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책 -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
이동학 지음 / 오도스(odos) / 2020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생활 속 실천 운동입니다. 실천할 당시에는 식재료를 살때, 마트에 가면 플라스틱에 든 제품을 사야하니 '물품'만 살 수 있는 전통시장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모든 물품을 집에서 가져 간 에코백에 담아왔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사야할 것이 적다면 문제없지만, 구매 물품이 많다면 에코백 수십개에 식재료를 담을 통 몇 개를 챙겨가야 했죠. 방울토마토 담을 통, 가지 담을 통, 온갖 통을 미리 챙겨가야 합니다. 깜빡하고 대형 통을 챙겨가지 못하면, 생물 생선 구매는 엄두도 내지 못했죠. 이사를 오면서 마트에서만 장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자연스레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제게서 멀어졌습니다.

이쯤되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것인가.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한 것인가. (p.32)

저자 이동학은 2년간 오대양 육대주 61개국 157개 도시를 누비며 여행합니다. 지구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떠난 그 여행에서 저자는 ‘환경문제’를 깨닫습니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로 불리고, 각국 도시에서 편리하게 쓰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개발도상국 해안가로 모여드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 저자가 <쓰레기책>을 적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에 나선다면 우리 문명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생각하면서요.

책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설명합니다. 먼저 필리핀의 바세코 마을입니다. 어릴 때부터 흙이 아닌 쓰레기더미에서 논다는 이 지역 아이들은 플라스틱이나 유리병 등 재활용 자원에 대한 의식이 높다고 합니다. 재활용 재료를 모아내는 것이 수입원이기 때문이죠. 몽골 울란바토르도 있습니다. 과거 소련에서 50만 명 정도의 도시민이 거주할 것을 예상하고 만든 이 도시에는 현재 180만명이 거주한다고 합니다. 비싼 임대료와 집값을 피해 주민들은 산 등성이에 ‘게르’를 지어 살고 생석탄과 타이어를 태워 겨울을 납니다. 울란바토르는 타이어에서 만들어진 오염물질로 가득합니다. 호치민도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쓰레기 매립률을 2050년까지 2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만 소각장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게다가 정부 여건상 소각장 건립은 요원하고요.

이런 답답한 상황에 대해 저자는 반드시 원인을 분석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만든, “의도는 없었지만 그런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p.124)” 즉 미필적 고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도시화, 세계화, 자본주의라는 맥락을 지적합니다. 저자는 쓰레기와 도시와의 연결고리를 ‘배달체계’에서 찾습니다. 배달경제는 상품을 포장한 상태로의 배달을 의미하고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을 사용해 쓰레기를 만드는 구조라는 겁니다. 즉, 배달체계는 곧 ’24시간 쓰레기 생산체계’라는 겁니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는 고용도, 월급도, 소득도 발생시키지만, 그 연쇄작용으로 다시 소비를 촉발하는 구조입니다. 중요한 건 자본주의는 앞으로만 질주할 뿐 이후의 남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거죠. 저자는 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세탁기 수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합니다. 100명이 사는 마을에 130대의 세탁기가 생산되었고, 30대의 재고품은 쓰레기가 되어버렸다는 것을요.

“이 세계가 중대한 환경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인들 중 다수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현실을 부정하거나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부인하고 있다. (중략) 필요한 것은 오직 정치적 의지이다.” - 스티븐 호킹 <호킹의 빅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인용 (p.220)

이러한 끔찍한 쓰레기 현실 앞에 저자는‘개입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위험징후들을 눈감지 말고, 대응 시점을 놓치지 말자고요. 사실 이미 전 세계 국가는 지구가 쓰레기 포화상태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실행하자고 말합니다. ‘오션클립업’과 같은 국제적 프로젝트여야 할까요? 저자는 덴마크에서 실행되는 기부와 나눔 지역 네트워크, 한국의 ‘당근마켓’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나아가 ‘학교로 가져가 분리수거하기’ 또는 ‘영종도 NO 플라스틱 섬 선언’과 같은 아이디어도 던져봅니다.

쓰레기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봤을까요? 분리수거만 잘해도 환경보호에 일조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책은 쓰레기 문제의 똑부러진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쓰레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 호소합니다. 저도 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공터나 폐건물에 소유가 불분명한 쓰레기더미가 남겨져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보았다면, 이런 쓰레기들을 단숨에 없애는 건 불가능하리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지구촌장 이동학의 <쓰레기책>은 그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제안하는 책입니다. (참, 지구촌장이라는 말은 어머니가 저자 이동학에게 붙여준 직함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쓰레기 처리를 위한 세계적 협업 방안을, 기업은 쓰레기가 될 플라스틱 생산을 줄일 방안을, 개인은 쓰레기를 더 적게 소비할 방안을 한 번쯤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로웨이스트’를 다시 시작해볼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