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어느 날,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병원 의사인 맷 매카시는 환자 ‘잭슨’을 만난다. 총상을 입은 잭슨의 왼쪽 다리에는 총알의 궤적에 따라 상처가 나 있었다. 상처에 대한 미생물 검사 결과를 본 맷은 ‘보호 장비 없이 이 환자를 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주위에 있던 다른 팀원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친다.잭슨은 콜리스틴을 제외한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신종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콜리스틴은 항생제의 일종으로, 사용한 적도 몇 번 안 되고 너무 독성이 강한 약이라 예후 또한 좋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계기로 슈퍼버그를 치료하기 위한 달바 임상시험에 뛰어들게 된다. 슈퍼버그란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변이된 박테리아를 말한다.
“생명의 보존에 이바지하는 것은 모두 선이며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모두 악이다”(p.52)
책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알렉산더 플레밍의 연구에서 시작한다. 인플루엔자 사망자가 수천만명에 달할 때, 플레밍은 전장에서 곰팡이를 연구하며 페니실린을 발견한다. 하지만 플레밍에게 페니실린은 연구 재료였을 뿐, 인체감염의 치료약이 될 가능성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고 또 한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 밝혀진다. 감염병과 관련한 역사적 안타까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책에서 과거에 행해진인체실험들을 알려준다. 특히 '불량한 한 연구원의 소행이 아닌 국가가 후원한 학대’로 언급되는 터스키기 생체실험이 등장한다. 이것은 정부와 연구자가 협업의 형태로 주민들을 40년간 매독 연구의 데이터로 활용한 실험으로, 주민들은 자신들이 어떤 연구에 대상이 되는지, 왜 치료를 못받는지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 ‘통제된 집단 학살 프로그램’이라고도 불리는 이 실험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체실험의 역사는 불안하기도 하고 불유쾌하기도 하지만, 오늘날 임상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려주는 동시에 내 달바 임상시험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설명해줄 것이다. (p.45)”라고.
책은 맷과 그의 동료들이 함께한 달바 임상시험 과정들을 다룬다. 우선 임상시험 계획서를 작성한다. “서두르거나 부주의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임상시험의 긴박함을 설명해야(p.77)”하는 IRB(현대적 연구윤리위원회)의 장벽에 부딪히기를 몇 번, 저자는 결국 그 단계를 뛰어넘고 임상시험 지원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희소 감염병을 앓고 있는 소녀, 911테러 현장을 지켰던 소방관,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여성 등 다양한 환자들을 만난다. 이후 저자는 임상시험의 장애물들을 뛰어넘으며 달바 최초 투여자를 만나고 보란 듯이 항생제 개발을 성공해낸다. 성공은 “잭슨의 주요 장기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독특한 특성을 보이는 그의 감염을 안전하게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자 “연구는 비싸지만 항생제가 대도시 병원에 도입될 수 있고, (투약 횟수를 줄임으로써)돈을 절약할 수 있음(p.377)”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