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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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어떤 관계의 사랑도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며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자꾸 떠오른 건 왜 일까. 캐서린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마음,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그것도 모두 사랑일까. 로테의 주변을 멤돌던 베르테르가 결국 "하느님, 제 비참한 꼴을 보고 계시니 이제 끝내 주십시오. (p.170)" 라고 말하는 것도, 역시 사랑인걸까.

단테,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지성인 괴테는 1774년 자신의 첫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출간한다. 1772년 독일의 베츨라에 있는 제국대법원에서 법관시보로 일했던 괴테는 친구의 약혼녀, 샤를로테 부프와 사랑에 빠진다. 당시 자신의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괴테는 단 7주만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소설에는 청년 베르테르가 등장한다. 변호사인 그는 한 상속 사건을 처리하러 시골 마을에 내려온다. 그곳에서 약혼자가 있는 법관의 딸 로테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가 '빌헬름'이라는 자신의 친구에게 로테에 대한 사랑의 열병을 고스란히 담아 보낸 편지 형식을 띈다. 친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편지 형식이지만, 날짜별로 서술되어 있어 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에서는 화자의 다양한 생각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큰 맥락은 '로테에 대한 사랑'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 인간의 어리석음, 사랑에 대한 갈망과 같은 감정들이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런 표현은 화자의 생각을 속속들이 알게하지만 다소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읽혀 독자들의 집중을 방해할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한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고부터 내가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되었는지! 내가... 너는 그런 것에 대한 감각이 있으니 너한테는 고백해도 될 것이다. 나 자신을 얼마나 숭배하게 되었는지! (p.66)"

화자는 온전히 '(자신이 느끼는)사랑'으로 모든 것을 재단한다. 로테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의기양양해 하고,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오자 의기소침해진다. 그리고 결국 로테가 알베르트와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자 마지막 입맞춤을 한 뒤 세상을 등진다. 이런걸 사랑의 위력으로 봐야할까.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한 여자에게 빠져 사리분별을 잃어버리는 사람. 이런 파국 로맨스가 더 이상 효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한 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또, 로테의 태도도 문제로 읽힌다. 로테도 분명 베르테르의 감정을 알아차렸다. 약혼자가 있으면서 다른 남자의 감정을 받고 즐기는 로테는 어떤 마음이었던걸까. 그저 좋은 사람으로 옆에 두고 싶었던 걸까. 사랑을 포함한 감정이 어려운 것은 이렇듯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허밍버드 클래식M'에서 출간된 소설이다. musical의 m을 딴 '허밍버드 클래식 m'은 뮤지컬과 오페라의 원작이 된 소설들을 시리즈로 내놓는다고 한다. 9월에 공연을 시작하는 뮤지컬 <베르테르>를 볼 때 참고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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