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제1권 내경편(B형) 휴머니스트 동의보감 2
허준 엮음, 동의과학연구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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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시대의 인간은 동물과 다를 바 없었다. 인간이 이성에 눈뜨고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농경이 시작되었으니 농경은 인류사를 양분 할 수 있는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정착을 하게 되자 인간은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땅의 만물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해와 달은 움직이면서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땅의 변화하는 모든 것은 하늘의 사라지지 않는 태양과 달의 영향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늘의 해, 달, 별을 관측했고 그것의 결과에 따라 언제 씨를 뿌려야 할지 추수는 언제 해야 하는지 등 땅을 연구했다. 지혜로운 지도자의 역할은 하늘의 뜻을 잘 읽어 백성들을 배부르고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것이 되었다. 해와 달과 별자리에 관한 관측, 즉 우주의 원리를 땅에 살고 있는 인간의 생활에 응용하는 음양오행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탄생되었다. 


하늘을 관측하여 천문도를 그리고 그것을 땅에 적용하여 지리도를 그렸다. 지도자들은 우주의 원리를 농경에 적극 활용하였으며 인간의 몸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의보감』은 인체를 소우주로 보고 음양오행의 원리를 인체에 적용한 의학서이다. 16세기 말 선조의 명을 따라 허준이 중국의 의서를 두루 섭렵하고 ‘정기신’이라는 인체의 기본 구성 요소를 축으로 몸의 안팎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처음 선조의 명령을 받은 허준과 몇몇 사람들은 편찬국을 세우고 모은 책들의 주요줄거리를 간략히 정리하였다. 그러나 정유재란이 일어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일은 중단 되었다. 선조는 다시 자신이 갖고 있던 책 오백 권을 허준에게 내어주며 혼자서라도 정리하라고 명했다. 선조의 뒤를 이어 광해군 즉위 3년째에 허준은 마침내 14년(1597-1610)에 걸쳐 완성한 동의보감 25권을 진상하였다. 광해군은 허준에게 그 공을 치하하고 태복마(나라에서 쓰는 말을 키우던 기관에서 키운 말) 한 필을 상으로 내렸다고 한다. 당시의 말 한 필 값이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임금이 내린 상을 팔아 살림에 보탤 수는 없었을 것이고 허준은 이 말을 어떻게 사용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왕진 갈 때 타고 다녔을까? 어쨌거나 이렇게 탄생한 『동의보감』은 조선에서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발간되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이 특별한 것은 병을 중심에 두지 않고 인간의 몸에 중심을 둔 것이다. 당시 중국의 의서나 현대의학이 병증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가장 일반적인 법칙을 동등하게 적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다. 병 자체가 아니라 병든 사람의 몸에 초점을 둔 것이다. 또 의사는 환자의 병세를 진단하고 단순히 처방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도인에 가까운 존재였다. 선조가 내린 의서 오백 권말고도 무수한 책을 참조했지만 『동의보감』은 그것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취했다. 책의 앞부분에는 원전을 밝힌 역대의방 70여권의 목록이 실려 있다. 또 백성들 누구나가 자신의 몸을 돌볼 수 있도록 처방을 조선의 현실에 맞게 간소화하고 약재의 이름도 조선 땅에서 나는 것으로 바꾸어두었다. 약재의 이름을 바꾸어두긴 했지만 지금의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이름들도 많다. 

『동의보감』은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Ⅰ, 잡병편Ⅱ, 탕액편과 침구편으로 나누어져있다. 내가 본 것은 내경편으로 오늘날의 인체해부도와 비슷한 신형장부도가 맨 앞에 그려져 있다. 팔다리가 없는 인체의 측면도로 내부 장기의 위치가 모두 그려져 있다. 해부학을 근대임상의학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던 내게는 놀라운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각 기관들의 생김새와 기관사이의 유기적 관계는 각 장기를 다룰 때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내경편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것이 남성 위주로 기술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남존여비사상이 여기에도 적용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부인병과 소아병은 잡병편에서 따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내경편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것은 정기신을 기준으로 오장육부와 대소변, 충으로 표현되어 있는 기생충 등이다. 인간의 목소리나 땀, 침, 혈, 꿈까지 다루고 있다. 설사의 형태와 색등을 살펴 20여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처방을 달리한것도 놀랍지만 기생충 또한 제거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몸의 일부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꼼꼼하게 살펴도 알똥말똥 한데 대충대충 건너뛰면서 보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보냐 마는 『동의보감』은 내게 의학서가 아니라 내 몸을 들여다보는 종이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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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금, 보험, 저축을 능가하는 노후대비'책'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2-10-24 18:02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강용혁,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12쪽 예전에 손발이 너무..
 
 
비로그인 2010-07-2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리뷰 덕분에 관심이 생겨 책을 보니 윽.. 한문이예요.. 반딧불이님. ㅠㅠ~~ 옆에 한글이 번역되어있는 것인듯 보이긴 하는데요..

반딧불이 2010-07-26 10:05   좋아요 0 | URL
하이고 설마 제가 한문으로 읽었을라구요. 옆에 친절하게 번역이 되어있답니다. 그런데 아마 책을 구하실 수가 없으실거에요.

라로 2010-07-27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동의보감 간략하게 나온건 읽어 봤지만,,,존경스러워요.

도사님 저도 사주 봐주세요!!!요즘 엄청 힘들어 하고 있다는,,,ㅠㅠ

반딧불이 2010-07-27 01:52   좋아요 0 | URL
나비님은 말이에요..너무 행복해서 행복의 맛을 모를까봐~ 또는 행복의 맛을 더 즐기시라고 가끔 힘드신거에욧!!

라로 2010-07-27 11:37   좋아요 0 | URL
메렁~~3=3=3==333

반딧불이 2010-07-27 12:44   좋아요 0 | URL
지금 제말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라 대놓고 인정하고 싶지 않으신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