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바를라게의 책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를 보자마자 남편이 떠올랐다.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힐링하고, 주말 아침 아이들에게 물을 주며 시작하고, 매년 봄 어떤 새로운 식물을 키울까 고민하는 그에게 안성맞춤인 책. 독일의 원예학자인 저자는 원예학을 공부한 후,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해왔고, 어릴 때 부터 집의 정원사로부터 식물에 대한 지식과 관리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새롭고 다양한 환경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방법을 살폈다는 저자. 책은 식물에 대한 총 82개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지식을 담고 있다.
확실한 것은 식물 없이 또 엽록소 없이는 ‘땅 위의 생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p.19)
저자는 식물의 특성, 환경, 생장 등 식물에 대한 모든 것을 애정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설명한다. 자연의 순리로 여겨 무심히 받아들였던 사실들에 대한 원리를 하나씩 설명해준다. 예컨데 씨앗은 싹틀 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뿌리는 아래로 뻗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난초 가꾸기는 왜 그렇게 어려울까? 와 같은 것들이다.
식물들에게 말을 건넬 때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식물에게 좋은 작용을 한다. (중략)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식물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이라면 자기가 아끼는 초록 친구들의 다른 모든 요구에도 틀림없이 귀 기울였으리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물도 때맞춰 주고, 안성맞춤인 자리도 찾아주고, 비료도 알맞게 주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말을 걸어주고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 식물에게 말을 걸면 더 잘 자랄까 (p.63)
또 다시 남편 소환. 남편은 집에와 가끔 초록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곤한다. 언제 한번 왜 그렇게 식물에 대고 말을 하느냐 물어봤더니, 그러고나면 괜히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그의 이런 행동은 물을 주고, 분을 갈아주고, 빛을 알맞게 쬐어주는 애정 속에서 만들어진 소소한 습관이겠지. 이게 식물들에게 더할나위없이 좋다니, 사랑이 만들어 낸 ‘화룡점정’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깊이 와닿는다.
진화의 과정에서 하나의 원리가 생존에 도움이 되면 그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다. (p.39)
책을 읽을수록 식물의 경이에 눈 뜨게 된다. 더운 지역에서는 뾰족하게, 선선한 지역에서는 표면적을 넓게 만다는 적응력. 세포속에 가진 묵직한 평행석을 통해 중력을 느끼며 뿌리는 점점 아래로, 물은 점점 위로 켜올리는 생장력. 꽃과 향기로 곤충들을 유인하고 또 혼내주기도 하는 특성까지. 여린 잎으로 빛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널리 뻗은 가지로 물을 빨아들여 자신의 생을 묵묵히 살아내는 식물들은 그 자체가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하는 놀라움이다.
책은 식물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처럼, 예쁜 세밀화와 부드러운 말투로 채워져있다.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 된다. 다만 ‘정원’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니, 주로 아파트 생활을 하며 화분 몇 개에 그쳐야 하는 나와같은 독자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질 수 도 있다. 하지만 ‘엽록소로 성장한다’는 학창시절 배웠던 지식 외에 식물에 대한 A to Z를 알 수 있어 유익하다. 책은 식물에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식물을 키우고픈 마음을 선사해주고, 식물에 관심많은 사람에게는 조금 더 초록 친구들을 잘 깊숙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남편과 같은 사람에게는 계절마다 열어봐야 하는 ‘식물 바이블’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싶었어>는 식물을 사랑하는 남편에게는 인센티브보다 값진 선물이요, 그보다 조금 덜 식물에 관심있는 내게는 좋은 식물 선생님이었다. 다가오는 봄에 어울리는 싱그럽고 산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