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무덤 - 바티칸 비밀 연구
존 오닐 지음, 이미경 옮김 / 혜윰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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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신앙의 해’ 폐막 미사에서 뼛조각 9개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성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었다. 이 조각들은 어떻게 등장할 수 있었을까? 책 <어부의 무덤>은 바티칸 성당 지하에서 시작된 75년간의 발굴 과정을 담은 탐사 기록이다. 책에서 ‘사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75년간의 행위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극비리에 진행되었다. 그 결과가 ‘뼛조각 9개’로 나타난 것. 교황 비오 12세와 교황 바오르 6세의 특별 계획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조지 스트레이크, 비오 12세, 마르게리타 과르두치 등이 참여했다.

스트레이크에게는 아주 이상한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방대한 콘로 유전의 일개 주주에 불과하며, 콘로 유전이 자신의 총명이나 가치의 결과가 아닌 신의 선물이라는 특이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p.37)

책은 조지 스트레이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교황 비오 12세는 미국 텍사스의 정유갑부인 그에게 비밀 특사를 보낸다.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에게 사도 프로젝트는 운명이었던 걸까. 그는 자신이 방대한 콘로 유전의 일개 주주에 불과하며, 콘로 유전이 “자신의 총명이나 가치의 결과가 아닌 신의 선물(p.37)”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스트레이크 이후 카스, 페루아, 과르두치 등이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거대한 자본과 인력을 요하는 일이었지만 극비였기에 전동공구도 사용하지 못했다. 그렇게 성당 지하에서 발굴 작업은 시작된다. 책은 75년간 일어난 일을 사실 중심으로 나열한다. 월터 캐럴의 활동, 페투아의 행위, 과르두치의 해석 등. 결정적인 일은 1951년 일어난다. 프로젝트에서 흡사 엑스맨 같았던 페루아가 명문을 자신의 집에 옮겨두지만, 과르두치가 논문에서 이를 발견한 것이다. 초기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문자 전달방식에 따르면 그 명문은 ‘베드로가 여기 있다’로 해석되었다.

미국의 정치활동가인 존 오닐은 머리말에서 ‘내가 휴스턴에 살고, 스트레이크 집안과 친분이 있고, 석유 탐사에 정통하며, 로마와 기독교 고고학에 관심과 조예가 깊고, 평생을 복잡한 국제 문제를 연구하며 보냈다는 뜻밖의 우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75년이 흐른 지금 이것이야말로 전 세계가 귀 기울여 경청해야 할 이야기(p.12)”라고 강조한다.

바티칸 지하 성당에서 남몰래 탐사가 시작되고, 여러 이해관계를 넘어 베드로의 유골이 발견되기까지. 저자는 책을 통해 이것을 말하고자 한다. 탐사 기록인만큼 책은 그 과정에서 시시각각 벌어진 안팎의 사실들을 늘어놓는다. 다만 독자들에게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순서대로 사실을 다룬다기 보아 인물에 대한 설명이 필요 이상으로 많고, 로마, 이탈리아 등의 역사를 함께 다루면서 흡사 세계사 공부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용이 전개될수록 실화가 소설보다 한층 더 기이하고 환상적임을 알게 될 것이다. (p.26)”라며 이 이야기의 위대함을 강조한다. 종교 분야의 문외한이다 보니 저자가 말하는 위대함을 사실 깨닫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기독교 정신과 사상을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자료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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