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
마르탱 파주 지음, 이승재 옮김, 정택영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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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라는 사람은 허무주의에 빠져 시니컬한 사고방식으로 생활하는 우울증 환자 같았다. 거기다가 술고래에 지나친 골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잠을 자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잠을 멀리했다. 어디 그뿐이랴,,,,,,. 세상에 믿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한줄기 희망의 빛도 바라지 않았으며, 사랑, 우정, 안정이라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었다.'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작가 마르탱 파주의 생각은 위와 같았다. 그에게 시간은 '찬란한 햇살과 이별할 길을 찾아 떠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삶이란 '어둡고 음울해 흡사 몸 위로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소름끼치는 시간들'이었다.

 

완벽의 하루가 시작된다. 맨 정신으로 볼 수 없는 뉴스를 위해 알람보다 2분 일찍 일어나 아스피린을 물에 타 먹고 권총을 입 속에 쑤셔넣는다. 붉은 색 피는 흰 벽지와 묘한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만든다. 병원에 간다. 계속되는 매스꺼움이 몸 속 상어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다. 어느 쪽 나의 아가미를 통해 들어갔을까 궁금해진다. 출근을 한다. 파브르처럼 곤충 연구를 시작한다. 가장 아름다운 곤충은 가장 좋고, 흥겹고, 지속적인 감정이다. 그리고 가장 흉한 곤충은 비열하고 못된 감정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동료들은 각자의 애완동물을 산책시킨다. 직원들의 애완동물은 다름 아닌 억압, 궤양, 경쟁, 두려움, 식은땀, 야망, 복통 따위의 짐승 들이다. 애완동물의 주인들은 녀석들을 줄로 잘 묶어서 마음대로 부리고 있다. 음악 폭탄 던지기 테러를 감행한다. 대사관 뒤, 병원 화단, 학교 앞 스피커를 숨겨놓고 동시다발적으로 음악 테러를 한다. 집으로 돌아온다. 친구는 없다. 한 때는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거리감, 거짓말로 인한 상처, 성인이라 착각하며 갖게 되는 서로 다른 성향, 이기주의적인 태도, 비열하고 무기력한 생활, 자존심 세우기, 매사에 심각하게 대하는 태도, 소리 없이 주고받는 상처, 미소와 무관심으로 치장한 채 행하는 공격 등 우리 마음 속에 숨어 있는 온갖 종류의 벌레들 때문에 이제 주변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단 한 명도 없다.엘리베이터에서 일주일 간의 휴가를 보낸다. 상어가 아가미를 통해 탈출한다. 마르모토의 어깨에 올라타 악기를 들고 연주를 시작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르탱의 하루는 지나간다. 쓰디쓴 절망 속에서 광기에 가까운 아이디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 찬 이야기들을 얻어내었다는 그의 말처럼 시간 적 진보 속에 이루어진 '나'의 모습은 구덩이 속을 엄마 품으로 느끼는 애벌레같다.

 

책을 읽는 내내 죽음을 부르는 음악으로 유명했던 영화 가 오버랩 되었다. 불길함을 담담하게 말하는 기막힌 분위기와 처절한 비극을 예상하면서도 눈과 귀를 열어 놓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작품. 마르탱 파주의 자전적 소설, <완벽한 하루>는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반전도 있다. 마르탱 파주가 온갖 비관적 상상을 하면서 웃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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