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 1
이은채 지음 / 스토리닷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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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불만이 가득합니다. 미소는 물론 표정도 사라졌습니다. 'Golden Laugh'라 불리던 쾌활한 웃음이 어느 순간, 숨어버렸어요.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자 무서웠습니다. 걱정도 됐습니다. 내가 변한 걸까? 나를 잃은 걸까?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7년간 요가를 했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원이어서 선택했습니다. 선생님과 합이 잘 맞아, 동네 언니 동생처럼 지내기도 했습니다. 요가 강사를 해보면 어떻겠냐 제의를 받았지만, 꿈많고 당찼던 20대의 제게 요가는 운동이자 취미였습니다. 이후 필라테스, 킥복싱, 권투 등 다양한 운동을 접했고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요가 교습소를 다니지는 않지만 새로운 요가 학원이 생기면 눈이 머뭅니다. 언젠가 다시 가야할 곳처럼 느껴집니다.

'삶은요가' 이은채 대표가 책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를 냈습니다. '삶은요가'는 요가를 중심으로 한 몸과 마음 테라피 교육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제목만으로는 요가자세를 담은 그림과 설명이 빼곡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책에는 요가 뿐 아니라 음식, 몸, 일상 등 이은채 작가를 둘러싼 다양한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상처로 남은 당시의 기억.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수시로 들었(p.11)'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싶었다. (p.12)'고 고백합니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저자는 요가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시기의 불안정했던 마음이 요가를 통해 위로받았다. (p.7)'고 말합니다.


책은 요가를 통한 저자의 회복을 담고 있습니다. 요가를 하며 마음이 열리고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힘들었던 기억과 아토피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끊임없이 요가를 실천하자 '마음 상태'와 '주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는데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낱개의 문장으로 놓여진 저자의 회복 과정을 읽으며 마치 제 마음을 따뜻하고 섬세한 무언가가 톡톡 건드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문장이 진행되면서 한 사람과 그 주변의 공기가 밝아지는 기분. 그걸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에는 이은채 대표의 가족, 여행, 음식,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저자의 가족은 '낯선 곳에서 요가하며 한 달 살기'를 실천합니다. 제주도와 발리에서 살아보며, 쫓기는 여행이 아닌 가족과 자신을 바라보고 보살피는 시간으로 만들어 갑니다. 또 아토피 치료에 관심을 쏟으면서 인공제품을 멀리하는 자연주의 생활도 언급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먹는 것이 곧 내 몸'이라는 생각에 적극 공감합니다. 음식에 깃든 에너지가 곧 나를 이룹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와 상업성에 물든 소비생활에 익숙해져 가공식품을 자꾸만 입 속에 넣고 맙니다. 이밖에 생활을 간소화하는 자세도 보여줍니다. 역시 많은 분들이 지향하는 지점이 아닐까요. '마음 속 공허함이 클수록 소비에 집중한다'는 말이 다시금 와닿습니다.

여러 이야기 중 이은채 작가의 '일'에 대한 태도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요가를 직업으로 갖는 것에 회의가 들었던 때를 회상합니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는데,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초심을 놓쳤다고 말이죠.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는 그런 권태기, 하지만 벗어나는 방법은 제각각 입니다. 저자는 '배우는 것을 즐기는 태도(p.83)'를 가져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진짜 관심있는 것을 공부하다 보니 기분 좋은 느낌이 들고 이것은 곧 즐거움과 만족감으로 연결되는 걸 알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호기심의 대상은 몸과 마음 모두에 있었지만 우선 몸을 여는 게 좀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84-85)'고 고백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는 말, 핑계에 불과한 이 말을 자꾸 내뱉는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아버지의 임종 장면에서 같이 울고, 요가로 신체를 이완할 때 저도 숨을 골랐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멈추고 깊이 들여다볼 때' 느껴지나 봅니다. 천천히. 느리고. 깊이있게. 어쩌면 그간 제가 느낀 불평과 짜증도 이걸 못해 생긴 건 아닐까요. 핸드폰과 컴퓨터와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끊임없이 눈과 머리에 자극을 집어넣기만 바빴던 시간들.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았기에 마음이 무거웠던 건 아니었을까요. 요가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미니멀라이프, 자연주의 등 도움받을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책꽂이 제 눈이 잘 닿는 곳이 이은채 대표의 책<제일 좋아하는 것들, 요가>를 놓아둘 생각입니다. 오늘부터 천천히, 느리고, 깊이있게 나를 바라보는 일을 하고싶어요. 이 초심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 다시금 꺼내 읽을 생각입니다. 이은채 대표님이 운영하신다는 요가 클래스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그리고 또 하나, 저만의 <제일 좋아하는 것들, OO>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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