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소세키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
고모리 요이치 지음, 한일문학연구회 옮김 / 이매진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나쓰메 소세키는 1867년 2월 9일 5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이때 아버지의 나이 50세, 후처였던 어머니는 42세였다. 결혼이나 출산연령이 많이 늦어진 요즈음에도 여자 나이 42세라면 출산하기에는 걱정이 앞서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인생 오십’ 상식이었던 당시에 아이를 낳은 부모는 그 출생을 감추려는 듯 처음에는 고물상 부부에게 그리고 1년 뒤에는 시오바라 쇼노스케 가에 양자로 보낸다. 그러나 소세키가 8,9세 무렵 양부모는 이혼하고 시오바라라는 성을 그대로 쓰면서 나쓰메 가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친부모를 조부모로 알고 지낸다.
그의 원래 이름은 긴노스케(金之助)였다. 그가 태어난 날은 경신(庚申)일이라고 해서 일본에서는 이날 태어난 아이는 훗날 큰 도둑이 된다는 미신이 있다고 한다. 부모는 이런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이름에 金자를 넣어 이름을 지었다. 이름 때문이지 시대적 상황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평생 동안 그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은 없었던 듯싶다. 그의 거의 모든 작품에 인간과 돈의 관계가 등장 할뿐만 아니라, 양부모가 그를 다시 친부모의 호적으로 옮겨주면서 친부모로부터 그간의 양육비를 계산해 받는가 하면, 영국 유학시절 모자라는 생활비를 아껴 책을 사 모은 이야기, 그가 강단에 섰을 때 대학선생 역시 상품이며 가격은 연봉이라는 형태로 국가가 인준한다는 생각 등 돈과 인간과의 관계에 관한 소세키의 생각을 살펴볼 것들은 많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주머니에 한두 장씩은 갖고 있을 1000엔짜리 지폐에 얼굴이 박혀 죽어서는 아예 돈 그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소세키의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패러디한 제목의 『나는 소세키로소이다』는 이런 소세키의 개인사와 그의 작품의 연관성을 명료하게 짚었다. 소세키의 거의 모든 작품이 언급되고 있는데 그것들은 돈과 권력, 소세키의 여자와 남자, 의식과 무의식, 개인과 전쟁 등의 주제별로 묶었다. 먼저 읽었던 작품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이해되고 읽지 못했던 작품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준다. 소세키의 <<문학론>>을 읽기 위해 이 책을 먼저 읽었는데 마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읽고 나서 카프카 작품의 해독 열쇠를 쥔 것처럼 떨리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친부모에서 양부모로 다시 친부모로 오락가락하는 사이 그는 스스로 ‘이름 없는 고양이’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가 하면, 제국주의 시대의 영국에 유학하면서 당시로서는 학문적 대상이 아니었던 문학을 심리학, 사회학, 생물학 등 문학외부에서 문학을 바라보려 한 점, 전쟁을 혹은 죽음을 상품화하던 신문이 전쟁이 끝난 후 상품화할 대상을 찾을 때 문학을 상품화했던 점 등 살펴볼 것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소세키에 대한 호감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지만 고모리 요이치가 재구성해내는 소세키는 훨씬 더 매력적이다. 내게는 역사서를 읽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도 풍요롭게 당시의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었다.