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거짓 기억 증후군 이제이북스 아이콘북스 22
필 멀런 지음, 김숙진 옮김 / 이제이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8년 연애사를 뒤엎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듣던 중 문득 떠올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정신적 외상이라는 근원을 찾아낸 정신분석학자의 이야기와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 생리적 피해는 차원이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기억의 힘과 프로이트의 분석력에 감탄했던 책 [프로이트와 거짓 기억 증후군].

 

거짓말도 자꾸 하다보면 머리 속에 '사실'로 각인이 된다라는 말 들어봤는가? 이는 정신 치료나 상담을 받던 사람들이 실제로 겪지 않았던 경험들을 '기억'해 내게 되는 현상으로 1990년대 초반 학계에 새로 보고된 'False Memory Syndrome(거짓 기억 증후군)'이라고 한다. 설마 거짓말이 기억을 만들까 싶은가? 미국에서는 이 질환으로 인해 아버지가 성추행을 했다고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혹시 예전의 알 수 없는 나쁜 기억에 의해 현재의 기분이 결정됐다는 생각 해본 적 있는가? 프로이트는 이에 대한 200% 확신으로 'talking cure(대화 치료)'를 말했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사람은 기억의 근원으로 올라갈 수 있으며, 대개 어린 시절에 겪은 충격적 경험을 기억해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억을 떠올려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어떤 행위에 대한 적절한 치료로 연결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쁜 기억은 보통 '性'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본문의 히스테릭 연구에는 4가지 - R, P, L, N의 - 사례가 나온다. 어릴 적 성과 관련된 경험과 느낌들은 그들이 성인이 된 후의 행동과 교묘히 연결된 듯 보인다. 하지만 이 프로이트의 의견에는 모순점이 보인다. 첫째, 모든 것을 '성'과 연결시켰다는 점. 둘째, 대화치료를 한다는 명분하에 당사자들에게 일종의 압박을 주어 기억이 아닌 없던 사실을 조작하게 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프로이트는 자신의 꿈과 38세 한 남성의 이야기를 빌어 반박한다.

 

정신분석학에 문외한인 사람으로서 이 책에 소개된 프로이트의 주장은 마치 신세계 같다. 그럴 듯 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그런 이야기. [프로이트와 거짓 기억 증후군]은 '기억'의 근원에 대한 프로이트의 주장과 이를 반박하는 학자들의 논리를 담고 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된 이 책은 우리의 기억을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케 한다. 명백한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에 대해 곁눈질하게 하는 이 책은 정신과 인간을 연구하는 분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듯하고 凡人들에겐 오히려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올 듯 하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실제성의 굳건한 기반은 사라진' 것인지, 누가 속 시원히 밝혀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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