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 K-방역을 둘러싼 빛과 그림자
안종주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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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가고 친구를 만나는 일상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여름 휴가를 가며 코로나19가 종식된 듯 했지만, 8.15를 집회를 기점으로 우리 삶의 반경은 다시 줄어들었습니다. 코로나19, 과연 2020년만 버텨내면 되는걸까요? 서울대 미생물학을 전공한 후 여러 언론에서 복지전문 기자로 활동한 저자 안종주는, 책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 전쟁> 프롤로그에서 "코로나19를 중심으로 감염병과 맞닥뜨린 인간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p.7)"고 말합니다. 감염병학을 강의하고, 질병과 관련한 글을 쓰는 저자의 입장에서 지금의 사태가 어떻게 보였을까요?


"인간은 두려움을 주는 존재를 만나거나 재앙적 사건 앞에서 내면에 감추어진 모습이 드러나고 그에 따라 온갖 군상이 나타난다. (p.7)"고 저자는 말합니다. 책은 이런 생각을 바탕에 두고 코로나19 발화 시점인 2019년 12월로 돌아갑니다. 중국 우한에서 괴질이 발생하고 해당 지역 의사들은 사스나 메르스 때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사람 간 전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만방에 알립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중의 관심은 '중국 정부의 행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통제 여부, 발설 여부, 그 범위까지. SNS를 타고 쓰러져가는 중국 의료진들의 모습과 감금됐다는 블로거들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중국이 '숨기고 있다는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걸 전 세계가 알아차리고 맙니다.

이후 유람선에 관광객들이 감금되는 등 전 세계적 멈춤 상태가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국금지의 범위, 우한 교민들의 한국 수용 논란 등의 홍역을 치릅니다. 그 때 질병관리본부는 매일 코로나19 상황을 브리핑하고, 확진자들의 동선을 SMS로 안내했습니다. 8.15 두번째 확산 전 "K-방역이 세계의 모범이다."라고 일컬어졌던 우리나라의 힘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책에서는 홍혜걸 의학박사의 진단키드 관련 발언, 감염병 확산에 대한 가짜뉴스, 종교집단으로 인한 확산 등을 다룹니다. 또 책은 마지막에 '코로나가 준 숙제는 인권(p.331)'이라고 말합니다. 신천지 교회,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확산을 언급하며 종교집단과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고 저자는 언급합니다.

책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 전쟁> 제목을 접했을 때, 코로나를 중심으로 한 사람 간, 집단 간의 오해와 불균형, 윤리 문제 등을 기대했습니다. 미드 '워킹데드'에서 좀비와 싸움을 하던 인간들이 파를 나누며 서로를 파괴하는 과정이 있듯이, 미드 <100>에서 지구의 자원을 두고 싸우는 어른과 청소년들의 대치와 같은 상황 말이죠. 그러나 책은 '코로나19'에 대해 연대기적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원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사건들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데이터는 언론의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옵니다. 이런 상황에 안종주 저자의 책은 코로나19 요약집처럼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들을 한눈에 보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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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 오늘 행복해지고 싶은 당신에게
김옥림 지음 / 미래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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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런 책을 읽고 싶습니다. 부담없고 소소하고 평화로운 책. 꼭 무언가 의미를 찾지 않아도 마음에 위안을 주는 책. 그런 마음으로 펼친 책이 김옥림 저자의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입니다. 시, 소설, 에세이, 동화, 동시, 자기개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이번 책에서 '마음 방역'에 집중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코로나 시대를 이겨낼 마음을 키우자 말합니다.


책은 아주 저자의 소소한 것들을 독자와 나눕니다. 풀에서 자라난 들꽃, 독자들이 보낸 메일, 제자가 가져온 들깨로 만들어진 향기로운 저녁 등 입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한 글을 읽으며 '행복은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책은 총 6파트로 구성됩니다.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한 날, 나를 만나는 시간, 향기가 있는 저녁,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라, 멈춤 그 아름다운 미덕 입니다. 120여 편으로 녹아든 저자의 생각을 보고 있으면, 우리 모두의 작은 '일상'이 '이야기'요, '감동'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사람과 관계에서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하고자 하는 열망이 샘 솟습니다.

가끔은 노력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나만 뒤처진 것 같아 조급해집니다. 버겁기도 하고 지치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멈춤'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 삶이 힘들다는 건 당신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미'라고 위로합니다. 코로나, 삶, 관계 등 우리를 구성하는 여러가지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을 '더 잘되기 위한 신호'로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책이 주는 메시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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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 1
이은채 지음 / 스토리닷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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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불만이 가득합니다. 미소는 물론 표정도 사라졌습니다. 'Golden Laugh'라 불리던 쾌활한 웃음이 어느 순간, 숨어버렸어요.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자 무서웠습니다. 걱정도 됐습니다. 내가 변한 걸까? 나를 잃은 걸까?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7년간 요가를 했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원이어서 선택했습니다. 선생님과 합이 잘 맞아, 동네 언니 동생처럼 지내기도 했습니다. 요가 강사를 해보면 어떻겠냐 제의를 받았지만, 꿈많고 당찼던 20대의 제게 요가는 운동이자 취미였습니다. 이후 필라테스, 킥복싱, 권투 등 다양한 운동을 접했고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요가 교습소를 다니지는 않지만 새로운 요가 학원이 생기면 눈이 머뭅니다. 언젠가 다시 가야할 곳처럼 느껴집니다.

'삶은요가' 이은채 대표가 책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를 냈습니다. '삶은요가'는 요가를 중심으로 한 몸과 마음 테라피 교육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제목만으로는 요가자세를 담은 그림과 설명이 빼곡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책에는 요가 뿐 아니라 음식, 몸, 일상 등 이은채 작가를 둘러싼 다양한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상처로 남은 당시의 기억.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수시로 들었(p.11)'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싶었다. (p.12)'고 고백합니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저자는 요가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시기의 불안정했던 마음이 요가를 통해 위로받았다. (p.7)'고 말합니다.


책은 요가를 통한 저자의 회복을 담고 있습니다. 요가를 하며 마음이 열리고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힘들었던 기억과 아토피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끊임없이 요가를 실천하자 '마음 상태'와 '주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는데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낱개의 문장으로 놓여진 저자의 회복 과정을 읽으며 마치 제 마음을 따뜻하고 섬세한 무언가가 톡톡 건드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문장이 진행되면서 한 사람과 그 주변의 공기가 밝아지는 기분. 그걸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에는 이은채 대표의 가족, 여행, 음식,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저자의 가족은 '낯선 곳에서 요가하며 한 달 살기'를 실천합니다. 제주도와 발리에서 살아보며, 쫓기는 여행이 아닌 가족과 자신을 바라보고 보살피는 시간으로 만들어 갑니다. 또 아토피 치료에 관심을 쏟으면서 인공제품을 멀리하는 자연주의 생활도 언급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먹는 것이 곧 내 몸'이라는 생각에 적극 공감합니다. 음식에 깃든 에너지가 곧 나를 이룹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와 상업성에 물든 소비생활에 익숙해져 가공식품을 자꾸만 입 속에 넣고 맙니다. 이밖에 생활을 간소화하는 자세도 보여줍니다. 역시 많은 분들이 지향하는 지점이 아닐까요. '마음 속 공허함이 클수록 소비에 집중한다'는 말이 다시금 와닿습니다.

여러 이야기 중 이은채 작가의 '일'에 대한 태도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요가를 직업으로 갖는 것에 회의가 들었던 때를 회상합니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는데,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초심을 놓쳤다고 말이죠.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는 그런 권태기, 하지만 벗어나는 방법은 제각각 입니다. 저자는 '배우는 것을 즐기는 태도(p.83)'를 가져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진짜 관심있는 것을 공부하다 보니 기분 좋은 느낌이 들고 이것은 곧 즐거움과 만족감으로 연결되는 걸 알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호기심의 대상은 몸과 마음 모두에 있었지만 우선 몸을 여는 게 좀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84-85)'고 고백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는 말, 핑계에 불과한 이 말을 자꾸 내뱉는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아버지의 임종 장면에서 같이 울고, 요가로 신체를 이완할 때 저도 숨을 골랐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멈추고 깊이 들여다볼 때' 느껴지나 봅니다. 천천히. 느리고. 깊이있게. 어쩌면 그간 제가 느낀 불평과 짜증도 이걸 못해 생긴 건 아닐까요. 핸드폰과 컴퓨터와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끊임없이 눈과 머리에 자극을 집어넣기만 바빴던 시간들.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았기에 마음이 무거웠던 건 아니었을까요. 요가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미니멀라이프, 자연주의 등 도움받을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책꽂이 제 눈이 잘 닿는 곳이 이은채 대표의 책<제일 좋아하는 것들, 요가>를 놓아둘 생각입니다. 오늘부터 천천히, 느리고, 깊이있게 나를 바라보는 일을 하고싶어요. 이 초심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 다시금 꺼내 읽을 생각입니다. 이은채 대표님이 운영하신다는 요가 클래스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그리고 또 하나, 저만의 <제일 좋아하는 것들, OO>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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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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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어떤 관계의 사랑도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며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자꾸 떠오른 건 왜 일까. 캐서린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마음,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그것도 모두 사랑일까. 로테의 주변을 멤돌던 베르테르가 결국 "하느님, 제 비참한 꼴을 보고 계시니 이제 끝내 주십시오. (p.170)" 라고 말하는 것도, 역시 사랑인걸까.

단테,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지성인 괴테는 1774년 자신의 첫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출간한다. 1772년 독일의 베츨라에 있는 제국대법원에서 법관시보로 일했던 괴테는 친구의 약혼녀, 샤를로테 부프와 사랑에 빠진다. 당시 자신의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괴테는 단 7주만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소설에는 청년 베르테르가 등장한다. 변호사인 그는 한 상속 사건을 처리하러 시골 마을에 내려온다. 그곳에서 약혼자가 있는 법관의 딸 로테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가 '빌헬름'이라는 자신의 친구에게 로테에 대한 사랑의 열병을 고스란히 담아 보낸 편지 형식을 띈다. 친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편지 형식이지만, 날짜별로 서술되어 있어 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에서는 화자의 다양한 생각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큰 맥락은 '로테에 대한 사랑'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 인간의 어리석음, 사랑에 대한 갈망과 같은 감정들이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런 표현은 화자의 생각을 속속들이 알게하지만 다소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읽혀 독자들의 집중을 방해할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한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고부터 내가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되었는지! 내가... 너는 그런 것에 대한 감각이 있으니 너한테는 고백해도 될 것이다. 나 자신을 얼마나 숭배하게 되었는지! (p.66)"

화자는 온전히 '(자신이 느끼는)사랑'으로 모든 것을 재단한다. 로테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의기양양해 하고,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오자 의기소침해진다. 그리고 결국 로테가 알베르트와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자 마지막 입맞춤을 한 뒤 세상을 등진다. 이런걸 사랑의 위력으로 봐야할까.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한 여자에게 빠져 사리분별을 잃어버리는 사람. 이런 파국 로맨스가 더 이상 효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한 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또, 로테의 태도도 문제로 읽힌다. 로테도 분명 베르테르의 감정을 알아차렸다. 약혼자가 있으면서 다른 남자의 감정을 받고 즐기는 로테는 어떤 마음이었던걸까. 그저 좋은 사람으로 옆에 두고 싶었던 걸까. 사랑을 포함한 감정이 어려운 것은 이렇듯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허밍버드 클래식M'에서 출간된 소설이다. musical의 m을 딴 '허밍버드 클래식 m'은 뮤지컬과 오페라의 원작이 된 소설들을 시리즈로 내놓는다고 한다. 9월에 공연을 시작하는 뮤지컬 <베르테르>를 볼 때 참고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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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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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으면 같이 검어질까 걱정되는, 하지만 유년시절의 어떤 경험과 기억들이 지금의 그를 만든 것 같아 안쓰러웠던, 어머님께는 조금만 더 잘하자 말하고 싶은 사람. 김봉철 작가의 에세이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이하 ‘숨싶사’)>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다.

책 <작은 나의 책>은 김봉철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다. 첫 에세이가 올해 1월 출판이었는데, 반년만에 두 번째 책이라니. 인터넷에서 검색된 작가 김봉철은 책 속의 인물과 다른 듯 했다. 독립출판의 거장이고, 작가들의 작가라 했다. 진짜? 정말?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믿을 수 밖에. 조금의 의심이 남아있었지만, 첫 책과 이번 두 번째 책의 짧은 출간 시기를 보니. 아, 이 사람 진짜 글밥 먹는 사람인가보다 싶다. 한 마디로 부러움?

<작은 나의 책>은 김봉철의 삶과 그의 독립출판을 버무려 다루고 있다. 첫 책이 그의 인생을 어둡고 음울하게 그려냈다면, 이번 책은 ‘출판’과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녹였다. 나는 이 책으로 크게 두 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독립출판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정보다. 사실 나도 독립출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생각만 했다) 책을 한번 내고 싶은데, 어느 출판사가 내 글을 덥썩 물어 ‘책을 냅시다’라고 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회자되기를 독립출판을 할 때는 자본이 3천만원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접었다) 그런데 김봉철 작가는 “자비출판은 (중략) 최소 50부부터 제작 가능하며 100부는 100만원, 200부는 120만원, 300부에 150만 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p.48)”고 말한다. (내가 들었던 3천만원은, 나의 출판을 좌절시키려는 음모였던가!) 이 외에도 작가는 책에서 독립출판의 10가지 단계를 설명한다. 글쓰기에서부터 시작해 판형/폰트/제작비/편집/홍보 등 ‘출판’과 관련한 액션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알려준다. 독립출판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라 하겠다.

두 번째는 '작가 김봉철'에 대한 발견이다. <숨싶사>에서는 그가 ‘방구석’에서 써내려갔던 글이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어 책을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가 작가로서 ‘글’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온오프라인에서 글과 작가를 동일시하며, 글에 대한 생각을 자신에게 투영하는 독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작가는 “글을 읽는 일은 글쓴이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세계를 독자가 받아들이는 일(p.109)”이라며 “읽는 이는 "글을 통해 지은이를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판단하고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p.109)”고 일침을 가한다. 옳다구나! 맞아, 바로 이거지. 나도 업무적으로 글을 쓰는 일을 하는데, 글을 보여주면 피드백의 방향에 꼭 글을 쓴 ‘나’라는 사람에 것으로 끝난다. 피드백은 받아야 겠는데, 글은 안보고 그 안에서 (독자가)나를 읽어내고 분석하려 하는 것같아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내가 반문하고 싶었던 점이 바로 이것이다. 나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게 읽고 그것을 저자의 생각이나 삶으로 단정지어버리는 태도.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위안도 받고 결심도 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마찬가지의 잘못을 저지르지는 말자’라고.

본인의 삶을 영화로 표현하자면 어떤 장르라고 생각하시나요? (p.181)

책의 마지막은 뭐랄까.. 너무 근사하다. 김봉철 작가다운 마무리다. 한 독자가 북토크에서 자신의 삶이 어떤 장르일 것 같냐고 물었단다. 작가는 '스릴러'라 답한다. 나도 해당 질문을 했던 독자처럼 그가 이렇게 답할거라 예상했는데, 웬걸 그의 설명, 너무 근사하다. 그의 대답을 읽으며 떠올린 생각은 이렇다. ‘요즘 사람들은 모두 스릴러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 그것도 하드코어 스릴러. 그걸 얼마나 빨리 드라마로 만드는지가 한 사람의 역량(또는 멘탈, 마음, 정신 등등)관리 아닐까?’라고. 나의 삶은 스릴러와 로맨틱코미디 중간 지점 어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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