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 소설 (최신판)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류대성 외 엮음 / 창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심리와 갈등, 정서와 분위기, 역사적 상황이라는 각각의 주제아래 4편씩을 묶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눈여겨 보아야할 주제들이다. 주제에 맞게 작품이 잘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심리와 갈등’에 실린 4편은 모두 가슴이 뭉클한 이야기들이다. 아이들은 이현주의 <육촌형>을 가장 좋아했는데 그 이유가 폭력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매를 맞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인지 때리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인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정서와 분위기’에 있는 단편들에서는 각 편마다 전라도 강원도 등의 사투리가 등장한다. 전성태의 <소를 줍다>는 농촌을 배경으로 찰진 전라도 방언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이 전라도 사투리가 외국어보다도 더 낯선 모양이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을 영어로 한다. 한 녀석은 7번을 읽었고 마지막에는 소리 내어 읽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좀 이해가 되더라나....... ‘소’하면 생각나는 것이라곤 스테이크 밖에 없다는 아이들이다. 온갖 힌트를 주며 침대위에 신경증 환자를 눕혀놓은 프로이드처럼 추궁을 했더니 간신히 광우병과 촛불 얘기도 나온다.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핸드폰이면 몰라도 소를 어떻게 주워오며 왜 주워 오느냐고 되묻는다. 또 한 녀석은 아들이 소를 주워왔으면 그냥 아무 말 말고 키우면 되지 왜 그걸 되돌려주지 못해 안달이냐고, 도무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단다. 이런 아이들에게 <워낭소리>를 보게 했더니 한 장면도 이해할 수 없었고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며 이런 영화를 보게 한 내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

‘역사적 상황’이라는 주제 하에 묶인 <수난이대>, <학>, <기억 속의 들꽃>은 한국전쟁이 배경이고 함께 묶인 <진구네가 겪었던 그해 여름 이야기>는 70년대 산업화시대의 도시빈민의 이야기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당시의 시대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소설로만 읽기에는 안타까운 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이에겐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전쟁영화가 훨씬 더 현장감 있게 다가가는 모양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더욱 소설 같다는 반응이다.

아이들에게 읽은 작품에 대한 감상문을 쓰게 하면서 작가소개를 곁들이라고 시켰다. 나는 작품 앞에 간단하게 적혀있는 작가소개나, 가지고 있는 책에 실린 연보를 참조하라고 덧붙였었는데 아이들은 모두 네이버 지식인을 이용했다. 작가 윤흥길에 대해서는 지식인 검색에 안 나온다고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고 한다. 사용자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아이들을 통해 네이버 지식인의 폐해를 맛보는 것은 씁쓸했다. 

이 시리즈를 읽힌 일차적인 목표는 시, 소설, 수필 등의 각 장르의 차이를 이해하고 각 장르별 독서의 방법을 나름대로 경험해보게 하는 것이었다. 문학작품을 통해 당대를 이해하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도록 하려던 것은 한참 뒤로 미루어야 할 듯 싶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Teaching is Learning이라는 말이 내게는 거의 진리처럼 느껴진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기성세대라는 것을 절감하면서 이 아이들이  나와 같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이나 통념에 저항하는 청년으로 자라나기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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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4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10-10-25 09:10   좋아요 0 | URL
ㅎㅎ 저 국어교사 아니에요. 그러니 띄어쓰기 맞춤법 이모티콘 남발 하셔도 아무 상관없어요.
외국에서 살다온 제 조카녀석과 같은 조건에 있는 친구녀석이 함께 읽었어요.

2010-10-25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5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10-10-25 09:15   좋아요 0 | URL
선생이 말뜻 그래도 먼저태어났다는 뜻이라면 몰라도 직업은 아니에요. 근데 저와 공부하는 녀석들은 학교 안 가고 그냥 저랑 공부해서 검정고시보겠다는 넘도 있어요~ ㅋㅋ

허전하고 헛헛하셨다는건 그만큼 애정이 많으셨던 게지요..

라로 2010-10-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도 가르치시는 군요!!
화상으로도 가르치신다면 제 아이들도 부탁드리고 싶네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반딧불이 2010-10-25 15:51   좋아요 0 | URL
어 나비님 어디다녀 오신거에요? 근데 이 잘생긴 남정네는 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