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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십야 ㅣ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하늘연못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나쓰메 소세키는 1900년 문부성 국비유학생 1호로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당시의 일본은 청일전쟁으로 인한 배상금을 받고 국비 유학생을 대폭 늘리게 되는데 이 혜택을 소세키가 누리게 된 것이다. 연간 1800엔의 유학비와 300엔의 휴직수당이 주어졌다고 하는데 이 돈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녔는지 환산하기가 나로서는 쉽지 않다. 소세키는 생활비를 아껴 책을 사 모으고, 빈민가의 허름한 하숙집에서 생활하는 등 그의 말대로라면 거의 부랑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런던 소식』은 소세키가 그의 친구이자 문우인 마사오카 시키에게 써 보낸 편지이다. 그는 1900년 9월 8일 요코하마 항을 출발해 10월 28일 런던의 빅토리아 역에 도착한다. 친구에게 소식도 전할 겸 당시 일본의 잡지 호토토기스에서 일기체 형식의 글을 공모하는 광고를 보고 그것을 의식하고 이 글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편지를 받은 시키는 소세키라는 필명으로 이 편지를 호토토기스에 보낸다.
영국에 도착한 소세키는 그곳이 자신의 나라 일본과는 다른 문명국임에 우선 놀란다. 일본에는 있는 무사라는 계급이 왜 영국에는 없고 대신 신사라는 말이 있는지 의아해 한다. 영국의 근교 하숙비가 싼 곳에 있으면서 소세키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시내에 나가기도 한다.‘이런 나라에서는 키가 큰 사람들에게는 세금이라도 물려야 키 작은 인간이 출현할 듯하다’‘이 나라에서는 내 피부색이 왠지 사람 같지 않은 색깔이라는 인식이 든다.’는 등 그는 일본과는 다른 다양한 영국인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간다. 또 그는 길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least poor Chinese라고 부르는 소리를 알아듣거나, 공원에서 남녀가 자신이 중국인인지 일본인지를 놓고 싸우는 소리도 듣는다. 어쩌다 비단옷에 프록코트를 입고 나가서는 a handsome Jap라는 소리도 듣는다. 자신이 외부세계를 보고 느끼든, 남들이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든 소세키는 낯선 곳에 던져져 있는 자신을 늘 인식하고 있었다.
<런던소식>은 일기의 형식을 빌린 탓인지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그가 읽은 신문에는 러시아 신문에서 발췌한 일본에 관한 평문이 실려 있다. 러시아가 일본과 전쟁을 하게 되면 일본 본토를 공격해서는 안 되며 조선에서 일본과 자웅을 다투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점점 심각한 상태로 빠져 들어가는 러일전쟁을 소세키는 일본이라는 섬나라의 외부, 영국에서 신문을 통해 예감하고 있다. 톨스토이가 러시아의 국교를 경멸했다는 이유로 파문당한 소식도 있다. 하숙집과 하숙집 주인 등과 얽힌 이야기, 하숙집에서의 하루의 일과 등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들은 마치 <천변풍경>이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 장소만 바뀐 박태원의 소설들을 보는 것 같다.
* <<몽십야>>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24편이 실려있다. 소세키 전작읽기에 도전하면서 간단한 메모의 형식이나마 편편의 리뷰를 써보려고한다. 어느 누구도 읽고 쓰기를 강요하거나 못하게 하는 이 없는 이 일에 스스로 추진력을 얻고자 증거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