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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의 기술
하타무라 요타로 지음, 황소연 옮김 / 가디언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혹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머릿 속에 각인되는지 생각해 본적 있는가? 문어발식 관심 분야를 자랑하는 본인은 모든 지식들을 서랍장 정리하듯 머릿 속에 깔끔하게 구획화 하는 방법에 항상 목말랐다. 엔지니어로서 필요한 기술 분야는 좌측 1번방, 작가로서 필요한 필력에 관한 것은 좌측 2번방, 책 정보에 관한 것은 중앙 5번방, 영어와 관련된 것은 우측 7번방,,, 이런 식으로 필요한 것들만 딱딱 모아두고 싶은 욕구를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안다는 것의 기술>을 통해 얻은 이런 목마름의 원인은 결국 '제대로 된 앎'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타무라 요타로는 '효과적인 앎'에 집중한다. 학교를 통해 똑같은 지식을 전달 받아도 사람마다 이해의 폭이 다르다. 저자는 이를 '템플릿'의 차이로 설명한다. 즉, 우리가 하나의 정보를 이해하는 데는 정보의 '요소'와 '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요소와 구성을 하나의 모양으로 인식시키는 것은 지식의 모양체인 '템플릿'의 작용이다. 그렇다면 이 템플릿은 어떻게 생성될까?
첫째, 기존에 만들어 놓은 여러 개의 템플릿을 뒤져 같은 것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단, 요소와 구성이 일치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2+3=?'라는 식을 보자마자 머릿 속에서는 '+'라는 연산자가 앞, 뒤의 숫자를 합한다는 템플릿이 작동한다. 그래서 '5'라는 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예시는 무척 심플하지만 우리가 삶 속에서 접하는 지식의 복잡도를 생각하면 이처럼 일사천리로 답변을 하기까지 많은 템플릿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만들어 놓은 템플릿이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 의문점이 저자의 '효과적인 앎'의 정수이다.
둘째, 새로운 템플릿의 생성이다. 이 생성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일명 '귀납법'이라 일컫는 것으로 비슷한 경험을 직접 도전하여 몸으로 알아내는 방법과 기존의 '구조'와 '요소'를 조합해 추측 가능한 템플릿을 생성시켜 놓고 대입해가며 다듬어 가는 과정이다. 결국 '3現(現地, 現物, 現人)'이 공식이 도출된다. 이는 '현장에 발을 내딛고, 거기에서 현물을 직접 관찰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라.(174p)'로서 직접경험의 중요성을 피력한 것이다. 단, 어떤 일을 하는 행위 자체가 뇌 속에 '템플릿'을 만들어 주지는 않으므로 하나의 동작도 '농밀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고 과정이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템플릿 생성 외에 이 책에서 꼭 집중해서 이해할 부분이 있다. 바로 저자의 '메모기술'과 '정보 저장 기술'이다. 새로운 사고 템플릿을 형성하기 위해 주입된 정보를 올바른 요소와 구성으로 이해하려면 요약과 저장의 기술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체득한 이 '특별한 기술'은 [견학(메모없이, 써머리 없이, just listening)-> 견학 후 3~4일이 지난 후, A4 7~8장 분량으로 구술 -> 초고 작성 -> 초고에 색칠하기 -> 완성본 도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한 메모'한다는 본인에게 유독 눈에 띈 부분이 있다. 바로 '견학 후 3~4일'!!학원이나 학교에서 어떤 내용을 익힌 후에 우리가 항상 듣는 내용은 '즉시' 복습이다. 이는 바로 되새김질 하지 않을 경우 해당 내용은 휘발되어 날아간다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내용을 익힌 즉시 떠오르는 생각은 불순물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므로 핵심에 접근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수업과 복습의 간격과 기억의 양이 반비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위 논리의 설득력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외에도 저자는 다이어리 작성법도 소상히 알려준다. 프랭클린 플래너 등을 통해 하루를 밀도있게 쓰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정보는 정말 엑기스라 하겠다. 단, 저자의 '3現'처럼, 무엇이든 자신의 사고에 맞춰 적용해야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붓다 브레인>을 읽으며 지식을 습득하는 뇌와 생각을 만들어내는 뇌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안다는 것의 기술>을 통해 습득한 내용과 창조하는 능력을 연결지어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우리는 '진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 어쩌면 클릭과 검색으로 뭐든 알아낼 수 있는 이 시대에 '지식'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지식 정보 사회'가 아닌 '창조 경영 사회'가 도래했다. 창조와 창의는 제대로 알고 익혀야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뭘 갖고 있어야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