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 유홍준

 

 내 친구 재운이 마누라 정문순 씨가 낀 여성문화 동인 살류쥬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어이쿠, 했다 나도 앉아서 오줌 눈지 벌써 몇 년, 제발 변기 밖으로 소변 좀 떨구지 말아요 아내의 지청구에, 제기랄 앉아 오줌 싸는 거 습관이 된 지 벌써 수삼 년, 날마다 변기에 걸터앉아서 나는 진화론을 곱씹는다. 이게 퇴화인가 진화인가 퇴행인가 진행인가 언젠가 여자들이 더 많은 모임에 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박서영은 배를 잡고 웃고 강현덕은 그것이야말로 진화라고 웃지도 않고 천연덕스럽게 되받았다 역시 여자는 새침데기들이 더 무섭다 그건 그렇고 강정구 교수 전화번호라도 알아내어서 수다 좀 떨까 난 앉아서 오줌 싸니까 방귀가 잘 꾸어지던데, 낄낄낄 캑캑캑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끼리

 

 

                                                             『상가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황정산

 

 

앉아서 오줌 누눈 남자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도 내가 앉아서 오줌 누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래야 환경과 여성을 모두 생각할 수 있는

완전 소중한 남자가 된단다.

유홍준이라는 잘나가는 이름을 가진 어떤 시인이

진보적이고 문제적인 강정구 교수를 언급하며

자신들의 앉아 쏴!에 사회적 미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그래도 난 못한다.

내 핏속에 들어있는 단 한 방울의 기억 때문에라도

할 수가 없다.

내 고조할아버지의 고조할아버지의 또 그 고조할아버지는

어디 풀숲에 서서 오줌을 갈기다

얼핏 풍기는 여인네의 비릿한 냄새에

제대로 털지도 못하고 쫓아갔을 것이고

돌칼을 든, 그 고조할아버지의 고조할아버지는

짐승과 열매를 찾아 들판을 달리다

당당히 오줌을 지려 표식을 남겼을 것이다

오줌은 유랑의 기록이고 수컷의 운명이다.

라면 봉지에 떨어지는 오줌발 소리에

부르르 몸 떨며 즐거워하고

사람 없는 평일이면 산에 올라

봉우리마다 오줌 줄기를 날리기도 한다.

사랑하는 나의 여자여,

그대의 생활에 포섭되지 못하는 

조금의 나를 남겨주면 안되겠니?

 

 

                                『문학과 의식』 2012 겨울

 

 

 '앉아서 오줌누는 남자'라는 문구를 명함에 넣어다닌다는 공무원이 있다고 한다. 앉아서 오줌 누는 것이 요즈음 예비 신혼부부의 新혼수 라는 신문기사 타이틀을 본 적도 있다. 일본남자의 40%는 앉아서 오줌을 눈다고 한다. 남자들이 서서 오줌 누는 것이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는 줄 몰랐다.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의 모습이 나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 여자가 서서 오줌 누는 것만큼이나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급한 나머지 서서 오줌 누는 것보다 더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앉아서 오줌 누는 시인은 변기위에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앉아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것이 퇴화인지 진화인지, 퇴행인지 진행인지......

 

아직 완소남이 되지 못한 서서 오줌누는 남자는 오줌 누는 행위에 동물성과 남성성을 부여한다. 그에게 앉아서 오줌 누는 행위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것으로 그도 완소남이 되고 있다. 완전 소외된 남자? 마지막 3행에서는 안타까움 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언제부터 남자는 서서, 여자는 앉아서 오줌을 누었을까? 태초부터? 갑자기 궁금해진다. 수다쟁이 헤로도토스는 아이귑토스(이집트)에 관해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기술하면서 아이귑토스의 기후가 특이하고 강이 다른 강과 다르듯이 아이귑토스인들의 풍속도 다른 민족의 그것과 정반대라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귑토스에서는 여자들이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고 남자들은 집안에서 베를 짠다. 베를 짤 때 다른 민족들은 씨실을 위로 쳐 올리는데, 아이귑토스인들은 아래로 쳐 내린다. 짐을 남자들은 머리에 이는데, 여자들은 어깨에 멘다. 오줌은 여자들이 서서 누고, 남자들이 앉아서 눈다. 배변은 집 안에서 하고, 식사는 노상에서 한다.그들의 설명인즉 혐오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은 몰래 해야하고, 혐오스럽지 않은 일은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신들을 위해서든 여신들을 위해서든 사제직은 남자가 맡아 보아양 하고 여자가 맡으면 안 된다. 아들들은 싫으면 부모를 봉야하지 않아도 되지만, 딸들은 싫어도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182쪽 

아이귑토스인들의 다른 풍속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반죽은 발로 이기고, 진흙은 손으로 이기며, 똥도 손으로 수거한다. 그들은 할례를 받는데 그 목적이 청결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아이귑토스인들은 아름다움보다 청결함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할례나 남자가 앉아서 오줌을 누는 행위가 청결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여자들이 서서 오줌누는 것은 청결과 무슨 관계가 있나?

 

아이귑토스인이나 앉아서 오줌누는 남자들이나 모두 청결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극한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명함에 문구를 새기고 돌릴만한 일인가?

남자들이여, 서서 당당하게 오줌 눠라. 그리고 수컷임을 날마다 하루에 몇 번씩 확인하라. 하지만 튄 오줌은 좀 씻어내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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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1-0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진화라기 보다는 적응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적응도 진화의 일종인가요?

오랫만에 글을 보니 반갑네요. 새해 행복한 한해 되세요.^^ 즐거운 책읽기, 시읽기도 하시구요. 아..그리고 건강도 챙기시구요.

반딧불이 2013-01-08 18:56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평안하시지요?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첫글이 오줌이라 좀 그렇지만 그냥 재미있자고 적어봤어요.

책읽기도 시 읽기도 건강하지 못하면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고 더구나 즐기기는 더욱 요원한 일인것 같아요. 건강하고 행복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맥거핀님께도 늘 행복과 건강의 여신이 함께하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