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옥 양. 우리가 사랑을 했어. 그런데 헤어져. 그래도 사랑은 우리의 영혼 어딘가에 나지 않아? 추억이나 미련이나 복수심이나 뭐 그런 다양한 감정들로 말이야..."

 

 그렇다. 사랑이란 것은 삶이라는 시간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우리에게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 너무 끈질겨서 백기 들고 패배를 인정하고 싶을 때도 있다. 우리 주인공 옥택선 양 -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살아있는 생명체 - 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G-10 변종 바이러스에 감여된 환자의 모습은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친다.

1단계, 첫 눈에 빠진다. soul mate는 이렇게 만나지는 걸까. 그 사람을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행복한 마음에 인생이 너무 살맛난다.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다. 2단계, 마법의 시간에 빠진다. 사랑이 만들어 준 마음의 공간이 무의식이 숨겨두었던 기억들을 둘러보라고 하는 걸까. 목에 걸린 생선 가시 마냥 너무 자그맣게 지속적으로 괴롭혀서 잊고 싶었던 기억, 혹은 그 기억만 있다면 그나마 살맛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는데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힘들어서 잊고 있었던 기억,,, 그 어떤 경우의 수로도 대표값을 뽑아 낼 수 없는 사람들 개인의 다양한 기억들을 끄집어 낸다. 3단계, 사랑에 익숙해진다. 연인들이 100일을 전후로 해서 열정의 감정이 사그라들듯 기름을 부으면 불이라도 낼 듯한 뜨거운 모습들이 점차 푸른빛의 안정감 있는 사랑으로 변해가고 유지해 간다.

 

옥양은 소개팅으로 만난 남수필과 그가 입에 대었다가 뱉어낸 토란국으로 직업하나 변변치 않고 남자 하나 없는 그냥 그저 그런 여자에서 변종 바이러스의 다단계 반응과정을 거쳐  '바이러스 가이드'라는 직업과 '이균'이라는 남자를 가진 행복한 여성으로 바뀐다.

 

난 여기서 토란국에 주목했다. 옥양 입장에서는 더럽게 재수없는 자신의 삶을 한층 돋보이게 할 음식에 불과한 토란국. 그러나 이 토란국이 왜 하필 그 때 뜨거웠을까? 남수필은 뜨거워도 삼킬 수 있지 않았을까? 왜 뱉었을까? 옥양은 왜 하필 그 날 토란국을 내 놓았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에 쌓이는 것도 이 토란국 같다. 왜 하필 내가, 왜 하필 그 사람한테,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왜, 왜,왜,,, 물음표 백만개로도 일사분란하게 감정정리가 안되는게 바로 이 사랑이다. 이성과 두뇌와 몸을 가지런히 하고 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진배치 해도 사랑한테는 패배하기 십상이다. 좋든 싫든 안고 가야 한다. 결국 '나'란 존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마냥 '사랑'에 감염되어 살아간다. 바이러스가 면역체계와 대적하여 패배해서 이성을 곧추 세우기 전까지.

 

책을 읽는 내내 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복했다. 저자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꿈, 사랑, 낭만같은 말들과 연결짓고 싶었는데 '아픔'으로 표현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난 아프기보단 기쁘고 행복했다. 마치 중학교 때 교생 선생님을 좋아하던 소녀처럼, 혹은 20살때 처음 사귄 오빠를 바라보는 마음처럼 내내 설레였다. 그래서 감정과 병원균을 일체화 시킨 저자의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

 

서평이 참 두서가 없다. 사랑에 빠진 사람 일기처럼,,,

그래도 참 행복하다. G-10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것 처럼,,,

극한 상황을 위트로 결정짓는 작가의 언변과 OTS바이러스에 걸린 옥양과 이균을 살펴보자. 

퍽퍽한 사막 모레 같던 마음에 바이러스가 침투할 것이다. 더불어 회사에서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부조리한 현실을 이겨내라는 직장 상사들에게 내뱉을 멋진 공격구 얻어간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부모님을 가진 관계로 관리비에 벌벌 떨며 장롱만 한 원룸을 전전하는, 국민연금 내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내고, 어쩌다 눈이 맞아 연애를 해도 똑같이 앞날이 심난한 애들만 걸리는, 그리하여 먼 훗날 독거노인이 될 확률이 아주 높은, 아직 젊기는 해도 드디어 자신의 재능이 그저 그렇다는 뼈아픈 진실을 깨닫는, 그리하여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거지 같은 어른들 중 하나가 될 거란 깊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이 시대의 젊은 애들 운동장에 모아 놓을 테니까. 그 앞에서도 패기니 자신감이니 어쩌고 고놈의 주둥아리 나불대실 수 있나요? 아주 시원하게 맞아 죽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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