곧 내 잘못'이라는 지극히 '한국적 사고'를 통해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런 B대리는 A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나가던 중 결국 이런 생각에 미친다.

 

'잠깐, 저번에 말했던 그 개발건 때문인가? 그 때 얘기 나랑 다 끝난거 아니었어?

 아니지,,, 가만보자,,, 그때 A과장이 C사원에게 불만이 많았고 그래서 나보고 후배 잘 가르치라고 한

 소리 했었잖아. 그럼,,, 결국 아까 그 말이 나 들으라고 한거란 말야? 뭐야,,, 이런 식으로 말할거면 차

 라리 나한테 직접 말하던가!!!'


B대리의 머릿 속에서 결론은 이렇게 나버린다. 조금 더 진도가 나간다면'A과장,,, 그런식으로 말했단 말이지,,, 어디 두고보자.'까지 도달한다. 이때, 저자가 B대리에게 말한다.

 

"당신의 생각이 당신에게 전하는 것을 믿지 말라.(72p)"


B대리의 생각은 그저 '상상'일 뿐이다. 회의에서 들었던 말에는 B대리의 생각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B대리는 스스로가 만들어 낸 거짓 진실에 속아 자신의 생각을 사실로 인식하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B대리는 A과장에게 방해스티커를 발부하며, 그의 태도에 불만을 갖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방해목록수집가' 유형인 B대리는 이런 방식으로 A과장에 대해 '전체 방해목록 노트'를 적어가고, 결국 미래의 어느 날 A과장에게 폭발하게 될 빌미를 마련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 유형에 해당되며, ''의 사고방식이 고착화된 조직일수록 심하다. 이런 형태는 궁극적으로 관계파괴의 심각한 원인이 되므로 조직 전체의 결속을 약화시키는 암세포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 '방관형'반응이다. '나한테 한 말도 아닌데,,, 내가 상관할바 아니지.'가 근저에 깔려있다. 이런 반응은 ''이라는 것으로 연결된 대한민국 정서에 반하는 것으로 개인주의의 발로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공과 사를 구분하여 당사자들로 하여금 문제를 객관화하도록 도와준다.즉, A과장과 C사원은 서로의 입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다. 가끔은 자신에 관련된 것일 때도 '내가 알바 아니야'라는 사고로 남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 다음은 당사자 C사원이다. C사원은 A과장의 말을 듣자마자 이런 생각을 한다.

 

'뭐? 대학때 뭘 배운거웠냐고? 네가 나 대학다니는데 보태준거 있어?

 웃기지도 않아,,, 자기가 뭐라고 이런식으로 막 말을 해!!!!'

 

사고의 시간을 가질 수록, C사원의 감정은 분노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생각도 하게된다.


'A과장한테 가서 따질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음,,,아니야,,, 저 사람이 내 상사니까 연말 평가때 날 골탕먹일지 몰라. 어쩌지?'


만약 C사원이 사회 경험이 적다면 이런 생각을 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그렇다면 C사원의 사고 흐름 중 잘못된 점은 무엇일까. 바로 위 B대리처럼 사고의 흐름이 만들어 낸 결론을 기정사실화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충고를 명심하자.


"분노는 잘못이 아니다. 화가 나고 흥분하는 것은 완전히 건강한 것이다.

 분노의 감정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65p)"


그럼 이럴 경우에 C사원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저자가 제시한 '갑작스런 비판에 대처하는 방법(131p)'을 살펴보자.


 1. 경악의 일순간을 허락하라.
 2. 성급한 반응을 하지 마라.
 3. 당혹스러울 때는 질문하라.
 4. 생각을 가다듬고, 당신에게 중요한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라.
 5. 입장을 취하라.

 
이 방법을 읽으면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C사원의 입장에 처해 본적이 많은 나는 이 조언이 명백히 옳고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비판수집형임과 동시에 예민반응형으로서 이런 비판을 들었을 때 곧장 '제 생각은 이러이러 했습니다.'내지는 'C문제는 D안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나요?'등의 반박을 했었다. 얼핏 똑똑하게 비춰질듯한 이 반응은 위의 방법 중 '성급한 반응을 하지 마라.'에 어긋나는 것으로, 아무리 명백한 근거를 가진 행동이었을지라도 객관적 '나-메세지'에서 벗어난 '변명하기'에 지나지 않아 추후 더 강도 높은 비난의 근거로 남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케이스의 가장 핵심인 A과장에 대해 살펴보자.

A과장은 전형적인 '객관성이 결여된 비판자'이다. B대리든 C사원이든 혹은 그 누구라도 A과장의 비판의 근거는 파악하기 어렵다. 지적을 하고 싶었는데 표현 방식이 서툴렀을 뿐일 수도 있고, 윗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나서 분풀이를 이런 방식으로 했을 수도 있고, 혹은 - 가능성은 아주 적지만 - C사원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고 싶어서 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 이런 객관성이 결여된 비판 발생 원인을 저자는 다음의 네 가지(137~139p)로 압축했다.

 
1. 결코 배운 적이 없음

2. 강렬한 번 아웃 신드롬

3. 오만불손

4. 썰렁한 농담

 

이 유형의 사람들은 비판자임과 동시에 심각한 기억상실증도 있다. 따라서 남들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혀 비판수집가(이 경우 B대리나 C사원)를 만들지만, 본인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A과장은 '심한 의사소통 무능력 상태(140p)'에 시달리게 되며, 리더쉽 항목에 낙제점을 받을 것이다.


<비판혁명>을 읽는내내 2년반 동안 겪은 직장 생활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Part01. 멋있게 비판하기'에서는 그 동안 억울하다고만 여겨졌던 과거 사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며, 선배님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Part02. 당당하게 비판듣기'에서는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는지 모른다. 난 직장 생활동안 '솔직함'이라는 무기를 방패로 감정을 한껏 드러내며 일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이 책을 접했다면 조금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간관계'는 모든 이들의 화두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비판'이라는 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비판혁명>은 꼭 한번 - 누구라도 -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저자 및 옮긴이의 말처럼 하나부터 차근차근 '비판 대응하기'를 연습해 보자. 타인의 사고방식을 '틀림'으로 치부하여 갈등으로 확대시키기전에 서로 '다름'을 인식하여 원활한 직장생활, 더 나아가 인간관계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명심하자. 'Ueung macht den Meister!!' 연습이 명인을 만든다. <비판혁명>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연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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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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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 10분 간격으로 울려대는 알람을 기계적으로 끄며 일어난다. 6:00 외국어 공부는 평생의 과업이라는 믿음으로 매일 20분동안 - 눈도 뜨지 않은채 - 전화로 외국인과 떠들어댄다. 6:30 읽는건지 눈으로 사진을 찍는건지 신문을 훑으며 단 세 숫가락만에 식사를 끝낸다. 7:10 커리어우먼의 내공을 보이기 위해 아무리 피곤해도 깨끗한 옷차림과 화장은 빼먹지 않는다. 그리고 직장으로 향한다. 업무시간, 눈은 모니터와 싸울 듯하고, 연신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대는 손가락은 몹시 바쁘다. 불규칙한 퇴근 시간, 그래도 오늘이 끝나기 전 퇴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귀가한다. 빠르면 9시, 보통 12시를 찍는 귀가 시간은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쓰러지듯 침대에 흡수되게 한다.

 

이렇게 2년반 정도를 살다보니, 어느 새 '나도 모르는 내'가 되어있었다. 여유가 없는 것이 성공했다는 것의 증명이라도 되는 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일을 만들고 끝내고 해결하며 살았다. 그리고,,, 주인공 '리즈'도 그랬다. 명백히 성공한 삶이었고, 경제적으로 안정됐으며, 부와 명예를 지녔다. 하지만 결혼 생활의 위기를 통해 흩날리듯 달려온 삶에 회의를 느끼고 욕실 바닥에서 '신'을 갈구하기에 이른다.
결국, 몸에 꼭 맞는 자아와 인생을 찾으러 삼색 여행을 떠난다.

 

언어의 미학에 빠져들어 가게 된 첫 번째 나라, '이탈리아'. "너의 단어는 뭐야?"라는 친구의 말에 정신이 아뜩하다. 단지, Attraversiamo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할 뿐. 신앙 추구를 위해 찾은 두 번째 나라, '인도'.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며, 빈정거림으로 단련시키는 리처드를 벗으로, 영적 평화를 경험하고 유지해 나간다. 결국, 자신의 단어를 찾기에 이른다. 마지막, 세 번째 나라, '인도네시아'. 2년 전 농담처럼 들었던 주술사의 예언데로, 발리에 다시 와서 '라고프라노(행복한 몸)'의 별명을 얻어간다. 그리고 격자무늬의 정형성이 안정된 삶이라는 발리인들의 사고처럼, 정사각형 속 자신을 만들고, 다듬고, 나아가 사랑을 찾는다.

 

욕실에서 울부짖던 초반 모습에 비해 아기자기하고 동화같은 리즈의 삼색여행 결론은 약간 싱겁다.
하지만 리즈가 여행을 통해 만들어내는 '108개의 인생 단추'는 하나 부터 열까지 그녀의 삶에 빗대어 나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돌진하던 일 멈추고 한 숨 고를 수 있는 '빈둥거림의 미학'까지. 행간을 따라가며 느끼는 리즈의 이야기 중 한 토막에서 내 인생의 핵심가치를 찾아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옥은 어떤 곳이예요, 끄뜻?"
"천국과 똑같아. 우주는 원처럼 순환해."
"그럼 천국과 지옥의 차이가 뭐죠?"
"가는 방법이 달라. 천국은 올라갈 때 일곱 개의 행복한 장소를 거쳐.
 지옥은 내려갈 때 일곱 개의 슬픈 장소를 지나야 해. 그러니까 올라가는게 좋은 거야."
(390-391p)
 
'성공과 실패는 같아.

 무언가에 대한 것은 마음 가짐에 달려있지. 하고 싶어서 즐겁게 하느냐, 해야 하기에 마지못해 하느냐

 가  다를 뿐이야. 그러니까 이왕 하는거 즐겁게 하고 싶은걸 해야지'
인생의 기로에서 내 마음의 외침과 타인들의 시선을 비롯한 세속적 가치 사이에서 번뇌하는 나 자신에게 끄뜻이 이렇게 말해 준듯 하다. 결국,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고,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리즈의 여행기엔 내적 평화를 위한 심오한 대화들과 명상, 종교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작가라는 리즈의 직업이 무색하지 않게 암기하고 싶어질 정도의 감탄스러운 문장들이 빼곡하다. (그 덕에 멋진 문장마다 인덱스 붙이는 습관이 있는 나를 주인으로 맞은 이 책은 흡사 고시생의 교과서처럼 변했다.)

 

그리고 고백하건데, 이 책을 읽고난 후의 느낌을 정확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마치 - 리즈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혼의 구도의 극한에 도달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아직 난 리즈처럼 자아를 찾기 위해 여행을 가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장기 여행을 계획할 자금도 없다;  또, 매일 아침 동굴에서 명상을 하지도 않는다. 손금을 봐준 주술사도 없다. 하지만, 세계를 배회하다 아쉬람에 당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여행을 떠나 인도에 도착했을 때의 리즈의 마음이 지금의 나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전의 나'를 던지고 '본연의 나'를 찾을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 즉, 이탈리아와 인도, 인도네시아를 아우르는 한 여성의 '자아찾기'는 나에게 '진짜 나'를 찾도록 하는 신호탄이 된 것이다. 내 인생 여행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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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바이블 - 가슴속 꿈이 현실이 되는 책, 2010~2011 최신개정판
최대윤.심태열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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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여행가고 싶은 사람은?"
 

"지금 막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 이 답이었다.

이 시점에서 정답 하나 추가하자. "세계일주 바이블 읽은 사람"

 

사실 '여행'에 대한 생각은 내 나이에 비례해 함께 성장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세계일주'에 대한 것은 너무 먼 당신이없다. 대통령이 꿈이라고 말하는 천진난만한 초등학생처럼 '세계일주'는 책에서나 보는 멋지지만 범접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었다. 그러던 내게 어느 정도의 경제적,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서울에서 부산처럼 오갈 수 있는 거라고 말하는게 바로 이 책-<세계일주 바이블> - 이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첫번째, 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통 여행기가 저자들이 다녔던 장소, 체험했던 활동, 맛봤던 음식에 대한 소개를 나열하는데 반해, 이 책은 세계일주를 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소개와 각각의 여행 특색을 바탕으로 카테고리화 했다. 우선 가족단위, 친구단위, 개별단위로 혹은 도보여행, 자전거여행 등 여행 범위와 형태에 대한 주체별 소개가 담겨있다. 따라서, 앞으로 세계일주를 계획하는 사람 누구나 자신의 기호대로 골라서 적용해 볼 수 있다.

 

매력 포인트 두번째, 세계 일주 항공권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난 '세계 일주 항공권'에 대한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아마 지금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듯) 아무튼 그런 배경 지식 여부는 차치하고서 이 책 첫 토막을 장식하는 '세계 일주 항공권 & 루트 가이드'에서는 일정에 맞춰 취사 선택할 수 있도록 약 5개(+a)의 세계일주 항공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항공권 용어를 비롯하여 대륙별 항공권 비교표 및 기본 규정 비교표는 이렇게 어수룩한 상태에서 대하기 민망할 정도의 알짜 정보이다. 개인적으로 조사했다간 한 2개월은 바쳐야 할 듯한 이런 핵심정보를 담아준 저자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매력 포인트 세번째, 다양한 샘플 루트들이 실려있다. 여행의 즐거움의 반이 준비하고 계획하는데 있다지만, 보통 규모도 아니고 '세계'를 상대로 하는 여행에는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다. 이 나라에서 이렇게 이동을 할까? 여기서는 이곳을 먼저 들려야 하나? 경비, 일정, 치안정도 등 루트를 짤 때 생각할 요소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럴 때 참고로 할 만한 루트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심지어 이런 생각도 든다. 루트 짜기 힘들면 여기 있는 샘플데로만 움직여도 되겠지!?

 

매력 포인트 네번째, '여자를 위한 혼자서도 좋은 여행지' 목록 리스트이다. 어떤 곳을 가든, 언제 가든 여자 혼자(남자라고 항상 안전한건 아니지만) 여행을 간다는건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여자 혼자 여행을 계획할 때는 꼭 '부모님 설득하기' 단계가 더 추가되지 않는가! 또, 혼자 해외여행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느 곳에 갈 때 첫 질문이 '거기 안전할까?'가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 부분은 더 가치있다. 책에서 언급했다고 해서 그 곳에 당도하자 마자 무장해제, 대한민국 모드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자 혼자 가더라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왔다는 생각만으로도 크게 위안이 될듯 하다. 세계일주를 가지 않더라도 여행을 계획할 때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목록 리스트!

 

이 밖에도 주제별 - 풍경, 세계축제, 유산, 액티비티 등 -  다이나믹한 테마에 맞춰 세계를 솎아낸 이 책 구성은 '여행'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매력적이다. 또, 경험자들의 글과 각 장에 담겨있는 각국의 절경들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아니,,, 읽고 난 후에도 '떠나고 싶다' 후유증에 시달리게 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기에는 약간 위험한(?) 책일 수 있다. 떠날 생각이 없던 사람들에겐 떠나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심어줄 테고, 떠날 준비가 된 사람들은 지금 당장 떠나게 만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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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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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벼랑으로 몰린 나는 한 동안 책을 끊었었다. 자의는 아니었으나 울분인지 눈물인지 그 어떤 것으로 가득찬 심신으로 책을 펴 들때, 검은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에 불과했다. 그렇게 약 2개월을 내 사랑 '책'과 떨어져 지냈었다. 그리고 인생의 중대한 결단을 내린 순간, 거짓말 처럼 '책 읽을 수 없어'병을 벗어났다. 그렇게 서서히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시기에 읽게 된, 첫번째 책 <구해줘>.

제목처럼 내 인생을 구해준 책이다.

 

내일 모레 서른, 딱히 이루어놓은 것은 없지만 배우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뉴욕에 온 프랑스 여자, 줄리에트가 있다.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졌지만 아내의 죽음이라는 과거에 메여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남자, 샘이 있다. 줄리에트와 샘은 천둥에 맞아 감전사하는 것 보다 더 힘든, 극한의 확률로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들 곁에는 그레이스, 조디, 루텔리가 있다.

 

이 다섯 사람이 버무려 내는 이야기들이 가벼운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엔 강한 후유증이 남는다. 그 이유는 운명, 사랑, 기욤 뮈소표 문체, 이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그레이스는 미션 수행을 위해 등장한다. 흡사 무협지에서 속세의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과거시대의 능력자가 현세로 오듯, 그레이스는 샘에게 나타난다. 그레이스는 믿을 수 없는 말들을 한다. 정해진 미래, 과거의 어긋남, 자신의 존재 이유,,, 그레이스와 샘의 대화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말은 '그건 제가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예요'이다. 즉, '운명'을 논한다. 케이블카에 타야 할 운명, 몇 시에 죽어야 할 운명, 만났어야 할 운명,,, '구해줘'를 연발하게 만드는 삶 속에서 그레이스를 세상에 던진 운명처럼 각자의 운명이 정해져 있을까? 그 운명의 지도대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거라면, 이렇게 아등바등 할 필요도 없을텐데!   

 

그리고 내용의 중심 축을 이루는 샘과 줄리에트의 사랑. 너무 소설스럽고 영화스러워서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하이틴 소설에서 느껴지는 환상을 가득 심어줘서 더 애착이 간다. 임신을 말해야 하는 순간, 아기를 갖자는 가정적인 남자의 멘트와 사력을 다하지만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침잠할 때쯤, 기적처럼 나타나는 그녀의 실루엣. 바로 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기욤 뮈소의 '세련된 영상기법'의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욤 뮈소의 표현은 참 숨 고르기 편하게 한다. 경직된 긴장을 만들지 않고 인위적인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 어쩜 이리도 잘 연결 시키셨습니까를 연발 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영화 같다. 또, 그가 이야기 별로 묶어놓은 명언들은 각 장의 흐름과 같이하며 가슴에 아로 새겨진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한 구절 '대기 속에는 천사들이 뿌려놓은 빛이 있을 뿐이다.'.

 

몽환적인 표지, 경제학자 출신인 작가, 발음하기 힘든 저자 이름! 처음에는 참으로 의아한 요소였다. 하지만 완독 후, 기욤 뮈소의 다른 장편소설 시리즈를 찾고 있는 나를 보니 감성 충만 코드로 습한 늦여름을 보내야 할 듯 하다. 그리고 이 책,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는 샘과 줄리에트처럼 몹시 우연스럽지만 절절한 사랑에 빠지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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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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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 양. 우리가 사랑을 했어. 그런데 헤어져. 그래도 사랑은 우리의 영혼 어딘가에 나지 않아? 추억이나 미련이나 복수심이나 뭐 그런 다양한 감정들로 말이야..."

 

 그렇다. 사랑이란 것은 삶이라는 시간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우리에게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 너무 끈질겨서 백기 들고 패배를 인정하고 싶을 때도 있다. 우리 주인공 옥택선 양 -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살아있는 생명체 - 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G-10 변종 바이러스에 감여된 환자의 모습은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친다.

1단계, 첫 눈에 빠진다. soul mate는 이렇게 만나지는 걸까. 그 사람을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행복한 마음에 인생이 너무 살맛난다.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다. 2단계, 마법의 시간에 빠진다. 사랑이 만들어 준 마음의 공간이 무의식이 숨겨두었던 기억들을 둘러보라고 하는 걸까. 목에 걸린 생선 가시 마냥 너무 자그맣게 지속적으로 괴롭혀서 잊고 싶었던 기억, 혹은 그 기억만 있다면 그나마 살맛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는데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힘들어서 잊고 있었던 기억,,, 그 어떤 경우의 수로도 대표값을 뽑아 낼 수 없는 사람들 개인의 다양한 기억들을 끄집어 낸다. 3단계, 사랑에 익숙해진다. 연인들이 100일을 전후로 해서 열정의 감정이 사그라들듯 기름을 부으면 불이라도 낼 듯한 뜨거운 모습들이 점차 푸른빛의 안정감 있는 사랑으로 변해가고 유지해 간다.

 

옥양은 소개팅으로 만난 남수필과 그가 입에 대었다가 뱉어낸 토란국으로 직업하나 변변치 않고 남자 하나 없는 그냥 그저 그런 여자에서 변종 바이러스의 다단계 반응과정을 거쳐  '바이러스 가이드'라는 직업과 '이균'이라는 남자를 가진 행복한 여성으로 바뀐다.

 

난 여기서 토란국에 주목했다. 옥양 입장에서는 더럽게 재수없는 자신의 삶을 한층 돋보이게 할 음식에 불과한 토란국. 그러나 이 토란국이 왜 하필 그 때 뜨거웠을까? 남수필은 뜨거워도 삼킬 수 있지 않았을까? 왜 뱉었을까? 옥양은 왜 하필 그 날 토란국을 내 놓았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에 쌓이는 것도 이 토란국 같다. 왜 하필 내가, 왜 하필 그 사람한테,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왜, 왜,왜,,, 물음표 백만개로도 일사분란하게 감정정리가 안되는게 바로 이 사랑이다. 이성과 두뇌와 몸을 가지런히 하고 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진배치 해도 사랑한테는 패배하기 십상이다. 좋든 싫든 안고 가야 한다. 결국 '나'란 존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마냥 '사랑'에 감염되어 살아간다. 바이러스가 면역체계와 대적하여 패배해서 이성을 곧추 세우기 전까지.

 

책을 읽는 내내 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복했다. 저자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꿈, 사랑, 낭만같은 말들과 연결짓고 싶었는데 '아픔'으로 표현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난 아프기보단 기쁘고 행복했다. 마치 중학교 때 교생 선생님을 좋아하던 소녀처럼, 혹은 20살때 처음 사귄 오빠를 바라보는 마음처럼 내내 설레였다. 그래서 감정과 병원균을 일체화 시킨 저자의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

 

서평이 참 두서가 없다. 사랑에 빠진 사람 일기처럼,,,

그래도 참 행복하다. G-10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것 처럼,,,

극한 상황을 위트로 결정짓는 작가의 언변과 OTS바이러스에 걸린 옥양과 이균을 살펴보자. 

퍽퍽한 사막 모레 같던 마음에 바이러스가 침투할 것이다. 더불어 회사에서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부조리한 현실을 이겨내라는 직장 상사들에게 내뱉을 멋진 공격구 얻어간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부모님을 가진 관계로 관리비에 벌벌 떨며 장롱만 한 원룸을 전전하는, 국민연금 내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내고, 어쩌다 눈이 맞아 연애를 해도 똑같이 앞날이 심난한 애들만 걸리는, 그리하여 먼 훗날 독거노인이 될 확률이 아주 높은, 아직 젊기는 해도 드디어 자신의 재능이 그저 그렇다는 뼈아픈 진실을 깨닫는, 그리하여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거지 같은 어른들 중 하나가 될 거란 깊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이 시대의 젊은 애들 운동장에 모아 놓을 테니까. 그 앞에서도 패기니 자신감이니 어쩌고 고놈의 주둥아리 나불대실 수 있나요? 아주 시원하게 맞아 죽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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