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이옥전집 2 : 그물을 찢어버린 어부 완역 이옥 전집 2
이옥 지음,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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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전집 2, 『그물을 찢어버린 어부』에는 문여, 전, 이언, 희곡과 함께 부록으로 이옥의 친구 김려의 제후 11편이 실려 있다. 카프카의 글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 친구 브로트 때문이었다면 김려는 이옥의 브로트다. 김려는 이옥이 짧았던 성균관 시절 만났던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김려는 당시의 문학동인집이라 할 수 있는 <담정총서>에 이옥의 글 11편을 모아 두었다. 이옥의 글은 그가 죽은 지 2백여 년 동안 한 번도 인쇄된 적이 없었는데 <담정총서>의 글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글들을 모아 이 전집이 묶인 것이다.

이옥은 북학파이자 사검서의 한사람이었던 유득공과는 이종사촌이고 충군의 명을 받고 경상도 삼가로 내려가는 길에 당시 안의현감이었던 박지원과도 만난 적이 있는 듯하다. 박지원이 중국에서 보고 온 벽돌을 재현하여 비난을 받았는데 안의 관아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이옥은 신축한 하풍죽로당을 구경하고 <집에 대한 변>을 지었다. 그러나 박지원과 이옥이 신문체를 유행시킨 인물로 정조에게 지목당한 것은 같지만 빼어난 가문 출신이고 본령을 고문에 두었던 박지원과는 달리 한미한 가문 출신의 이옥은 고문을 배우면 허위에 빠진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으니 각자의 환경이나 추구한 미의식은 판이하게 달랐던 셈이다.

김려가 <담정총서>에 ‘봉성필’이라는 이름으로 이옥의 글을 모으면서 그것의 형식을 ‘문여(文餘)’라 불렀다. ‘문의 정체(正體)는 아니지만 기실 문의 나머지(文餘)이다’라는 것이 김려의 변이다. 이옥은 기이한 이야기를 즐겼던 듯 싶다. <봉성문여> 67편과 잡제(雜題)에 실린 17편은 도둑, 아홉 명의 지아비 무덤을 쓴 과부, 간통의 누명을 쓴 여자의 진술서 등 기이하면서도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는 글들이 많다.

전(傳)의 형식으로는 25편이 실렸는데 충, 효, 열을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과거를 대신 봐주는 사람, 의협심이 강한 창기, 호랑이를 잡은 아낙, 고양이를 탄핵하는 글 등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도 있고 보고들은 기인에 관한 글도 있다.

내가 재미를 느꼈던 글은 이언(俚諺)이다. 이언은 민간에서 쓰는 속된 말 또는 속담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속된 말도 속담도 아니다. 이것은 이옥이 한대의 악부나 송대의 사곡에 빗대어 자신을 글을 낮춰 부른 것 같은데 민중언어를 구사해서 글을 지어야한다는 강경한 이옥의 문학론이다. 글짓기의 어려움에 대해 세 가지를 일난, 이난, 삼난이라 이름 하여 밝히고 그 이론에 따라 직접 글을 지어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뒷받침하는 글은 아조(雅調), 염조(艶調), 탕조(宕調), 비조(悱調) 등의 제목을 붙였는데 사람의 정리(情理)의 상태를 사설시조 같은 형식으로 드러내었다.

전집2권에는 희곡도 한편 실려 있는데 나이 삼십이 가까워오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노총각이 노처녀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당시의 관청에서는 이렇게 나이가 먹어서도 혼자 있는 처녀 총각을 모아 짝을 지어준 모양인데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과 혼례 풍습 등이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 신랑신부가 입은 옷과 음식 주변의 분위기 등이 마치 전통혼례식을 눈으로 보는 듯하다. 특히 빨래방망이로 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며 주워섬기는 사설들이 입담 좋은 판소리 한마당을 듣는 기분이다.

부록으로 실려 있는 김려의 제후들은 책의 앞 혹은 뒤에 붙여 쓴 글들을 모았다. 이 많은 글들이 지칭하는 이옥의 글이 다 전해지는 것은 아니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글쓰기에 전념했기 때문에 이같이 많은 글을 남길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글쓰기를 한 이옥의 글을 읽으면서는 지금의 우리는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세분화 되어 있어 오히려 글쓰기의 장벽이 되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소설가는 소설만을, 시인은 시만을 써야지 그 장르를 넘나들면 오히려 홀대받은 지금의 문화와 비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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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0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권을 읽으면서 희곡이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언 역시
재미있었고요. 반딧불이님 덕분에 이옥이란 사람의 글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글들에서
인상 깊은 구절들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반딧불이 2010-12-04 15:51   좋아요 0 | URL
꾸준히 읽고 계시는군요. 이 책의 리뷰도 좀 올려주시잖구요? 저는 이제 3권을 절반쯤 남겨두었어요.

cyrus 2010-12-0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이 먼저 읽고 리뷰를 쓰고 계신 것도 있고, 저는 반딧불이님이 소개하신
좋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싶습니다. 읽다가 좋은 구절을 따로
노트에 적곤 했었는데, 페이퍼 형식으로 올릴까 생각중입니다.

반딧불이 2010-12-05 23:40   좋아요 0 | URL
네에..아직 이옥의 글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싸이러스님께서 리뷰를 올려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보시게 되지 않을까요.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